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단등곡>
秋風斷藤曲: 가을바람 타고서 이토를 처단한 일을 노래함
양계초(梁啓超-량 치 차오: 1873-1929)
추가취락관산월 (秋笳吹落關山月)
가을 피리 소리가 변방에서 처량할 적
역로청린조홍설 (驛路靑燐照红雪)
철포는 철길에서 붉은 피 뿌리었네
대국통귀선진원 (大國痛歸先軫元)
왜놈들은 이토를 애도하며 높이 받들었고
유민읍천성공혈 (遺民泣濺成公血)
대한인은 눈물 뿌리며 의사 순국 지켜봤네
유민애애기자손 (遺民哀哀箕子孫)
가련한 대한인은 기자의 후예이며
필로발석개삼한 (蓽輅襏襫開三韓)
초라하게 살았지만 삼한을 열었노라
피세이망진갑자 (避世已忘秦甲子)
잘 살아와 그 지난 시간 잊어버릴 참이요
우문환견한의관 (右文還見漢衣冠)
우수한 문화 받아들여 잘 가꾸어왔노라
곤기격파해약주 (鲲鳍激波海若走)
낙토 건드리려 파도 타고 온 일본이 있어
사방미인동마수 (四方美人東馬首)
모든 지식인들이 동쪽을 주시하게 되었네
한양제희무이삼 (漢陽諸姬無二三)
대한을 이미 통제하여 중국조차 위협하고
흉중운몽탄팔구 (胷中雲夢吞八九)
온세상 다 삼키려는 생각조차 품었구나
기시해상삼신산 (其時海上三神山)
이 때도 바다 너머에 대한과 왜가 있어
검선기객시왕환 (劍仙畸客時往還)
출중한 인물들이 나타나 움직이더라
진단초성천년몽 (陳摶初醒千年夢)
세상의 눈길은 이 긴장 국면에 쏟아지고
도간난투일일한 (陶侃難偷一日閑)
위인들이 떨쳐 일어나 살 길을 도모했네
중유일선천회변 (中有一仙擅獪變)
그 틈에도 교활하고 간교한 자 있어
술여적송학만천 (術如赤松學曼倩)
잔머리 굴리고 혀 놀리며 나타나
이득요지령초목 (移得瑶池靈草木)
서양에서 기술을 베껴와서
종장동해상전편 (種將東海桑田徧)
자기 땅에 이식했다네
루대탄지이장엄 (樓臺彈指已莊嚴)
발빠르게 커져서 덩치가 생기더니
년소여경고불렴 (年少如卿固不廉)
연륜도 없이 야심만 부풀렸구나
탈영추녕안구탁 (脱颖錐寧安舊槖)
자신의 분수를 망각하고
발형도의시신섬 (發鉶刀擬試新銛)
칼날을 밖으로 돌렸네
오호기자제좌우 (嗚呼箕子帝左右)
아아, 대한의 군신이여
청비불휼충여유 (聽卑不恤充如褎)
백성의 고통이 안 보였더냐
천외수운진초가 (天外愁雲盡楚歌)
거대한 위기가 닥쳐옴을 모르고서
장중락사유순주 (帳中樂事猶醇酒)
술마시며 즐겨함은 그 무슨 짓인고
거구자행벽이융 (渠邱自幸僻夷戎)
작은 나라라 그랬는가
우공갱시진오종 (虞公更恃晋吾宗)
왜 그리 위기의식이 없었던가
위장희옥대이경 (謂將犧玉待二境)
왜놈의 이간질에 넘어가다니
기유작각천중용 (岂有雀角穿重墉)
어찌 그리 어리석었단 말인가
빈년일척투진초 (频年一擲鬪晋楚)
왜와 중국이 대한을 두고 다툴 적에
량고지간난위부 (兩姑之間難爲婦)
가운데에 낀 며느리 같았던 대한이여
녕문휼방리어인 (寧聞鷸蚌利渔人)
그 옆에서 그 누가 득보았으랴
공여어육천도조 (空餘魚肉薦刀俎)
대한만 도마 위의 생선 꼴이었구나
대계쇄관소계웅(大鷄鎩冠小鷄雄)
큰 닭과 작은 닭이 다투더니
추탁충의여전봉(追啄蟲蟻如轉蓬)
작은 닭이 벌레를 쪼아먹듯 하였네
사거이이진구현(事去已夷陳九縣)
이겼다고 해서 노략질하던 왜를 보라
명고환옹익제종(名高還擁翼諸宗)
겉으론 위하는 척 하며 속으론 움켜쥐었네
북문침침경엄약(北門沉沉扃嚴鑰)
감히 임금까지 궁궐에 가둬두고
와탑녕용한성착(卧榻寧容鼾聲著)
강탈하고서 제 것이라고 우겼네
조질방류태자단(趙質方留太子丹)
임금은 인질이 되어 만국에 호소할 제
허강선술공손획(許疆旋戌公孫獲)
왜놈은 끊임없이 파고들어 강압하였네
파파국로정원후(皤皤國老定遠侯)
흰 머리 날리는 우두머리가
동방천기래상두(東方千騎來上頭)
위세를 떨며 나타났구나
요현상인작도통(腰懸相印作都統)
대한의 장군으로서 당당하였고
수박조호접비노(手搏雕虎接飛猱)
용맹하여 거침없이 해치웠네
저공부우은고후(狙公賦芋恩高厚)
