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산행기 (2023. 12. 2) 18회 구광섭
불암산 산행기
산행일 인근에 철 이른 추위가 연일 계속 돼 평소 오시던 동문들이 많이 안 나오셔서 지난 가을철 인원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참석하였다.... 실제 참석하신 인원은 사진속 인원 보다 많은 약 30여명 이었다.
* 산행일시 : 2023년 12월 2일(토) 10:00
* 참가인원 : 재경 청원산악회원 및 가족 약 30명
* 산행지 : 불암산(佛岩山)
서울 노원구와 남양주시 소재, 높이 503m
* A코스 : 약 5.5Km, 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
당고개역1번 출구- 시티다방옆-경수사-천보사-폭포
약수터- 능선사거리-불암산 정상-거북바위-깔딱고개-
불암체육회-천보체육회-식당(거북흑염소)
* B코스 : 약 4km. 소요시간 약 2시간30분
당고개역1번출구-시티다방옆-경수사-천보사-폭포 약수터-능선사거리-불암체육회-천보체육회-식당
때 이른 겨울 추위가 연일 계속 되어 살짝 감기 기운이
스며든데다 간밤에 술자리 모임에 다녀온 탓으로 컨디션이 별루인 상태다.
오늘은 불암산 산행 날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아직 어스름 새벽녘인데도 벌써부터 덜컥 겁이나 잠이 확 달아난다.
to be or not to be 정도는 아니지만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
보느라니 가급적 그냥 누워 다시 잠들고 싶은 유혹이 장난이 아니다.
갈등이 오락가락 하던 차에 “참석” 이라고 산행 신청을 이미 했었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상기하며 아무래도 그냥 뭉갤 상황이 아니라는
자각과 “누죽걸산”이란 굴러다니는 경구가 불현 듯 스치며
용수철 튕기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아내의 궁시렁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두어 차례 환승을 거쳐 당고개역에 도착하니 정다운 선후배님
그리고 가족 일행들이 눈에 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회비를 내고, 산행안내도를 받아든다.
산행 안내도를 들여다보며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힘이 덜 들고, 일신 편한 것이 인간 본성이던가..
기왕 왔는데 무조건 A코스를 가리라 마음먹었다.
최준묵 대장의 우렁찬 체조 구령 속에 핫둘 셋 넷 ~~!!
불암산 등정 입구에서 최준묵 대장의 힘찬 구령 속에 체조로 몸을 풀고, 산행 안내와 주의사항을 듣고, 합동 촬영을 마치니 어느덧 10시25분이다.
이제 본격 불암산과의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불암산은 서울 인근의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등의 기세와 유명세에 눌려 뻔 좋게 명함을 내밀 처지는 못 되지만 주변에 인구가 많은 APT단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전철이 연계돼 있는 등 교통이 편리하며 산이 높지 않아 가볍게 오를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테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국가대표선수들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산이 바로 불암산이라고 하니 체력단련을 위해 어지간히 이 산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반복하는가 보다.
경수사, 천보사 입구 안내표지....
한 15분여를 오르니 사찰 경수사 입구에 이른다, 일행 일부는 부처님께 인사 올린다고 경내로 들어가고 .. 계속 전진하니
이번엔 천보사가 눈에 들어온다. 줄곳 오르막을 걸은지 35분.시간은 11시..능선사거리다. 정상까지 1.4Km 길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벌써 땀이 흐르고 숨은 턱에 걸린다.
그때 최대장이 5분간 휴식 !!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
일부 겉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한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또다시 전진이 시작 되었다.
바위위에 흐르던 물이 얼어 빙벽을 이루고.... 고드름이 주렁주렁.....
한참을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이번엔 허옇게 얼음으로 뒤덮힌 빙벽이 보이고
얼름 속으론 작은 폭포를 이루어 물이 흐르고 바위 둘레에는
고드름이 촘촘히 운치있게 매달려 있다.
사진고 찍고 신발끈도 고쳐 맨 다음 계속 전진이다.
산의 중간부 쯤 왔을까 싶은데 계곡과 인접한 바위가 얼어붙어
미끄러워 옆에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으로 우회하여 걸었다.
평지는 거의 없고 순전히 계속 오르막 구조라서
비록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닌데도 진땀이 났다.
불암산은 멀리서 보면 부처님의 모습을 닮은 바위산이라고 해서
불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덕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락산과 이웃해 있어 종주도 가능한데
체력이 강한 등산 애호가들은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순으로
5개산을 종주하는 불수사도북 5산종주가 유명하고
15시간 이상 소요 된다고 한다.
1시간 반 가량 죽을힘을 다해 오르고 또 오르니 거대한 바위들이 눈에 띄고, 하늘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정상이 거의 눈앞인 듯. 그야말로 고지가 바로 저기다.
집채만한 바위들 마다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지친이들을 부축해 주고, 또는 동아줄을 매듭지어 매달아 놓아 잡고 오르도록 배려해 설치한 분들께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크나큰 바위에 이르니 여기가 정상이려니 했는데 석장봉이란다. 그래도 예까지 온 것이 어디인가..
