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체의 휴일도 없이) 거실과 욕실을 계속 반복해 오가며, 쿵쿵, 딱딱, 쾅쾅 내려치고 부딪치는 작업질, 특히 욕실에서 장시간 머물며 욕실 바닥에 물을 좍 쏟아부으며 하는 작업질은 분명 일반 가정집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매일 밤샘 작업질까지 하니 여느 가정집에서 이런 일상생활을 할 리 만무하다. 동태 같은 냉동식품/식자재를 가져와 해동하고 가공하면서(반찬 같은 걸로 만들면서) 벌이는 작업질, 난동질인 것이다.
윗집 여자가 곧잘 반찬통 같은 것을 들고나가고 남자가 큰 반찬통들을 양손으로 받쳐 들어 엄청 많이 가지고 나가는 것도 봤다. 또 여자들 서너 명이 와서는 밤새 작업질하고 아침에 모두 큰 뭉치 짐들을 양손에 들고나가는 것도 봤다. 예전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물건(식자재)이 들어왔다. 물건이 들어온 날은 온 거실을 쿵쿵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거실 바닥에다 내려치면서 폭탄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을 내고 또 어김없이 밤샘 작업을 했다. 새벽에도(2시든, 3시든) 거실 바닥에다 쾅 하고 폭탄 터지는 것 같은, 절구통 떨어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음을 냈다.
동태와 같이 꽁꽁 얼어붙은 냉동 식자재의 경우 자연해동이 잘 안되다 보니 쿵쿵 내려쳐야 하고 물에 담가 두기도 하고 씻기도 해야 해서 거실과 욕실을 번갈아 들락거려야 하고 욕실에서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비린내 때문에 세제나 방향제를 유달리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 베란다에서 세제 냄새가 거실 쪽으로 많이 들어왔고 욕실에 지독한 방향제 냄새가 가득 차 온 집안에 퍼지기도 했다. 윗집으로 '산도깨비'라는 방향제가 상자째 들어온 것도 봤다.
그러면 왜 지금도 계속 굳이 밤샘 작업까지 하는 걸까?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사람 눈에 띄거나 들킬 염려 없이 편안하게 판을 벌여 놓고 (양념 같은 것을 섞고 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하나는 정신 질환적 문제다. 윗집의 경우 셋 다 해당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부에 노출될 위험 없이 편하게 작업질하기 위함이다. 굳이 밤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외부에 노출될 위험 때문에 매일 밤샘 작업질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신 질환적 문제도 함께 있다고 보인다. 어떤 이유나 목적에서도 매일 밤샘 작업질을 한다는 건 정상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모두 야매로(무허가 불법으로) 해 세금도 안 내니 수입이 짭짤할 것이다. 그 돈맛에 그 짓거리를 못 버린다. 이와 아주 비슷한 것(매일, 밤새 하는 작업질과 악성 층간소음)으로 집에 농작물을 가져와 벌이는(집에서 세척, 가공해서 어디다 넘기거나 내다 파는) 작업질/난동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