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코메디언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말에는 뼈가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냥 웃기기만 한 사람이라면 ESPN 을 대표해 오바마를 만날 수도 없었겠죠.
아무튼,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이 hot seat 상태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요즘 추세대로라면 아마 곧 짤릴 겁니다.
왜냐하면,
제리 슬로언, 마이크 디앤토니 전 감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감독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런 윌리엄스도, 카멜로 앤써니도 도와주지 못했어요.
그만큼 요즘 농구는 감독이나 스타파워보다는 시스템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흔들리는 감독,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시스템 하에서는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 집니다.
아, 물론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이 시스템 정도까지 갖추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답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빌 시먼스가 한 제안은 단순합니다.
제프 밴 건디나 스티브 커는 TV 중계 계약에 묶여 있고,
래리 브라운, 제리 슬로언, 필 잭슨은 은퇴 - 그리고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
댄토니는 크리스 폴과 카멜로 앤써니의 관계를 들어 폴이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요.
많은 분들이 댄토니를 이상적인 감독상으로 생각하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물론 댄토니는 폴 투 그리핀, 폴 투 조던 이라는 루트를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델 니그로 체제 하에서도 거의 완벽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지금 클리퍼스의 문제는 공격보다도 수비에 있죠. 수비가 리그 최악 수준입니다.
수비가 별로인데 공격에서 뚜렷한 옵션 플레이가 없다 보니 한번 내준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서는 항상 크리스 폴의 영웅적인 활약이 필요합니다.
폴에게 자꾸 과부하가 가는데, 이는 내구성이 약한 폴에게 악재고요.
게임도 요즘은 자꾸 내주죠.
더이상 크리스 폴 혼자 힘으로 이길 만한 상대가 리그에 몇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리그가 진행될 수록 초반에 비틀거리던 팀들도 다 자리를 잡아 가거든요.
그래서 시먼스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건..
천시 빌럽스를 은퇴시키고 그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하라는 겁니다.
황당하지만 은근히 make sense 합니다.
결국 이 팀에 필요한건 크리스 폴과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비 시스템을 가다듬어 안쪽부터 조금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하고,
세부적인 작전 지시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스톤스전을 보셨으면 느끼셨겠습니다만,
마지막 순간 플레이콜을 한 사람은 천시 빌럽스였습니다.
그는 덴버에 있을 때에도 선수들에게 자유투를 넣어라 말아라 까지 지시할 정도로 세부적인 사항에까지 관여했습니다.
크리스 폴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는 것과,
천시 빌럽스가 선수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선수라는 것,
그리고 플레이콜이 가능할 정도로 영리한 선수라는 것이 빌 시먼스로 하여금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게 만든 것 같네요.
수퍼스타 플레이어가 두명이나 있는 팀에서 천시 빌럽스와 같은 베테랑이 갖는 의미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겁니다.
천시 빌럽스는 코트 위에서의 퍼포먼스나 스탯에서 보여지는 숫자로 판단하면 안되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일종의 선수 위의 선수, 혹은 선수 안의 선수랄까요.
데릭 피셔, 제이슨 키드, 예전의 안토니오 다니엘스나 케빈 올리같은 선수들이 이런 유형의 선수들입니다.
선수협회 회장으로 전 선수들의 리더였던 피셔,
대런 윌리엄스가 맵스 라커룸까지 찾아와 싸인이 담긴 모자를 선물 받고 조언을 구했던 키드,
그리고 젊은 가드들이 대놓고 존경심을 표하는 천시 빌럽스.
이런 선수들은 라커룸, 혹은 코트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팀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죠.
클리퍼스가 콜로라도로 수술을 받으러 가는 빌럽스에게 재활은 LA 에서 받으면 안되겠냐고 부탁한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콜로라도 Vail 이라는 스키 동네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클리닉 의사가 있습니다.
박지성도 거기서 수술을 받았죠.
고향인 콜로라도에서 수술도 받고 재활도 하는 것이 빌럽스는 더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깁스를 한 상태에서 절뚝거리며 지금 클리퍼스의 원정까지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빌럽스가 사이드라인에서 팀에 주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기껏해야 작전타임때 꼽사리(?) 껴서 한두마디 조언을 해주거나 폴이나 그리핀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해주는 정도겠죠.
하지만 그가 전권을 쥐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극적으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빌 시먼스의 주장이 영 허황된 소리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첫댓글 빌시몬스답게 돌직구를 마구 날려대네요. 참 재미있는사람인거같습니다 ㅋㅋ
우스갯소리로 천시가 감독하면 더 잘나갈 거란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우스갯소리로 끝날 일이 아닐 수 있겠네요. 물론 빌 시몬스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만..
감독 경질로 아이바로니 수석코치가 대행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쨋든 결과적으로 팀의 원흉 삼던 VDN감독을 도래냈다는 걸로 만족합니다.
어차피 어떤 변화가 되었던 시즌 2/3가 지난 이제와서 팀이 큰 반등을 이룰거라 보긴 쉽지않고, 플옵에서 뭔가 일을 낼 것 같지도 않구요.. 올핸 플옵경험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조금은 느긋하게나마 내년부터 제대로 빌드업 된 팀을 기대해봐죠.
빌럽스옹 ㅜ_ㅜ
깜짝 제안이면서도 솔깃한데요?ㅎㅎ 아이바로니보단 나을거 같습니다.
맥밀란은 안되나..
빌럽스는 파격이네요 ㅋ 물론 빌럽스가 경험도 많고 조언자로서는 좋은 역할을 할 순 있겠지만... 감독직을 맡기에는..좀..
그냥 맥밀란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