일본은 베푸는 양 국채를 만들고
독아여부후여모(督我如父煦如母)
부모처럼 위장하며 돌봐준 척 했네
수언연수비서가(誰言兗樹靡西柯)
외교를 못하게 목조르고
좌견제봉작동무(坐見齊封作東畝)
강토를 마음대로 침탈하였네
아택여춘피서리(我澤如春彼黍離)
망국에 통분하여 각지를 떠돌더니
신정풍경사인의(新亭風景使人疑)
나라 위해 죽을 뜻을 더욱 굳혔노라
인민성곽유금일(人民城郭猶今日)
겉으론 달라짐이 없다고 말할텐가
문무의관이석시(文武衣冠異昔時)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고 있었노라
소제불감내하제(笑啼不敢奈何帝)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허수아비 임금은
문객하능과인제(問客何能寡人祭)
계속 종묘제사 받들도록 해주겠냐 한다
진정미반신자차(秦廷未返申子车)
국권 회복 위해 해외에서 분투할 제
한궁선옹상황혜(漢宮先擁上皇篲)
왜놈은 황제를 욕되게 물러나도록 했네
십만성중욱일기(十萬城中旭日旗)
왜구가 이미 대한을 통제했으니
최련침취태평시(最憐沉醉太平時)
태평세월에 취할 때가 아니었다
채인호무영배도(蔡人呼舞迎裴度)
앞뒤 분간 못하고서 왜놈을 용인하여
완마침치범이사(宛馬駸馳犯貳師)
마구 날뛰는 행패를 두고 봐야 했던가
불식시무수가자(不識時務誰家子)
시류에 섞이지 않은 이 여기에 있어
내학범문기속사(乃學范文祈速死)
성공커나 실패커나 죽기로써 결행했네
만리궁추예양교(萬里窮追豫讓橋)
죽이기 위해 예양 처럼 추적하였고
천금심습부인비(千金深襲夫人匕)
권총을 구해 형가 마냥 다듬었네
황사권지풍노호(黄沙捲地風怒號)
바람은 땅을 휘몰아 분노하고
흑룡강외설여도(黑龍江外雪如刀)
흑룡강 눈발은 칼처럼 매서워라
류혈오보대사필(流血五步大事畢)
이토 처단은 성공하여
광소일성산월고(狂笑一聲山月高)
대한 만세를 드높게 외쳤구나
전로마성성특특(前路馬聲寒特特)
거사 성공은 각국에 알려지고
천변망기개성묵(天邊望氣皆成墨)
긴장되는 분위기가 엄습하였도다
합문이실무원형(閤門已失武元衡)
왜놈들은 놀라면서 분개하나
박랑시경창해객(博浪始驚滄海客)
중국은 놀라면서 찬탄하네
만인찬수간형경(萬人攢首看荊卿)
모든 이가 형가를 본 듯 높이었고
종용여부여평생(從容對簿如平生)
옥중에서도 당당하게 대적한 장군이었네
남아사이안족도(男兒死耳安足道)
사나이가 죽음 앞에서 살 길을 구하리오
국치미설명하성(國恥未雪名何成)
나라 치욕 못 씻고서 이름을 남기리까
독록독록수심탁(獨漉獨漉水深濁)
치욕은 깊고 흐린 물처럼 고여있고
사수년년한상속(似水年年恨相續)
한스러움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돌재물위진무인(咄哉勿謂秦無人)
왜놈들이 대한을 얕보았구나
행의응지봉유독(行矣應知蜂有毒)
꿀벌에도 독이 있음을 몰랐더냐
개세공명로국상(蓋世功名老國殤)
이토의 공명이 세상을 뒤덮었어도
명명풍우송귀장(冥冥風雨送歸檣)
죽어서는 짐짝으로 실려가는 신세니라
구중철락빈양로(九重撤樂賓襄老)
왜왕의 슬퍼하는 꼴 좀 보소
사녀공려곡무향(士女空閭哭武鄕)
시민들도 우르르 몰려나왔다네
천추은원수능송(千秋恩怨誰能訟)
은혜와 원한을 그 누가 많다 적다 하리오
량현각유태산중(兩賢各有泰山重)
두 사람 모두 태산처럼 무거웠던 것이라
진로사승안자편(塵路思承晏子鞭)
이토는 그저 왜국에 충성하였을 뿐이고
방린의접요리총(芳隣擬接要離塚)
안의사는 그 마땅한 일을 결행하였도다
일곡비가동귀신(一曲悲歌動鬼神)
슬픈 노래 하나가 귀신을 울리고
은은상엽조황혼(殷殷霜葉照黄昏)
서리 맞은 잎새는 황혼에 비친다
측신서망루여우(側身西望淚如雨)
중국을 보매 눈물이 비처럼 흐르노라
공견위루수수인(空見危樓袖手人)
위태로운 이 나라를 누가 있어 구하리까.
(맹강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