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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평과전망 원문보기 글쓴이: 들판
I. 들어가는 말
II.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 현황에 대한 사목적 성찰 1.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의 주요 특징 2.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 현황에 대한 성찰 3. 종합적 성찰
III. 제주교구 소공동체를 위한 사목적 과제와 전망 1. 소공동체의 내용적 차원 (1) 교회적 존재와 활동의 원천 (2)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의 토착화의 길 (3) 평신도의 자발적인 참여 (4) 지도력의 쇄신 (5) 소공동체의 영성 2. 소공동체의 구조적인 차원 (1) 본당공동체의 사목구조 (2) 본당 내 ‘통합사목위원회’ 구성
IV.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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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통계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호황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적지 않은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적어도 9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보기에 덩치는 꽤나 커졌지만 속으로는 낡은 집 벽에 생긴 틈처럼 그렇게 깊게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주일미사 때마다 성당에 신자들이 가득 차 있어 얼른 눈에 띄지는 않지만 사실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른바 쉬는 교우들의 빈자리는 점점 늘어갔지만 그들을 위한 자리에 우리는 새로운 신자들을 채우는 일에 더 급급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교회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고, 심지어는 청소년들을 본당공동체의 소중한 주체로 생각하기보다는 주변인으로 여겼습니다. 우리 교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적지 않은 힘을 쏟아 부은 것은 틀림없지만 ‘청소년들에 의한, 청소년들의 공동체’가 되기에는 꽤 미흡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자선의 대상으로 여기기는 하지만 교회 안에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우선 논리의 거대한 파도는 많은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조차 크게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교회 안에 생겨난 빈틈의 몇몇 단면들을 열거하는 것은 물론 우리 교회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교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읽어보자는 뜻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교회 현실을 애정 깊은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희망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현실을 의식적인 눈으로 읽고 또 그 현실로부터 교회다움을(교회의 새로운 존재방식) 새롭게 궁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씀드리자면 한국의 소공동체는 단순히 하나의 교회적 제도이거나 새로운 형태의 위기관리체계 혹은 조직체계가 아니라 교회다움을 위한 우리의 회개에 그 영성적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복음을 향한 회개’입니다. 세상 안에서,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사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복음 속에서 우리 교회와 우리 삶의 희망과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고 가꾸자는 것입니다.
서귀포 성당의 사례는 바로 이런 노력의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서귀포 성당의 신앙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읽으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하나는 본당공동체의 속내를 드러내어 분석대상이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신 서귀포성당의 신자들과 본당수녀님 그리고 본당신부님의 열린 마음에 내심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가급적 서귀포 성당 신자들의 요청과 목소리를 깊이 헤아려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서귀포 성당의 소공동체 현황에 대해서는 <천주교 제주교구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되풀이하여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1) 오히려 저는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의 몇 가지 핵심적인 면에 주목하여 성찰하고자 합니다. 그 다음으로 향후 제주교구 소공동체의 사목적인 과제와 전망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II.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 현황에 대한 사목적 성찰
1.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의 주요 특징
서귀포 성당의 신앙실태조사는 소공동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전체적으로 보아 우선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가 본당의 일반신자들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과 쉬는 교우들까지 포함하여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며 뜻 깊은 사례연구가 될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미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2)가 있었긴 했지만 이처럼 본당공동체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실태조사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점은 특히 본당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소공동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읽고 향후 적절한 방안을 찾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리라 여겨집니다.
• 둘째, 소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신자와 불참하는 신자의 실태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소공동체 참여여부를 통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소공동체에 참여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참여할 수 없는 신자들의 생각들을 헤아리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소공동체에 참여하지 않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데 큰 자극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셋째, 본당공동체에 속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소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향후 소공동체가 본당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 넷째, 쉬는 교우들의 소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매우 간략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당의 소공동체가 쉬는 교우들의 전반적 현실을 섬세하게 읽고 그에 상응한 방법으로 응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쉬는 교우들을 단순히 신앙이 없는 사람들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어려움이나 생계문제 또는 신앙상의 문제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 현황에 대한 성찰
앞에서 말씀드린 실태조사의 몇 가지 특징들은 서귀포 성당의 소공동체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귀포 성당의 소공동체 현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를 전제로 특히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의 고무적인 차원과 향후 중요하게 고려할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소공동체의 현실과 과제를 바라보고 식별하는 여러 형태의 관점3)이 있지만 여기서는 소공동체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 복음에 대한 충실성, 삶의 현장 안에서의 증거(세상 안에서의 실천), 교회(공동체)를 살기 - 중심으로 서귀포 성당 소공동체 현황을 살펴볼 것입니다.
