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전부터 그려보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김희동선생님의 권유로 이번에 다짐을 하게되어^^
새해 첫 절기인 소한부터 그 절기의 빛깔을 보고 또 보며 어떤 변화와 흐름이 담겨있는지 자주 보고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눈여겨 보려하니 절입시각조차 놓치지 않으려하고 그 문턱을 넘어설 때 자연 속에서는 또 어떤 변화가 펼쳐질까 기대하고 설레이며 맞이하게 됩니다.
24절기를 더 세분하는 72절후에 따라 한 절기의 초후,중후,말후의 5일마다의 변화들도 눈여겨 보며 그 변화의 모습들도 일일히 그리고 싶은 욕심마저 듭니다.
또한 이번 절기달력의 하늘, 땅, 사람의 때를 나누신 것을 기준삼아 하늘때는 햇님, 달님, 날씨, 바람, 비 등의 하늘의 변화를, 땅때는 숲, 식물, 나무, 동물 친구들의 나타나거나 자라는 모습을, 사람때는 하늘과 땅이 바뀌는모습들과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 음식, 놀이, 텃밭농사 등의 변화를 보려하고 짧게나마 기록하려합니다. 이것이 하늘땅사람. 전체를 살피는 절기의 삶 안에 나를 들여놓기 위한 시도이고 길이 되길 바라며.
아래는1월6일 소한 해질녘, 그날은 역시 기대했던대로 대한보다 더 맹렬하고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있었는데 구름의 방향이 북서쪽을 향해 주욱 뻗어가는 그 한 가운데 서보니 이게 바로 소한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햇빛이 소한보다 따스해서 이름을 소한과 맞바꿔야 할 대한은 산책길에 늘 그 빛이 나무 가지 끝, 밑둥과 그 주변의 땅을 따스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절기달력에 적힌대로 빛에 녹은 땅은 질척거리고 있었고, 이에더해 달력의 예견대로 우수에 내릴 비가 한달이나 앞서 봄비처럼 내리니 언땅이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추위속에서 찾아온 입춘절기. 미세하게 겨울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진한 파랑이 한층 맑아진 기운으로 하늘에서 내려와 산을 감싸더군요. 사실 입춘과 대한은 한해의 시작과 끝의 매듭을 지어선지 여러 장면들을 그렸고 더 그려보고 싶은 이미지가 아직도 있습니다. 입춘절기에 저는 작은 텃밭. 작년가을 심어둔 배추를 김장때 걷고 남은 봄동을 거둬 봄동나물을 자주 해 먹었습니다. 겨울의 땅속으로부터 추위를 견뎌준 깊은 힘이 내 안에도 흘러 들어오는 듯 했습니다.
우수 절기는 그림으로의 표현이 뜻대로 마음으로 들어오지않아 이틀 새 일곱 장을 그리다 지쳐, 더 밖으로 나가야겠다 싶어 하던 일 멈추고, 광주에서 40분거리의 제가 좋아하는 순창 강천사를 찾았는데, 아름다운 계곡과 숲과 나무들,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겨울의 습기와, 차가운 바람이 여러번 찾아온 비와 함께 더 차갑게 더 맑아진 숲속에 차 있고, 그 안에 목련의 새눈들이 힘있게 옹그린 모습이 지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경칩날 절입시각 06시 56분에 바라본 동쪽하늘에서 동트는 햇님을 부르는 분홍빛 붉음은 한달 전의 푸른빛이 더 깃든 자색빛과 비교해 그 색조는 훨씬 가벼워지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아직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이렇듯 살펴보며 일년을 그리다보면
때마다의 빛깔에 더욱 이어져 내안의 빛들도 그 길따라 펼쳐지고, 하늘의 흐름을 따라 내안도 함께 다듬어져가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오~오~오!!! 정말 절기의 느낌을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놀랍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첫번째 소한 그림은 보는 순간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와 세째 그림은 나무들이 겪는 깊은 겨울의 느낌이 절실하게 다가오네요. 4,5,6은 시간 순서인가요. 저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차츰 짙은 추위가 옅어지는 느낌입니다. 일곱번째에서는 그 추위가 물러나고 비로소 세상이 평온을 되찾은 느낌이고 마지막 그림에선 아직 물러서지 않은 여전한 추위와 그럼에도 스며드는 따스한 빛 사이에서 나무들이 새 봄을 약속하는 순을 내어주는 것 같아 기쁨이 차오릅니다. 아침부터 눈이 호강합니다. 고맙습니다.
예. 선생님의 감상이 더 그림을 살려준듯 하여 뿌듯합니다.^^ 순서는 시간의 흐름 맞습니다. 대한에서 입춘사이 하늘과 땅 사이의 기운의 변화들이 느껴지는데~ 그걸 표현하고 싶은 것이 겨울나무를 둘러싼 분위기와 하늘과 산 사이에서 오는 색의, 겨울의 무거움과 덜어짐의 차이였습니다. 2번에서 6번까지의 그림이 대한과 입춘의 시간의 흐름입니다. 변화가 더딘 그 사이를 무던히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습니다.
음~ 좋네요. 올해는 아이들과 어떤 주제로 그려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참고로 하면 좋겠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그린 그림들도 아이들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구요.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잘 되면 아이들 그림사진도 보내드릴게요~^^
정원 선생님. 여기에 올려주세요.^^ 꼭!
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직관하는 힘이 강해서 저도 기대되요. 꼭 보여주세요.^^
아이가 입춘전에 태어날지 후에 태어날지 궁금해하며 보냈었는데 이리 섬세한 차이를 언제쯤이면 느끼게 될까요...
^^ 오래 전 김희동선생님께서 만드신 '절기관찰공책' 이라고 있었는데 그걸로 관찰 기록을 하면서 보니 그 다음 해에 눈에 좀더 들어왔던 것 같아요. 첫해는 눈여겨 보고 짧게나마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