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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관악기군(Brass) 이야기 ▣
금관악기는 목관악기와 마찬가지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나
그 소리나는 원리나 소리를 내는 법이 목관악기와는 참 다르다.
'브라스'라는 말은 원래 놋쇠라는 뜻인데 실제로 금관악기는
순수한 놋쇠보다는 합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금관악기는 한 쪽엔 마우스피스를,
다른 한 쪽에는 벨(bell)이라고 불리우는 깔대기 관을 달고있다.
목관악기가 가지고 있는 만큼의 다양한 키와 구멍이 없고
소수의 피스톤이나 지렛대 식의 밸브를 이용한다.
금관악기에는 리드가 달려있지 않은데 그 소리내는 법은 리드를 사용한다.
사람의 입술이 바로 겹리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왜 겹리드냐구요? 입술이 한 짝만 있는 사람이라면 겹리드가 아니겠지요!)
밸브가 달린 트럼펫이 발명되기 이전엔
트럼펫에서 다양한 음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의 트럼펫은 세 개의 밸브로 또다른 일곱개의 관을 마련해준다.
왜 일곱개인지는 다음과 같이 그림으로 설명한다.
(┬안 누른 밸브, _ 누른 밸브)
┬┬┬(기본)
_ ┬┬ ┬_ ┬ ┬┬_ _ _ ┬ ┬_ _ _ ┬_ _ _ _
이렇게 일곱개의 배음열에서 내는 음들은 서로 걸쳐 지나가기 때문에
세개의 밸브를 가진 트럼펫이나 혼은 완전한 전음역의 반음계를 낼 수 있다.
밸브를 이용하여 관의 길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크룩'인데
여러가지 크룩을 갈아끼우는 번거로움을 밸브장치로 해소시킨 것이다.
제한된 금관악기의 음을 다양화하기 위해
트럼펫이나 혼의 크룩구조와 밸브가 많은 발전을 한 것에 비해
트럼본은 중세시대 이후부터 별 발전이 없는 원시적(!)인 악기인데
트럼본에 달린 슬라이드가 원체 관 길이를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크룩이나 밸브의 도움 없이도 다양한 음을 낼 수 있기에 그러했다.
금관악기의 겹리드인 연주자의 입술,
입술을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낮아지고 팽팽하게 하면 높은 소리가 난다.
금관악기의 음색은 나팔꼭지의 모양과 깔대기 관의 모양에 달려있는데
트럼펫은 좁은 원통형의 관과 속이 얕은 컵모양의 나팔 꼭지,
완만하게 퍼져나간 깔대기의 모양으로 인해
매우 화려하고 또렷한 음색을 낸다.
그에 비해 혼은 보다 넓은 나팔꼭지와 관구경이 깔대기 쪽을 향해 넓어지면서
둥글고 따스하며 달콤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금관악기의 소리냄은 배음의 원리에 기인한다.
배음만 이용해도 밸브에게 의존하지않고 호흡과 입술조절만으로 모든 음을 낸다.
군대 기상이나 취침시 나오는 빵빠레는 며칠만 교육받아도 불 수 있다는데
그것은 빵빠레 자체가 한 배음열에 기초하는 완전8도, 완전5도,
장3도 등의 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도 도도 미 도 미 미미 솔~ 미 솔 도오~)
그다지 대단한 입술 테크닉을 발휘하지 않아도 충분히 불기 쉽기 때문이다.
금관악기군과 목관악기군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얘는 나무로 만들었네 쟤는 금으로 만들었네 라고 대답하는 것은
안 고음연스러운 미련한 답변이라 안 할 수 없다. -_-a
두 악기군의 차이는 위에서 말했듯 어떤 방법으로 소리내느냐에 있다.
했던 이야기 또 하는 것이 될텐데 목관악기군은
악기 관의 길이를 따라 구멍이 뚫려있고 키나 스프링, 레버장치에 의해
그 관의 구멍을 막아가며 소리를 조절하고
리드악기는 리드를 진동시켜 음을 내며
플룻류의 악기는 edge-tone의 원리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금관악기군은 연주자의 입술을 나팔꼭지에 대고
입술의 긴장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밸브나 슬라이드로 크룩과 관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소리를 낸다.
▣ 혼(Horn)에 대해 ▣
이태리어로 corno, 프랑스어로 cor, 독일어로 Horn(호른)이라 불리는 혼은
관을 펼치면 상당히 길겠지만 둥글게 말아놓은 덕분에
연주자가 한 품에 안고 간단히 들 수 있다.
(알프스 그림에 잘 등장하는 사람 키 몇배는 될 길~다란 혼을 보시오!)
트럼펫의 밸브는 피스톤 식이나 혼의 밸브(라기보다 지렛대)는 로타리 식이다.
위에서 밑으로 눌러내리는 트럼펫과는 달리
공기를 어느 관으로 유도하는가의 통로를 잡아주는 로타리 레버인 것이다.
