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과 서울을 왕래하며 1주일씩 때론 2주일도 시골집을 비우곤 했다.
비운집에 문을 따고 들어설 때마다 무언의 모를 공포를 느낀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변화가 나를 당황하게 만들까?
여름 어느 날은 문을 연 순간 그렇게 꼭꼭 틈도 없이 문을 닫고 갔는데 방안에 모기가 꽉 차 있는게 아닌가?
내 평생 그렇게 많은 모기가 한꺼번에 몰려 있는 것을 본 건 처음이다.
모기향을 여기저기 마구 피워 놓고 매트킬라도 꽂고 에프킬라도 뿌리고 전자모기채도 휘두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갖은 난리 부르스를 췄다.
그 이후로는 집에 갈 때마다 모기향을 10개정도 피워 놓고 간다.
비록 하루사이에 다 타기는 하겠지만 연기가 갇혀 있어 1주일 정도는 약발이 통했다.
어느 날은 1주일 사이에 몇년은 비워 둔 집처럼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져 있기도 하다.
어느 날은 마당에 있던 파라솔이 개고랑에 거꾸로 쳐 박혀 있었다.
어느 날은 빨래줄에 걸어 두었던 시레기가 때론 군데 군데 뭉쳐 있고 때론 마당 여기저기에서 쓰레기 굴러 다니는 것 마냥
흩어져 있다
어느 여름날 서울가면서 시원한 물을 갖고 가면서 먹겠다고 잠깐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갖고 갔는데
아마 꺼내고 나서 급하게 서두르다가 냉동고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나보다.
돌아와보니 열린 문사이로 얼음이 녹으면서 얼면서를 거듭하다가 바닥엔 물이, 문짝에는 얼음문이 만들어져 있고 안에 있는
것들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있었다.
천둥번개 치던 날 컴퓨터가 벼락을 맞아 13만원의 거금이 날라갔다.
가을추수가 모두 끝나고 찬바람이 불면서 자연히 비워두는 날이 많아졌다.
날이 추워지니 벌레의 공포도 사라지고 몇번인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왕래하게 되었다.
온도가 급강하하기 시작할 즈음 마당에 있는 낡은 수도관안에 넣으려고 낡은 이불을 싸 들고 내려왔다.
서울은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골은 진작에 시작 되었었는지 보일러가 얼어 주말이 낀 관계로 연락도 못하고
귀찮아서 손도 안대던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2틀을 버텼다.
월요일날 기사가 방문을 해 주었고 겨울에는 주말에도 방문을 한다고 한다.
진작 연락할껄....
흑기사가 나타나 마당에 있는 수도관에 열선을 감고 이불을 넣어 두었다.
이제 걱정 할 일이 하나도 없는것 같다.
2주간 집을 비운 후 그래도 틈틈이 확인사살차 시골에 내려온다.
대문안에 들어서니 저만치 데크위에 있던 자전거가 그동안 그 자세에서 한번도 누운적이 없던 자전거가 누워 있는것이 보인다.
가까이 와서 보니 바람에 얼마나 패대기 쳐 졌는지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던 바구니가 자전거에서 반분리되어 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별 일은 없어 보인다.
강아지가 냅다 뛰어 들어가 물을 찾는다.
얼른 씽크대에 가서 물을 틀려고 달려가는데 미끌~~~
바닥에 흥건한 물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고 씽크대며 가스렌지며 주위가 온통 얼음으로 두껍게 얼어 붙어 있다.
도대체 이음새부분에서 흐르는 물이 어째서 동네방네 얼음벽을 만들어 놨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얼었다가 왈칵 쏟아지면서 튀면서 흐르면서 혼자 쇼를 한건지, 지금 보이는 것처럼 새는 물이 튀어서 모여서 끊임없이
두께를 더한건지 알 수가 없다.
바닥에 있는 얼음판은 또 어디서 어떤 경로로 흘러 얼음판이 되었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수도꼭지 이음새부분에서 끊임없이 물이 새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뜨거운 물이...
보일러를 틀어보니 보일러는 정상이고 수도물은 나오고 틈새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기름 한드럼 넣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지 난감하다.
보일러도 아닌 것이 수도도 아닌 것이....
첫댓글 시골집 사는것 공짜 아닌것 아셨나요. 촌놈도 다시 시골 생활하려면 이것 저것 복잡한데..... 겁없이 덤벼서 비싼 수업료주고 배우네요..... 내년 부터는 좀 쉬워질겁니다...................................................
주인 말대로 수도물 틀어놓고 살았으면 되었는데 그 열선을 감아주고 간 이후로 수도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는데 요소요소 보듬어 줘야 하나 봅니다. 바닥에 빙판은 터진 물이 천정까지 타고 올라간것이 다시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치긴 했는데 아직도 천정이 젖은채로 물의 맺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