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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종주 등정기 부산세관 김 병 철
부산세관산악회에서는 1994년 8월 일본 북알프스 및 후지산(3776m)을 처음으로 등정한 이래 1996년 10월에는 네팔국 히말라야산맥 칼라파타르(5545m), 2001년 8월에는 일본 남알프스(3천고지) 12봉을 5박 6일에 성공한 후 해외등정 10주년을 기념하여 북알프스산맥을 대종주하기로 결심하고 힘겨운 훈련산행을 거쳐 금번 등정에 나섰다. 그동안 주말이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강도 높은 훈련과정에서 안개, 우기, 폭염으로 애로도 많았다. 11시간동안 폭우 산행, 우중 오찬, 태풍 민들레를 직격으로 맞았지만 큰 화를 면한 지나간 사연들.... 8차례의 지루하고 황당한 산행계획과 무모한 지옥훈련을 마무리하면서 이번의 대종주 산행을 무사히 완주하기를 기원하였다.
산행 첫 날(7. 24일, 토) 우리는 김해공항을 7.23일 3시30분에 이륙하여 23일 5시경 일본 나고야공항에 도착하였다. 미리 연락하였던 다테야마산장측에서 우리를 마중하러 공항까지 나와 주어서 편하게 봉고차로 나가노현 白馬村으로 달릴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스포츠용품점에 들러 버너연료(부탄가스, 화이트가솔린)와 아침 도시락을 구입하여 4시간만에 동구리(도토리라는 뜻)모텔(일명 다테야마산장)에 숙박하였다. 다음날 우리는 긴장이 되어 4시쯤 일찍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지만 산장측의 아침 준비가 늦어 5시경에 일본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하여야 했다. 도시락을 먹으려 하니 입안이 깔깔하여 도저히 먹혀지지 않는다. 라면 국물에 억지로 들고 나서 출발지점인 新潟県 北小谷(기타오타리 ; 산행 들머리)에서 차가 올라갈 수 있는 데 까지 이동하였으나 소형버스를 타고 간 관계로 차가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어 우리는 차도를 1시간정도 더 걸어서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 이곳의 고도 800여 메타 그렇게 덥다는 느낌이 없다.
산신제를 지낸 후 라면 3개, 햇반 2개로 만든 점심을 들고 11:18분에 다시 白馬大池山莊(시로우마오오이케山莊)으로 출발하였다. 어느새 14:30 우리는 해발 2400여m 지점까지 올라와 능선에 아직도 녹지 않은 만년설을 만나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과 대항하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년설 위에 있으니 시원한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힘겹게 오르며 같이 했던 땀방울은 사진촬영과 동시에 쏙 들어갔다. 70여 메타의 만년설 능선을 통과하여 15:00 白馬乘鞍岳(시로우마노리구라타케 2436m) 정상에 도착하였다. 등로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大池山莊이 호수 건너편에 나지막하게 보인다. 호수 주변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흘러 산장 호수(폭 300m, 길이 1천m, 수면고도 ; 2350m)에 모인다. 호수 물은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15:30경 白馬大池山莊에 도착하니 산장 주변에는 이미 텐트 20여동이 설치되어 있었다(백마대지산장 식수 무료) 먼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캔맥주 한잔씩 한 후 배낭을 산장에 챙겨 놓고 호수 옆에 앉아 다시 소주 한잔씩 하면서 앞으로의 산행계획을 점검하였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서로 자기 배낭 속에 있는 것부터 꺼내 들고 온다. 호수주변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멋진 모습들을 필름카메라로 부지런히 담아 놓다보니 벌써 필름 한통을 다 찍었다.
