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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고흥 71코스 제1부
고흥 녹동버스공영터미널-차경마을-어영마을-원동마을-어영마을-도덕우체국
20220510
1.도양중학교의 비탄과 어영마을의 넘치는 비석군
새로운 곳에 이르면 호기심과 함께 미지의 혼동스러움이 일어난다. 끝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길을 이어가면 그 혼동스러움은 덜하다. 지난 번에 끝난 지점이 낯익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데 전혀 낯선 곳에 이르면 당혹스럽고 위치 감각을 잡기가 어렵고 마치 사면초가의 상황처럼 막막해진다.
남파랑길 68코스를 끝내고 2주일이 지나서 1박2일로 남파랑길 69-71코스 탐방을 위해 고흥으로 떠났다. 첫날 71코스를 먼저 탐방하기 위해 고흥 녹동공영버스터미널 앞에 버스가 정차하였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엄습하는 그 막막함, 마치 절해고도에 이른 듯한 감정이 일어났다. 69코스 시작점에 이르렀다면, 68코스 끝지점의 낯익은 풍경을 만나 새로운 길을 떠나는 기쁜 마음이 출렁일텐데, 71코스 시작점에서는 모든 게 낯설고 미지의 새로운 것이기에 마음은 불안스럽게 흔들거렸다. 남파랑길 71코스 감상문은 그 완전히 낯선 길의 탐방 감상문이 되지 못한다. 왜냐 하면, 다음날 69코스와 70코스를 탐방한 기록을 남겼기에, 이제 71코스를 기록하며 사진을 살피니 69코스와 70코스를 걸으며 익힌 지리와 지형 감각 덕분에 71코스는 완전한 무지 상태가 아닌 이미 어느 정도의 위치 감각 속에서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낯선 새로움이 아닌 이미 체험한 길인 듯 71코스 탐방기를 기록하게 된다.
비봉산이 71코스 초반의 중심을 잡아준다. 비봉산 아래 비봉뚝길을 따라 비봉산 서북쪽을 돌아나가며, 만해사, 녹동고등학교를 거쳐, 차경길로 들어가 차경마을을 지나간다. 비봉산 자락의 마을들을 살피고, 뒤돌아보면 봉암리 녹동시가지가 친밀하게 들어온다. 차경구렁목길로 나가 대분저수지와 녹동현대병원, 안평마을을 살피고 농로로 나가면, 아! 활짝 열린 풍경에 마음 또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저 산, 저 길, 저 해안, 모든 것이 미지의 낯선 것이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하나씩 미지의 껍질을 깨고 환한 빛으로 존재를 알아차리게 한다. 비봉산, 거금도, 오마 제3호 방조제, 오마도, 오동도, 천등산과 딸각산, 이것들이 익혀지는 순간에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고흥 지역이 환한 등불이 되어 고흥의 진면목으로 살아나온다.
우주항공로 유전1교 아래를 지나면 통신탑 2개가 세워져 있는 장계산이 나즈막한 듯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그 동남쪽으로 도양읍 용정리 유전마을이 자리하고 그 북쪽에 도양읍 관리 관상·관중·관하마을이 위치한다. 정면 동북쪽으로는 도덕면이 내세우는 적산이 솟아 있고, 그 오른쪽 서남쪽에는 도양읍 관리 원동마을이 자리한다. 그 사이에 남쪽 오마방조제로 간척된 도덕면 도덕리 일대의 간척지 농토가 도양읍 관리 일대의 농토로 이어져 드넓은 옥토를 형성하고 있다. 농토에는 완효성비료인 '한번에측조' 비료 홍보판과 유기농법인 우렁이농법의 농토가 보인다. 그 농토를 가르며 동서쪽으로 우주항공로가 이어진다.
고흥로의 폐교된 도양중학교 입구에 도양중학교 기념비와 기념비건립취지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를 볼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프다. 인구 증가도 문제라고 하지만 인구 감소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어촌의 인구 감소는 국가와 세계, 인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도양중학교 옛 터에는 해조류바이오에탄올연구센터가 들어서 해조류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원동마을 고개를 넘어 도양읍 관리에서 도덕면 도덕리로 들어가 고흥로에서 빠져나가 어영마을 방향의 숲길로 이어간다. 농장의 유자나무들이 자라고 남쪽으로 천등산과 딸각산이 기준이 되어 분명한 위치를 잡아준다. 어영마을 입구의 대나무숲이 서늘하다. 대나무숲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준다. 어영마을은 고기가 헤엄치는 마을, 마을이 단정하고 어영회관 앞 정자가 멋지게 잘 지어져 있다. 열매가 주렁주렁한 팽나무 아래 어영마을 쉼터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걸어온 길이 되살아오지만 당시에 아는 지명은, 걸어오며 확인한 표지물에서 익힌 것이고 다른 것들은 미지의 상태로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지금 그 길의 곳곳이 밝은 이름으로 빛나며 제 존재를 이제사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을 건넨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무명의 어둠이지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소중한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어영마을 쉼터정자를 떠나 어영길을 걸어나간다. 이 길에는 폐허화된 안동 김씨 정려각을 비롯하여 효열부비를 비롯한 여러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이 비석들이 기념하고 내세우는 것은 혈족의 칭송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괜찮은 것일까? 칭송할 만한 덕이 있고, 돈이 있으면 세우는 것이지 비석 건립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비석들에 대한 내 편견이 문제일까? 이 시대에 바람직한 기념비석 건립이 필요하다면 어떠한 덕목의 비석이 될까? 덕목은 무슨 덕목? 비석 건립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으니 그대여, 그냥 길을 가거라.
