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인간이란 오만하기 그지 없는 동물이다...]
[참으로 그들보다 나약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제 곧 그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탁!
커다란 백과 사전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바닥과 충돌했다. 잠시 후 사전을 올리는 손...
사전 밑에는 그 엄청난 두께의 무개에 짓눌려 창자를 드러낸 체 터져 있는 뭔가가 있었다.
바퀴벌레였다...!
"이것들은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야... 약을 뿌려도 끝이 없으니 원~!"
사전과 바닥의 이물질들을 휴지로 닦아내며 잔뜩 짜증섞인 불만을 내뱉고 있는 석주는 올해로 스무 다섯을 맞는 젊은 벤처기업 사장이다.
삼년전에 군 제대를 하자마자 차린 게임 소프트웨어 사업이 그의 천재적 두뇌플레이와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크나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게임 소프트 분야에선 한국 최고의 자리에 서게된 석주는 이제 게임분야 뿐만 아니라 각종 전자제품 분야에 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젊고 잘나가는 천재 재벌이었다!
모든 것을 일찍 가져버린 석주...
그에겐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없어보였다.
"정말~ 이놈의 바퀴는 죽여도 죽여도 어째서 끝이 없는거야...!"
그런 그가 최근들어 가장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바퀴벌레였다.
그의 집안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바퀴의 존재!!
에프킬라부터 시작해서 컴배트니 로취큐니 별의 별 좋다는 약은 다 동원해 보았지만 그 수가 줄기는 커녕 점점 더 늘고만 있으니 그로선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그 자그마한 바퀴들은 석주를 조롱이나 하듯, 뛰어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최근 석주가 개발중인 프로젝트가 바로 벌레와 관련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벌레란 바퀴벌레였다.
일본에서 로봇개가 시판되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석주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로봇벌레였다.
로봇벌레... 그것은 엽기가 온통 세상을 지배해버린 이 시점에서 너무나도 적절한 상품이 아닌가 싶었다.
그 첫번째로 로봇바퀴벌레를 개발중이었다.
아니 이제 거의 완성단계였다. 이미 수많은 견본들까지 나온 상태였다.
지금 그의 앞에도 그 로봇바퀴들 몇개가 놓여져 있었다.
그는 그 중 하나를 무심코 집어들어 보았다.
진짜 바퀴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외관상 보기에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불현듯 석주는 그 로봇바퀴의 배를 한번 눌렀다.
그러자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자유로웠다. 여섯개의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서 책상위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가끔씩 어지럽게 놓여진 책들 밑으로 숨기도 했다가, 또 어떨땐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있기도 했다.
석주는 문득 옆에 놓여져 있던 다른 로봇바퀴들도 움직이게 해보았다.
총 12마리의 바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흐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개짓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몇몇은 붕붕거리며 허공을 날기도 했다.
석주의 눈은 그 모든 움직임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인공의 바퀴... 그것은 참으로 엽기 그 자체였다!!!
그러는 동안 그들 중 한마리가 쓰레기통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자가 터져서 죽어있는 진짜 바퀴벌레와 조우하고 있었다.
"자~ 이거 이번데 새로 나온 재품인데요, 울트라 슈퍼라고 굉장한 겁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쫙 깔아두시면 1주일 안에 집안의 모든 바퀴는 전멸하고야 말 것입니다. 이거 미국에서 특허까지 받은 겁..."
"알았으니, 그걸로 10개 주세요."
"예? 10개씩이나요?"
석주는 오늘도 약국에 들러서 바퀴벌레 잡는 덧을 10개씩이나 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그는 그 특허까지 받았다는 울트라 슈퍼를 모두다 꺼내보았다. 그것은 자그마하고 납작한 돌맹이같이 생겼고 사방에 입구가 나 있었다. 그 속에서 바퀴를 유인해 내는 초음파가 흘러나온다고 했다. 아무튼 한 상자에 그 울트라 슈퍼가 10개씩 들어있었다. 그러니 총 100개였다.
그 100개를 가지고 석주는 곧 작업에 들어갔다.
석주는 그 100개의 울트라 슈퍼를 집안 곳곳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다 배치시켰다.
주방과 화장실을 집중적으로 해서 안방은 물론이고 배란다 까지, 마치 바퀴의 사정거리내에 지뢰를 파묻기라도 하듯 빽빽하게 깔아놓았다.
"이렇게나 해 놓았는데 제깐놈들이 버틸 수 있을라고... 흥~!"
