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4.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도대체 왜 이리 바쁜 거야. 추석 연휴 지나면 한숨 돌리나 했는데 여전히 몸은 쉴 여가가 없다. 추석을 핑계로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하는 와중에도 또 미뤄야 할 일들이 숱하다. 몸은 하난데 무시 못 할 일들은 항상 겹치기로 생긴다. 고르고 골라 미루는 일들조차 사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다 과로로 쓰러지는 건 아닐지.
반드시 이때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9월 말이나 10월 초 정도가 되면 붉은 화려함을 시샘하듯이 군락으로 피는 꽃무릇은 딱 맞는 시기가 있다. 지금 당장 영광 불갑사나 고창 선운사로 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 가는 사람 열 중에 일곱 여덟은 꽃무릇이라 하면 불갑사를 꼽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평생토록 불갑사 언저리에 가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꽃무릇 여행을 떠나야겠다.
시간을 다투는 것도 있다. 자칫 서리가 내리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서둘러 일한 이들은 추석 전에 쪽파를 파종했다. 벌써 보름이나 지났으니 양자택일해야 한다. 오늘 당장 땅을 고르고 알뿌리를 심든가 포기하든가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머뭇거리기에는 너무 촉급한 상황이다. 기름내 솔솔 나는 파전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만사를 제쳐놓고 서둘러 해야 할 일이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땅콩이랑 고구마를 생각하면 그들에게 몹시 미안하다. 5월 중순부터 여태까지 땅속에 묻혀있다. 이일 저일로 계속 미뤄지다 보니 9월 말이 되어버렸다. 땅콩 속껍질에 곰팡이가 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인해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둘러 수확하고 여럿이 나누어 빨리 소비하는 게 상책이지만 생각뿐이다. 굼벵이가 고구마를 다 파먹었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다. 10월 초순에 수확하겠다는 이도 있지만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고구마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 자명하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세상 구경도 다녀야지, 맛집도 들러야지, 친구도 만나야지. 이렇게 바쁠 때는 이방원의 <하여가> 중장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만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대충하자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면 될 대로 되라는 뜻을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맘 편하면 제일이지” 말은 그렇게 내뱉지만, 맘은 딱히 편하지 않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대우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우중 회장의 저서 제목이다. 시간이 모자라 일을 못 하겠다는 놈이 들먹일 자격이 없지만 참 멋진 말인 것 같다.
첫댓글 나이도 먹었고 몸도 쳐질텐데 쇼파에 퍼질러 옛일을 추억할만도 한데 ᆢ용수철이가? 뭐가 이렇게 내내 튀어오르는 생각만하노? 신기할따름이다
아들 상견례도 미루고 자기볼일 보는사람이니 더 할말도 없다
미루지 않으려고 이것도하고 저것도하고 다 해 보려고 하는데 불가능해. 진짜로 다 할 수는 없어. 골라야 해. 그런데 고르는게 더 어렵다.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