어영길에서 고흥로로 나와 도덕면 도덕리 면소재지 학동마을 방향으로 이어간다. 율동마을 입구의 잘 조성된 꽃밭정원을 지나면 농산물집하장, 요즘이 마늘 수확철이다, 그래서 수확한 마늘을 판매하기 위해 싣고온 농부, 대형 트럭에 마늘을 가득 싣고 외지로 마늘을 판매하러 가는 기사들이 집하장 마당에서 분주하다. 남파랑길 고흥 지역을 탐방하면서 고흥 지역의 명산물이 마늘과 유자임을 알게 되었다. 마늘 농사가 풍년이 되었을까? 지난해에는 마늘 농사가 흉년이어서 마늘값이 비쌌는데.
도덕우체국이 고흥로 왼쪽으로 들어온다. 그 맞은편 고흥로 오른쪽에는 주차장과 넓은 도덕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도덕면 면소재지의 중심거리가 고흥로를 따라 왼쪽으로 자리한다. 남파랑길은 도덕우체국 앞을 통과하여 도덕초등학교 방향으로 이어진다.
제2부로 이어짐
2.걸은 과정
소개한 곳은 모두 71코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왼쪽에 솟은 산봉은 비봉산이다.
남파랑길은 비봉뚝길 끝에서 왼쪽으로 꺾어 비봉고물상 방향으로 비봉뚝길을 이어간다.
앞에 태양광발전소 시설물과 그 왼쪽에 만해사, 그 뒤쪽에 녹동고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성광농장, 성광에너지, 성광태양광발전소, 성광 전력관리 고흥지점 등이 위치해 있다. 이 지점이 도양읍 봉암리와 도양읍 용정리가 나뉘는 곳인 듯하다.
만해사는 도양읍 용정리에 위치한다.
도양읍(道陽邑) 용정리(龍井里) 장길(壯吉)마을은 1970년에 녹동항 부두 근로자 30여 명을 규합한 박장길씨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비봉산하 서쪽하능 서쪽 야산택지에 주택 30동을 건립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됐다고 하여 자신의 이름을 따 장길(壯吉)이라 함.(고흥군청)
오른쪽 차경길을 따라 차경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뒤쪽에 비봉산이 솟아 있고, 그 아래 장길마을이 위치한 듯.
표석의 글씨와 나무 그림이 멋지다.
차경(且耕)마을은 조선시대에 녹도만호가 주둔한 인접마을이므로 차경(且耕)이라고 불렀으며 지형이 또아리(또가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또가리를 훈차하여 갈고 또 갈고 하여 비옥한 전답을 일구라는 의미로 차경(且耕)이라 함.(고흥군청)
차경마을에서 차경구렁목길로 나와 안평마을 입구까지 차경구렁목길을 따라 진행한다.
대분저수지 건너편의 마을은 안평마을이다.
앞쪽에서 차경구렁목길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꺾어 농로로 진행한다.
도양읍(道陽邑) 용정리(龍井里) 안평(安坪)마을은 용수산이 있고 마을 뒷산에 큰 무덤이 있다 하여 “대분동”이라 불리다가 1965년 마을 들판을 수리 안전답으로 개답한 후부터 마을의 평안을 기리는 뜻에서 안평(安坪)이라 함.(고흥군청)
왼쪽 맨 뒤에 남파랑길 69코스에 속하는 천등산이 보인다. 이제 도양읍 용정리에서 도덕면 도덕리로 넘어간다.
맨 뒤 왼쪽은 고흥의 명산 팔영산으로 가늠된다. 왼쪽 끝에 보이는 마을은 도덕면 도덕리 백옥마을로 흰 옥이 많이 생산되어 백옥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남파랑길 70코스는 맨 왼쪽 뒤 해안길을 따라 뒤쪽 거금도 앞 녹동신항으로 진행하여 비봉산 뒤 녹동항으로 이어진다.
왼쪽 맨 뒤는 천등산, 중앙에 길게 이어진 오마 제3호 방조제는 왼쪽의 오마도와 오른쪽의 봉암반도를 가로막고 있다. 오마 제3호 방조제 오마도 언덕에 한센인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오른쪽 맨 끝은 거금도이다.