작업을 마친 석주는 괜히 손까지 툭툭 털어보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만있자... 내일부터 3일간 출장이 있으니, 집이 비겠군... 그렇담~"
석주는 내일부터 지방출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갑자기 창고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가 창고에서 나왔을 때에는 무려 다섯개의 에프킬라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먼저 짐부터 챙겼다. 그리고 외출준비를 다 끝낸 후 그 다섯개의 에프킬라 모두를 집안 구석구석에 뿌려댔다.
도중에 너무 많은 양의 에프킬라때문에 눈이 따갑기도 했으나, 기어코 다섯개를 다 뿌리고 마는 석주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문을 전부다 관건해 버렸다.
현관을 나서면서 석주의 얼굴엔 다시한번 만족감에 찬 미소가 흘렀다.
"흐흐흐~ 오늘이 내놈들 단체 제삿날이다... 어딜 감히 인간이 사는 곳에 기생충처럼 붙어살려고... 짜식들 너무 오만하다니까...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 빌붙어서 살아볼 생각을 다 하다니... 하등동물주제에..."
석주는 그 길로 밤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3일후.
석주는 다소 피곤한 몸을 이끌고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자가용에는 그의 파트너이자 여자친구인 미진이 같이 있었다. 그녀는 좌석에 깊이 몸을 묻고는 졸고 있었다.
출장은 성공적이었다.
조만간 시판될 로봇바퀴에 대한 시장홍보였는데, 반응이 너무나도 열광적이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 투자자들 까지도 로봇바퀴에 대해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그는 이제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게 되었다는 황홀한 흥분감에 피곤함도 잊고는 자축을 하기 위해 와인과 피자와 통닭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현관앞에서 석주는 미진의 손을 꼭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너에게 청혼하겠어~!"
그리고는 환하게 웃고만 있는 미진을 힘껏 껴안았다.
그리곤...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에프킬라 특유의 냄새가 물씬 그들의 코끝을 자극했다. 아직까지 삼일전에 뿌렷던 그 냄새가 다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우욱 이게 무슨 냄새야?"
미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별거 아냐! 에프킬라를 좀 뿌려놨더니 아직 다 안빠졌나 보네..."
석주는 서둘러서 창문을 열며 공기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걸래를 가지고 와서 방안 이곳저곳을 깨끗하게 닦았다. 미진도 집안 청소를 거들었다.
석주는 집안 곳곳에 깔아두었던 울트라 슈퍼를 확인해 보았다. 그 속에 바퀴가 확실히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분명한 건 바퀴의 모습이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과연 효가가 있긴 있구나!'
"자 이제 그만! 미진아 이리와~!"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자 석주는 미진을 식탁으로 불렀다.
미진과 석주는 그날 밤 멋진 자축파티를 즐겼다.
적당히 술에 취한 그들은 이어서 침대로 가 골아떨어졌다.
그 때까지도 한마리의 바퀴도 보이지 않았다......!
밤12시!
갑작스런 갈증에 눈이 뜨여진 석주.
그는 일어서자 마자 심한 두통과 갈증을 느꼈다.
옆자리에서 미진은 시체처럼 자고 있었다.
"아아~~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닌데... 평소보단 훨씬 적게 마신건데..."
냉장고로 직행한 그는 시원한 얼음물을 들이키며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자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물을 마셔대어도 갈증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참으로 지독한 갈증이었다. 그런데...
석주는 다음순간, 그 유리물통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물통안에 바퀴 한마리가 죽어있었던 것이다!!!!!!
"허어어억~!"
기겁을 하며 뒷걸음을 치는 석주!
바닥에는 깨어진 유리물통의 잔해와 얼음물, 그리고 적갈색의 배를 내놓고 뒤집혀져 죽어있는 바퀴벌레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이럴수가... 하마트면 모르고 마실뻔 했잖아...!"
그는 몸서리를 치며 천천히 그 바퀴의 시체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진짜바퀴가 아니었다!!!
"뭐...뭐야?"
뒤집혀진 그 바퀴의 터진 배속에선 컴퓨터 칩이 삐죽히 나와 있었던 것이었다.
"뭐야? 장난감이었잖아...! 이런~ 깜짝놀랬잖아... 하핫~"
그제서야 그것이 장난감 바퀴벌레임을 눈치챈 석주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렇지~ 하핫... 저건 내게 돈더미를 안겨다줄 보석이잖아~!"
석주는 그렇게 웃으며 부서진 바퀴에 손을 가져갔다.
찰나!!!
