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2021/6월/28일 순례 1일차
오늘은 순천에서부터 여수항으로 와서 배를 탔다. 오랜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시원하고 넓은 바다와 섬과 날씨 콜라보레이션이 함께해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한참 구경할 때 즈음 금오도라는 섬에 도착했다. 금오도에 도착해서는 30~40분 걸리는 숙소까지 걸어가야했다. 그나마 바람도 불고 날씨도 좋아서 걸을만 했다. 언연, 승희, 다은, 나 이렇게 네 명이서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었는데 낯선 차가 우리 옆을 멈췄고 펜션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타는 게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속으로 이 럭키 같은 날씨에 걷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싶어서 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계속 타라고 재촉하셨다. 솔직히 자꾸 타라고 말씀하시니까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난 걷는 길을 선택했다. 걷고 있는 나를 생각해보면 조금 흔들렸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조금 지쳐갈 때 기쁨조이펜션 간판이 보여 밑으로 내려갔다. 기쁨조이펜션에서 자는 줄 알았는데 시공간 펜션이 우리 숙소였다. 오히려 좋았다. 방에서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보니 뷰가 끝내줬다. 그리고 바닷길을 걸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가 있어 그 장소에 가보았다. 바닷길을 걷다가 바다에 가까이 갈 수 있어서 가까이 가봤다. 나는 끝이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마친 후엔 다른 애들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언연은 모래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승희는 돌탑을 쌓고 다은이는 바닥을 보며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궁금증이 해결된 나는 언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걸 멍하니 보다가 이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방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가득차 있었다. 쇼파에 풀석 앉았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폰을 꺼내서 무언갈 보다 저녁밥이 다 되어서 밖에 저녁을 차려 밥을 먹으며 태양이 지는 것도 봤다. 건드리면 터질 거 같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멋있는 태양이었다. 저녁을 먹고 치운 뒤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6월 29일 순례 2일차
오늘은 시공간에서 오른쪽 도로로 걸어갔다. 매봉산을 걷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공간에서 나와 함로미항 쪽으로 갔다. 1시간 즈음 걸었을 때 매봉산 2.2Km 라고 써있는 화살표를 보고 잠시 멈췄다. 그리곤 오르막을 오르니 시원한 둘레길이 펼쳐졌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걸은 탓인지 체력이 남아돌지 않았다. 적응을 못해서인지 한계까지는 아니었지만 뇌가 내려갈까 아니면 버텨볼까 생각을 해보니 마음도 흔들렸다. 그래도 정상에 도착하면 뿌듯함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마을을 꾹 참고 올라갔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평지 길은 하나 밖에 없는데 모양은 다양한 거 같다. 중간 넘게 즈음 갔을까? 전망대가 나왔다. 높은 곳에서 저 멀리 있는 바다색이 깨끗하고 맑은 색을 지닌 바다였다. 나는 늘 이런 바다를 유튜브로만 봐왔지만 실제로 보니까 맛이 다르다는 걸 눈으로 느꼈다. 금오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전망대를 내려오고 또 걸으니 매봉산 정상이 나왔다. 왠지 모르게 허무했다. 정상에서 짐을 풀고 숟가락을 들어 아침에 준비한 주먹밥을 한 숟가락 퍼 내 입으로 넣었다. 고생하고 먹으니 주먹밥의 맛은 일품이었다. 밥을 먹고 소화를 시긴 후 내려가기만 했다. 여천삼거리까지 2.0Km고 여천은 0.9Km였다. 표지판으로 인해 한번 속은 느낌이었다. 오늘 걸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내려가면서 밟았던 돌계단 소리다. 돌계단을 밟으면서 내려갈 때마다 탁! 탁!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가 이상하게 좋았다. 집중을 해서 끝까지 내려가니까 도로가 나왔다. 우리는 도로 좌측 끝에 앉아 쉬고 두명은 음료수, 아이스크림, 커피를 사러 갔다가 오셨고 나는 봉투에 들어 있던 콜라를 들고 뚜껑을 열어 벌컥 벌컥 마셨다. 시원하고 짜릿하고 달콤한 맛이었다. 30분 정도 쉬다 시공간 펜션까지 걸어와서 바다에 발을 담구고 방으로 가서 샤워를 한 뒤 한 숨 잤다. (뒤에는 생략)
6 월 30일 순례 3일차
오늘은 내가 길잡이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이야기를 마치고 출발을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29일 저녁에 지도를 보고 잘걸 그래야 길을 헷갈리지 않고 잘 갈 수 있고 또 부담이 됐다. 도로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일자로 가는 게 싫었다. 누군가 내 뒤로 걷는 다는 건 내가 앞길을 막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이 생각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들때가 종종 있다. 오전엔 1코스를 걸었다. 1코스가 5.5Km 여서 좀 힘들었지만 높은 바위에서 아래를 보면 찐한 청색 바다가 널려 있었다. 이때 속으로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바다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 하며 내 자신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곤 뒤에서 너무 많이 쉰 거 같아 구경할 시간만 주고 곧바로 출발했다. 길을 걸으며 옆을 슬쩍슬쩍 보니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바다를 보면 잡생각이 떠올라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 길을 모르니까 어디로 가야할지 또 사람들에겐 물어보기가 버거워 표지판을 보고 따라갔다. 