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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여행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후탸오샤(虎跳峽) 트레킹을 가다 (1)
해발 1,815-2,670m의 절벽길, '차마고도(茶馬古道)의 하일라이트
'신비의 낙원'이라 불리워지는 샹그릴라를 돌아본 후 다시 베이스캠프인 차오토우 숙소로 돌아왔다. 샹그릴라에서의 꿈같은 하루여정. 내일은 페루 마추피추,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와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후탸오샤를 넘을 예정이다. 후탸오샤는 차마고도(車馬古道)의 하일라이트이며, 가장 웅장하고 험준한 구간이기도 하다. 후탸오샤 트레킹의 출발점인 차오토우 역시 해발 1,800m가 넘는 고지대마을이다. 샹그릴라와 후탸오샤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마을, 아담한 산간마을인 차오토우에 밤이 깃들기 시작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마을뒷산에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넓게 퍼져가는 불빛. 아, 산불이다. 산불은 정상능선을 따라 점점 세력을 확장한다. 저런 추세라면 마을까지 내려오는 건 그리 긴시간이 아닐 것 같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갑자기 숙소의 모든 전기가 나가버린다. 주인집 딸이 방마다 촛불 두개씩을 나눠준다. 칠흑같은 밤에 일어난 산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불지역은 후탸오샤협곡의 한쪽인 하바설산 아래자락이다. 그냥 놔둘 경우 어디까지 퍼져나갈지 모를 일이다. 연기냄새 때문에 객잔까지 매캐하다. 보석같은 하바설산 자연훼손이 안타깝고 내일 후탸오샤 트레킹이 과연 가능할까도 염려된다.
그런데 숙소인 객잔 주인이나 마을사람들은 너무 태평하다. 불 끌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일 뿐 아니라 동요하는 기색조차 없다. 가이드인 조나단 씨에게 물어보니 중국사람들은 늘 그렇단다. 산이 워낙 높고 넓어 불끄기가 쉽지않다는 건 이해가 간다. 허지만 초기단계에서 헬리콥터라도 동원하면 불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관계당국이든 마을사람들이든 전혀 손을 쓰려고 하지않는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보통이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로 나가봤다. 불길은 여전하다. 후탸오샤 트레킹 출발지점 쪽으로 접근했다. 인가에서 불과 수십미터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있다. 그런데도 마을사람들 누구 하나 걱정하거나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불길 바로 앞까지 가봤다. 건조기라 불이 쉽게 번지고 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트레킹 코스는 이상이 없단다. 암튼 후탸오샤 협곡 트레킹은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후탸오샤 협곡은 중국 서남쪽 윈난성의 만년설산인 위롱설산(玉龍雪山 5,596m)과 하바설산(哈巴雪山 5,396m) 사이로 이어지는 약 23km에 이르는 진사강협곡을 일컫는 이름이다. 호랑이가 사냥꾼에게 쫒겨 뛰어넘은 협곡이라는 전설과 함께 붙여진 이름이다. 이 협곡은 윈난성에서 차(茶)를 싣고 티베트 쪽으로 가던 이른 바 '차마고도(茶馬古道)'중 일부이다. 실크로드 보다도 오래된 길, 해발 1,815-2,670m의 절벽길을 오늘부터 이틀에 걸쳐 넘을 예정이다.
차오토우마을에서 샹그릴라 쪽으로 가다보면 우측으로 후탸오샤를 표시한 아치모양의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트레킹 코스 입구에는 안내소가 있다. 안내소에 들어서면 트레킹 코스 안내도와 함께 영어가 포함된 간단한 소개도 보인다.
후탸오샤 협곡은 구간별로 상후탸오샤, 중후탸오샤, 하후탸오샤로 나뉘어지며, 후탸오샤 트레킹 코스라 하면 통상 상후탸오샤에서 중후탸오샤까지의 23km에 이르는 협곡길을 말한다. 그리고 코스의 난이도 측면에서는 진사강변을 따라 하단 평평한 길을 걷는 쉬운 코스(로우 패스)와, 하바설산 허릿길 해발 1,815m-2,670m를 오르내리는 가파른 코스(하이 패스)로 구분된다. 필자 일행은 가파르고 험준한 하이 패스를 택했다.
이제 출발이다. 필자 일행은 여자 3명, 남자 2명, 총 5명이다. 길이 험하기 때문에 여자분 중 2명은 들머리에서부터 말을 타고 가기로 했다. 각 말 마다 한명씩의 마부가 붙어 있다. 우리 일행을 이끌고 가는 마부는 2명. 이중 나이 어린 마부가 특히 시선을 끈다. 나이가 불과 14세밖에 안된단다. 어른 마부는 이 꼬마의 아버지다. 부자가 마부 일을 한다.