부서져서 못쓰게 된 줄로만 알았던 그것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짓 놀란 석주였지만 그것이 꽤나 신기했던지 계속해서 그 움직임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터진 배로 삐죽히 칩을 내보이며 그 바퀴는 바닥의 물을 헤치며 어딘가로 열심히 가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선 꽤 그로테스크 한 풍경이었다.
이윽고 물살을 지나서 그것은 불꺼진 거실로 열심히 향했다.
석주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어둠속의 작은 움직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뒤따르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은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비로소 사라졌다.
그리고 석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몸을 숨긴 곳은 다름아닌...........
거실에 놓여져 있는 텔레비젼 속이었던 것이다!!
바퀴는 텔레비젼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이럴수가... 어떻게 저런 곳으로..."
석주는 문득 텔레비젼이 고장나지는 않을 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는 손바닥으로 텔레비젼을 몇번이고 쳐 보았다. 하지만 한번 들어간 그 바퀴벌레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거 텔레비젼 못쓰게 되는 건 아닌지..."
그는 무심코 코드를 꼽고는 텔레비젼을 켜보았다...!
그러나 리모콘을 누르고 화면이 켜지는 순간 그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주의 눈앞에 펼쳐진 현상...!
그것은 참으로 기괴한 현상이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차마 믿어지지 않는...!!
텔레비젼의 그 녹색화면 속에는 바퀴모양의 무늬들이 수없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브라운관 저 편에 수많은 바퀴들이 살고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건 말도 안돼!"
석주는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다시 텔레비젼을 꺼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수 없었다.
리모콘을 누르려는 순간, 리모콘의 그 작은 틈 속에서 바퀴벌레 한마리가 기어나와 그의 손등위를 가로지르고 있었기에...!!!
"우왓!"
석주는 움찔하며 리모콘을 집어던져 버렸다.
리모콘은 바닥에 떨어지며 박살이 나버렸다. 그러나...
리모콘이 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속에서 수십마리의 크고 작은 바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징그럽기 그지 없는 광경이었다!!!
"이...이럴수가 있나... 어떻게......!"
석주는 천천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어떻게 바퀴벌레들이 그 작은 리모콘 속으로...!!!
뒷걸음질 치던 석주는 문득 텔레비젼에 시선이 돌아갔다.
치이익, 소음을 내며 푸른 빛을 발하고 있는 브라운관...
그리고 그 속엔 여전히 수십마리의 바퀴모양의 그림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보다도 석주의 시선을 꼼짝못하게 묶어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브라운관의 틈 사이로 삐죽히 튀어나와 있는 바퀴벌레의 더듬이들이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텔레비젼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석주.
자세히 보니 텔레비젼의 틈마다, 그 더듬이들이 수십개나 삐죽히 나와 있었다.
석주는 이미 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그 커다란 텔레비젼을 대번에 바닥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콰쾅!
브라운관이 터지면서 텔레비젼은 크게 두조각으로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속.에.서...
폭발하듯 앞다투어서 튀어나오는 수백마리, 아니 수천마리의 바퀴들!!!!!
"으아아아아앙아악~~!!"
석주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그 바퀴들을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우두둑, 우두둑, 투타탁~!
굉장히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퀴들의 몸은 터져나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밟을 때의 그 느낌이 굉장히 딱딱하다는 것이었다. 바퀴가 이렇게나 딱딱할 리가 없었다...!!
이상한 생각에 석주는 마침내 불을 켰다!!!
집안 전체에 환하게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충격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닥에 배가 터져서 널부러져 있는 그 수천마리의 바퀴들...
그러나 그것들의 하나같이 부서진 칩들을 분출시키며 나자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그것들은 모두다, 로봇바퀴들 이었던 것이다!!!
부서져 나간 텔레비젼 속에서는 아직까지 수많은 로봇바퀴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지독한 두통이 석주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으으으으으윽~!"
석주는 비틀거리며 미진이 있는 침실로 갔다.
그러나, 여전히 시체처럼 자고 있는 미진...
그녀는 정말 시체였다!!
어느샌가 죽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석주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쓰러진 그의 육신위로 예의 그 바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것들은 컴퓨터 안에서도 나오고 있었다.
에어콘 속에서도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작은 MP3 속에서도...!!
어마어마한 양의 바퀴들이었다.
그들은 제각기 뭐라고 말들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소리는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와 흡사했다.
츠ㅡㅡㅡㅡㅡㅡㅡ!
[정말로 인간이란 오만하기 그지 없는 동물이다...]
