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시대 여인의 지위를 이해하려면
먼저 ‘집안’이라는 말이 성경에서 어떤 뜻 으로 사용되었는지 알아야한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장성한 아들과 며느 리와 손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집안 (창세 31,28 참조)이라 부른다.
여기에 남종 과 여종, 재산을 보호해주는 장정들 (14,14; 33,1), 과부와 자녀들 (2열왕 4,1)
또는 홀로 남은 과부 (창세 38,11)도 포함된다.
성조들은 여러 아내를 두었다 (창세 28,9; 30,9).
임금이나 부유한 남자는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표시로 수많은 아 내와 후궁을 두었다 (2사무 5,13; 1열왕 11,3).
성경에 따르면 대가족 형태의 가정은 신약시대에도 유다인과 그리스인 모두에 게 삶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1티모 5,4).
왕정시대에 권력이 수도에 집중된 이 후에도 백성의 생활은 고향에 자리한 집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내는 집안 살림의 중추 역할을 했다.
곧 타작을 하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빵을 굽고 곡식을 말리고 실을 자아 천을 짰다.
성경은 성조 시대 여인들을 높이 평가하는데 이는 라헬과 레아를 기리는 룻기 42장 11절과
바오로가 사라와 하가르를 비유적으로 언급한 갈라 4장 21-31절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녀들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해야 한다는 다섯번째 계명 (레위 19,3)도 마찬가지다.
성경시대 여인들이 자기 집안이나 다른 집안 여인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 (마태 24,41; 루카 17,35)이 라는 구절도 신약 시대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당시 여인들에게 공동 작업이 관행이었다는 것은 마르타가 동생 마리아를 두고 예수께 불평하는
장면 (루카 10,40)에서 짐작할 수 있다.
성경은 또한 고대 이스라엘 고원지대에서 여인들이 이삭줍기 (룻 2,2)와 양치기 (창세 29,9)와 포도 경작 (아가 1,6)을 했다고 전하는데 이는 당시 여인들의 대표 적 농업 할동이었다.
도시 여인들은 아버지나 남편의 직업을 따랐으며 (사도 18,3), 건축 현장에서도 일했다 (느헤 3,12).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 이야기에 서 여자가 집안 경제 문제에 관여했음 (사도 5,1-11)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자기 집안의 생존과 관련된 모든 일을 주로 했기 때문에 자급자족하던 시골과 옛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안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왕정 시대의 궁이나 대저택에서는 아름답고 젊은 소실 (1열왕 1,3)이 정부인이 하던 일과 권력 을
나누어 가졌는데 이는 도시 가정의 특징이다.
잠언 31장 10-31절은 훌륭한 아내를 칭송한다. 훌륭한 아내는 생존에 필요한 여 러 가지 집안일을 두루 보살핀다.
‘훌륭한 아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는 잠언 말 씀은 덕과 품위가 있어 존경받는 성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들은 본래의 히브리말 ‘에셋 하일 (강한 여인)’과는 거리가 멀다.
여하튼 훌륭한 아내 의 가치는 산호보다 높다.
성경이 말하는 ‘집안’은 가정, 헛간, 가축 우리, 가족을 위한 신전과 땅이 결합된 실체다.
성경에 나오는 집은 대부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방 하나가 전부다.
가족의 삶은 주로 안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안뜰은 농촌 생활에 적합한 공 간으로 식구들한테는 저마다 맡은 일이 있었다.
또한 안뜰은 음식 가공과 가내 수공업을 하거나 창고 역할을 했다.
빵을 굽는 화덕은 대개 안뜰에 두었는데 더러는 여러 집안이 함께 사용하기 쉬 은 곳에 놓았다.
이사 27장 11절에 따르면 불을 지필 줄 아는 여자들은 다른 집 안 여자들도 거들어 주었다.
철기 시대의 집은 대부분 측면에 축사로 사용한 공간을 갖추었다.
한 예로, 엔 도 르 여인은 그곳에서 살진 송아지 (1사무 28,24)를 키웠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이 가까이에서 지내는 집의 구조는 신약 시대에 흔했고 현대에도 찾아볼 수
있다.
성경에는 엘리야가 죽은 아들을 살려준 사렙타 과부의 집 (1열왕 17,9-24)과 엘 리사가 머물던
수넴 여인의 집 (2열왕 4,10)처럼 옥상 방이 딸린 가옥도 나온다
옥상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이었다.
성경에서 밧 세바가 처음 나오는 곳은 목욕 장면이다.
옥상은 대부분 바람이 통하며 낮은 울타리 모양의 난간이 둘러 있는데 이는 다윗과 밧 세바의 이야기처럼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함이다.
Miriam F. Vamosh (2008년), ‘성경시대의 여인들’ (바오로딸 출판)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