U.S.ARMY 명찰을 단 군복 차림의 꼬마 마부는 마부 일이 좋아 초등학교를 졸업 후 중학교를 가지않고 마부의 길로 들어섰단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똑똑해 보인다. 후탸오샤 트레킹 코스 중 특히 28굽이길은 가파르고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잘못하여 말이 발을 헛디디거나 말에서 떨어지느는 날이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위험한 길을 14세 꼬마마부에게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이다. 어린 꼬마에게 목숨을 맡기고 떠나는 길,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하바설산 아래 허릿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을 길 같이 호젓하고 완만한 오름길이다.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우측으로 진사강 물줄기가 발 아래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길 옆에는 계단식 다랭이논도 나타나고 보리밭도 보인다. 트레킹 도중 나시족 할아버지도 만났다. 우리네 시골 할아버지들처럼 참으로 순박해 보인다.
들머리에서 40분 쯤 가면 sun-rise guest house라는 찻집에 이른다. 이곳은 간단한 음료 뿐 아니라 말을 빌려주고 숙박도 가능한 집이다. 우리 일행도 말을 매어두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집 시멘트 벽에는 영어로 객잔 소개 글이 쓰여져 있다. 벽 옆에 화장실도 보인다. 대소변을 본 후 물을 부어 씻어내는 재래식 변소이다. 숙박객이 아닌 트레킹족이 사용할 때는 1위안을 내야 한다. 중국에서는 어디에 가든 공중변소는 대부분 돈을 받는다.
쉼터에서 다시 10여분 가면 1차 전망포이트에 이른다. 절벽코너에 서면 정면으로 만년설이 쌓여있는 위룽설산 고봉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는 진사강(金沙江)이 흐른다. 전망포인트 코너에는 '虎跳峽'이라고 쓰여진 표지목이 세워져 있고 간단한 음료나 비스켓 등을 살 수 있는 간이매점도 있다.
전망포인트에서 진사강을 내려다 본다. 건조기라서인지 물색깔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좁은 강줄기 중간에는 모래섬도 보인다. 대이작도 '풀등' 모래섬같은 모양이다. 우기에 물이 불으면 사라지는 섬인 것 같다.
전망포인트를 출발, 잠시 후 뒤를 돌아본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난간이 만들어져 있고 깃대봉도 보인다. 경관이 아름답다. 빈 말 한필과 여자마부가 뒤따라온다. 여자마부라니 놀랍다. 나중에 알고보니 28굽이길 오를 때 필자가 타고갈 말과 마부다. 후탸오샤 트레킹 코스 중 가장 가파른 28굽이길에서는 우리 일행 전원이 말을 탈 예정이기 때문에 들머리에서부터 여분의 말과 마부가 따라오는 것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지그재그로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20분 정도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뒤를 돌아본다. 진사강 계곡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강변에는 하단 트레킹 코스가 선명하다. 강 건너 계단밭과 작은 마을들도 눈에 들어온다.
오름길 내내 위롱설산이 병풍처럼 파노라마를 이룬다. 13개 봉으로 되어 있는 위룽설산 정상부근은 일년 내내 눈으로 덮혀있어 '설산(雪山)'이라는 이름이 붙어다닌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위룽설산 정상은 아직 누구도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 멀리에서 보기에는 오를 만한 봉우리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매우 가파른 모양이다.
이번 윈난성 여행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시고 현재 예술원 회원이신 오세영 서울대명예교수님 부부도 함께 했다. 교수님 부부와 배경숙 시인, 이석례 시인, 필자 등 총 5명이 함께 했다. 오교수님은 70넘은 연세에도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잘 오르신다. 전에도 몇번 산행을 같이 해본 적이 있어 산을 잘 오르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틀간 무려 10여 시간의 강행군인데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체력이시다. 오교수님도 그렇지만 시종일관 조금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않는 사모님의 강단에는 더욱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초입 전망포인트에서 1시간쯤 오르면 나시객잔이 위치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안내판이 있는 쉼터에 이른다. 쉼터라기 보다는 나무그늘 아래 바위가 몇개놓여있는 길목이다. 허름한 판자 안내판에는 트레킹 코스 안내도와 소요시간이 붉은 색으로 쓰여져 있다. 이곳에서 나시객잔까지는 20분 정도, 차마객잔 3시간, 중도객잔 5시간, 티나객잔 7시간, 후탸오샤 트레킹을 마무리할 따쥐마을까지는 11시간으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일정은 나시객잔에서 점심식사, 차마객잔에서 숙박, 티나객잔에서 산길트레킹을 마치고 따쥐마을까지는 일부구간 차량이용후 걸어갈 예정이다.