[참으로 그들보다 나약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제 곧 그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석주가 벌써 며칠째 출근을 하지 않자 3명의 직원들은 그의 집을 방문하기에 이러렀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그만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방안에는 수십가지의 전자제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분해되어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 석주는 미친사람마냥 앉아서 뭔가를 작업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열려진 컴퓨터의 본체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본체 속에는 아무런 칩도 부속품도 없었다. 단지, 석주는 그 속에다가 끊임없이 바퀴벌레들을 집어넣고 있었다.
바퀴들은 그 하나하나가 로봇화 되어져 칩과 부속품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바퀴벌레로 만들어진 컴퓨터!!
참으로 악몽같은 일이었다!!!
순간, 석주가 천천히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의 두 눈동자가 이상했다......!
눈동자의 망막을 뚫고 더듬이 들이 송송송송 올라와 있었다.
"흐어어어억!"
직원들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들은 곧, 뭔가에 걸려서 뒤로 자빠져야만 했다.
우당탕~!
그리고 넘어진 그들의 눈엔 거실바닥에 길게 누워있는 미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니... 미진씨...!"
직원들 중 한명이 쓰러져 있는 미진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미진의 한쪽 팔이 슥, 빠져버렸다!
"우아아악~!"
떨어져 나간 팔 속에서 수십마리의 바퀴벌레들이 비집고 나왔다.
"우아아악 이럴수가 미진씨..."
미진의 떨어져 나간 팔을 든 체 혼이 나간듯한 직원들...!
그러나 그들은 더욱 더 놀라운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쓰러진 미진... 그녀의 머리로 시선이 옮겨진 순간,
그들중 두명은 동시에 기절하고야 말았다.
미진의 머리...!
그녀의 머리는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머리속에는 뇌가 들여다 보였다.
그러나, 뇌 속에는 수백마리의 작은 바퀴벌레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 수백마리의 바퀴들이 그녀의 뇌를 대신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
그녀의 모든 내부기관은 바퀴들로 대체되어져 있었다!
심지어는 핏줄까지도...!
가녀린 핏줄, 그 속에서도 먼지만한 바퀴벌레들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었다!!!
남은 직원 한명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그곳을 빠져나오려 할 때였다.
어느틈에 다가온 석주는 날카로운 도끼로 그의 머리를 쩌억, 갈라버렸다!!!
끽소리도 못하고 죽어버린 그 직원에게 허리를 굽혀서 바짝 다가서는 석주!
그는 잠시 갈라진 직원의 머리속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서서히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가 싶더니 문득,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었다.
우웨엑~!
이어서... 대량의 바퀴들이 그의 입속에서 토해져 나왔다.
약, 수십만 마리의 크고작은 바퀴들이었다.
우수수수수수!!!
바퀴들이 바닥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석주는 그것들은 갈라진 직원의 머리속으로 끊임없이 집어넣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아무튼 멍청한 녀석들이라니까]
[제깟놈들이 살아봤자 얼마나 살았다고 감히 우릴 기만해]
[기껏해야 4백만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녀석들이...우리의 10억년이 넘는 역사와 비교를 해!]
[세발의 피도 안돼... 우린 공룡과도 생활을 했었고, 공룡들이 탄생되기 훨씬 전에도 살아왔었는데..]
[그럼 그럼 수많은 시련들이 있었지. 빙하기, 운석 충돌, 용암폭발등... 모두가 멸종되었어도 우리만은 살아남아 왔었지... 그런데, 기껏 에프킬라 따위로 우릴 잡아보겠다고...]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적응력을 가졌는지를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이제 이 세상에 인간은 멸종될 것이다]
1주일 후. 석주는 커다란 상자하나를 누군가의 집앞으로 배달했다.
"엄마~! 이것봐~!"
15세의 여중생 두나는 집앞으로 배달된 커다란 상자를 마당으로 질질 끌며 들어오고 있었다.
"뭐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남동생까지 모두다 모여들었다.
상자위에는 메모가 있었다.
'저희 회사에서 새로 만든 제품들입니다. 귀하는 저희 회사에서 임의로 선정한 제품시험 참가자 입니다. 그러니 귀하께선 저희 제품을 사용해 보시고 느끼신 점들을 그대로 적어서 매달 저희 회사로 보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뭐야? 그럼 이거 공짜로 우리 준다는 거잖아?"
두나는 빙긋 웃으며 소리쳤다.
