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것
티베트 고원에 늑대에게 쫓기는
한 무리의 야생 양떼가
벌판을 달려간다
한참을 달리던 중
한 마리가 대열에서 이탈해
반대쪽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100미터 뒤쯤 새끼인 듯
한 마리도 따라간다
얼빠진 듯
이미 어미는
이 세상의 걸음이 아니다
얼마쯤 갔을까
멈춰 선 어미는 잠깐 숨을 고르고
뒤를 한 번 돌아보더니
짚더미 쓰러지듯
풀썩 무너진다
주위로
늑대들이 몰려든다
망연히
이 광경을 바라보던 새끼는
채념하듯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러나 늑대 한 마리가
바람을 가르며
새끼에게로 달려간다
어젯밤 어미는 새끼를 앉혀놓고
조곤조곤 당부했을 것이다
--나는 늙고 병들어서 얼마 살지 못한다
나를 따라오지 말고 무리를 따라라
어미 없다고 친구들이 괄시해도
대거리 말고
열심히 풀 뜯어 힘을 길러라
생명이란 울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되는 것일까
*시작메모
언젠가 TV에서 본 영상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며칠 전 비 개인 오후, 반려견 연두를 안고 옥상에 올라
그야말로 공활(空豁)한 하늘을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이 귀여운 생명과도 언젠가 이별이 올 것이고,
나도 그리고 연두도 사라지고 말...
첫댓글 이세상 모든것이 시작과 끝이 있지요
특히 포유 동물은
시작과 끝이
그런가 봅니다 ....
생과 사는 자연의 법칙이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는
눈물항아리가 묻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