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에 가려 너무 신경을 못썼네요. 여자배구 컵대회(2018 보령 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는 시기가 참 좋았는데 말이죠. 2018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가 지난 8월 27일(월)부터 9월 1일(토)까지수원에서 펼쳐졌었습니다.
하루에 거의 3경기씩이었으니 후딱 지나갔죠. 우승은 KEB하나은행이, 대회 MVP는 김단비 선수(하나)가 차지했습니다. 축하해요~
이전부터 한 경기쯤 찾아보고 싶었고, 마침 며칠 전 이 선수 기사를 읽었던 터라 흥미롭게 골랐습니다. 우리은행 박다정 선수가 경기 MVP를 차지했던 9월 1일, 우리은행 대 신한은행의 경기입니다.
오늘 경기 스타팅 라인업
■ 오늘 경기의 흐름 살펴보기
1쿼터, 우리은행 나윤정 선수의 3점포로 시작된 경기, 흐름은 단순했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우리은행에서 스타팅으로 나온 네 선수 이선영(167), 박시은(172), 박다정과 나윤정(각 173cm) 선수의 기민하고 당찬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사실 고만고만한 선수들 속에서 경기 초반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양지영(181)과 김연희 선수(187cm)가 포진한 신한은행의 신장이었는데,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우리은행 꼬꼬마 4인방이 아주 신나서 뛰어다녔거든요. 툭툭 과감하게 던진 3점슛이 연이어 림을 가르고, 상대 신한 골밑으로의 드라이브인 돌파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골 결정력도 높았구요.
1쿼터는 우리은행, 아니 경기 내내 우리은행 흐름이었습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경기 시작 1분만에 코트를 떠난 유승희 선수의 부상 때문이었을까요? 기존에 세웠던 경기플랜이 흩트러져서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동요라 일어났는지 모르게 경기가 잘 안풀렸습니다.
그래도 2쿼터에는 교체로 들어온 박혜미(6 Point, 7 Reb.)선수를 중심으로 점수차를 좁혀나가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다시금 우리은행의 카운터펀치. 박시은 선수의 버저비터와 같은 득점에 점수는 37 대 33. 4점차로 끝난 전반전입니다.
3쿼터부터는 다시 그리고 계속 우리은행의 흐름이었습니다. 3쿼터 초반엔 박다정 선수의 두차례 득점 마무리로 점수차를 다시 벌려나가기 시작했고, 신한은행 벤치와 선수들은 물줄기를 바꿀 방법을 전혀 찾지 못한채 끌려갔습니다. 결국 최종스코어는 86 대 62, 우리은행의 대승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일단 신한은행쪽부터. 오늘 경기에 나선 양팀 선수들 중 네임밸류가 가장 높은 선수는 바로 윤미지 선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지난 시즌 전경기 출전에 경기당 평균 3.86득점 2리바운드 2.9 어시스트로 확실한 주전이었죠.
오늘 경기에서도 풀타임을 뛰며 14득점이나 해줬는데, 중요한 건 신한은행에 그뿐이었다는 겁니다.
도대체 우리은행이 '키가 더 큰' 신한은행을 상대로 어떻게 이겼을까? 계속 고민을 해봤는데요.
먼저 드는 생각은, 우선 신한은행에서는 자신들의 장점(신장)을 살리는 포스트 플레이(골밑공격)의 시도 자체도 많지 않았고, 막상 우리은행 골밑으로 공이 투입되더라도 신한 선수들의 마무리가 아주 좋지 못했습니다(골 결정력 부족).
특히 양지영 선수는 필드골 11개(2점슛 4개, 3점슛 7개)를 모두 놓쳤네요. 1경기만 보고 그 선수를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유독 골이 안 들어가는 그런 날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신한은행 벤치의 실책입니다. 컨디션이 내내 좋지못했던 양 선수를 40분 풀타임 뛰게 했고, 반대로 교체로 투입돼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혜미 선수는 3쿼터 때 또 벤치로 불러들였다는거죠. 박 선수는 단 17분 출전에 그침. 박혜미 선수가 투입되었을 때의 신한은행 생산력이 확실히 차이가 드러났었는데, 정선민 감독과 신한 벤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지영 선수를 풀타임으로 끌고간 것. 그리고 공격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적극 살릴 전술을 들고 나오지 못했다는 점. 벤치싸움에서 완패입니다.