둘째 날(7. 25. 일) 04:00 이른 새벽에도 다른 팀들이 배낭에 짐을 정리한다고 부스럭거려 눈이 떠졌다. 산장에서는 아침을 06시에 제공하므로 우리는 일찍 출발을 위하여 04:30쯤 라면으로 아침을 해먹었다. 5시 白馬岳(시로우마다케)을 향해 출발하여 07:50 정상(2932m)에 도착하였다. 시로우마다께는 富山, 長野縣 경계선에 위치한 산장으로 동서남북 방향에서 이 산장을 통과해야만 하는 등로의 요지로서 등산객 1천여명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한 대규모 산장이다. 여름한철 잠시동안 이 높은곳에서 서식하는 고산식물들은 절경 속에서 너무나 아름답다. 등로 좌측 천길낭떠러지 바위틈에 안개구름의 이슬을 머금으며 때로는 따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태를 마음껏 보여준다. 08:10 백마산장을 지나니 등로가 장대하다. 어느새 이 몸은 장쾌한 절경에 사로잡혀 배낭이 무거워도 어려운 줄도 모르고 일본사람들의 친절한 예절을 받으며 한걸음 두걸음 천천히 걷는데 열중하였다. 일본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들꽃을 바라보면서 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며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발걸음이 그다지 빠르지도 않지만 여유있게 천천히 간다.
산행중 이곳이 가장 어렵고 힘든 코스여서 자주 사고가 발생하는 곳으로 不歸險路라고 이름을 지었는가보다. 수직암벽에 철체인이 메달려 있다, 먼저 이고문, 신대장이 선두에서 우린 다음에 따랐다. 신대장이 발을 헛딛어 살짝 걸쳐있던 돌이 수직으로 낙하하였다. 후미에서 그돌을 맞았다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천천히 안전하게 숨을 크게 쉬면서 쇠줄을 꽉 잡고 전진하려 했지만 배낭무게가 20여Kg으로 무게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자꾸 하중이 뒤로 쳐지는 걸 느낄 수가 있다. 두다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숨은 차고 입을 바짝마르고 이곳을 통과해야만 하는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체인에 덜덜 떨리는 손발로 수직암벽에 메달려 공포감에 몸을 암벽쪽으로 바짝 기대고 숨을 헐떡거려야만 했다. 아예 아찔한 바닥을 보지 않는 편이 안심된다. 피가 거꾸로 도는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미처 모른게 죄일 뿐이다. 일본 국립공원당국이 등산객을 위하여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확보해 주던가 아니면 위험한 지역이니 출입통제를 하던지 조치를 하지 않은게 원망스럽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일이고 포기한다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떨어지면 모든 것은 끝장이다. 좀 여유있는 공간에서 숨을 바로 쉬고 정신을 가다듬어 체인을 바짝 쥐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수직 암벽을 겨우 통과하니 산너머 산! 또다시 험난한 암벽이 연이어 위용을 자랑하듯 하니 기가 죽는다. 지도상으로도 험난한 코스로 표시되어 있지만 이렇게 위험한 코스인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중학생 자녀와 부친, 그리고 암벽에서 쩔쩔매는 7~8명 정도의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이 더 걱정이 된다.
우리는 이곳저곳 다닌 산행경험과 암벽등반학교에서 배운 실력으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여 해결하고 주의를 전파하지만 비교적 산행하지 않은 등산객들에게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힘겹게 바위를 타고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한다. 하늘은 안개구름이 검게 변하면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신대장은 발아래(높은 지형)에서 번개가 계곡 밑으로 깊숙이 꽂히며 번뜩이는 걸 봤다하며 이고문은 스틱에 전기가 감전되어 스틱를 재빠르게 던져 버렸다. 잠시후 비가 뚜두둑 떨어지더니 갑자기 장대로 퍼붙는다. 우의 상의를 입었지만 미쳐 하의까지 입기에는 너무도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다. 산장이 언덕에 보이긴 하나 경사로 길에 있어 뛰어가지는 못할 거리다. 천둥, 번개, 우박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났는지 우루루 쾅쾅 소리가 난다. 당송산장까지 불과 5분 거리밖에 되지는 않았어도 바지와 등산화는 완전히 젖어 버렸다. 15:17 당송악 정상(2696m)에 도착하였다. 산장아래 가까운 곳에 몇 개 텐트가 쳐있는 걸 보았지만 은근히 걱정된다.