중앙 맨 뒤에 천등산, 중앙 오른쪽에 오마도, 그 앞쪽에 작은 오동도가 보인다. 오동도와 오마도를 가로막는 오마 제2호 방조제, 오마도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마 제3호 방조제, 오마도 언덕 위의 한센인 추모공원도 분명히 가늠된다.
녹동현대병원과 유봉영농조합법인을 거쳐 도양읍 용정리 차경구렁목길에서 도덕면 도덕리 농로로 들어와 걸어왔다.
오른쪽 농로를 따라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여 차경구렁목길을 건너 건너편 도양읍 용정리 유정마을 방향으로 진행.
앞의 도양읍 용정리 차경구렁목길을 건너 왼쪽 남파랑길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진행하여 위쪽의 마을로 진행한다.
위쪽에서 왼쪽으로 꺾어 농로를 따라 도덕면 도덕리 들판을 가로지른 뒤 다시 도양읍 용정리 차경구렁목길로 왔다.
71코스 2.9km를 걸었다. 18.9km를 더 걸어야 한다. 왼쪽의 비석은 관찰사 서상정 영세불망비
폐가들이 있다.
유전(柳田)마을은 옛날 이곳에 버드나무가 많아 그 버드나무 가지에 꾀꼬리가 집을 지을 터라 하여 한때 유전(柳田)이라 불렀으며 하류(下柳)에 해당하므로 “아랫유전” 이라 불리어 오다가 마을이 번성하고 규모가 확대되자 1943년 리동행정구역 폐합 시 상·하류(上·下柳)로 분동된 후 마을 이름을 유전(柳田)이라 함.(고흥군청)
중앙에 솟은 산은 산은 적산인 듯. 그 앞 오른쪽에 폐교된 도양중학교 터의 해조류바이오에탄올연구센터 건물이 보인다.
팜한농에 따르면 한번에측조는 모내기할 때 1회 처리하면 수확 때까지 더 이상 논에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100% 코팅 완효성 비료다. 질소와 인산, 칼리를 모두 코팅하고 양분이 용출되는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벼 생육에 맞춰 필요한 만큼의 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준다.(한국농어민신문, 2022.5.20)
남파랑길은 왼쪽 농로를 따라 건너편 산자락에 있는 원동마을 방향으로 진행하여 고개를 넘어 도덕면 도덕리로 넘어간다.
남파랑길은 도양읍 관리마을로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 원동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통신탑이 있는 장계산, 오른쪽 아래에 관하마을이 있다.
왼쪽은 걸어온 길, 오른쪽은 고흥로, 아래에 관리삼거리가 보인다.
폐교된 도양중학교 터에 해조류바이오에탄올연구센터가 들어섰다. 입구에 도양중학교 기념비와 기념비취지표석이 있다.
1951년 9월 개교, 1997년 3월 폐교, 2012년 3월 도양중학교 기념비 건립
원동마을 앞을 거쳐 고개를 넘어 도양읍 관리에서 도덕면 도덕리로 들어간다.
원동(院洞)마을은 옛날 마을 근처에 관사의 행정관소인 원(院)이 있어 마을 이름을 “원공”이라 칭하여 오다가 1620년 광해군 때에 원동이라 함.(고흥군청)
고개에서 오른쪽 차경구렁목길은 도덕면 도덕리 백옥마을과 도양읍 용정리 안평마을 가는 길이고, 고흥로를 따라 직진하면 도덕면 도덕리 어영과 학동으로 이어진다.
고흥군 도양읍 관리와 고흥군 도덕면 도덕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남파랑길은 고흥로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가 어영마을로 향한다.
맨 뒤쪽 남파랑길 69코스에 속하는 천등산과 그 오른쪽 딸각산이 보인다. 그 아래 봉긋한 산은 별학산인 듯.
도촌(비도리)마을은 도덕리의 중심이 되는 마을로써 비도리라 하다가 도자와 촌자를 합하여 도촌이라 한다.(고흥군청)
덕흥(상마당)마을은 덕으로써 마을의 번창을 바라는 뜻에서 덕흥이라 한다.(고흥군청)
어영마을은 마을 앞 연못에 물고기가 놀았으므로 어영(魚泳)이라 한다.(고흥군청)
쉼터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어영마을을 떠난다.
오른쪽 대나무숲 왼쪽의 기와집들은 무엇일까? 김해 김씨 사당 덕향사에 부속된 기와집일까?
통정대부 김해 김씨 옛 비석 옆에 청주 한씨와 금녕 김씨의 효부기적비 두 개가 새로이 세워졌다.
어영마을에서 오른쪽 어영길을 따라와 어영마을 버스정류소 앞 고흥로로 나왔다.
율동(밤골)마을은 예전에 마을 주위에 밤나무가 많아 “밤골”이라 부르다가 한자로 표기하여 율동(栗洞)이라 부른다.(고흥군청)
남파랑길은 우체국 앞을 거쳐 왼쪽 도덕초등학교 방향으로 진행한다.
제2부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