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공소를 나와 점심을 어디에서 무얼 먹을까 물으니, 어제 인터넷에서 검색한곳이 있는데
그리로 가잔다.네비에 찍어놓고 아직 한번도 가보지않은길을 택해서 연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곡을 지나 안내를 따라온곳이 이곳이다. 이곳은 경원선 최북단에 위치한 마지막 역이다. 전에
6촌 형님을 따라 이곳을 지나친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철의 삼각지 백마고
지가 있다. 시대가 좋아져서 그렇지 예전엔 이곳주민들도 검문검색을 한 연후에 출입이 가능했다
고 하는데..
마지막 종착역인 신탄리역
이곳이 인터넷에서 별 다섯개를 받은곳이라고 하며 아내는 앞서 찿아들어간다. "손두부"만 봤지
"욕쟁이"라는 글씨는 못본탓에 식당안에서 오가는 언어들에 나는 적쟎이 놀랬다. 타툴때..또 핀
잔을주고, 야단칠때.. 그때에야 비로소 나올수 있는,그런 질퍽스런, 소시민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막말들이 날라다녔다.
그 언어들사이에서 언뜻언뜻 짙게 배어나오는 정감어린 표정과 행동들...잠시나마 긴장되었던
마음이 한꺼번에 녹아내린다. 주인 아주머니의 구변이 하도 걸죽해서 그냥 웃음만 나온다. 김치
좀 더 달라니까 뭐 필요한거 있으면 다 뒤져다 먹으란다. 스스럼없이 대해서 나쁘진 않다만,....!
혼기를 넘겨버린 아들이 있는듯 한데, 좀 어눌해 보인다. 며느리는 없다 했다. 그랬었구나 어쩔수
없이 끙끙거리며 부등켜안고 살아가야만하는 우리들의 아픔이 이곳에도 있었다.평범함 속에서만
이 있을수 있고 소시민들만이 드나들기에 적합한 간이 식당..오후엔 이곳에 등산객들이 밀려온다
고 .... 아주머니의 걸죽한 입담과, 주말산행으로 마음이 가벼워진 등산객들의 함박웃음과 어우러
져 한바탕 시끌벅적 해지는것을 상상 하기란 그리 어렵지가 않다.
아내는 이런곳이 싫다했다. 너무 삭막하다고...진주의 아담하고 둥글납작한 산들만 보며 자란 탓
도 있으리란 생각에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준다. 하지만 나는 ... 비록 이곳처럼 긴장감은 덜했지
만,내가 태어나고 청춘시절까지보낸 기억속에 고향의 냄새를 이곳에서도 느낄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쾅대며 요동을 친다.
군인들 훈련때...... 정말 구들장이 울릴정도로 진동과 소리가 요란했던, 밤새도록 지나가는 탱크
소리며..얼굴에 검은칠을한 완전무장을한 군인들이 간혹 한밤중에 배가고프니 밥좀 달라며 대문
을 흔들어 온식구들을 깨우던거며...
백마고지
부대 보초병 아저씨가 생생하게 들려주던 월남전 이야기...부대 쓰레기장을 뒤져 줏은 빈병으로
엿바꿔먹던 기억이며..부대식당을 다니던 엄마가 철조망 사이로 몰래 보자기에 싸서 건네주던
누룽지맛이며...
어쩌면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을까...내가 벌써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니..흘러가버
린 세월을 탓하기엔... 내가 너무도 게을렀지..아마..
2년전에 이곳에 사시는 6촌 형님하고 이곳에 와본 아내가 그위의 팔각정엔 볼것이 없다며 한사
코 차에 있겠단다.. 지금의 내 마음의 색깔을 아내가 어찌 알수 있으랴...반공으로 무장했던 굳은
마음이 이제는 애틋함으로 변하여...조국수호의 길을떠나 그 임무를 완수한 .. 선배님들께..감사
와 존경을 표하며,동시에 이념의 칼에 희생된 같은동포인 북한군들에게도 " 평화의 안식을 취하시
라".....!
공사중인 노동당사.
몇번을 와본곳이지만, 이곳 고석정에서 보트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언제 타보랴.. 이왕 왔으니..
보트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한바퀴 돌아보는것도 꽤 괞찮다. 진부하고
식상한 내용의 안내이지만 ...사실 그것은 안내의 기본이 아닐까. 진부하다고 그 기본을 무시하면
관광지라는 커다란 틀도 퇴색해질수도 있는 아주 중대한 요소라고 생각함..
임꺽정이 은신해 살았다는 저 바위꼭대기 5~6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레프팅하는 사람들...
나를 길러준 어머니가 데리고 들어온 딸중에 큰딸이 이곳 철원 문혜리 텃골로 시집을 가서 살았
는데 어머니는 일년에 두번 정도는 막내인 나를 앞세워 큰딸집에 오곤 했다. 여기서 1키로쯤 우
측으로 가면 검문소가 나오고, 그 검문소에서 4키로 정도는 더 걸어들어 가면 누나 집이 있다.
-둘째누난 어머니가 우리집에 재가하여 들어오시기전에 살기가 하도 어려워 입이라도 덜어낼려
고 문혜리에 있는 검문소 헌병에게 15살난 딸을 시집보냈다 했다. 첫애가 나하고 동갑인데, 나하
고는 정반대로 공부를 잘해 대구상고와 경북대를 나와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잘 살고 있다.-
어느땐가 누나집에 갔을 때.. 군인극장앞 광장에서 영화 상영을 하는데 공짜로 보여준다 길래 군
용쓰리쿼터를 타고 이곳까지와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영화제목이 "서울이여 안녕" ....