아 생각해보니 목적지를 안 적었다. 우리는 두포가 목적지였다. 그래서 두포 쪽으로 방향을 가르켜 주는 화살표를 봤는데 키로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꾹 참고 걷고 또 걸으니 두포에 도착했다. 처음 올라올 땐 다시 내려가고 싶었지만 두포에 오니까 바다도 코 앞이고 바람도 부는 완벽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만 한가지가 문제였다. 식당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내가 듣기론 평일엔 열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 거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버스 정류장에 모여 버스를 타자는 의견이 나와 마을 버스를 타고 시공간으로 돌아왔다. 오후 3시까지 자다가 2코스를 다시 걸었다. 직포->두포->직포 왕복이었다. 길이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 다양한 건 좋지만 힘든 게 문제였다. 그래도 마지막엔 차타고 편의점 가서 음료수랑 과자를 사먹어서 좋았고 펜션으로 와서 마무리를 잘 짓고 놀았다. (생략)
7월 1일 순례 4일차
오늘은 오전에 4코스를 걸었다. 원래 순서는 3코스부터 가야하지만 4코스가 더 짧아서 빨리 걷고 3코스 걷기로 했다. 차를 타고 학동으로 갔다. 학동에 도착한 뒤 코스 길로 갔다. 길은 그렇게 좋진 못했다. 바위가 많고 산이라 오르막길이 많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내리막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3.3Km 였던 거 같은데 엄청 빨리 걸었다. 갈 땐 한번 쉰 거 같다. 배 모양처럼 생긴 전망대 끝으로 가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예술이었다. 올해들어 금오도에서 가장 멋있는 장소를 또 바다를 보는 거 같다. 하지만 걷는데 단점이 있다. 해가 떠서 더웠다. 더울 땐 바람이 불어야 걸을만 해지는데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다. 마지막엔 편한 길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심포에 도착하고 낚시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런데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경고 표지판이 경고 표지판이 있어서 봤는데 낚시를 하면 안되는 경고였다. 이걸 어기면 100만원인데 신고하고 싶었다. 아무튼 왕복으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정말 싫었다 내 뇌는 잡생각으로 가득차 땅만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학동에 돌아왔다. 학동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고 오후에 3코스를 걸었다. 3코스는 괜찮겠지 했는데 진짜 별로였다. 길이는 짧은데 오르막길이 너무 심했다. 근데 전망대는 대박이었다. 3코스도 왕복이였다. 이 때 내가 여길 왜 왔는지 되새김질을 했다. 내가 여태까지 딴 코스를 어떻게 걸은 건지도 생각해봤다. 한 20분 즈음 쉬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차를 타고 시공간으로 와서 씻고 잤다. (뒷이야기 생략)
7월 2일 순례 5일차
오늘은 오전에 쉬었다. 그래서 늦잠을 잘 수 있었다. 오후 3시까지 놀다가 5코스 걸으러 갔다. 5코스는 힘들지 않았다. 단지 풀이 많았을 뿐인데다가 아침이라 힘도 안 났었지만 나 말고 애들도 힘들고 힘이 안 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걸 보니까 나도 속으로 힘내자, 난 걸을 수 있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걸었더니 정말 힘이 나서 빠른 발걸음을 할 수 있었다. 걷다가 한턴 쉬었더니 점점 마을길이 나왔다. 40분 남은 거리에서 다리를 지나 안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덥진 않았고 시공간으로 갈 땐 차타고 가서 좋았다. (점점 짧아진다.)
7월 3일 순례 6일차
오늘은 주말인데 비가 왔다. 그치만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5코스 걸었던 지역에서 기러기 길을 걸었다. 3.몇Km였는데 기억이 안난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중에 가장 길이 좋았다. 그래서 걷는 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쉼터도 많았어서 몇미터까지 가면 쉼터가 나왔다. 우리는 쉼터를 많이 지나쳐 딱 한번 쉬었다. 그랬더니 빨리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길에서 나왔는데 앞에서 두더지가 오시고 계셨다. 우리는 두더지와 합류하고 차타고 돌아왔다. +보너스 저녁엔 짜파게티를 먹고 완벽한 타인을 보고 잤다. 아참 그리고 오늘은 빛나는, 관율이, 라율이, 두더지께서 오셔서 합류하셨다. (점점 쓰기가 싫어서 짧게 썼다.)
7월 4일 순례 7일차
오늘은 오전에 세븐일레븐에서 부터 두포까지 걸어가기였다. 반 즈음은 오르막길이라 힘들었지만 바람이 불어 괜찮았다. 그치만 너무 멀어서 진짜 여기를 왜 왔는지 생각해보는 걷기시간이었다. 두포에 와서는 소나무 아래 칼국수 집에 들어가서 한 테이블 당 하나씩 시켜서 각자 자기 그릇에 덜어 먹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때 즈음 TV에 나오는 미스트롤2를 봤다 미스트롯2에서 1라운드 결승전 결과를 보려는데 시간을 정말 많이 끌었다. 어제 봤던 완벽한 타인보다 답답했다. 7위부터 1위까지 다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남아있어서 다 봤다. 결과를 그냥 보여줄 것이지 왜 이렇게 끄는지 직업정신이 대답하다. 결과를 다 보고 식당을 나와 앉아있었는데 구랑실 차가 와서 우릴 태우고 시공간 펜션으로 돌아왔다. 펜션으로 와서 관율이를 놀아 주고 잠을 잤다.
순례 할 때 일지를 써야한다고 하셔서 쓰긴 했는데 역시 처음만 잘 쓰고 그 다음부턴 점점 글 이해가 안되고.. 점점 쓰기가 귀찮아서 짧아졌는데요. 이 글을 카페에 올릴 줄 모르는 상태에서 쓴 글이라 대충 썼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억이 안나는 것도 있지만 재밌는 장면도 떠올라서 나쁘진 않네요.
순례 같이 가셨던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관율이랑 몸으로 놀아주느랴 애쓴 아린이..^^ 아린이 일기 읽으니까 함께 못했던 순례기간이 더 아쉽네. 그래도 나도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어. 따끈따끈한 면허증은 잘 가져갔지?^^(by 빛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