우리는 당송산장에 들어서 젖은 비옷을 벗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아직 도착하지 않는 어린 남매와 나이든 아줌마들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몇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소식이 없다. 산장주인에게 후미 일행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으나 초조하게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다. 천둥번개폭우가 잠시면 끝나겠지 기다렸지만 우리가 잠을 자야하는 시간까지 악마가 시샘이라도 하는지 끝날 줄 모른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싹 쓸어 버릴 것같이 계속되는 천둥과 번개와 동시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내일은 일정이 빠듯하여 일찍 기상하기로 하기로 했다.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른곳으로 갈 등산객이 이곳에 많이 왔다. 6시에 저녁먹기로 했지만 20분 이상 지연되었다. 저녁은 따뜻한 된장국을 두그릇 후루룩 먹고 나니 제 정신이 든다.(화장실 이용료 300엔, 물1리터 150엔, 캔맥주 550엔) 젖은 옷, 등산화를 건조실에서 열풍난로로 건조하여 주는 배려가 감사하기만 하다.
셋째 날 (7. 26. 월) 오늘도 먼길을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03:30 기상하여 03:50 산장안에서 어제 주문한 도시락을 먹고 04:25 五龍岳(고료다께)으로 바로 출발하였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새벽 5시인데도 헬기 몇 대가 요란하게 不歸협곡주위를 계속 맴돌다가 산장에 안착하는걸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드나 어제 후미 일행들이 제발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빌었다.
갑자기 안개가 10m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북봉에서 남봉까지 가는 능선에서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왼쪽에서 부는 바람은 후덥지근하다. 13:07 鹿島槍ケ岳 정상(2889.1m)도착, 안개가 자욱하다. 플래카드 걸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배낭을 멘 채로 내 배낭을 찾으니 다들 치매 초기증세라며 히죽거리며 놀린다. 일본인과 애기를 나누면서 일본의 3대 영산은 후지산(富士山,) 타테야마(立山,) 하쿠산(白山)이라 한다. 계속되는 산행과 피로누적, 영양실조 등으로 얼굴과 몸이 붇기 시작한다. 아! 돼지국밥이 눈에 아른거린다. 햇볓, 비, 배낭무게, 장거리산행은 등산에 불편한 요소다. 북알프스 전지대에 키작은 하이마쯔(松)가 넓게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다. 이고문이 계속되는 설사로 체력이 완전히 소진되었다. 내가 먼저 15:00 冷池山莊(쯔메타이케山莊, 2400m)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늦게 도착하는 이고문의 배낭을 지고 다시 돌아왔다. 기진맥진된 이고문, 회갑기념으로 선뜻 도전하였지만 오늘 컨디션은 고통스러운가보다. 얼굴이 퉁퉁 부어 고통스러워 보인다. 이고문은 신대장이 가지고 온 포도쥬스 한봉지를 들고 먼저 침실에 쉬니 기력을 좀 회복할 수 있었다. 저녁시간을 기다리다가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소주 4개와 산신제때 사용한 북어포, 고추장으로 2시간 반만에 먹어 치워 짐을 줄였다. 산길을 동행한 일본인이 한국 소주맛보고 좋다하여 답례로 맥주 3캔을 사준다. 배불러 다 마시지 못하고 다시 배낭에 들어가야만 했다. 신대장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 식당종업원 산장 이용방법에 대하여 한참 설명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아득한 산들, 안개구름으로 포근하게 잠들어 있다. 냉지산장 유리벤치가 너무 멋있고 운치가 있다. 오늘 잠은 한방에 15명이 동시에 취침해야하므로 옷을 갈아 입지 못하고 눅눅한 산행복장 그대로 잤지만 어떻게 잠을 잤는지 옆사람만 알뿐이다.
