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의 개요
이 책은 1974년 초판 발행 이후 무려 30여 년 동안이나 서양 및 동양사상 분야에서 매우 탁월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개론서로 명성을 얻어왔다.
유교와 힌두교,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비롯한 고대 사상을 비롯하여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칸트, 마르크스, 프로이트,
사르트르에 이르는 다양한 사상가들의 핵심 주장을 짧은 분량으로 요약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명료하면서도 읽기 쉽게
되어 있다.
오늘날 특별히 각광받는 에드워드 O. 윌슨과 진화생물학을 비롯해 뒤르켐, 스키너, 니콜라스 틴버겐, 로렌츠, 촘스키 등의 주장을 포괄적으로 소개한 진화론에 대한 장도 새로이 추가되었다.
또한 스토아 학파에서부터 계몽주의에 이르는 중간기의 사상적 흐름도 짚어보면서, 결론부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이론들을 흥미롭게 종합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처럼 여러 사상가와 전통들의 주장을 멋지게 배열함으로써 지금까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다양한 이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다 분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저자들은 각각의 이론을
'우주에 관한 이론,' '인간에 관한 이론,' '인간의 문제점에 관한 진단,' '인간의 문제점에 관한 처방' 등의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특별한 주제는 물론이고 철학, 종교학, 사상 분야의 개론서로서도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깊이와 폭을 지닌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인류 사회를 더욱 잘 이해하고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2. 책의 내용
1970년 옥스퍼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철학 강사 레슬리 스티븐슨이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강의실에 처음 들어간 순간,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1학년생들의 눈빛은 흐리멍텅하기만 했다.
그 대부분은 철학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이 대학의 규정상 철학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억
지로 수강하는 것뿐이었다. 도무지 열의가 없는 학생들의 눈빛에, 초보 강사 스티븐슨은 암담한 기분을 느낀다.
"지금 이 시간 이후로는 평생 철학을 공부할 기회가 없을 이 학생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기존의 강의와는 뭔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강의 주제를 찾기 위해 고심하던 스티븐슨은 결국 '인간의 본성'이란 주제를 선택한다.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여러 사상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주장들을 소개하고 비교함으로써 그들 사상에 대한 이해와 비판 능력을 키워주고,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에 답변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었다.
30년 넘게 스테디셀러로 호평받은 최고의 철학개론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존의 강단 철학과 달리,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 보게 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문을 주제로 선택한 스티븐슨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고,
그는 1974년에 이르러 자신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인간에 관한 일곱 가지 이론』이라는 책을 펴낸다.
이후 이 책은 철학 분야의 개론서로서 탁월하다는 평판을 얻었고, 1987년과 1998년에 각각 제2판과 제3판을 펴내며 30년 넘게 철학 분야의 확고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초판의 번역본이 1981년 종로서적에서 출간되어 이후 20여 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사상을 날카로운 비판 정신으로 검토한다
레슬리 스티븐슨의 책이 탁월한 철학 개론서로 손꼽히는 까닭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그 구성 면에서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철학과 신학, 그리고 심리학과 진화론을 망라한 각 분야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의 삶과 업적을 비롯해서, 그들 각자의 주요 사상과 인간에 관한 견해, 그리고 그러한 사상의 의의와 한계를 짤막하면서도 제법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험론의 전통을 지닌 영국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근저에 깔고 각 사상의 의의와 한계를 낱낱이 파헤치는 한편, 일부나마 각 사상의 장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정할 것은 인정함으로써 제법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또한 이 한 권을 가지고 이 모든 사상을 다 안 것처럼 여기지는 말라는 듯, 각각의 사상에 대한 설명을 마치면서 관련 분야의
필독도서와 참고도서 목록을 한 페이지 가까이 열거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출간 30주년 기념 제4판의 특징과 의의
2004년에 출간 30주년을 맞아 나온 이 책의 제4판은 이전의 판본과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 첫째로 이 책의 초판 때부터 포함되었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와 심리학자 B. F. 스키너의 이론이 최근의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
그리고 사회과학까지를 총망라하는 '다윈주의 이론'에 관한 장 속으로 통합되는 한편, 제3판부터 포함된 동양사상인
유교와 힌두교, 그리고 칸트의 이론에 관한 장과 제4판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관한 장이 추가되어
모두
"열 가지 이론"이 된 것이다.
