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지맥

[산지기]

○ 프롤로그

영암지맥은 백두대간에서 수도지맥이 분기되고, 수도산에서 구미시 고아읍 관심리로 이어지는 금오지맥이 554m봉에서 동남쪽으로 또 가지를 친 다음 김천시 남면 550m 분기봉에서 분기되어 성주군 선남면 선원리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35.3km의산줄기로 낙동강과 백천의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한다. 영암지맥은 지맥에서 두번씩 분기된 몇 안되는 산줄기다. 새끼치고 새끼친 백두대간의 증손자 뻘이라고나 할까.

영암지맥을 따라가면 영암산(784m), 선석산(742m), 비룡산(578m), 각산(468.2m), 달암산(237m), 도고산(348.7m) 등을 만날 수가 있고, 이 산줄기의 서쪽과 남쪽에는 백천이, 동쪽과 북쪽에는 경호천, 두만천, 서원천이 낙동강에서 합류한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무리하면 한번에 종주할 수도 있다.

 

○ 산행개요

  <첫번째>

  - 산행일시 : 2014. 10. 12. 

  - 산행거리 : 지맥 실제거리 16.9km(도상거리 14.7km) , 접속거리 4.7km

  - 산행코스 : 김천시 남면 소성리 상릉 - 산불초소 - 550m 영암지맥 분기봉 - 머루고개 - 운봉- 561.3m봉 - 신거리고개 - 영암산 - 돌목재 - 선석산 - 비룡산 - 379.4m봉 - 지경재

  - 산행일행 : 김천 대한산악연맹 회원들과 함께

<두번째>

 - 산행일시 : 2014. 12. 15. 

 - 산행거리 : 도상거리 20.6km

 - 산행코스 : 지경재 - 각산 - 다람쥐재(달음재) - 도고산 - 우성공원묘지 - 광양고개 - 30번 국도 - 백천

 - 산행일행 : 김천 대한산악연맹 회원들과 함께

○ 기록들

<첫번째>

영암지맥 첫 구간은 분기봉에서 지경재까지 도상거리 14.1km이다. 분기봉에서 513m봉 갈림길까지는 김천시 남면을 가로지르고, 513m봉 갈림길에서 영암산까지는 김천시 남면과 성주군 초전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영암산에서 543m봉 갈림길까지는 성주군 초전면과 구미시 북삼읍의 경계이다.

또한 543m봉 갈림길에서 선석산까지는 구미시 북삼읍과 성주군 월항면의 경계를 따르다, 선석산에서 지경재까지는 성주군 월항면과 칠곡군 기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등 김천시, 성주군, 칠곡군 그리고 구미시의 경계로 삼고 있다.

산행 기점인 머루고개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황악구름님의 차량지원을 받아 이동했다. 약속시간 착오가 있어 아침식사도 하지 못한 채였다. 부리나케 들머리에서 사과 하나로 아침을 대신한다. 들머리는 김천시 남면 월명리 상릉마을로, 6시가 다 되었는데도 달빛이 훤하다.  

<남면 상릉의 새벽달>

금오지맥 주능선에 이르자 산불감시 초소를 만난다. 막걸리 한잔에 약간의 요기로 부족한 식사량을 보충한다. 초소에서 분기봉까지는 능선이 평탄하여 5분이면 충분하다. 준희님의 영암지맥 분기점 팻말이 있고 표지기도 여럿 달렸다. 지형도를 보면 동쪽 아래 삼성파워텍 공장을 가운데 두고 왼쪽은 금오지맥, 오른쪽은 영암지맥 산줄기로 나눠진다.

<금오지맥 산불감시 초소-150m를 더 가야 분기봉이다>

<영암지맥 분기점>

급하게 내려선 곳이 아까 지나 온 머루고개다. 분기봉까지 가기 싫은 산객들은 대개 이곳을 분기점으로 잡기도 한다. 금오산 갔을 때 멋있게 버티고 있던 영암산과 선석산 산군(山群)이 눈 앞에서 펼쳐지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암산은 정상 주변에 방울을 닮은 바위가 있다하여 영암산 또는 방울암산으로, 바위가 많아서 바우암산 또는 발암산이라고도 부른다. 선석산은 서진산 또는 누진산으로 부르고 있는 산으로, 산자락에 세종대왕 왕자태실과 선석사가 있다.

<머루고개>

운봉고개를 넘어서자 왼쪽으로 철조망이 쳐져있고 옷을 입힌 마네킹이 감시하고 있다. 침범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등 협박성의 문구가 작렬한다. "침범절치"는 또 무슨 말이야? 눈이 밝은 이재춘 갑장이 보랏빛 나는 가지버섯 군락을 발견하고 철조망을 넘어선다. 처음보는 것이라 기념으로 몇개 얻어 가방에 넣는다.

<가지버섯 수확 - 약간 흙냄새 나는 듯하지만 맛이 꽤 괜찮다>

신거리고개는 집에서 김천과 성주의 경계이고 달리기 하면서 몇번 지나친 길이라 익숙하다. 지맥 직선거리로는 2~300미터밖에 되지 않겠지만 굴다리를 지나 1.5km를 우회할 수 밖에 없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월명성모의 집이 보이는데, 꽤 규모가 크다.

<신거리재>

631m봉에 오르자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소리는 멀어졌지만 채석장에서 돌을 캐는 굉음이 조용한 산야를 꽉 채우고 있다.

지형도상 영암산(784.7m)이라는 지점을 지나자 일행들이 점심 먹을 자리를 잡으라고 한다. 그럴싸한 바위를 넘어서며 정상(791.7m)에 이르자 돌무덤이 보인다. 근처에 자리를 잡고 일행들을 불렀다.  

