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대종사가 세연(世緣)을 다 하시어 불기2567(2023)년 11월 29일(음 10월 17일) 오후 6시 50분 안성 칠장사에서 법랍(法臘) 51년, 세수(歲壽) 69세로 원적에 들었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자승스님께서는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정법 포교에 임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의 근본 목적인 해탈, 열반, 성불 깨달음의 세계에 대해서 항상 그 경계선상에서 계셨던 것 같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제가 볼 때는 상당한 기간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다만 그 시기가 이때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인은 잘 이해를 잘 못하시겠지만 수행자 사이에서는 충분히 있는 일"이라며 "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 방하착(放下着·내려놓으라는 뜻의 불교 용어) 이라는 화두가 있다"고 소개했다.
진우스님은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을 향해 쓴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또 자승스님의 거처에서 여러 장의 유언장이 발견되었는데, 평소 해오신 생과 사에 대한 말씀 및 종단에 대한 당부 등이 담겨 있었다. 자승스님은 유언장에 "총무원장 스님께"라고 적은 뒤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고 당부했다. 또한 수행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도 남겼다.
“상월선원과 함께 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합니다. 우리 종단은 수행 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승스님은 다음과 같은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그 누구도 감행하지 못할 '소신공양'으로 큰 깨달음을 준 자승큰스님. 불꽃처럼 살다 불꽃처럼 가신 스님이 마지막 남긴 열반송이 사부대중들에게 '부처님법 전하라'는 큰 울림으로 널리 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