아울러 사상가 위주로 내용을 선별한 까닭에 고대 후기부터 근대 전기에 이르는 일종의 사상사적 간극이 생기는 문제점을 고려하여, "사상사적 간주곡"이라는 짧은 장을 통해 그 시기에 해당하는 주요 사상가들의 사상을 일별할 수 있게 했다.
○ 둘째로 단순히 서로 다른 견해를 소개·비교하는 데 그쳤던 이전 판본과는 달리,
이번 제4판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열 가지 이론을 '종합'해서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는 점이다.
즉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인 "결론: 상반되는 이론의 종합은 가능한가?"
에서 저자는 다양한 철학 및 사상 체계로부터 가져온 유용한 주장들을 적절하게 배열하여 독자로 하여금 각자 이 세상을 바라보고, 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
가령 모든 인간을 존중하라는 칸트의 도덕률을 밑바탕으로 삼고,
유교의 너그러움(仁)과 기독교의 사랑을 실천하는 한편,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르트르의 실존적 결단과 프로이트의 발달심리학을,
사회적 차원에서는 마르크스의 비판적 시각과 진화론의 과학적 시각을 염두에 두는 식이다.
오늘날처럼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어느 한 가지 사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실로 무망한 일이다.
따라서 이처럼 다양한 사상으로부터 가장 유용하고 유의미한 주장만을 추려냄으로써, 우리는 보다 비판적이면서도 건설적인
이중의 바람직한 결과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철학은 필요한가?
철학은 한때 만학의 근본으로 지칭되었지만 오늘날은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단적인 예로 오늘날 철학은 대학에서도 가장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간이 철학을 저버릴 수 있을까?
역사상 그 어느 때를 보아도 철학이 환영받은 시대는 없었다.
철학에 대한 평가가 항상 양 극단을 오간 까닭에, 한때는 유한계급이나 즐기는 소일거리 취급을 받았고,
또 한때는 불평분자와
불온세력을 양산하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물질문명 시대에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까닭
현대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할지라도,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결코 만족스럽게 주어질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철학이 대단한 인기와 보편성을 지니진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의식 있는 소수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유가
아닐까.
기술문명에 대한 맹신과 인터넷 열풍 등으로 인한 갖가지 비인간적인 사고방식과 부작용이 만연하는 오늘날,
각자의 인생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비판적인 시각이 아쉬운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우리에게 철학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닐까?
50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와 참고문헌 소개
이 책의 초판본은 1981년 종로서적에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일곱 가지 이론』(임철규 옮김)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이후 출판사의 사정으로 절판되기까지 무려 20여 년이 넘도록 일반 독자를 위한 최적의 철학 개론서로 사랑받았다.
이번 제4판의 번역에서는 내용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서의 본문에 언급된 수많은 인용문들을 일일이 기존의 국내 번역본과 대조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굳이 다른 책을 일일이 뒤적이지 않아도 인용문의 전후 맥락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원전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500여 개에 달하는 주에 발췌, 수록했다.
아울러 각 장 말미에 저자가 소개한 참고문헌의 국내 번역본과
주요 원전 번역본을 소개해 독자들에게 일종이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
이 책에 포함된 주와 참고문헌만 훑어보더라도, 이 책의 초판 번역본이 나온 사반세기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국내의 연구
성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올여름엔 철학개론을 다시 읽어야 할듯...^^ 하네요
여름에 읽으면 할 듯....`
가을에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