鈴岩은 방울영 바위암이니 방울바위란 뜻이다. 성주쪽에서 보면 방울처럼 보인다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방울처럼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고 공룡능선처럼 울퉁불퉁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제법 큰산 타는 것 같다. 로프걸린 암벽을 타고 내려서는 재미도 있다. 보손지 2.2km 이정표도 보인다. 

돌목재를 지나 오름길을 따라 선석산에 이른다. 선석산에서 동쪽 시묘산으로 가는 능선이 나뉘고 칠곡군 북삼면과 약목면의 경계가 갈린다.

<영암산 암릉구간>

<도토리가 지천이다. 배낭을 채울 정도로 주웠지만 마누라가 다 버렸다. 귀찮다고... 앞으로 절대 안 줍는다>

선석산에서 내려서면 불광교 갈림길을 지나고, 용바위 안내판이 보인다. 그럴싸한 의자바위인지 쇼파바위인지를 지나면 태봉바위도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 비룡산 능선으로 칠곡군 약목면과 기산면이 갈라진다. 비룡산까지는 1.1km라도 모두 다녀오기로 한다.

379.4m봉에는 누군가 벌목한 나무로 의자와 식탁을 만들어 놨다. 지형도의 삼각점은 풀섶을 뒤져 겨우 찾아냈다. 지경재 내려서는 길에 하늘이 먹구름을 몰고왔다. 곧 쏟아질 것처럼 어둡다. 그러다 주능선을 놓쳤다. 도로에 떨어지고 보니 지경재로부터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지경(地境)재는  칠곡군 기산면과 성주군 월항면의 경계를 나눈다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다시 도로따라 지경재로 올라가고 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때 마침 행장을 수습하고 정리하고 있을 때 우리를 태워주기 위해 황악구름님 차가 올라왔다. 

<두번째>

오늘 구간은 각산(468m)이 가장 높고, 삼광사 추모공원부터 공원묘지를 셋이나 지난다.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가면 삼광사로 들어가게 되고 절 뒤에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흐릿한 능선을 찾아 헤매다 무작성 능선이라 짐작되는 곳을 밀어 부쳤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289.4봉에 이르자 길은 분명해진다. 5분 정도 지나자 암봉이 버티고 서있고 기어 올라가자 월항면쪽으로 조망이 열려있다. 내려서는 길에는 여기저기 채석장 잔해가 기기묘묘한 형태로 방치되어 있다. 322m봉을 왼편으로 지나자 질매재 부근에 커다란 구덩이도 보인다. 마치 도굴꾼들이 고분이나 왕릉을 도굴하고 방치한 모양새다.

<채석의 흔적>

<도굴 당한 고분 같기도 하고 광산 입구 같기도 하고>

지형도상 각산(468.1m)에는 봉화산으로 이름을 바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조금 전에 지나친 북쪽 봉우리에 봉화대가 있어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봉화대만 있으면 모든 산이 봉화산이다. 각산이 오히려 의미도 있고 역사성이 있어 보인다. 각산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아주 넓게 터에 자리를 잡은 무덤이 보인다. 노랑색의 ‘여기는 칠곡군계입니다’라는 표지기도 간혹 눈에 띈다.

<각산 = 봉화산>

성주군 유촌에서 칠곡군 금학마을로 가는 느린골고개를 넘어선 다음 188.4m봉을 지나자 녹색 장막의 제선충 무덤이 연이어 나타난다. 221.1m봉에서 내려서서 다람쥐재(달음재) 왼쪽으로 떨어진 다음 33번국도 옛길을 따라갔다. 아래쪽 새 도로에는 고속도로처럼 차량들이 스피디하게 달린다. 물론 요령껏 무단횡단할 수도 있다. 한참을 걸어 굴다리로 우회했지만 이외로 많은 산꾼들이 무단횡단한 것 같다. 표지기가 차도에 걸려있고 발자국 흔적도 선명하다.

<달음재 = 다람쥐재>

달음재에서 고도를 급하게 올리면 커다란 나무가 버티고 서 있는 288.9m봉이다. 송전철탑을 지나 내려가면 시멘트길이고 왼쪽 전방에는 도고산이 보인다.

도고산을 지나 칠곡과 성주 경계를 따라가다가 다시 성주군으로 온전하게 들어가게 되었다. 칠곡군 경계표지기가 어우러져 있어 잠시 마루금을 놓치기도 했다. 대리석 석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공원묘지에 근접해 있음을 직감한다. 공원묘지 맨 상단 ‘우주봉의 집’까지 차가 올라올 수도 있다. 황악구름님의 차로 공동묘지를 벗어나겠다는 일행들도 있었지만 세 명이서 길도 없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진행키도 했다. 여전히 공동묘지 안 도로 가운데 대기 중인 차를 만나 막걸리 한잔하고 일행과 함께 공원묘지를 벗어나며 숲길로 들어선다.

<남양공원묘지>

도성리 중리에서 못둑으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내려서자 이제부터는 그저 그런 모습의 모호한 길이 반복하여 나타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람들 가는 곳이냐 묻자 “길 없어요.”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장건물 옆으로 들어가 가스덤불을 헤치며 낮으막한 산 하나를 넘자 허탈하게도 다시 도로에 떨어진다. 더 이상 마루금을 찾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도로에 내려서자마자 일행들이 웃으며 “이제 그만하자.”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합수점으로 이동한다. 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사진을 찍으며 지맥 하나를 마무리한다.

<영암지맥의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