불현듯 그 극장이 보고싶어서 기억을 더듬어 왔는데..건물이 보이질 않는다. 하도 오래 돼놔서 부
숴버렸을꺼란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확인하고픈 마음에 지나가는 할아버지께 여쭈니...그 건물사
라진지는 꽤 오래 됐고..그 자리가 저곳이라며 손짓으로 가르킨다. 비닐하우스옆 밭 뙈기....
강산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어릴적에 나도 언뜻 스쳐 지났을 먼 기억속의 장소를 찿아온 내
가 문득 어리석다는 생각이 스치듯 나다.
처음이다. 주제를 안고 아내와 여행을 하기는... 주제라고 해봐야 결혼 15주년을 기념해서 괜
찮은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고 끝내기가 좀 아쉬워 이벤트 성으로 결혼 기념일을 핑계로 바깥바람
쐰것에 불과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나오길 잘했다. 개발의 붐이 아직까지 미치지않은 이곳 연천철
원의 4월은, 한해 농사를 짓기위한 부산한 분위기가 심심치않게 눈에 띄고, 드라이브하기엔 최적
의 날씨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유행가 가사처럼 "보낸것도 아니고 떠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
렸다. 돌아보니...정말로 살기에 급급한 세월이었다. 공과금이 밀려 가스가 끊겨서 부탄가스로 밥
을 지어먹던 일이며 전기를 끊겠다는 통지를 받은횟수가 몇번인지 모른다. 내가 정말로 그렇게
가난했던적이 있었나.......! 둘중에 만일 어느 한쪽이라도 주저 앉기라도 했다면, 모든것이
와르르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그 세월을 함께 견뎌준 아내가 고맙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
고, 미움의 골짜기를 지나, 서로가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볼수 있는 눈을 얻은 지금...앞일에 대한
희망과 서로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
내일 성소주일에 가톨릭대에 가서 본당 복사님(?)들과 기타 본당 관계자들이 머물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하기에 그 준비 차원에서 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다.
2007/4/28
첫댓글 형제님 부부 따라 저도 봄 바람 잘 쐬었습니다. 고석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림 같군요.. 연천은 교대를 나온 한 친구의 첫 부임지, 아이들이 와서 선생님 하고 불러 돌아보면 빠알간 사과 한 알을 수줍어 하며 주고 달아난다던 얘기가 문득 생각나는군요.. 그래요, 두분 화안한 모습 보며 저도 함께 웃습니다. 힘드 ㄴ세월릉ㄹ 함께 잘 견뎌준 아내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 자매님도 마찬가지로 고마워 할 거에요. 그 고운 마음으로 남은 날 들 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클라우디아와 토마스와 함께요... 요즘 안보여 회사일로 많이 바쁘신가 걱정되어 내일 병원 들어가기 전 쪽지라도 처음으로 보내려 했는데.. 감사하고 반가워요
수술은 잘 받으셨으리라 생각 하구요...빠른시일내에 건강 되찿게 되시길 빕니다.
축하 드립니다.골고루 마~니마~니 보여 주셔서 감사드리고요,오래오래 주님 사랑안에 성경에서 칭찬받는 부부되시를 기도하며...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연륜이 묻어나는 아드리아나 자매님의 모습이 참 곱습니다. 두 분 행복해보이시네요. 마흔이 넘으면 보여지는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지요. 결혼 15주년 축하합니다!
잘 계셨지요?.. 아직도 회사일이 진행중이라 ..5월은 아무래도...이렇게 지내게 될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두 분의 앞날에 주님 언제나 함께 하시며 건강하시길 빌어요.
예..고맙습니다..늘 건강 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아름답습니다.
^^... 안녕하신가요?.. 요아킴 아버님이 빨리 털고 일어나셨으면 합니다. 늘 궁금 하구요...
필구 아우스팅님! 결혼 15주년 축하드립니다!!! 두분이 많이 행복해 보이시네요^^ 두분 성가정 이루시며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주님과 성모님께서 함께 하시며 은총 가득 주시기를 기도할께요^^*
감사 합니다. 요한이는 잘 있나요?
있잖아요...사진이 너무 멋있어서..말이 [안나]오드라구요..한참을 앉았다가는..댓글 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갔었지요..진심으로 1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아드리아나 님과 함께 한 세월들이..해인 클라우디아와 우진 토마스를 통해서 알찬 열매가 맺어지기를 먼저 두 손을 모읍니다./오늘은 맘먹고 다시 읽어보니..글쓰는 제주도 보통이 아니네요~! 이제 사진과 글을 겸비했으니! 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만..일단은!! 모든 일에 안정을 찾게 해주십사 청해봅니다..오늘 성지에 다녀오시는 발걸음이 복된 발걸음 되시기를..기도 속에서 아뢰겠습니다..마음 속에 바라는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래요.'생각하는 것이 기도하는것~!'이죠
남양엔 다녀 왔습니다..일은 ...공이 우리들 손을 떠났구요. 법대로 원칙대로 되어지기를 바랄뿐입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글과 사진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말이 잘 안나오네요^^
아하하 고맙습니다. 잘 계셨지요?
정말 늦게서야 보았습니다. 좋은 부부 여행이 되셨네요. 아드리아나 안주인과 함께 가족들의 안정되고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시기를 화살기도 드립니다. 아드님의 성소를 위해서도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늘 건강 하시길 빕니다.
늦었지만 결혼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저는 가끔 드라이브를 하느라 다녀오지만 사진과 글이 너무 잘 어울리어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매일 매일 밥먹듯이 주시는 주님 의 은총안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