넷째 날(7. 27. 화) 04:00 기상하여 소고기스프, 햇반3개로 아침식사를 겨우 때웠다. 오늘 등정 4일 째, 날짜도 요일도 가물가물하다. 어서 빨리 이산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나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변변치 못한 식사, 무리한 산행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간 변 몇방울 뿐! 허리가 홀쭉해져 스틱없이는 몸을 지탱하기 어렵다. 무엇하나 편하고 자유스러운게 없다. 인간이 미약하고 미천한 존재이지만 위대한 자연을 정복한다는게 얼마나 뿌듯하고 위대한 것인지 참으로 감회스럽다. 오른쪽에 신성한 다테야마! 아직도 한겨울의 모습으로 깊은 계곡에 만년설을 한껏 품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소리없이 뽐내면서 아침햇살을 듬뿍 받고 있다. 냉지산장 뒤에 남봉, 북봉이 젊잖게 자리하고 있다. 구름은 계곡을 서서히 채우며 정상을 향하여 올라온다. 이 깊은 산속에 새들도 아침이 반가운지, 우리를 반기는지 즐겁게 지저귀는데 여념이 없다. 06:15 爺南峰, 멀리 우리가 가야할 곳 야리가다께(槍ケ岳 3180m) 정상이 창날 같은 모습으로 은은히 보인다. 06:40 種池山莊(타네이케山莊)이 알프스의 동화에 나오는 것 같이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등로 옆 풀잎에 초롱초롱 이슬이 베어있다. 손으로 물기를 축여 건조한 얼굴에 문대주었다. 갈아 입지 못한 옷과 모자에서 냄새가 지독하지만 다행히 코가 마취되어 자신은 이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상대에게 피해 줄까 걱정된다. 08:05 岩小屋沢岳(2630m)정상, 야생원숭이가 입산쪽을 바라보다가 숲속으로 사라진다. 08:40 新越山莊(신코시山莊) 도착, 아주 소규모 산장이다. 우리가 묵을 하리노끼 산장까지 물이 없으므로 아침시간이지만 여기 산장에서 점심(라면2, 햇반2)을 해먹어야 한다(식수 1리터 200엔). 등로 군데군데 입산금지 및 고산식물을 보호하자는 입간판이 붙어 있다. 보호를 잘 받은 탓인지 고산식물들이 청초하고 탐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針ノ木岳(하리노끼타케)은 구름으로 덮여 있다. 왼쪽 깊은 협곡에 만년설의 찬 바람이 능선을 타고 불어온다. 낭떨어지 대협곡은 보기만해도 소름이 돈다. 오른쪽 댐 건너 劒岳(쯔루기다께 2998m)과 立山(다테야마 3015m)은 자태가 너무 아릅답고 상큼하다. 아침부터 오늘 하루종일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10:20 鳴沢岳 정상(2612m)에 20대 여성이 올라왔다 산장으로 다시 내려간다. 등로에는 별 사람들이 없었다. 11:10 적택악 정상(2677m), 발목 아래 黑部(쿠로베)댐에 에머랄드빛으로 물이 꽉차있다. 13:10 스바리악(1752m) 쯔루기산과 다테야마 만년설에서 녹아내리는 계곡물소리가 10리 먼길 여기까지 들려온다. 눈녹은 물이 가득한 쿠로베 저수지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종지산장에서 하리노끼 정상까지 4.5Km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산행시간은 4시간이 걸렸다. 경사가 심하고 난이도가 험하다는 걸 직접 체험한다. 13:15 스바리, 어디하나 안심하고 여유있게 산행할 등산로 하나 없다. 13:51 협곡에서 구름과 함께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 간장까지 서늘하다.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2600고지까지 거침없이 들려온다. 구름을 타고 웅장한 등로를 타니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다. 오늘 등로는 너무 힘겹다.
14:50 하리노끼 산장(2536m) 도착, 우선 모두 맥주 한잔씩 하면서 내일 등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신대장이 산세를 살피면서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어렵지 않겠나 생각했는지 내일 코스에 대하여 문제를 삼았다. 내일 가야 할 등로는 두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는 정상적인 루트는 다음 숙박지까지 거리도 멀고 시간상으로도 어렵다, 다른 루트는 우리가 처음 계획한 루트로서 계곡으로 내려가 횡단하는 것이다, 이 루트는 시간이 앞에 루트보다 2시간 정도 단축된다, 하지만 지도상으로는 등산로가 표기되어 있으나 비가 오면 위험하고 인적이 드물며, 코스가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표고1500m를 2시간 정도 계속 올라가야 하는 단점도 있다. 산장 지배인으로부터 문의해 봤지만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가 없다. 우리는 합의 후 2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연화악, 북갈악으로 우회하는 것으로 코스를 변경하였다.