"이럴수가... 이거 너무 뜻밖의 일이라... 실감이 안나는데..."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연신 메모장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서 풀어보기나 해요."
어느새 가위를 들고 온 어머니는 상자를 풀어보았다.
그 속에선 텔레비젼과 컴퓨터 그리고 에어컨과 휴대폰이 나왔다.
"이야 이게 왠일이람~!"
뛸듯이 기뻐하는 두나네 가족들은 이어서 그 물건들을 안으로 부지런히 옮겼다.
그로부터 얼마후.
두나네 집은 끔찍한 불행을 겪어야만 했다. 그 시작은 집안 식구들 모두가 동시에 시달려야만 했던 두통이었다.
"누나 내 머리속으로 바퀴벌레가 들어간것 같아!"
어린 남동생은 두나에게 그렇게 말하며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두나는 막 휴대폰으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다.
"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우리집에 바퀴벌레가 어디있다고... 너랑 놀아줄 시간 없으니 아빠에게나 가~!"
"정말이야~ 아악. 정말 아프다니까... 어제밤에 내 컴퓨터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었단 말야.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 내 머리카락 속에 바퀴벌레가 세마리나 있었어...! 아마도 몇마린 벌써 내 머리속으로 들어간게 틀림없을 거야!!"
다소 황당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나로선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하는 동생은 처음이었기에 이상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고 보니 최근 자신도 거실바닥에서 바퀴벌레를 본 것도 같았다.
"머리 많이 아프니? 자 우선 이거먹고 푹 자!"
두나는 조심스레 두통약을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그녀 자신도 요즘들어 계속 머리가 아파서 늘 두통약을 구비해 두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도 똑같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던 터였다.
동생은 여전히 아픈 머리를 감싸쥐며 힘없이 돌아섰다.
그런 동생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마저 느껴졌다.
그 때 벨이 울렸다.
두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여보세요?"
두나는 제차 확인을 해보고는 그래도 무응답이자, 전화기를 그만 끊으려 했다. 그러나...
치이익ㅡㅡㅡㅡㅡㅡㅡㅡ!!
분명 희미하게 뭔가가 들려왔다.
두나는 귀를 기울였다.
치이이이익ㅡㅡㅡㅡ츠츠츠츠ㅡㅡㅡㅡㅡㅡ!!
그것은 참으로 괴상한 소음이었다. 마치... 바람이 나무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랄까...!
그러나 다음순간 두나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괴상한 소음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휴대폰 자체에서 나는 소리였다.
즉, 휴대폰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나가 미처 다 놀라기도 전에...
휴대폰의 작은 틈으로 미끄러지듯 흘러나오는 자그마한 바퀴한마리... 그것은 곧장 두나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나는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르며 귀를 후볐다.
그러나 한번 들어간 바퀴는 영영 나오지 않았다. 두나의 울부짖음만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정신이 나가버린 두나의 손에 뾰족한 송곳 하나가 잡혔다. 그리고 그것은 두나의 귀속을 향했다!!!
병원.
두나는 갑작스레 발작을 일으켜서 자신의 귀에 송곳을 꼽았고, 그로 인해 응급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두나네 가족은 병원에서 더욱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것은 미치지 않고서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두나네 가족 모두의 정밀검사를 끝낸, 얀 가운의 노의사는 가족들을 빙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있었다.
"이제껏 이런 예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딸애의 머리속엔 수백마리의 바퀴벌레들로 빽빽합니다... 그리고 조금전 검사에서... 가족들 모두가 다 딸애와 같은 현상임이 밝혀졌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할 말을 잊고 있었고 노의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것은 현 의학으로는 도저히 해명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째서 머리속에 벌레가 들어갈 수 있었는지도... 더구나 그 벌레들이 그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뇌와 신경속에 수천개의 알까지 부화하면서...!"
두나네 가족들은 그만 모두다 혼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날벼락같이 떨어진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었다!!!
1년후.
석주는 국내 최고의 전자제품 회사를 차렸다.
그 회사의 이름은 '블랙비틀' 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전자제품들을 내놓았다.
그것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한 지라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집집마다 블랙비틀의 제품들로 꽉꽉 차게 되었다.
회사는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수십개의 지점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끝없이 제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텔레비젼, 컴퓨터, 에어컨은 물론이고 휴대폰, MP3, 워크맨, 심지어는 장난감까지...!!!
물론 그 제품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들도 있었고 그로인해 블랙비틀 반대집단 까지 결성되었으나, 그들의 힘으론 거대한 블랙비틀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