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 마을 이야기

[용두/김원석]

박재완작가의 기찬여행-구례 산수유 마을 이야기

입력시간 : 2014. 03.21. 00:00

온 산과 들판 샛노란 천연염색 풀어놔

앞니로 깐 열매 최고 한약재로 인정

좌익 명단 살생부 큰 회오리 일으켜

사상적 논쟁의 희생양이 된 백부전

필자는 섬진강 방면의 여행 때 듣는 음악이 두곡이 있다, 곡성을 경유할 때는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되는 ‘오렌지향기 날리는 특급열차(Orange Blossom Special)라는 연주곡이다.

‘특급열차'는 당시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에서 대서양 연안을 따라 뉴욕으로 이어지는‘Seaboard Railroad(해안철도)'를 운행하던 열차이름이며, 오렌지 꽃 호를 주제로 만든 트레인 송(train song)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경쾌한 음률의 음악을 들으면 봄날 같은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즐길 것이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플로리다의 해안도로의 느낌을 섬진강 강변도로 변의 산수유와, 매화가 간간히 피어오른 목련화 그리고 버드나무의 연록의 줄기가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교태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이미 봄날의 따스함에 설레게 한다.

이럴 때 강변철로를 달리는 열차와 마주치면 더더욱 환상이며, 비록 짝퉁 증기기관차 일망정 칙칙 폭폭 하면서 하얀 연기와 열차의 기적소리는 우리를 추억 속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그리고 좀 있으면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연분홍의 진달래가 곁들리면 환상의 도로다.

필자는 이맘때 곡성역 옆길인 60번 도로를 가다가 고달면사소 직전에 우측으로 접어 고달우체국 앞길로 접어들어 목동1길로 가다 고산로 좌회전하여 직진하면 산길로 접어들면 산동으로 가는 길이다.

천마산 산길 꽤 높은 산길은 터널을 통과하면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온통 마을이 샛노란 천연 염색이 온통이다. 바로 산수유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구례 산동 산수유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며, 북풍을 막아주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2월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피어 있다가, 11월부터는 진빨강 루비 빛의 열매로 전국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로 전국 생산량의 60% 차지하고 있다.

산수유 열매는 요즘은 현대화 시설로 자동탈피 시켜 한약재를 만들지만, 오래전에는 산동의 아가씨들이 앞니로 깐다는 풍문이 나돌아 산동제품이 최고 품질로 쳐주었다는 이야기도 동네 어른들은 전하고 있다.

산동출신 아가씨의 표시가 앞니로 산수유를 탈피 하다보면 ∧∨형태의 홈이 생겨났다고도 곁들인다.

동네의 유래를 보면 옛날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산동이라는 지명이 생겨났으며 3월22~29일 까지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린다.

화사한 개나리와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매화꽃, 그리고 요염한 자태의 벚꽃 보다는 더더욱 촌스럽고, 살포시 뭔가를 숨기는 듯한 봄 처녀의 젖무덤처럼 생긴 꽃봉오리 산수유 꽃을 보러 가보자.

상위 마을의 싸묵싸묵 걷는 산수유 꽃 돌담길을 걸어보자, 어린아이 키 높이 돌담이 산수유와 어우러져 여인의 허리선처럼 S라인의 곡선미가 넘치는 돌담길에서 여인이 툭 튀어 나올 것 같다.

소담한 길에서 산수유 기를 받으며 하위 마을 이곳 저곳을 다니고, 햇살에 반짝이는 서시천에서 손도 한번 담가보자. 돌담 넘어 고샅에는 동네엄니들이 작년에 가실겆이로 담은 감식초와 곶감 맛도 보고, 지리산 약초며, 갓 캐낸 봄나물도, 작년에 수확한 검은 콩도 팔기도 하는 풋풋한 정감어린 시골 풍경도 볼 수 있다.

좌판 앞에서 ‘엄니 이거 한번 먹어 보게요’ 하면 쑥! 한 움큼 집어주는 넉넉한 산동네의 인심이 남아 있는 곳에서 공정여행을 하면 어떨까요. ‘산수유가 남자에게 좋다던데’라고 광고 카피문구를 기억나는 산동에서 가볼까요

산수유 마을인 산동은 한국전쟁이 준 애틋한 사연이 가슴 아리게 하는 사연을 지니고 있는 노래가 있다. 산동애가이다, 한 때는 지리산의 여성 빨치산들이 불렀다고 전해지면서, 금지곡으로 한동안은 입도 뻥긋 못하는 던 때 가 있었다.

산수유가 노랗게 지리산 녘을 뒤덮을 때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하다, 수년 전에 TV 다큐프로에서 알려지며 다시금 세상 속으로 나왔으며, 한 때 대중가수에 의해 노래가 불리기도 했다는 가슴 아픈 우리의 현대사 노래이다.

산동애가(山洞 哀歌)

1. 잘 있거라 山洞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 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도 못하고 / 까마귀 우는 골을 멍든 다리 절어 절어 /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 /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없이 쓰러졌네

대 사

살기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 열아홉 꽃봉우리 피어보지도 못하고 / 까마귀 우는 곳에 나는 간다 /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 너만은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2. 잘 있거라 山洞아 山을 안고 나는 간다 /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情을 맺어놓고 / 회오리 찬 바람에 부모효성 다 못하고 / 갈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없이 쓰러졌네



노랫말이다.

이 노래를 처음으로 불렀던 주인공은 백부전이며, 백부전은 실존 인물이다. 산동면 상관 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열아홉 살 여순사건 때 국군에 의해 총살당한다. 부전은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고, 호적상의 이름은 백순례다. 그녀가 끌려가면서 스스로 지어서 불렀다는 것이 바로 이 ‘산동애가’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리산은 독립 운동가들의 도피처 이었으며, 더군다나 광복 후 좌우 대립상태에서도 사상적 논쟁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 할 때 1948년 10월 20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에서 좌익계열의 장병이 일으키면서 50년 2월 호남지역에 내려 졌던 계엄이 해제 될 때 까지, 지리산을 끼고 있는 산자락 사람들은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표현이 맞을 법도하다.

여순사건 당시 구례군 산동면을 비롯하여 황전·토지면 일대는 좌익 군인들의 무대였다. 여수에서 반기를 든 좌익 군인들이 이곳까지 접수했다. 특히 산동면은 군경과 좌익이 대치하며 피를 흘렸던 비극의 현장으로, 이른바 '좌익 명단' 살생부가 큰 회오리를 일으켰다.

어떤 식으로든 좌익명단에 그 이름이 오른 사람들은 혐의를 벗어나기도, 결백을 주장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으며, 진압군과 경찰, 우익청년단원들과 지방 우익세력의 협력자들에 의한 ‘손가락 총’에 지목되면 아무런 변호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즉결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죽임을 당하는 실정이였다.

때에 따라서는 살기 위하여 협조를 했을 것이고, 자의든 타의든 변명의 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는 좌익에 의한 경찰·우익인사 학살뿐만 아니라 진압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광범위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열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오빠가 진압군에 끌려가 처형당할 처지에 놓이자, 그녀가 오빠를 살려 집안의 대를 이으려고 ‘제가 갈 테니 제발 오빠만이라도 살려 달라’고 애원 하면서 대를 잇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지리산 자락에서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가 끌려가면 스스로 지어서 불렀다는 것이 바로 이 ‘산동애가’이며, 지금도 이 마을에 후손들이 산동면 위안마을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가슴앓인 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겪어낸 마을로 아물지 않은 비극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원래 전쟁 전까지는 100가구 정도가 살았으나 여순사건 이후로는 남자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은 뒤 현재는 20가구 정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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