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77)>
선유자익(善游者溺)
잘할 선(善), 헤엄칠 유(游), 사람 자(者), ‘선유자(善遊者)’라 함은 ‘헤엄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빠질 익(溺)은 ‘ 물에 빠진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선유자익(善遊者溺)’ 이라 함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다”라는 의미이다.
‘선유(善游)’에서 선(善)은 ‘착할 선’이 아니라 ‘잘할 선’의 의미로 해석해야한다. “김선생이 농담을 잘한다” 할 때 이를 한문으로 표현하자면 “ 金先生 善談笑(김선생 선담소)라고 표기하는 것과 같다.
선유자익(善遊者溺)은 전한(前漢)의 유안(劉安)이 지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다.
⌜수영 잘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고 (善游者溺 선유자익), 말을 잘타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진다(善騎者墜) ⌟
우리말 속담에 “헤엄 질 치는 놈이 물에 빠져 죽고, 나무에 잘 오르는 놈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자기가 잘하는 것에 오히려 화를 입는 경우이다. 자신있다고 방심하다가는 결국 그 자만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만다는 뜻이다. 한 가지 재주에 뛰어난 사람이 그 재주만 믿고 자만하다가 도리어 재앙을 당함을 비유한 말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애 빠지지, 왜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물에 빠질 것이며, 말을 잘 못타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지지, 왜 잘 타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지겠는가? 하고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 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원래 초보자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기에 스스로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운전도 배운 지 1년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을 때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하다고 하는 일에 자만하고 마음을 놓다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사소한 것을 지나쳐 버렸기 때문이다.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화를 당하는 것이다
시경(詩經) 소아편에도 매사에 늘 조심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늘 전쟁에 임하듯이 전전긍긍(戰戰兢兢)하라! 마치 깊은 연못에 다다른 듯 여림심연(如臨心淵)하라! 마치 살얼음판을 건너듯이 여리박빙(如履薄氷)하라!
자기 재주에 도취되어 성공에 자만했다가는 그 순간 추락하기 십상이다.
장자(莊子)에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다. 어느날 장자가 밤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돌을 던져 까치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까치는 자신이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르고 나무에 있는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는 뒤에서 까치가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것도 모른 채 매미를 향해 두 팔을 쳐들어 잡으려 하고 있었다. 매미는 그것도 모른 채 그늘 아래서 모든 위험을 잊고 노래하고 있었다. 장자는 순간 세상에는 진정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던지려던 돌을 내려놓았다.
그때 장자가 밤을 훔치려는 줄 알고 밤나무 주인이 쫓아와 장자에게 욕을 하면서 뒤에서 막대기을 흔들었다. 장자 역시 최후의 승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승리를 확신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순간 뒤에서 그 승리를 빼앗으려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이다 지나간 시절에 넋 놓고 있다가는 언제든지 성공이 실패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김천택(金天澤)선현께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시조로 표현했다.
「잘 가노라 달리지 말고,못 가노라 쉬지마라.
부디 그치지 말고 촌음(寸陰)을 아껴써라.
가다가 중지(中止)하면 아니감만 못함이라.」
승리는 유연함과 겸손함으로 내 모습과 생각을 변화시켜야 오래 갈 수 있다.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순간 패배가 등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임을 항상 명심해야한다. (2023.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