나시마을이 보인다. 하바설산 허릿길에 자리잡은 조그만 산촌마을, 동네 입구에는 계단밭들이 펼쳐져 있고 마을 아래 진사강 계곡 건너에는 위룽설산이 웅장한 자태로 막아서 있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드디어 나시객잔에 도착. 차오토우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중국에서 객잔은 여관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영어로는 Guest House로 번역한다. 윈난성 소수민족 중 하나인 나시족들이 사는 마을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일행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산촌마을의 객잔으로서는 규모가 꽤 크고 멋진 집이다.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린 앞채 앞에서 쉬고 있는 서양인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이번 후타오샤 트레킹 중에 만난 사람들은 서양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동양사람은 일부 중국인들을 제외하고 우리일행 뿐이다. 나중에 차마객잔에서 한국인가족 일행을 만났을 뿐이다. 우리보다 여행을 더 자주하는 일본사람들을 한사람도 만나지못한 건 의외다.
나시객잔에서 점심식사와 휴식으로 한 시간 정도 머무른 후 다시 여정에 오른다. 이곳에서부터 28굽이길 정상까지는 길이 험하고 가파르다. 우리일행은 5명 전원 말을 타기로 했다.
나시객잔에서 중간 쉼터까지는 길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위롱설산과 진사강 경관을 즐기면서 승마의 묘미를 만끽한다.
나시객잔에서 30분쯤 가면 돌집쉼터에 이른다. 이곳은 후탸오샤트레킹에서 가장 험준하고 가파른 '28굽이길(28 Bends)'의 출발점이다. 담벽에는 영어로 'Gain energy to tackle the 28 Bends'라고 쓰여져 있다. '28굽이길에 도전하기 위해 에너지를 축적해 둬라'는 의미로 번역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쉼터 옆에는 전망데크도 설치되어 있다. 발 아래 멀리 나시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메라 줌을 당겨본다. 혈관동맥처럼 세가지로 뻗어나간 길이 특히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부터 후타오샤 트레킹에서 가장 험준하고 가파른 '28굽이길' 출발이다. 28개의 구부러진 길을 지그자그로 말을 타고 오른다. 오른 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말이 실수하여 발을 헛디디거나 말에서 떨어질 경우 천길 절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말등에서 균형을 잡는다. 사진도 찍을 수 없다. 사진찍는다고 자칫 몸을 움직여 균형을 잃으면 말에서 떨어져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도 어려운지 몇걸음 마다 숨을 돌린다. 말에게 목숨을 완전히 맡긴 꼴이다. 말이 실수하지않기를 기도한다. 말은 위험에 본능적으로 잘 대처한다고 한다. 가파른 길을 요리조리 돌이나 바위를 피하면서 잘 올라간다.
드디어 28굽이길 정상 도착. 굽이길 출발점에서 25분 정도 걸렸다. 예상보다는 덜 험준한 편이고 길이도 짧다. 이 정도였다면 등산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별 무리없이 올라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가 중간에 잠시 말에서 내려 걸어본 적이 있는데 고도가 높아서인지 숨이 꽤 가쁜 건 사실이다.
'28굽이길' 정상에서 난 운좋게도 젊은 외국인 두명을 만났다. 이런 결정적인 곳에서 서양인 남녀를 만나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5,596m 의 위롱설산을 배경으로 마주보고 활짝 웃으면서 트레킹의 참맛을 즐기는 두 젊은이들. 정상에서 몇날 몇일을 기다린다 해도 쉽게 이런 장면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카메라 셔터부터 누른 후 다가가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양해를 구하니 오히려 기뻐한다.
시간적으로도 결정적이지만 공간적으로도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다. 몇천분의 1의 고속촬영에서 얻은 장면 만 결정적 순간은 아니다. 지금도 난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가슴 뿌듯한 보람과 설렘을 느끼곤 한다.
이곳은 해발 2,670m 높이이다. 정상에 오르면 절벽 건너로 위롱설산의 웅장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후탸오샤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정상에는 조그만 간이매점이 자리잡고 있다.
말과 마부는 이곳에서 다시 돌아간다. 필자가 타고 올라온 말과 마부에게 감사한다. 중년인 듯한 여자마부. 나이나 이름 등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데 필자가 중국어를 할줄 몰라 물어볼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 여자마부는 필자가 배낭을 매고 말에 오르니 배낭을 자기가 매겠다고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오르는 것도 힘든데 필자의 배낭까지 매겠다니 처음에는 마음이 내키지않아 사양했다. 그런데 아뿔사 필자의 생각이 짧았다. 필자가 탄 말은 당나귀 수준의 작은 말이라 말에게 무게를 줄여주기 위한 주인으로서의 배려임을 나중에야 알아챘다. 그 가파른 길을 무거운 배낭을 맨 채 숨도 별로 헐떡이지않고 평지를 걷듯 가볍게 오른다. 늘 다니던 길이라 단련됐기 때문이다. 대단한 체력이다. 물 한 병 사주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했다.