(1) 복음의 빛
소공동체가 추구하는 핵심은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닮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로 요약되는 복음을 선포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 스스로 세상 안에서 살아계시는 복음입니다. 이 복음의 빛 속에서만 비로소 우리가 진정한 인간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음을 증거하고자 하는 것이 소공동체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공동체는 복음을 향한 회심입니다. 달리 말해서 소공동체는 복음이 교회공동체와 우리 신앙과 영성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임을 새롭게 확인하는 그리스도인 존재의 고백입니다.4)
서귀포 성당 신자들의 성경읽기와 성경묵상에 관한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주 1회 이상’이 48.4%에 이르고 있어 매우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여전히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삶의 중심에 다다르지 못한 비율도 높다는 점 또한 지나치기 어렵습니다.(표 1-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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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
퍼센트 |
유효 퍼센트 |
매일 |
32 |
9.0 |
10.8 |
주4-5회 |
21 |
5.9 |
7.1 |
주2-3회 |
46 |
13.0 |
15.6 |
주1회 |
44 |
12.4 |
14.9 |
한 달에 한두 번 |
24 |
6.8 |
8.1 |
특별한 경우에만 |
40 |
11.3 |
13.6 |
거의 하지 않음 |
88 |
24.8 |
29.0 |
무응답 |
60 |
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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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계 |
355 |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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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바람직한 경향 역시 엿볼 수 있습니다. 구역・반장을 대상으로 한 소공동체 프로그램과 관련한 조사에서 성경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비율이 기존의 ‘복음나누기 7단계’ 외에도 전체적으로 47.2%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성경과 관련된 프로그램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병행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기타의견에도(자세한 것은 「부록」 표 31: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 참조)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신자들이 교회의 원천인 성경말씀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자들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성경 프로그램을 찾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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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프로그램 |
희망 프로그램 |
복음나누기7단계 |
83.3 |
43.5 |
복음나누기7단계+다른 복음 나누기 병행 |
12.5 |
18.5 |
복음나누기+성경공부 |
2.1 |
28.7 |
복음나누기 외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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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기타 |
2.1 |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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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
100.0 |
소공동체모임 참여여부가 성경읽기와 성경묵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결과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읽기와 성경묵상을 ‘주 1회 이상’하고 있는 신자들의 비율을 보면 소공동체모임 참여자가 61.2%, 불참자가 14.9%로 나왔습니다.(표 1-62 참조) 소공동체모임이 성경 말씀과 친숙해지는데 큰 자극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성경에 대한 조사결과 또한 흥미롭습니다. ‘주 1회 이상’ 성경읽기나 성경묵상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29.2%로 나타났습니다. ‘매일’한다는 학생들의 비율이 4.2%라는 조사결과를 보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표 3-15 참조) 또한 소공동체모임에서 하고 싶은 활동으로 ‘복음나누기’에 응답한 비율 역시 25%나 됩니다.(표 3-28과 「부록」 표 85 참조) 이런 결과가 암시하는 것은,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도 교회의 본질적인 것이 충분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성경프로그램의 적극적인 개발과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2) 삶의 현장 속에 존재하는 교회: 세상 안에서 복음 증거
살아있는 복음은 우리가 속한 삶의 자리, 즉 가정과 직장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드러날 때 그 힘이 있습니다. 한국의 소공동체가 본당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삶의 현장을 교회(우리)가 살아야 할 곳으로 바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복음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구역・반장을 대상으로 한 소공동체의 사회봉사 활동여부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있다’가 71.4%, ‘없다’가 28.6%로 나타났습니다.(표 2-11 참조) 사회봉사 활동의 주요 내용은 자세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주로 병자방문인 것으로 보입니다.(「부록」 표 57 참조) 어떻든 소공동체모임이 단순히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기충족을 위한 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여서 긍정적입니다. 소공동체모임 봉사활동의 방향은 신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요청을 읽고 그에 걸맞은 실천가능성을 찾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라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 안에 사는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소공동체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 교회가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쉬는 교우들의 생각을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쉬는 교우들은 ‘소외된 이들에 대하여 관심과 배려’를 쏟는 것이 우리 교회의 우선적인 과제임을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표 4-23 참조) 이는 친교(communio)로서의 교회의 진면목은 지역사회 안에서 육화되어 표출될 때 비로소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소공동체가 그 구성원들끼리만 어우러지는 사귐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좋은 이웃’으로 살아간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교회로 체험될 것입니다.