하리노끼산장 화장실은 아직도 정화시설이 되지 않은지 대소변이 그대로 간이화장실 바닥에 쌓인다. 그래도 이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정면의 조그만 창으로 북알프스의 연봉이 보이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숙소는 가관이다. 일행 4명이 자야할 공간은 가로 8뼘, 세로 7뼘이다.(140× 160cm) 이 작은 공간에서 짧은 밤을 세워야 한다.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일을 12시간을 걸어야 하기에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여 일찍 잠을 청하였다. 지나온 까마득한 뒤 산을 보면 여기를 어떻게 걸어 왔을까 너무나 대견하고 가야할 아득한 앞 산을 보면 어떻게 거기까지 가야 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닷새째 날(7. 28. 수) 04:00기상, 별이 초롱초롱히 떠있다. 후지산은 보이지 않으나 야리가다께는 정상만 가까이 선명하게 보인다. 날씨가 좋다. 햇반2, 소고기스프로 아침식사 완료. 아침에 산장 지배인으로부터 계곡으로 횡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여 원래대로 04:52 계곡을 향하여 출발 하였다. 계곡은 등산로가 잘 보이지 않아 우리들의 경험과 지세를 살펴 계곡바위를 건너뛰고 물을 건너 통과하였다. 1시간 30여분 내려갔을까? “물, 물! 물이다”5일만에 흐르는 물이 너무 귀하고 반가왔다. 우선 홀딱 벗고 물속에 들어가려니 눈 녹은 물로 차가웠다. 허겁지겁 찬물로 뒤집어 쓰고 씻으니 새로 사는 기분이었다. 계곡물은 산장에서 빗물 받아 리터당 200엔에 파는 물보다 훨씬 맛이 더 좋다. 계곡에서 흐르는 공짜 찬물을 수통에 가득 채워서 07:15 출발. 요란한 물소리, 고요한 적막을 깨는 새소리, 신선한 산향기...바람은 없다.
10:20 선요악2봉, 곰이란 놈이 이정표마다 박살내 놓고 기분 나쁘게 등로에 시커먼 변을 수북히 싸놨다. 11:28 도중에 라면 4개로 식사했다. 산세가 내리막 아니면 오르막이다. 대붕괴사면 옆 등로를 걸어야 하므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한다. 어제 숙박하였던 하리노끼산장 앞 蓮華岳이 잘 보이다가 서서히 구름으로 갇혀진다. 왼쪽협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더 가기 싫으나 갈 길은 멀고 쉴 수는 없다. 아찔한 대붕괴사면 협곡에서 부는 바람이 아니더라도 천길 낭떠러지 협곡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땀이 나오려다가 쏘옥 들어가는 느낌이다. 산행중 오싹 오싹해져 간이 줄어 들었을 것 같다. 다리가 부들부들, 가슴이 오들오들 눈과 머리가 쥐가 나는 듯하다. 13:30 부동악 정상도착(2595m) 부동산 산신령님 돈 좀 많이 벌게 도와 주세요~ 잠시 미싯가루로 요기를 하고 13:43 출발. 15:05 南沢岳(2625m)도착, 인간이 위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걸음 두걸음은 별거 아니지만 의지와 집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 가다보면 저 멀리 있는 큰 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갈수록 쉬는 횟수가 점점 늘어만 간다. 嗚帽子岳까지 겨우 올수 있었으나 지도상 산장까지는 30분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 시간은 1시간 소요되어 산장까지 가는데 정말 힘들었다. 맑은 연못주변에서 손을 씻으며 잠시 쉬었다. 주변에는 정원사가 잘 가꾼 화단나무처럼 나무나 풀들이 너무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였다. 16:00 에보시다께 분기점에 도착(고야까지 1Km), 16:40 산장도착. 휴게시설이 잘 꾸며진 것도 없지만 에보시 산장 1시간/1인당 휴게실 이용료는 200엔이다. 맥주한잔씩 하면서 일본인에게 우리의 산행일정에 대하여 설명하니 일본인들 깜짝놀라며 “스고이~ 스고이~, 진짜 사실이냐? 믿을 수 없다”며 대 환호를 하며 사진을 같이 찍자한다. 우쭐한 기분으로 엉겁결에 맥주 한캔씩 더했다. 오늘 산행은 총12시간소요, 17:20 저녁식사 후 18:30경 곤한 잠에 빠졌다.
