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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습니다. '에이, 제주도에 있을 때 날씨가 오늘 같았으면 얼마나 좋아!' 이 소리가 절로날 정도로 바람은 불지만 날씨가 좋습니다. 맑은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싶었고, 담고 싶었는데 제주에 있는 동안 비바람이 세서 오랜만의 설렘을 설렘으로만 남기고 왔습니다.
언젠가 좋은 날, 눈부시게 푸른 날 제주도에 서있을 날도 있겠죠. 사실, 어느 곳에 있든지 지금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한 그리움은 있는가 봅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산에 가고 싶고, 육지에 있으면 제주에 가고 싶고, 산에 있으면 바다에 가고 싶고, 봄에는 가을이 그립고....마치 시험을 앞두고 장편소설이 무진장 읽고 싶거나, 방청소를 하고 싶은 학생들처럼 말입니다.
사무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니 들꽃들이 지천입니다. 물론 흔한 것들이긴 하지만 사진의 소재가 될 것이 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이만한 조건을 갖춘 사무실이 서울 하늘아래 어디있을까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곳에서 근무하게 됨을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쉬운 말이 아닙니다. 신앙이 어렸을 적에는 좋은 일에 감사하는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범사'라는 말은 '무슨 일에든지'라는 뜻을 가졌으니 정말 신앙이 깊은 이들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인 것이죠. 그것은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예견을 하며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박국 선지자가 고백한 대로 '그라 아니하실지라도'의 감사일 것입니다.
들꽃들을 보면 그들은 온 몸으로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비가 와도 꽃샘추위가 닥쳐도 바람이 불어도....어떤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고, 때론 짓밟히거나 뽑혀지거나 꺾어져서 꽃을 피우지 못해도 내년을 기약하며 남은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들꽃.....그들의 삶을 보면서 나의 신앙이 얼마나 얕은지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벼룩나물, "봄이 얼만큼이나 왔나?"하며 두리번 거리듯 피어납니다. 작은 꽃이 제법 키가 큽니다. 딱 벼룩이 뛰는 높이만큼의 높이에서 피어납니다. 어릴적 벼룩나물인지도 모르고, 논두렁이나 밭두렁에서 벼룩나물을 뜯어 무쳐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양념해서 생으로 먹었던 것 같은데 맛은 별로였던 것 같지만 씹히는 맛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봄나물을 많이 뜯으러 다녔습니다. 요즘도 나물을 뜯으면 재미는 있는데 시간이 많질 않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 하지는 못합니다. 그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겠지요.
아이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보다는 가족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고, 자기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몸이 따라주지 않아 못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가족들을 위해서 일을 할 시기이니 내가 하는 일에 감사해야겠지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글쓰기와 사진찍기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 아니고, 목회자로서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전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간혹 출장도 있어서 자투리 시간을 내서 여러 지방의 풍광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죠.
제주도에 있었을 때에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육지에 오니 지천에 애기똥풀입니다. 늦가을까지 애기똥풀이 피었다지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물론 어떤 꽃은 제주도에나 가야 만날 수 있지만 이렇게 제주도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꽃을 만나기도 하니....결론은 지금 자기가 서 있는 자리, 주어진 상황이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알맞은 자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님이 원하는 자리, 목회자이면서도 내가 원하는 자리를 더 많이 꿈꾸고 때론 하나님께 떼를 쓰듯 기도합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겠지요. 하나님이 어련이 알아서 하실라구요.
들꽃교회, 인터넷교회라는 한계가 있고 회원들 중에는 아는 분도 있고, 닉네임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역을 보면 전국 각지를 넘어서 해외까지 다양합니다. 대략 15개국 정도 되는 것 같으니 들꽃교회야말로 세계화된 교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이 있고, 교회가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구체화된 계획들을 세워야겠지만 지금 이런 형태도 전혀 교회로서의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번개치는 날도 오겠죠.
제비꽃에서 냉이까지....런치타임, 지천에 꽃입니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세요. 얼마나 많은 꽃들이 손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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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머나~!! 애기나리 아닌가요? 벌써 군요? 전 오늘 홀아비꽃대를 찾으러 갔다가 헛탕 치고 돌아왔습니다. 동요의 사진을 대신 보고 만족해야 했습니다. 봄이 일렁임입니다.
애기나리보다는 조금 큽니다. '애기'자가 붙은 것들과 '큰'자가 붙은 것은 비교해 보면 알겠더군요.
목사님 저도 회사에 있으면 시골 들녁에도 가고 싶고 바다에도 가고 싶고...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들에 핀 이름모를 작은 들꽃들이 너무 아름답고 들풀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그래서 하니님께 감사하다는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