그러다보니 신한은행에선 어쩔 수 없이 윤미지나 김아름 선수의 개인 능력에 치중해 경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미지 선수가 14득점, 김아름 선수는 20득점(4리바운드) 해줬으나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대로 우리은행 선수들은 우선 경기 초반에 툭툭 터져나온 3점포가 경기 분위기를 우리 것으로 가져오는데 일조했습니다. 전반전에 나온 3점슛은 5개(17 시도) 대 3개(9번 시도).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면서 드는 느낌은 5개 그 이상으로 강력하게 작용했습니다.
외곽에서 확실한 우위(경기 전체 3점슛 득점 33 대 18)를 점한 다음엔, 페인트존 득점(33 대 25)에서까지 앞선 우리은행입니다. 우리은행 단신 선수들은 신장에서의 열세에도 계속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신한은행 골밑을 파고들었습니다. And 레이업 슛 마무리, 또 마무리. 박다정 선수를 필두로 다들 골 결정력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들 악착같이 열심히 뛰는 모습들이 아주 예뻐보였습니다. 경기 중간에 교체 투입된 김소니아 선수의 더블-더블(10득점 10리바운드)을 포함해 6명의 선수가 모두 5리바운드 이상씩 기록해줬네요. 우리은행 선수들, 악바리 같이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모습이 꼭 최윤아(前 신한은행) 선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투지! 좋아요, 아주 좋아요.
■ 그 외 주요 Point! (2)
중계화면에서부터 보이는 아마추어틱(?)한 경기장 분위기에서부터, 벤치에서 들러오는 후배들의 카랑카랑한 응원 외침! 선수들이 코트 위를 가로지를 때마다 가감없이 전해지는 삑삑거리는 현장 마찰음까지.. 아주 재미있고 또 신선한 경기 잘봤습니다.
지난 시즌도 그렇고, 지지난 시즌에도 WKBL 경기 리뷰를 쓰면서 제가 자주했던 말이 있습니다. "여자농구에도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늘 말 말이죠. 특히 키 큰 골밑 자원도 그렇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가드 포지션에 있어서도 새로운 얼굴을 좀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흐름에서 오늘 만나본 우리은행의 Four(4) 가드(게임 분류상엔 박다정 & 나윤정 선수가 포워드로 표시되었지만, 키도 그렇고 구단 홈페이지상엔 가드네요)는 농구팬 입장에서 아주 반가웠습니다. 25득점으로 확실한 득점본능을 보여준 박다정 선수뿐만 아니라 9어시스트로 경기를 조율한 이선영 선수(14득점). 3점슛 4방으로 힘을 보탠 나윤정 선수(18득점)는 전설 김지윤 선수(은퇴)와 비슷한 이미지, 박시은 선수도 14득점으로 Good Game이었습니다.
여기에 13-14시즌 이후 한국을 떠났던 김소니아 선수도 올시즌 큰 힘을 보태줄 것 같고... 우리은행, 올시즌도 무섭겠습니다.
단, 오늘 우리은행 단신 선수들의 보여준 경기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한 가지 변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바로 외국인 선수들이 없었다는 점이죠. 특히 각 구단별로 키도 크고 힘이 좋은 용병들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을 때, 정규시즌엔 이들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용병제를 폐지해야하나?'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무조건적으로 칭찬하고 좋게 보는 것이 경계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우리은행 선수들의 경기력은 충분히 칭찬합니다.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Today's Photo
왼쪽부터 박시은(94년생), 이선영(95년생), 박다정(93년생), 가드 3총사 모습
우리은행엔 위성우 감독님에 전설 전주원 코치(왼쪽)도 있어서 더 기대되는 판타스틱 4 입니다. 오른쪽은 나머지 한 명 나윤정 선수
신한은행에선 올시즌에도 확실한 주전인 윤미지 & 기대되는 김아름 선수(중간). 그리고 한엄지 선수(98년생, 포워드) 사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