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청주 수동 성 그레고리 성당
성공회 성당 중에 건립당시의 한옥성당이 보존되고 있는 곳도 많지 않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더욱 귀하다.
현존하는 성당들은 사실은 낡고 협소해 모두 헐고 새 성당을 짓고 싶었지만 그나마 그 옆에 건물 지을 땅이 있어 새 성당을 짓고 다른 용도(식당이나 교육관등)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새 성당 짓느라고 당연히 옛 건물은 헐고 그 자리에 현대식의 편리한 건물을 지었다.
그 중에서 청주 성공회성당은 아직도 현역으로 씩씩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는 건강한 성당이다.
1896년 조선8도를 13도로 다시 나눌 때 충청북도의 도청은 남한강 물길의 중심인 충주였다.
그러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청을 옮긴 것은 1908년, 바야흐로 물길의 시대가 가고 철도, 도로 등 육로의 시대가 오던 때였다.(지금은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교차하는 남이분기점이 청주시 남쪽에 있고 시가지에서 사방으로 도로가 뻗어 나갈 뿐 아니라 청주공항까지 있어 그야말로 내륙교통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920년대 이후 청주가 신도시 계획에 의해 개발되고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면서 성공회에서도 충북지역의 선교중심축을 진천에서 청주로의 이전이 추진되었다.
그래서 1932년에 수동202번지 일대, 우암산자락에 위치한 동산언덕 부지 5천여 평을 청주중앙성당 부지로 구입하고 그해 사제관을 지은 뒤 진천에 있던 리 신부가 이곳으로 옮겨와 성당 신축과 선교 사업을 주관하였다.
그리고 1934년 11월 건축을 시작하여 1935년 9월 24일 성당의 축성식을 거행한 건물이 바로 이 청주 성공회성당이다.
새로 지은 성당은 성 그레고리성당(St.Gregory Church) 이라 불리는데 영국 버밍햄에 있는 세인트그레고리교회 교인들이 청주성당 건축기금대부분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성당은 미래를 보고 지은 성당이라 교인수 80명 시절에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회를 지어 아직도 주일마다 예배드림에 아무 불편이 없다.
역시 서양인의 관점에서 구입한 대지와 지어진 건물이라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넓은 부지를 깎아 평편하게 조성한 뒤 우러러 보이는 곳에 성당을 배치하였다.
전면의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현재는 성당 뒤편으로 도로를 닦아 뒤쪽에서 진입하도록 되어있다) 성당의 합각부가 보이는 정면이 나타난다.
건물의 정면 양측칸에 출입구를 두었는데 남녀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건물의 입면구성은 동서양의 문화가 적절히 어우러졌다.
고막이(주초와 주초사이)부분은 적벽돌로 쌓았는데 가장 하단은 적벽돌을 길게 쌓고 창문이 있는 곳은 두 번째 단은 마구리쌓기를 하였고 셋째 단은 마구리세워쌓기를 하였고 그 중간에 환기구를 두었다.
고막이상부위에 조금 들여서 하인방 없이 0.5B벽돌쌓기를 하고 그 위에 중방을 두고 중방위로 창문을 두었다.
두짝여닫이 문인 창문은 유리를 끼웠는데 창살은 十자문양이 있는 아자형 창살을 두었고 그 상부에는 반원형 아치에 트레서리 장식의 나무 창살을 끼웠다.
창문의 좌우와 상부는 시멘트몰탈 위에 몰탈 뿌리기로 마감하였다.
창호가 없는 곳은 적벽돌로 마감하였고 출입문은 역시 두짝여닫이문으로 유리를 끼었는데 十자문양이 있는 아자형 창살의 하부에 교살창을 두고 그 아래에 궁판을 두었다.
그리고 상부에 채광을 위한 교살창을 고창으로 두었다. 내부의 출입문도 외부출입문과 같으나 고창만 없을 뿐이다.
평면 구성은 간단하다.
정면4칸, 측면8칸(우리의 정면과 측면의 개념과는 반대이다)으로 우리는 잘 쓰지 않는 짝수칸을 사용하였고 내부는 전면의 양측칸은 한칸씩 막아 현관으로 사용하며 배면쪽으로는 강단 뒤로 준비실을 두었다.
내부에는 고주를 두어 2고주9량가를 이루고 있는데 고주열에 의해 자연스레 신랑(nave)과 측량(aisle)을 이루고 있다. 바닥은 장마루를 깔았는데 강단부분은 두 단을 높여 잡았고 고주열 사이로 난간을 두어 경계를 삼았다.
처마는 겹처마로 연목위에 부연을 두었는데 부연의 가공수법을 보면 부연하부를 둥글려 놓아 우리의 전통치목수법과는 다른 수법을 보이고 추녀뿐 아니라 사래에도 계눈각을 초각하였고 알추녀까지 두어 맘껏 장식하였음을 볼 수 있다.
합각부에는 적벽돌로 십자가를 구성 하였고 주변은 시멘트몰탈 뿌리기로 마감하였다.
1932년에 지은 사제관은 시대에 따라 1994년 새 사옥을 지으며 헐렸지만 1989년 휘장을 바꾸면서 바꾼 제대의 형상도 전통을 살려 제작하였고 사제석의 의자도 자개칠보무늬 의자로 제작하는 등 청주성당에서의 전통살리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