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도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다.
광고 예술가 박웅현의 창작하는 아이디어는 미국의 유명한 대학의 박사학위에서 또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서 견문을 넓혀야만 얻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일상생활의 경험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안테나를 세우고 관찰하였다.
해 아래에 새 것이 없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70년대에 중반의 대학가는 유산반대데모로 몸살을 앓았다. 그 당시 K대 총학생회는 춘계학술강연회 마지막 강사로 당시 이화여대 총장이었던 김옥길박사를 세웠다. K대 총학생회는 불이 붙어있는 유신반대 데모를 김옥길총장의 강연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확장시켜서 유신정권을 종식시키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기대하고 있던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김옥길총장은 ‘해아래 새 것이 없다’(구약성경 전도서 1장 9절) 성경말씀을 인용하면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했다. 김옥길총장에게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를 기대했던 학생들에게 김옥길총장의 강연은 너무나 김새는 강연이 되었다. 그 당시 강연회에 대학 새내기로 참석했던 필자는 고인이 되신 김옥길총장의 ‘해아래 새 것이 없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세월이 흘러갈수록 새롭게 마음에 새기고 있다. 김총장은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악하게 생각하는 유신정권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면서 그녀는 학생들의 일상도인 학업에 충실하라는 권면을 했던 것이다.
광고창작자인 박웅현은 일상도에서 광고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도 하늘 아래에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을 찾아 떠나면서 새로운 광고 아이디어를 찾는다. 그는 이미 있던 것과 이미 한 일을 새롭게 창조적으로 하는 일이 그의 광고작품세계이다.
박웅현, 그는 누구인가?
‘창조가 아니면 죽는다’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15초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는 소위 광고쟁이들이다. 이러한 광고종사자들 중의 한 사람이 박웅현인데 그는 1961년생으로서 고려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대학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의 ECD로 일하고 있으며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 생각, 좋은 생각을 찾아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해 글도 열심히 쓰고 있다.
그의 머리에서 나온 대표적인 광고카피 또는 캠페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경의선은 경제입니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사람을 향합니다〉〈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생각이 에너지다〉〈엑스캔버스하다〉〈진심이 짓는다〉, KTF〈잘 자, 내 꿈 꿔!〉캠페인, 던킨도너츠〈커피 앤 도넛〉, SK 텔레콤〈생활의 중심〉캠페인,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캠페인 들이 있다. 쓴 책으로는《다섯 친구 이야기》《나는 뉴욕을 질투한다》《시선》(공저),《디자인 강국의 꿈》(공저),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공저) 들이 있다.
박웅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많은 광고를 만든 사람이다. 그는 한국적인 상황과 맥락에 맞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어낸 광고를 제작해왔다. 그의 창의력과 창의성 관련 강의는 이미 광고업계는 물론, 일반 기업체와 방송가 PD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이는 그의 창의성과 소통 기술이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의 창의성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는 한마디로 자신의 창의성의 바탕은 인문학적인 소양이라고 말한다. 그는 바쁘게 살아간다. 그의 화이트보드에는 빽빽한 일정이 적혀있다. 한 시간 단위 것이 많이 있으나 어떤 일정은 몇 십분 간격이기도 했다. 같은 24시간인데도 이 사람의 하루가 더 길어보인다.
박웅현은 광고는 ‘도망다니는 수용자를 붙잡아야 하는 미디어’라며 광고만들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광고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신문기사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소수의 팬들이라도 알아주는 순수예술도 아니고 당시에 외면당하면 평생 묻혀버리는 광고는 갈수록 더 새롭고 독창적인 창조력을 요구한다. 광고생활 24년째인 그는 아직도 제작 브리핑을 할 때마다 떨린다. 여전히 긴장하고 여전히 기본을 잊지않으면서 집중하고 노력하는 평범한 일상이 그가 가진 창조의 비법이다.
박웅현의 광고철학
그는 “계란이 음식광고에 나오면 뻔해보이지만 비행기광고에 나오면 신선한 소재가 되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소재보다 새로운 시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선을 찾기 위해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말한다. “우리 팀에 천재는 없지만 모이면 천재가 됩니다. 각자의 느낌과 아이디어, 생각을 보태면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죠.”
