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날 때쯤이면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면 뒷동산에, 송장산에, 영말산에, 가락골산에, 백산에
버섯들이 돋아납니다.
제가 시집을 오던 해 장마비가 그친 후 해가 반짝 나던 날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산에서 버섯을 한 바구니 따 오셨습니다.
시장에서 나던 버섯만 보다가 어머니께서 직접 따오신 바구니의 버섯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뒤채 우물가 옆에다 따오신 버섯을 우르르 쏟아 놓았습니다.
둘째 아가씨와 어머니는 버섯꼬리에 묻은 흙과 나뭇잎을 떼어내며 버섯을 다듬었습니다.
저는 옆에 앉아서 처음 보는 버섯을 들어보며 하나하나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노오랗고 작은 꾀꼬리버섯, 개 다리 같이 생긴 개다리버섯, 파르스름한 청버섯
밤나무에서 나는 밤색의 가다발, 쪽쪽 가는줄이 보이는 갈색의 밀버섯, 갓 모양의 갓버섯
모양과 색깔대로 버섯들은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리 잡는데 쓰이는 파리 독버섯도 있습니다.
빨강 파리 독버섯을 잘게 으깨어 헌 사기그릇에 담아 놓으면
파리들이 날아 왔다가 독버섯에 취해 잉잉거리며 발버둥을 칩니다.
6,70 년대엔 산에 나무도 많지 않고 낙엽도 많이 쌓이지 않아서
버섯이 하루에 세 번씩이나 났다는군요.
새벽 네다섯 시에 나는 새벽버섯, 점심때 나는 점심버섯,
저녁때에는 새벽에 덜 핀 버섯이 저녁버섯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버섯을 따기 위해서 날이 밝기만 기다렸답니다.
먼동이 트기도 전에 동산으로 올라가서
더듬더듬 버섯이 나는곳을 가만가만 짚어보면 버섯이 봉긋 만져진답니다.
그렇게 더듬어 가다 보면 날이 밝아오고 , 어머니의 버섯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동네사람들은 새벽같이 바구니를 들고 하나 둘 산으로 올라와서 집집마다 빠짐없이
모두 버섯을 땄다고 합니다.
버섯을 삶아서 소 물통으로 하나쯤 되면 수원으로 버섯을 팔러 가셨다는군요.
소 물통으로 버섯이 하나가 되면 버섯양재기로 삼십 그릇은 되는데
그 버섯을 다 팔면 쌀 닷 되 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버섯이 날 때쯤이면 쌀이 떨어져서 버섯을 팔아서 쌀을 사다가
하루하루 양식을 하였다고 합니다.
쌀 양식이 되어주는 버섯을 따기 위해 용중 님도
새벽같이 버섯을 따다가 어느 날 아침 배암에 물렸습니다.
무릎 정강이 쪽을 물었는데 피가 쭈욱 솟구쳤다고 합니다.
응급처치로 입으로 피를 빨아내어 뱀의 독을 없애려 하였지만
뱀의 독이 몸속에 남아서 무릎에 종기가 생기고
해마다 뱀에 물린 자리엔 부스럼이 생겨서 늦게까지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버섯이 날 때는 아가씨들이 아침밥을 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한참 잠이 많은 때라 아가씨들은 늦잠이 들기 일쑤였는데
어머니와 용중 님이 버섯을 다 따오도록 잠을 자고 있으면 용중 님은 배가 고픈데 잠만 자고 있다고
동생들에게 소리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여고 1학년 때였습니다.
이천 도자기곳 신둔면이 집인 친구 학분이네 집을 놀러갔습니다.
학급의 반장이었던 학분이는 십리는 되는 통학 길을 걸어다니는
구두쇠 모범생이었습니다.
농사일에 바쁜 학분이의 어머니는 새벽같이 버섯을 따서
아침상에 풋고추를 썰어 넣은 버섯된장찌개를 올렸습니다.
싸리버섯찌개를 처음 먹어보는 저는
버섯들이 쫄깃쫄깃 하고 그렇게 맛있을 수 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땀이 나고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동창인 학분이는 졸업 후 수원에서 결혼을 하고 만나게 되었는데
공무원이 되어 조원동 여 동장까지 지내고 지금은 시청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
시청이나 구청에서 만나면 반갑다고 서로 호들갑을 떨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만나지도 못하는
주변 없는 두 사람입니다.
요즈음은 나무가 우거지고 숲이 무성해서 버섯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얕으막한 송장산 무수막골 쪽에는 지금도
청버섯과 밀버섯이 가끔 보입니다.
작은 안골 백산에는 가을에 보라보섯이 아직도 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버섯 나는곳을 아셔서 가을이면 보라버섯을 따 옵니다.
지금은 우리집 뒤, 안동김씨네 종중산에 도토리나무(참나무) 를 양쪽으로 세우고
종균을 넣어 표고버섯을 길러 따 먹고 있습니다.
산의초등학교 가을운동회를 할 때면 표고버섯이 피어납니다.
운동회에 가면 김밥, 삶은밤, 과일, 통닭, 맥주 등을 같이 먹고도 어머님께 김밥을 갖다드리라고
김밥도시락을 전해주는 정화엄마가 있습니다.
옛날엔 버섯과 쌀을 바꾸었지만 지금은 먹고 난 비어있는 김밥도시락에
동글동글 아직 덜핀 예쁜표고를 담아보냅니다.
정화엄마는 맛있는 김밥을 저는 신선한 표고를
마음의 선물로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