아울러 소공동체가 함께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 사도직’을 고무시키고 장려할 수 있는 못자리가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것은 소공동체 구성원들 각자가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서 체득한 복음의 정신을 자신이 속한 삶의 모든 영역(가정, 직장, 지역)에서 구체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공동체는 다만 소규모로 형성된 또 하나의 단체에 불과하게 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가 소규모로 구성된다는 것은 단순히 규모의 차원에서 ‘작고 왜소한 교회’가 됨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소공동체는 오히려 신앙적 친밀함과 복음적 나눔의 깊이 속에서 온 세상을 새롭게 비추는 등불이 되고자 하는 점에 그 본래 지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공동체는 겨자씨와도 같은 것입니다. 소공동체는 작고 보잘것없게 보이지만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간직한 공동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생활에 대한 소공동체모임의 도움 정도에 있어 보통 이상의 비율이 73.3%로 나타났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 입니다.(① 보통: 49.0% ② 높은 편: 21.9% ③ 낮은 편: 18.0% ④ 매우 낮음: 8.8% ⑤ 매우 높음: 2.5%. 표 1-87 참조) 소공동체가 실제적으로 사회생활의 위한 못자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 소공동체에 기대하는 바에 대한 물음에서 ‘사회생활에 도움’(2.1%)이라는 응답은 매우 미미하게 나타났습니다.(표 1-37)
(3) 교회(공동체)를 살기
교회는 사랑으로 더불어 살며 서로를 위하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소공동체는 이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받드는 공동체입니다. 즉 소공동체는 하느님의 선물인 구원의 여정을 혼자서가 아니라 더불어 걸어가는 교회입니다. 날마다의 말씀과 성찬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남김없이 받는 교회는 그 사랑의 힘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고 헌신합니다.
서귀포 성당의 설문조사에서 많은 신자들이 신앙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미사전례’(74.4%)를 꼽았다는 것은 그저 새로울 것이 없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표 1-25와 표 1-25-1 참조) 왜냐하면 미사전례는 하느님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5) 이 설문 결과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교회의 길은 무엇보다 신앙생활의 본질 내지는 원천에 충실할 때 새롭게 열린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주 2-3회 미사에 참례’하는 비율을 보면 소공동체모임에 참여하는 신자(45.4%)가 불참하는 신자(16.5%)에 비해 높다는 사실입니다.(표 1-59 참조) 물론 소수이지만 소공동체모임에 참여하면서도 미사전례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신자도 있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일 가족 미사의 경우, 성인신자들의 경우 연령별・직업별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도가 89.2%에 달하고 있습니다.(표 1-19와 「부록」 표 10 참조) 이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생각은 ‘그저 그렇다’가 58.3%, ‘매우 좋다’가 29.2%, ‘학생 미사 따로’가 12.5%로 나타났습니다.(표 3-23과 「부록」 표 93 참조) 이러한 결과는 적어도 기존의 전통적인 미사형태(성인, 학생, 어린이 각각 따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당의 공동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지표 중의 하나는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서귀포 성당의 전반적인 본당운영과 관련된 소통구조는 설문조사결과에서 확인할 수 없지만, 소공동체모임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남성모임(‘보통’이 100%)보다는 여성모임(‘보통’이 50%, ‘매우 만족’이 50%)이 비교적 만족도가 높고, 가족모임의 경우에는 ‘비교적 불만족’이 33.3%, ‘비교적 만족’이 33.3%, ‘매우 만족’이 33.3%로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부록」 표 72 참조) 본당운영 전체와 관련된 것이든 소공동체모임의 경우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자들이 보다 더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함께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향후 공동체의 조화로운 운영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본당공동체의 전례나 의사소통구조 외에도 신자들 간의 신앙적 친교와 경조사 참여와 관련해서는 소공동체모임의 참여자가 참여하지 않는 자들보다 전반적으로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표 1-67과 표 1-67-2 참조)
3. 종합적 성찰
소공동체 시범본당인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몇 가지 종합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서귀포 성당의 경우, 교회 공동체의 뿌리 내지는 원천(복음, 미사전례)에 대하여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매우 돋보입니다. 이 점은 특히 소공동체가 기여하는 바가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서 성경말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또 복음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표 1-88과 표1-89 참조)
• 서귀포 성당 신앙실태조사는 교회의 원천에 대한 깊은 의식과 사회적 신앙실천의 관계가 향후 소공동체를 통해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지를 과제로 남겨 주었습니다. 서귀포 성당의 경우 소공동체를 통한 활동실천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① 보통: 42.6% ② 낮은 편: 25.4% ③ 높은 편: 14.3% ④ 매우 낮음: 13.5% ⑤ 매우 높은 편: 4.1% 표 1-82 참조. 또한 「부록」 표 39 참조) 물론 이 점은 - 제가 보기에 - 단시일 내에 풀릴 수 있는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차 이에 대한 궁리와 실천 가능한 조건을 형성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서귀포 성당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소공동체가 꽤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표 3-26, 3-27, 표 3-28, 표 3-29, 표 3-29-1 참조) 이는 특히 소공동체의 미래전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때, 청소년들의 소공동체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다양하고도 역동적인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 이 결과는 서귀포 성당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다른 본당들에게도 충분히 긍정적인 자극과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III. 제주교구 소공동체의 사목적 과제와 전망