혼이 간혹 어택음에서 북북거리는 소리를 내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혼은 매우 따스하고 둥근 음색을 지니고 있다.
혼의 음색이 얼마나 달콤하고 향긋한가는 누구나 다 알고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소 어둡게 느껴지기는 하는 소리지만 모나지않은 원만한 음색인 것이다.
그리하여 배경을 맡아 화음을 둥글게 깔아주는 역할에 제맛이다.
그러나 혼을 힘차게 불면 충분히 솔로악기로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웅대하고 기품이 있는 풍부한 소리를 낸다.
때로는 혼 주자가 차단된(stopped, +로 기보함)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마치 약음기를 낀 듯 약간 높아지면서 기죽은 음색이 난다.
그 음질은 보통 음색보다 가늘고 금속성이 포함된다.
혼 주자는 + 기호를 만나면 손을 더 깊이 나팔구 안으로 집어넣어 조절한다.
혹은 손을 나팔구 안에 집어넣어 상당히 센 소리로 불라는 지시사항도 만나는데
그 소리는 대단히 강한 금속성이 있게 된다. (뀌브레 cuivre', brassy라는 뜻)
약음기를 사용할 때도 있는데 금속이나 나무, 마분지로 만든 약음기를
나팔구 안에 집어넣어 끼운다.
그렇게 하면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듯 신비롭고 감싸인 소리가 난다.
대개의 오케스트라 곡에서 4개의 혼을 사용하지만 (2관편성)
가끔 다섯명의 혼 주자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X관편성에 대해서는 http://user.chollian.net/~harrods 에서
<My Music Story> 게시판의 '관현악법에서 X관편성이란?' 글을 참조하시길.
(홈페이지 광고를 안 하면 글을 쓸 수 없는 것일까? 궁시렁..)
2관편성시에 혼이 4개 들어가는데
제 1혼과 제 3혼은 고음을 맡고 제 2혼과 제 4혼은 저음을 맡는다.
물론 혼이 맡은 솔로적인 선율도 아름답지만 보통 관현악법에서는
혼의 둥글고 따스한 음색에게 솔로의 역할을 맡기는 것 보다는
中음역에서 따스하고 감싸는 듯한 배경화음으로 깔리는 역할을 배당시켜준다.
그러니 혼주자가 네 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서로 역할을 분담해 향긋하고 따스한 화음을 만드는 것!
그런데 X관편성이라고 해서 꼭 정확한 숫자의 주자가 나와있는 건 아니다.
그날따라 솔로를 맡을 제1주자의 악기 컨디션이 별로다.. 싶으면
그 주자의 음을 보충해줄 식스맨(농구용어)이 함께 앉아있을 수도 있다는 말.
눈치봐서 주요주자의 음이 잘 나온다 싶으면
식스맨은 폼만 잡고 진짜 소리는 안 낼 수도 있다. ^^
2관편성인 날에 종종 다섯명의 혼 주자가 나오는 것은
제1혼 주자는 많은 솔로를 해야하기 때문에
제5혼이 완충기(bumper)주자로서 나와있는 것이다.
제1혼 주자의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대신 연주해주어
제1혼 주자로 하여금 쉴 시간을 주는 수도 있다.
혼은 모든 관악기 중에서도 참 연주하기 힘든 악기로 인식된다.
혼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혼은 금관악기군이면서도 목관악기와 보다 잘 어울려 논다는 점이다.
목관가족의 5중주에 웬 이웃집 혼이 끼어든다는 사실!
혼은 이조악기인데 기보음이 실음보다 완전5도 높다.
또한 혼은 글리산도를 연주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데
호른으로 글리산도를 하려면 첫음과 끝음만 맞춰서 흐르는 듯 처리하면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혼은 반드시 따스하고 둥근 음색만으로 승부하진 않는다.
2관편성 네 개의 혼들이 유니즌으로 ff의 소리를 낸다면
그 음색은 여타 다른 금관악기에 뒤지지않게 강력하고 장대한 분위기를 이룬다.
▣ 트럼펫(Trumpet)에 대해 ▣
이집트 파라오의 피라밋에서 발견되었다는 트럼펫은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에 속한다.
중세시대때부터 군사적인 목적 혹은 의전행사에서 쓰이면서
트럼펫은 빵빠레를 불어제끼는 화려한 악기로 인식되어왔다.
이태리어로는 tromba, 프랑스어로 trompette,
독일어로는 Trompete로 불리우는 트럼펫은 현대에서는
단순 배음열을 이용하는 빵빠레 악기로써뿐 아니라
음들이 가까이 밀집되어 있는 높고 화려한 음역(clarino)에서의
선율연주기술로써 더 대접받고 있다.
(clarino라는 말은 바로 클라리넷의 어원이 된다)
트럼펫의 민첩성은 거의 전 손가락을 다 쓰는 목관악기군에 필적하는 법!