절반 쯤의 성공으로 여겨졌다.
석장봉에서 폼 잡고 인증샷 한컷 ~~!! 뒤로 불암산 정상 국기봉이 보인다....
우리 일행들은 벌써 정상쪽으로 진격하는지 안보여
낯선 분께 인증샷을 부탁하고 정상 쪽이 보이도록 한껏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서둘러 나도 정상으로 나무계단을 부지런히 밟으며
거대한 바위 사이를 돌고 돌아 위로 나아갔다.
그때 쥐바위라고 게시된 표지가 보이고 정말 쥐 비슷하게 생긴 큰 바위가
입을 살짝 벌린 형상을 하고 앉아있다.
마지막 거대한 바위 정상을 동아줄에 온몸을 싣고
전쟁터 군인이 고지를 점령하러 진격하듯 정상 국기봉으로 치달았다.
후유~ 드디어 정상이다~!! 12시 15분이다. 약2시간 걸렸다.
불암산 국기봉 정상에 서니 그야말로 일망무제~!!
산 아래로는 상계동 일원이 한 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별내와 멀리 진접 일대까지 조망된다..
불암산 정상 국기봉 ....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 국기봉에서 바라본 뒤쪽 정경... 별내 지역과 멀리 진접까지 조망....
우리 일행 선배님께서 다른 동료들 인증샷을 해 주시느라
연신촬영 폼을 잡고 계셔서 나도 부탁을 드려 소중한 인증샷 한컷을 건졌다.
정확한 기억은 안되는데 수년만에 불암산 정상에 오른 것이다.
마음이 뿌듯하고 가슴이 후련하며 피곤이 말끔히 가신다.
성취란 크든 작든 이리도 기분 좋고 즐거운 것이거늘 나는 평소 삶에서
이런저런 일상에서 성취를 맛보고자 하는 열정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의 단점이라고 볼수 있는 지점이다.
잠시 잠깐의 상념에 빠진 순간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일행의 모습이 감쪽 같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벌써 금세 다들 내려갔나...
서둘러 자일을 타고 맹수에 쫓기는 사슴처럼
건덩건덩 바위에 설치된 자일을 잡고 내려와 아래쪽을 아무리 봐도
일행들의 모습은 종적이 없고, 챙이 좀 넓은 모자를 쓰고
약간 호리한 중년 남자 한분이 보이는데 그분이 이재식 재무인듯 하였다.
새삼 반가워 언능 추격해 내려 갔더니 다른 사람이었다.
이거 큰일 났구나.... 하산길을 전혀 모르는데....
내 등산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난감하였다.
식당이 상계역 인근이라던 것이 기억나서 상계역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을 물으니 그 중년남자가 자기도 그쪽으로
가니 따라 오라하여 쫓아가는데....
웬 걸음이 그리 빠른지 마치 축지법을 쓰는 듯 하였다.
그 사람을 놓지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해 필사적으로
쫓아가니 무릎 도가니가 시큰시큰 하였다.
그럴망정 산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점심시간을 놓치는 것 보단 낫겠다는 일념으로 죽을힘을 다해 좇아 내려 왔더니 어느덧 불암산 관리사무소에 이르고 그곳에 회장님 등이 계셨다.
하산을 마치고 불암산 관리사무소앞에 게시된 불암산 등산안내도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시간이 13시10분이다. 정상에서 12시30분경 하산을 시작했으니
거기까지 약 40분만에 단숨에 내려온 것이다.
시간상으로 볼 때 내가 불암정을 지나올떄 거기서 한잔을 했다는
조성철 동기, 최준묵 대장 등 일행은 한참 뒤에야 관리사무소에 나타났다.
어쩄거나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하산하여 천만다행이고 기분이 좋았다.
평상에 앉아 쉬시던 인상이 좋으신 14회 엄기덕 선배님께서
모과주 한잔과 건포도 안주를 주시는데 평생 마신 그 어떤 술 보다도
꿀맛이었고 그 맛을 잊을수 없다.
식당 메뉴는 흑염소탕이었다.
근래 그런 메뉴가 드물었기에 정말 맛이 색 달랐고
품위가 있다고나 할까...암튼 굿이었다.
최준묵 대장의 사회로 간단한 회의가 진행되고,
회장님 인사 말씀과 양희철 작가님 시상,
그리고 우렁찬 함성으로 건배 외침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오늘 산행을 위해 희생 봉사를 아끼지 않으신 회장님,
산악대장님 넘넘 애쓰셨고 감사합니다...
이로써 오늘의 불암산 산행일정이 막을 내렸다.
보잘 것 없는 산행기를 읽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끝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그날 컨디션이 별로였구먼. 좋은글 잘 읽었어요~~~
재밌게 잘읽었네 ~
다음 산행때 봄세 ~~~
불암산을 다시 오르는 듯한 생생한 산행기,
감칠 맛 나게 잘 쓰셨네요.
수고하셨고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