그의 광고철학은 “We don't create. we copy and make it better.” <우리는 창조하지 않습니다. 모방할 뿐이다.> 박웅현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진짜 하늘 아래 새로운 걸 찾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아이디어라는 것을 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한다.” 그는 광고창작자는 평범한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까(make it better)나 다르게 만들까(make it different)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일상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낯설지 않으면 흘러간다고 그는 말한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그 지역에 대해서 익숙해 있으면 그 여행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은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창조하려고 머리를 싸매지 말고 일상도 가운데에서 새롭게 선택하면 창조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평범한 것을 그냥 보면 안된다. 평범하지만 그것을 낯선 것으로 보면 주목하게 된다.”
박웅현은 엽서, 그림, 음악, 책 등 주변에 있는 것 들 가운데서 창의적인 광고의 지혜를 얻는다. 이런 것들은 그의 주변에 있던 것들이다. 그는 창의적인 광고를 위한 아이디를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가 살고 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바로 우리 일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웅현의 작품 세계, 소통과 창의성
박웅현의 광고의 특징은 소통과 동시에 창의성이다. 그가 저술한 『인문학으로 광고하기』에는 그의 광고작품 세계가 잘 나타나고 있는데 그 핵심이 소통과 창의성이다.
그는 소비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광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한다. 그는 청바지를 애용한다. 청바지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그는 핸드폰을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핸드폰도 그가 일반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그는 늘 독서를 즐기며 인문학에 대한 강조점을 두고 있다. 결국 독서는 사람들의 생각에 다가서는 길이고 인문학이라는 것은 인간들의 삶의 이야기를 학문화한 것으로 그가 인문학에 집중하는 것은 대중들과의 소통의 방법이다.
그의 특색 있는 광고카피 중의 하나인 e-편한 세상의 <진심이 짓는다>라는 아파트 광고는 소통의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광고 아이디어는 대학3학년 여학생 인턴사원이 제시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이 사원은 섹시한 톱스타가 예쁜 옷을 입고 등장하고 유럽의 성같은 것을 배경으로 하는 아파트 광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런 아파트의 광고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파트는 톱스타와도 관계가 없고 귀족들의 소유인 유럽의 성과도 관계가 없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벌기위한 투자의 개념이 아닌 생활의 개념으로 살아가는 편안한 아파트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해서 <e-편한 세상> 아파트 광고가 나왔고 성공했다. 이 광고는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사상이 광고기획가인 박웅현의 창작정신이다.
박웅현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을 인용해서 창의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두려운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경주로 수확여행을 갈 때에 경주의 유적지가 익숙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으면 그 수확여행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대할 수 있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박웅현의 광고작품 중에 <생각이 에너지다> 라는 2007 SK 티저 광고가 있다. 여기에 보면 프랑스 화가 세잔느의 작품인 사과가 소개된다. 세잔느는 “사과 하나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의 그림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결국 세잔느는 사과라는 너무나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놀라운 미술창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박웅현은 세잔느를 사과를 가지고 <생각이 에너지(힘)>이라는 명풍광고를 만들어 내었다.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원리(unchanging principles in changing time)
1977년 1월 20일 미국 39대 대통령인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고등학교시절에 은사인 줄리아 쿨만 선생님이 들려준 권면의 말씀 - “We must adjust to changing times and still hold to unchanging principes" (우리는 변하는 시대에 작 적응해야 하지만 변하지 않는 원리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 을 인용했다. 카터는 변하지 않는 원리를 고유한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전임 미국 대통령인 카터가 지적했던 것처럼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은 원리를 지켜나가는 참으로 소중하다. 광고세계처럼 변화가 빠른 세계도 드물다. 그렇기에 모든 광고종사자들은 이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려고 열정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도 이 세계에도 변하지 않은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박웅현의 광고작품세계이다. 그가 강조하는 소통은 변하는 세대에 잘 적응하는 방법이고 창의성은 변하지 않는 삶의 원리인 일상도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특별한 메뉴를 추구하지만 원래 진리는 평범한 메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는 평범함에서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박웅현이 생각하는 변하지 않는 원리는 또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것이다. 그는 장 마리 드루 TBWA회장이 한 말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탤런트는 남의 탤런트를 사는 것이다. 내 탤런트가 남의 탤런트라는 것을 볼 줄 알면 된다.” 그래서 그는 PB입장에서 회의를 할 때 쉽게 말씀드리면 계급장을 떼고 회의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그는 무게 중심을 연차 따라 주지 않고 말의 가치에 따라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함께 창조적인 광고를 만들어간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카피라이터는 5000천만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광고의 아이디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웅현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유익함을 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오늘도 그의 광고작품 세계를 부지런히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