트럼펫은 그 화려한 음색을 이용해 우렁차게 오케스트라를 관장하다가도
약음기를 끼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째즈음악처럼 음울한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약음기 음색은 컵, 플런저, 와우와우, 스트레이트, 하몬 뮤트 등이 있는데
스트레이트는 신비스런 소리를 내는 데에 효과가 있고
컵이나 플런저는 대중음악이나 째즈에서도 사용된다.
와우와우 약음기 음색을 처음 듣던 날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꾸예~ 꾸예~ 꾸예~에~에~' -_-
하몬 뮤트라는 것은 별다른 약음기구가 있는 게 아니고
트럼펫의 마우스 피스를 빼서 나팔구에 끼우는 것인데
금속성이 짙은 맹꽁이 우는 소리가 난다..
트럼펫 또한 혼과 마찬가지로 이조악기인데
클라리넷과 똑같이 장2도를 기준으로 삼은 Bb악기다.
트럼펫은 앞에도 말했듯 배음열을 이용하는 금관악기인데
같은 배음열 내에 있는 두 음을 이용한 트릴과 트레몰로는 괜찮지만
배음열이 바뀌는 두 음이라면 반복음 연주가 불가능하다.
입술 모양이 어떻게 그렇게 파다닥 빨리 바뀌겠는가?
그러므로 트럼펫을 이용한 '같은 배음열 外의' 반복음 연주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코넷(Cornet)에 대해 ▣
트럼펫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와 음역, 이조성과 소리가 닮은 코넷은
그 생김새 또한 '헐렁한 트럼펫'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닮았다. -_-a
음질이 트럼펫에 비해 매우 떨어져서 트럼펫처럼 화려하지 못하고
또한 부드럽지도 못해서 혼보다 지명도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금관악기군에서 그다지 커다란 의미는 갖지 못하는 악기이며
필요할 때에 특정 과외악기로만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태리어로는 cornetto, 프랑스어로는 cornet a pistons,
독일어로 Kornett이라 불린다.
▣ 트럼본(Trombone)에 대해 ▣
이태리어로 trombone, 발음은 다르지만 프랑스어로도 trombone,
독일어로는 Posaune(뽀사우네)라고 불리우는 트럼본은
이태리어로는 '큰 트럼펫'이라는 뜻이다.
이 악기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워낙 슬라이드 장치 만으로 소리를 냈기에
밸브와 크룩의 발전을 거듭한 다른 금관악기들에 비해
중세시대 이후 개량되거나 변한 것이 전~혀 없다.
트럼본이 다른 관악기와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스타카토는 물론이고 슬러, 레가토까지 텅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밸브가 아닌 슬라이드로 소리를 조절하기 때문에
텅잉을 안 하면 모든 연주가 다 글리산도가 되어버린다. -_-
트럼본은 갑자기 증가하는 다이내믹의 표현에 매우 효과가 있다.
또한 트럼본은 슬라이드를 이용한 5도 이하의 글리산도에도 재기를 발휘하는데
해학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트럼본으로 하는 트릴은 입술을 이용한 트릴,
슬라이드가 아닌 밸브를 (트럼본에도 키가 달려있다는 놀라운 사실!) 이용한
밸브트릴이 있다.
슬라이드를 이용하는 트릴은 불가능하다.
트럼본은 상당히 장대하고 귀족적이며 위엄있는 고상한 음색을 가졌다.
세게 불면 자극적이며 공격적인 소리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압도한다.
트럼본 또한 약음기를 쓸 수 있는데 상당히 음흉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악기로 내는 음흉한 소리는 어떤 소리란 말인가?)
또한 잘 헷갈리는 점인데 트럼본은 이조악기가 아닌 그냥 C악기다.
▣ 투바(Tuba)에 대해 ▣
투바는 금관악기군 중에서 최저음을 맡는다.
금관악기군 중 역사가 매우 짧은 악기로써 (수자폰의 역사가 더 짧겠죠?)
상당히 둔중하고 멍청하며 풍만한 저음역을 낸다.
(투바를 사랑하시는 분들, 적나라한 형용사 사용에 관해 선처바랍니다)
투바 하면 특별나게 기억나는 점은 어느 악기 전공자 보다도
너무나 착하고 둔하고 허허 웃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인데
전공자의 성격은 역시 자기 악기를 닮아가는 것일까?
넓은 원추형의 구경과 둔중한 몸매는 투바로 하여금
모나지 않은 글래머의 소리를 내게 하는 데에 일조한다.
특히 투바 음악을 작곡할 때는 숨쉬는 자리에 더더욱 신경써야 하는데
호흡할때 상당히 많은 숨을 필요로 해서 그러하다고 전해진다.
▣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2중주에 관해 ▣
트럼펫 혹은 약음기 낀 혼 + 오보............................................
이 결합은 매우 괜찮은 결합이다.
강하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포르테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