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보슬비 탓에 날씨가 쌀쌀해진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느끼는 감성의 온도가 그만큼 낮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두터운 양복을 꺼내 꽃단장을 했다. 겨울이 지나면 나이 한살 더 발라먹게 되는 이유 때문일까, 아침에 일어나 침대 위에 앉은 채 거울을 보니 헝클어진 머리결이며 눈가에 쭈굴거리는 주름이며 이건 영락없는 아저씨의 몰골이다. 예전에는 나도 텔레비젼에 나오는 저 뽀송뽀송한 인간들 처럼 멋졌는데 말이다. 출근하면서 어제 밤 잠들면서 들었던 Esbjörn Svensson Trio의 Somewhere Else Before (Columbia, 2001)를 챙겨넣었다.
이 인간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삼류 건달이고 어디가서 명함 내밀며 나 음악한다라고 말하면 데쓰나 크레쉬 하리라고 생각할 법한 몰골들이다. 저기 저 앨범 커버의 사진들을 한번 보란 말이다. 누구를 골탕먹여줄까를 고심하는 리더의 입가에 퍼진 음모하며 덤빌테면 덤벼보라는 대머리 총각의 무표정한 얼굴이며 더벅머리 아저씨의 어리버리한 눈빛이며... 하지만 막상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숨막히는 섬세함과 예민한 감성으로 똘똘뭉친 인간들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유럽에서 이미 10년 가까이 함께 호흡을 맞춰오며 가다듬은 팀워크인지라 이들 트리오가 보여주는 표현들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차분하다. 격렬한 터치로 감정을 오버해서 표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세밀하고 절제된 표현들을 구사함으로써 긴장의 몰입과 진행을 차분하게 이끌어내는 미덕이 인상적이다. 예전에 이들이 유럽에서 선보였던 앨범들과는 달리 이번 것은 미국 메이져에서 발매된 첫 작품이라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미국식의 감각적인 연주를 의식하면서도 그와는 일정한 거리를 취한 자세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팀칼라를 최대한 살리는데 많은 역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