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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루하루가 기쁨이자 행복이에요. 출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런 날이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중략) 지난달 18일까지 펼쳐진 '잡월드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수기 50여편엔 힘겨웠던 구직 시기의 눈물, 새 직장에서 흘린 땀,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배어 있었다.(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해마다 취업시즌이 되면 면접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선의(善意)의 면접 거짓말입니다. 가령 구직자의 경우 대표적인 면접 거짓말로 '오래 전부터 귀사(貴社)에 입사하고 싶었습니다'와 같은 입사지원 동기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 역시 면접이 끝나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실제 국내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인사담당자들의 약 54%가 거짓말을 해봤고, 가장 많이 한 거짓말(복수응답)은 '연락드리겠습니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구직자들 가운데 약 63%가 가장 많이 한 거짓말로 '오래 전부터 귀사에 입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이런 것은 모두 면접 때 구직자에게 혹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면접 거짓말'을 경제학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취업 면접의 경제학
면접 때 하게 되는 거짓말은 구직자 혹은 인사담당자가 면접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취업시장에서 구직자는 가능한 한 더 나은 근무여건이나 연봉을 제공하는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하죠. 마찬가지로 회사는 조금이라도 더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어떤 구직자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회사보다는 구직자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구직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이 그리고 심층적으로 얻어내기 위해 서류심사는 물론 면접이라는 직접 대면도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면접과 그를 통한 취업은 다음과 같이 두 단계로 구분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구직자가 면접질문에 대해 답변이란 형태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면접관에게 알리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렇게 구직자가 제공한 정보에 대해 면접관이 구직자의 능력을 판단한 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신호 보내기와 거르기
경제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쪽(구직자)이 상대방(면접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신호(signal)'를 보낸다고 표현합니다. 취업시장에서 신호란 구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정보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러한 신호 중에는 신호를 보낼 때 노력이나 비용이 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가령, '전에 다닌 회사에서 연봉이 얼마였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얼마를 받았습니다'라는 대답을 하게 되는 경우는 구직자가 면접관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어떤 노력이나 비용이 들지 않겠죠.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는 가능한 한 자신에게 유리한 대답, 즉 유리한 신호를 보낼 유인이 생깁니다. 그것이 때로는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높은 연봉을 받았다는 것은 때로는 그만큼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실제 자기가 받았던 연봉보다 높은 금액을 말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면접관도 구직자에게 이러한 유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면접관으로서도 구직자가 대답한 연봉을 과연 어디까지 진실로 받아들일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면접관은 구직자가 제공한 정보를 얼마만큼 믿고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를 위해 면접관들은 사전에 나름대로 참고자료를 준비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회계담당자를 통해 신입직원이나 경력직원들의 연봉이 얼마인지를 사전에 알아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면접관이 알고 있는 연봉수준과 구직자가 답하는 연봉수준이 별 차이가 없다면 구직자의 대답을 신빙성 있게 판단하고, 반대로 큰 차이가 난다면 일단 의심을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구직자의 연봉에 대한 답변을 구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 고안해 내는 여러 방법을 '스크리닝(screening)'이라고 하지요. 따라서 구직자도 자신의 연봉대답을 실제 자신이 받았던 연봉에서 크게 부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즉 면접관이 자신이 한 답변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구직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구직자로서는 거짓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연봉을 크게 부풀려 대답할 유인이 있지만 동시에 면접관이 그 대답을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크게 부풀릴 수 없는 유인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서로 반대되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결국 적절한 선에서 말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이 됩니다.
신뢰성 있는 정보 교환
이렇게 취업시장에서 귀중한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면접이 그 순기능을 다하려면, 면접관은 구직자의 답변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하든지, 아니면 답변을 하는데 노력이나 비용이 요구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를 영어로 해 보세요' 같은 질문이 면접에서 자주 사용되는 데, 이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비해 실제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잘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직자로서도 노력이나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구직자들은 자기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공인자격증이나 높은 공인시험점수를 받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한편 대부분의 경우 면접 질문의 의도는 앞에서 든 간단한 예와 달리 답변뿐 아니라 성실한 답변태도나 답변논리 등 구직자가 가지고 있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측면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구직자는 가능한 한 성심성의껏 답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사람은 정직할 때 가장 성심성의껏 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면접에서도 역시 '정직이 최선의 전략이다'라는 격언이 적용될 수 있겠죠.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신호 게임
어떤 행동의 결과가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동시에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게임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제주체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게임이론이죠.
자신이 가진 정보를 그것을 잘 모르는 상대에게 신호로 보낼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한 게임을 바로 신호게임(signalling game)이라고 합니다. 취업절차는 회사나 구직자나 서로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신호게임이 경제학에 처음으로 응용된 예가 취업시장이라는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듯합니다.
본문에서는 주로 신호를 보내는데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신호에 비용이 드는 경우도 많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일반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능력이 출중한 사람에 비해 좋은 학점을 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원도 더 다녀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비용에 비해 더 좋은 학점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적다면 아마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좋은 학점 따기를 포기할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면접관들은 업무에 학점이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더 높은 학점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학점을 ‘능력의 신호’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더 좋은 학점과 전문 자격증은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적은 노력을 들여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이 들어가는 신호입니다.
조선일보 2009.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