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우리 엄마
이동규
모싯대 껍질 벗겨 말리고 손톱과 이빨로 갈랬다.
무르팍 다 닳도록 한 올 한 올 이어
뙤약볕에서 풀을 먹여 날았다.
그런 다음 밤새 베틀 철컥이며 씨줄 날줄 엮었다.
질쌈질로 만들어 낸 삼배 세 필 품에 안고
장흥 장날 새벽같이 모시전으로 달려가신 엄마
모시배 폴아서 어물전 들려 시어머니 좋아하는 괴기부터 샀다.
장보기는 폴새 끝났지만
내안리 사람 만나 친정 소식 물어보고
시어머니 지달리는 덕산 안부도 듣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이네
괴기 반찬 머리에 이고, 친정 소식 말해 줄 메누리를
담 너머에서 애타게 기다릴 시엄씨가 어른거린다.
무슨 놈의 해찰을 부려 이렇게 늦었냐는
시엄씨의 불호령 지청구 생각에 아이고 큰일이어라
장 보따리 이고 종종걸음으로 새쟁이 깔크막 올라챌 엄니여
내 고무신도 새로 사온다 했는디
장닭 소리만 정적을 흔들어 대는 한낮
할머니와 나란히 토재에 까치발로 서서
담 너머 새쟁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드디어 저기 종종걸음의 엄마가 보인다.
나도 몰래 뛰쳐나가며 연애 또랑을 건넌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이하 전라도 사투리 등>
* 질쌈질 : “길쌈질”
폴아서 : “팔아서”
폴새 : “벌써”
내안리 : 장흥읍 부산면 내안리(어머니의 친정, 외갓집)
지달리는 : “기달리는”
괴기 : “고기”
해찰 :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
덕산 : 탐진댐으로 수몰되 유치면 덕산부락, 할머니의 친정마을(진외갓집)
씨엄시 : “시어머니”
메누리 : “며느리“
깔크막 : “비탈길”
새쟁이 : 장흥읍에서 원도리와 탑동을 지나 월평부락으로 올라가는 낮은 언덕빼기
토재 : “툇마루”
또랑 : “도랑”
* 이동규(李東奎) 충남대 명예교수(경영학박사), 월평출신 (주)살림 대표, (전)대전충남녹색연합 대표, (전)대전시민참여연대 대표, 시집 “몸이 말을 하네, 몸의 말을 듣네, 몸에 박힌 말, 몸과 말 사이” 및 산문집 “낭비야 가라, 더불어 참을 열다”, “네트를 넘겨라”, “정당 이병하”, 유머집 “행복은 유머를 먹고 자란다(2012.8 선학사)” “일주일만에 유머 달인 되기”, “유머수업”과 회계학 관련 전공서적 등 33권의 저술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