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회]
요즈음이 한창 전어 시즌이다.
외발산에 있는 수협에 가면 1키로에 2만원이다.
수년 전에는 5천원이면 충분했는데 가격이 매년 오른다.
게다가 올해는 전어 풍년이라는데 왜 이렇게 비쌀까.
1만원 어치 반 키로를 사면 와이프와 둘이 먹고도 남는다.
오늘은 학원이 일찍 끝나는 날이라 저녁의 파티를 위해 오전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다.
여기저기 전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역시 외발산 수협에 비해 스케일이 크기는 크다.
수조에서 튀어 나왔는지 전어 한 마리가 길바닥에서 퍼덕거리고 있다.
주워 가려고 하는데 와이프가 극구 말린다.
가격을 물어보니 1 키로에 5천원에 파는 곳도 있고 6천원에 파는 곳도 있다.
예쁜 여주인이 파는 6천원으로 갔다.
사기 전에 다짐을 준다.
죽은 것은 내가 골라 뺄 겁니다.“
한 소쿠리 건져내어 그 중 죽은 것을 건져내고 비닐에 넣어 건네준다.
저울에 달아보니 100그램이 부족하다.
두 마리 더 넣으세요.“
...“
주인 년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그 눈초리에 꺾일 내가 아니다.
어서 두 마리 더 주세요.“
한 마리를 더 넣어 나에게 건네는 그녀의 얼굴에는
죽어도 두 마리는 못 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쯤에서 양보하고 받는다.
수협에서 회 뜨는 법을 눈으로 익힌 바가 있다.
그 과정을 적어보자. 아주 간단하다.
칼로 비늘을 벗긴다.
가위로 대가리를 자르고 등지느러미를 자르고 꼬리를 자르고
똥꼬부터 아가미까지 배 아랫부분을 길게 도려낸다.
칼로 하는 게 아니라 가위로 하는 것이 포인트다.
장갑 낀 손으로 아까 배를 도려낸 부분에서 내장을 긁어낸다.
장갑을 끼워야 하는 이유는 내장을 긁어내면서 여타 지저분한 부산물이
면장갑의 표면 저항으로 깨끗이 씻겨지는 이중 효과가 있다.
물에 씻어 핏물을 닦아내고 마른 행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낸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물기가 남아있으면 회가 불어서 쫀득한 맛이 사라진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파 썰듯이 송송 썰어낸다.
그릇 바닥에 상추나 깻잎을 깔고 회를 수북히 얹어놓고 김치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아.. 대단히 많다.
너무 많아 일부는 냉동고에 저장해 놓는다.
저녁에 퇴근하고 오면 적당히 숙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회 뜨는 공임 14,000원을 번 것이다.
고작 20분 걸린 노동의 대가이다.
이렇게 먹으니 수협의 1/4 가격이고 지난 당일 여행지인 서천보다도 1/3이 싸다.
게다가 죽은 놈은 키로에 3천원이니 전어구이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노량진, 대한민국 좋은 나라다. 만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