우측 좁은 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조망이 더욱 넓어지고 우리나라의 성황당에서 볼 수 있는 오색천의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깃발을 보니 위룽설산이 더욱 신령스러워 보인다. 윈난성 여행을 하다보면 이와같은 깃발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풍마기(風馬旗)라고 부르는 것 같다. 천 중에는 라마불교의 경전을 적어놓은 색색의 천도 있는데 이는 '찡판(經幡)'이라고 부른다.
28굽이길 정상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위롱설산과 하바설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진사강. 진사강은 만리를 흐르는 양쯔강의 원류이다. 후타오샤 협곡을 흐르는 진사강은 깊이가 깊을 뿐 아니라 폭도 매우 좁다. 이 때문에 위롱설산과 하바설산은 이마가 닿을 듯 맞붙어 있다.
정상에서 숨을 돌린 후 다시 트레킹길에 오른다. 이제부터는 말(馬) 없이 걸어서 가야한다. 내리막길이라 여유가 생기고 어렵지도 않다. 위룽설산의 장관을 즐기면서 걷는 맛이 환상적이다. 위롱설산의 설봉들이 햇볕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본다. 협곡의 물줄기가 거칠게 흐른다. 하단 강변에 주차장이 보인다. 점을 찍은 듯 조그맣게 보이는 차량들. 필자 일행이 걷고 있는 트레킹길, 하바설산의 허릿길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 가늠이 된다. 위롱설산 정상과 진사강 협곡 수면과의 표고차는 최고 3,900m 정도에 이른다. 두 설산 사이의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은 30m에 불과하다. 그래서 후탸오샤 협곡을 '심곡(深谷)'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28굽이길' 정상에서 1시간 쯤 가면 나무기둥 두개가 서 있는 코너 전망 포이트에 이른다. 심곡의 조망이 장관이다. 발 아래는 내려다보기에도 어지러울 정도의 천애절벽이다. 본능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기울인다. 길폭이 좁아 사진찍기도 여의치 않다. 나무기둥 옆에 조심스럽게 앉도록 하고 인증샷을 찍는다.
코너전망포인트에서 절벽아래를 내려다 본다. 심곡강변의 산책로가 선명하다. 후탸오샤 상단 트레킹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하단 강변트레킹로를 따라 산책해도 좋을 것 같다.
하산길이 완만하다. 심곡전망코너에서 25분 정도 소나무숲길을 지나면 차마객잔마을이 보이는 전망대에 이른다. 멀리 차마객잔 마을과 진사강 심곡이 내려다보인다.
드디어 오늘 여정의 종착점인 차마객잔(車馬客棧) 도착. 차오토우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6시간 반 정도 걸렸다. 천천히 즐기면서 걷다보니 통상적인 소요시간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린 셈이다. 이곳은 해발 2,400m. 아직도 꽤 높은 지대이다. 차마객잔은 건물이 제법 크고 넓다. 나시족 전통가옥으로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저녁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다시 트레킹을 이어갈 예정이다. 깊은 산중인데 숙소시설도 괜찮다. 숙소는 화장실이 딸려있는 방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실속형으로 구분된다. 우리 일행은 화장실이 딸린 방을 잡았다. 샤워로 하루의 피로를 푼 후 위룽설산을 바라보면서 오랫만에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는 오골계 백숙. 이곳은 한국여행객들이 많이 와서인지 반찬으로 김치도 나온다. 김치맛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다. 트레킹 도중 여기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가족팀을 만났다.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니 샹하이에서 왔단다. 샹하이에 사는 한국인 가족이다.
차마객잔 바로 앞에는 위롱설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카메라 줌을 당기면 설산의 속살이 수줍은 듯 다가온다. 암봉의 모습도 각양
각색이다. 좌측으로 사원(寺院) 모양의 암봉도 보이고 암벽 이곳 저곳에는 마애불상 모양, 달마대사 모양 등의 기암도 보인다. 우리들은 이곳저곳에 이름을 붙이며 동화의 세계로 빠져든다. 사원 모양의 암봉은 함께 온 사모님의 세례명을 따서 '성 아네스사원'이라 이름붙여본다. 하늘 위에 솟아있는 성 아네스 사원. 그 사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기도를 드린다.
웅장하게 뻗어나간 위롱설산의 장관에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창밖으로 설산이 보이고 발 아래에는 진사강 줄기가 심곡으로 흐르는 집. 우리는 지금 또 다른 샹그릴라에 와 있다. 신비로운 낙원에서 세상을 잊는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진다.
위롱설산에 석양이 기울고 차마객잔에서의 밤이 익어간다. 내 마음의 샹그릴라 ! 나는 이곳을 또 다른 샹그릴라로 부르고 싶다. 꿈의 이상향, 바로 이런 곳이 샹그릴라가 아니겠는가.(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