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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 안의 우주, 김석환의 세계 스크랩 금산령 장성에서 사마대 장성까지
김석환 추천 0 조회 38 08.02.03 21:2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금산령 장성에서 사마대 장성까지의 오늘 산행은 내가 본 중국의 만리장성 중에서는 제일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멀리까지 그 장성의 끊없이 이어지는 느낌을 확실하게 관찰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적당히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걷는 느낌이 좋았고 그 부셔져 보수 안된 모습이 천연스러워서 좋았다.

폼페이에 갔을 때 느꼈던 느낌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폼페이는 옛 사람들의 숨결을 오밀조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면 장성은 그들이 숨결을 계단을 따라 발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그 모두가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통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닳고 무너진 벽돌 하나하나에서 그들의 애환의 흔적을 읽을 수가 있었다는 점이 같았다.

적당히 노력을 들여 얻어 지는 피곤함이 오히려 그 옛날 중국인 들이 이 성을 쌓을 때의 노고에 약간이라도 접근하는 것 같아 계단을 한 발짝씩 디딜 때마다 그들의 숨결과 같이 하는 기분이었다.

노역에 흘린 피와 땀이 오랜 세월을 건너 뛰어 내 뻑뻑해져 오는 허벅지와 헐떡이는 가슴에 와 닿는 것만 같았다.

그건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인간 본래의 삶에 대한 천착 바로 그것이 아닐까?

내가 내 딛는 이 발자국 하나 하나가 지금의 나의 삶이듯이 중국인들이 만들어 쌓은 그 벽돌 한장한장이 그들의 삶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 때나 지금이다 그 고단함이 어느 날 끝나고 나면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다.

공기와 바람과.

이제 또 언제 올 지 모를 만리장성은 나한테 아쉬움과 함께 세월이 그 장성의 긴 꼬리를 따라 흐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추자장 입구의 전봇대 지지줄에 묶인 천 나부랭이,

우리를 반기는 듯 적당히 나부대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펄럭이는 것을 어디에고 걸고 매다는 것을 좋아한다.

그 들이 폭죽을 좋아하는 것처럼.

 

입구의 그림 간판.

 

 

조금 오르니 장성은 금방 내 발에 밟히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지날 만큼 넓은 곳도 있지만 이처럼 좁은 곳도 있다.

 

 장성 틈 사이의 잡풀.

이제는 말라 비틀어져 있을 망정 그 모습은 명백하다. 잡풀도 혼이 있다면 저 속에 아직도 있을 법하다. 씨에서 씨로 올라가면 장성을 지었던 사람들과 같이 한 시간이 있을 법.

 

 초소의 창 사이로 멀리 산들의 겹침이 아스란하다.

공기에 의한 원근이 아름답다.

 

모든 산과 능선의 맨 꼭대기만을 끝없이 지나가는 장성의 모습.

 

 부서지고 헝클어져 오히려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모습이 진실하다.

 

 

 

 

 능선에 살며시 내려앉은 장성의 그림자.

 

 

 주인은 식사 준비 중.

 

 어찌하다 근경 중경 원경이 다 잘 나왔다.

나 같은 사진 비전문가는 오로지 '올방구'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못 생긴 여자도 이런 저런 각도와 시간을 달리하며 사진을 한 천 장정도 찍으면 잘 생긴 얼굴 사진이 한장 정도는 나오는 이치와 같다.

 

 누군가의 산행 짐,

 

 

 줄거운 식사시간.

천 년의 숨결 속에서의 식사시간이 얼마나 남 다른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친절한 만리장성,

 

 풍화된 벽돌의 구멍난 모습이 오히려 다정하다.

 

  뭐가 언잖은지 각을 세운 장성.

 

 

 가까스로 이은 선.

인생도 그저 버티는 것만 큰 의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하지만 한 번이면 모를까 그게 반복될 때는 힘들다. 그래서 노년은 아름답다.

 

 쉬면 허벅지에 전해오는 옛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망루에 서서 저 능선들을 무념으로 바라보노라면 적이 쳐들어 와도 몰랐을 것만 같다.

 

만리 장성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

하도 길어서 아무리 꼬리를 자르려고 해도 꼬리가 어딘 지 몰라서 자를 수가 없다.

그냥 버리고 가는 길 밖에 없다.

 

 

"어이 진 병사 밥먹어!"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반듯한 면위에 자유롭게 박힌 전돌들이 모들리안의 면 추상 작품 이상의 깊이다. 

 만리 장성에서 뜀박질은 좀 곤란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잠시 뿐이다.

 

 

 어디에 쓰였던 삼각형 벽돌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이 용도가 있는 것이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디딤돌로 쓰일 뿐,

아무도 그 용도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잘 쓰이면 그만인가 보다. 문화재가 많아도 골치다.

 

 

 벽돌을 토해내는 아치 창문.

 

 쪽문 창이 있어서 대문도 아름답다.

거기에 더해진 장성의 곡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즐거움이다.

 

 하늘로 올라가는 장성.

지저분해도 하늘로 가는 길이기에 아름답다.

 

 역사고 문화재고 다 귀찮다.

 

 화살통 메고 투구 쓴 누군가가 "어이!"하면서 저 아치형의 문 넘어에서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잡풀도 장성을 따라 간다.

 

 장성의 3중주.

 

 장성을 벗어나 멀리 양떼를 당겨 봤다. 양치기는 세월을 뜯기고 있다.

 

 잡풀의 점점이 사이로 보이는 장성.

 

공룡의 등 같은 저게 '사마따이' 장청이다.

장성이 꼭 능선의 맨 꼭대기를 지나야 한다는 원칙이 역사의 깊이를 더하고 우리의 시선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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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2.04 10:51

    첫댓글 제가 직접가서 본다 해도 이리 멋진 각도로 볼까 ? 싶을 만큼 김샘의 시선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만리장성 제대로 감상하고 갑니다. 게다가 설명은 더 적절하게 느껴지구요~!

  • 08.02.04 11:07

    ㅎㅎㅎ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 특이한 목소리와 독특한 어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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