여섯째 날(7. 28. 목) 04:30 기상, 05:00 식사, 우리만 특별히 아침식사를 빨리 준비해 줘서 고맙다. 도시락 2개 준비. 05:20 미쯔마따山莊(삼보山莊)으로 출발. 06:10 三ツ岳(미쯔타케, 2844m) 안개가 자욱하다. 지형이 마사토로 되어 산세도 완만한 편이고 산행도 적당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찬 구름이 어찌나 쎄게 불던지 우의를 입고 출발하였다. 태풍 10호가 올라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니 등산객을 모두 긴장시켰다. 안개가 자욱하여 사방 분간이 어렵다. 나침반을 꺼내 지도와 대조하면서 등로를 확인하면서 갔다. 07:45 野口五郞小屋(노구치고로코야 2924m)에 도착하여 식수를 보충하였다. 기온은 영상 6도다. 오늘은 안개구름으로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춥다. 08: 45 眞沙岳(2861m) 분기점을 통과하여 바위틈 뒤 적당한 곳에서 라면3, 도시락2개로 점심후에 10:10 출발. 11:24 水晶小屋 도착(기온 12도) 규모가 작지만 태양열 전지판 시설이 있다.
안개구름이 천지를 덮어버리니 안개 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12:27 와리모악(2888m)정상 통과, 안개구름이 세게 불어 모자를 벗고 가야할 판이다. 이고문, 서총무는 왼쪽안경만 이슬맺힘으로 시야확보에 애로가 많다고 푸념한다. 13:06 鷲羽岳(2924m) 도착, 바람타고 가랑비 내린다. 14:50 삼보산장 도착, 털보아저씨 난로에 불을 피워주지만 밖에서 연통 안으로 부는 바람이 너무 세서 불이 불연소되어 실내는 연기로 가득찼다. 산장 도착후 15:20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17:30 저녁식사후에 구름사이로 해가 뜨니 반가웠다.
오늘은 하루종일 구름으로 해도 산도 보지 못했다. 식당종업원들이 환호성을 치면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곳을 보니 조그만 무지개가 피었다. 태양빛 방향으로 손짓을 하니 무지개에 손그림자가 보였다. 해가 이렇게 귀한지 처음으로 느낀다. 해가 뜨니 산장내의 열풍로도 바로 꺼 버린다. 북알프스 주류를 이루는 등반객은 주로 5~60대로 돈과 시간적인 여유 때문이라고 한다. 뉴스시간에 모두 태풍 10호의 진로에 대하여 첨예하게 관심을 쏟고 있다. 산장 무선전화로 다테야마 황실장에게 여러차례 전화해도 불통이다. 태풍진로가 통상 동북방향으로 빠져 사라지는데 우리가 간절하게 산신제를 지냈는지 희한하게 남서방향으로 진로가 바뀠다. 풍취악 산신령이 우리의 산행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돌봐주시기 위하여 일본 중부를 강타할 태풍진로를 바꾸지 않았겠나 굳게 믿었다. 다른 때 같으면 자야할 시간인데 태풍의 진로에 대하여 말들이 많다. 만약 산행중 강한 태풍을 맞게 되면 폭우로 인하여 등산로가 물길이 되어 산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폭우가 심하면 등산로가 폐쇄되며, 비가 많이 오면 등산화도 젖어 다음날 산행에 차질을 빚으므로 일정이 빠듯한 우리에게는 위험한 요소다. 태풍의 간접영향인지 밤새 돌풍이 계속 불어 대 잠을 설쳤다. 턱에 난 수염길이가 제법 길어졌다. 산행이 길었는지 수염길이로 측정할 수 있다.
