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이야기
붐비는 출근시간 아침, 버스를 탔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는 버스로
약 40여 분이 소요되는 다소 먼 거리다. 행여나 길이라도 막히면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모두 5분 10분이 급한 출근 버스…. 버스 기사도 그 마음을 아는지 과감
하게 운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정류장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오르셨
다. 무릎이 불편한지, 매우 힘들게 오르시더니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무임승차를 할 수 없겠느냐며 사정을 했다. 버스 기사는 짜증 섞인 목소
리로 그럴 순 없다면서 빨리 내리라고 화를 냈다.
모두들 출근이 바쁜지 어서 빨리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적어도 이 버스 안에서는 할머니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인 셈이
었다. 버스 기사는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듯 더욱 강경하게 할머니에게
내리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주시하고만 있었다.
이때 어느 착하게 생긴 남자 대학생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운전석 쪽으
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주목했고 할머니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학생은 지갑에서 1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버
스 요금통에 넣고는 말했다. "할머니 그냥 타세요."
그리곤 버스 기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지금 1만원을 넣었으니
이제부터 이런 할머니들 타시면 태워주세요."
버스 기사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다
만 각자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물론 버스회사의 규칙상 무임승차는 안 되므로 버스 기사의 행동은 원칙
적으로는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할머니가 한 정거장을 무임으
로 승차했다고 해도 아무도 그 버스 기사가 잘못했다고 하지 않을 것이
다. 아직까지 이 사회는 정이 더 통하는 사회임이 분명하므로--
오늘 아침 자가용으로 출근하면서 어느 할머니께서 버스를 기다리고 계
신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청년은 지금도 그때의 용감한 젊음으로 정의롭
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박정홍, 부산시 금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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