일곱쨋 날(7. 30. 금) 04:00기상, 05:00 아침, 05:25 출발, 서총무 고단했는지 출발후 코피가 터졌다. 그러나 다들 얼굴이 퉁퉁 부어있으나 아직도 서총무만 쌩쌩하다. 오늘은 우리의 일정 중 최고봉 槍ケ岳(야리가다께, 3180m)가 있다. 날씨의 변덕 진짜 약이 오를 정도로 심한 곳이다. 태풍의 영향인지 야리가다께 정상이 안개구름으로 가렸다가 보였다가 한다. 06:06 이정표에서 双六岳(2860m)방향이 아닌 지형이 완만한 능선인 권도루트 방향으로 돌려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야리가다께 정상만 정복하면 그이후로는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사실상 오늘로써 힘든 코스는 마지막이다.
여덟째 날(7. 31. 토) 오늘은 등산 마지막 날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인터넷 기상속보에 태풍이 한국 포항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 간다 한다. 그래도 부산을 거친다하니 비행기 이착륙이 걱정이 되어 여러 채널로 알아 보았으나 확실치 않아 조마조마했다. 05:00 아침식사 후 06:05 가미고지 쪽으로 출발하였다. 07:05 도착한 요꼬오(橫尾)山莊(1615m)은 상고지와 야리가다께까지 11Km거리로 중간지점이다. 08:03 德沢(토쿠자와)山莊을 통과하여 09:45 가미고지(上高地)에 도착하였다. 10년전(94년 8월 14일)에 하산할 때 텐트에서 야영할 당시 얼마나 떨면서 잤는지 새삼스레 생각난다.
□ 北알프스 산맥 개요 북알프스는 3000m급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는 일본알프스의 일부로 혼슈(本州) 중앙부에 위치하고, 지리학적 명칭은 히다(飛驒)산맥이다. 북알프스의 남쪽으로 중앙알프스(기소;木曾산맥), 남알프스(아카이시;赤石산맥)와 더불어 일본해에서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3000m급의, 말하자면「일본의 지붕」을 형성하고 있는 대산맥군의 하나이다. 이 대산맥군의 동쪽은 커다란 단층지대로, 호사마그너라고 불린다. 활발한 융기운동과 단층현상, 화산활동에 의해, 북알프스는 탄생된 것이다. 현재에도 야케다케(燒岳)를 비롯해, 이오우오네(硫黃尾根),·와시바다케(鷲羽岳)주변,·다테야마지고쿠다니(立山地獄谷)부근에서 화산활동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일본해의 오야시라즈(親不知)로부터 우뚝 솟은 산맥은 남으로 연장 150㎞ 정도 이어지고, 독립봉으로 솟아있는 노리쿠라다케(乘鞍岳)에서 일단락된다. 이 산맥의 시로우마(白馬)연봉에서 노리쿠라다케(乘鞍岳)까지가 등산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카르지형,·U자계곡,·빙식첨봉 등, 일찍이 빙하가 존재한 증거가 여기저기 남아 있고, 쿠로베(黑部)협곡과 아즈사가와(梓川) 등의 유명한 계곡을 포함하고 있다. 여름에도 풍부한 잔설을 자랑하고, 북방계의 귀중한 고산식물과 고산나비, 뇌조 등이, 절경의 각 봉우리와 암벽을 더욱 빛내주는 북알프스. 동시에, 일본에서 가장 표고가 높은 쿠모노다이라(雲ノ平) 및 고시키가하라(五色が原) 고원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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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산 상봉산악회 소속 세분의 (이상관,신은호,김병철) 성공적인 산행을 축하합니다.
힘든산행 무사히 끝마침을 축하합니다...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