서귀포 성당의 사례는 향후 한국 소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긍정적인 차원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와 더불어 한국 소공동체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적잖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마치 단기간 내에 건축물을 짓는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공동체는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가는 여정입니다. 우리 교회공동체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형성해가는 여정입니다. 겨자씨가 자라듯이, 한 아이가 세월에 따라 성장하듯이 그렇게 소공동체 역시 차차 성숙해갈 것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벼가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농부처럼 넉넉한 마음과 우리가 마땅히 걸어야할 교회의 길을 함께 궁리하는 일입니다. 때때로 한국의 소공동체를 향해 쏟아지는 비바람은 우리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며 그 비바람 또한 벼를 알차게 살찌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주교구 소공동체를 위한 사목적인 과제와 전망과 관련해서 저는 소공동체의 내용적 차원과 구조적 차원에서 제시하려고 합니다. 제가 드리는 제안이 제주교구의 소공동체를 위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복음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교회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생각을 나누는 것이라고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1. 소공동체의 내용적 차원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 안에서 하느님 말씀의 빛 속에서, 하느님 백성의 친교(communio)로서의 교회모습을 새롭게 실현하기 위해 대안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때때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의 현존과 역동성을 심층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소공동체의 시도 또한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공동체가 본당공동체가 안고 있는 모든 과제를 단숨에 척척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사라고 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한국의 소공동체 사목을 통해 본당의 숱한 과제들을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안목으로 해소해가려는 시도와 노력들은 격려되고 고무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에서는 결코 얕게 평가될 수 없는 소공동체의 내용적 지향들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교회적 존재와 활동의 원천
교회다움의 새로움과 그 새로움을 구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하는 핵심동력은 복음적 전망에서 나옵니다.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가 이를 새로이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에 닿아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바로 그런 까닭에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본질적인 영감과 자극을 얻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없습니다. 또한 한국의 소공동체가 복음의 뿌리로부터 영양분을 제공받고 있는 한 그 미래는 결코 어두울 수 없습니다. 설령 소공동체의 역사적 형태가 향후에 오늘날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 할지라도 그 뿌리가 영원한 한 소공동체의 근본지향점은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소공동체가 복음의 전망으로부터 교회적 존재와 활동을 세상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비록 그 결실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 교회에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의 근본문제는 한국사회 안에서 복음적 전망을 만족스럽게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공동체는 그 노력만으로도 이미 근본적인 새로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귀포 성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복음으로 차츰 돌아서고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개화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 걸음이 헛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첫 시작은 우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것(복음을 받아들임)입니다.(마르 1,15 참조) 소공동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다름 아닌 하느님을 등지고 있는 발길을 돌려 하느님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세상 안에서 살이 되지 못하고(육화) 행위가 되지 못하는 말로부터 육화된 말씀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소공동체의 희망은 여기에 놓여 있습니다.
(2)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의 토착화의 길
한국 교회의 신앙토착화의 길은 무엇보다 복음의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여기에 신앙토착화의 핵심이 있습니다. 혹자들은 한국의 소공동체가 남미 기초교회공동체의 변형이니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의 수입품쯤으로 얕게 보지만 그 본질은 복음의 길을 걷고자 하는 교회의 여정에 기꺼이 동반자로 나섰다는 데 있습니다. 서로 친교를 나누고 연대하는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공동체는 복음의 길을 따르고자 합니다. 복음을 삶의 심층에 받아들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소공동체는 신앙토착화의 가장 두드러진 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신앙토착화의 과제는 오로지 신학자들의 까다로운 연구과정 속에 놓여있는 것일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 신앙의 토착화에 씨를 뿌려 놓은 셈입니다. 복음의 길을 따르는 사람이 신앙토착화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3) 평신도의 자발적인 참여
한국의 소공동체는 ‘신자들의 자발적 요청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위로부터의’ 제도 내지는 ‘성직자 중심주의의 또 다른 형태’라는 차가운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소공동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소 완곡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는 면이 없지 않았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기 곤란합니다. 이 비판이 단순히 ‘위’와 ‘아래’의 관점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주교는 ‘위’에 해당되고 신자는 ‘아래’에 속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관점에서 ‘위’와 ‘아래’를 논한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높고 낮음을 뜻하는 ‘위’와 ‘아래’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교회모습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백성 안에서는 높고 낮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상호존중의 관계가 있으며 또한 직무와 카리스마에 따른 다양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교가 어떤 사목적 제안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단지 ‘위로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는 한 구성원으로서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 ‘위로부터’라는 비판이 상호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강요를 탓하는 것이라면 그에 동의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신자들 스스로의 생각입니다. 서귀포 성당의 경우, 소공동체 참석 요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소공동체가 중요하기 때문에’가 27.7%,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가 27.3%, ‘구역・반장, 반원들의 권유 때문에’가 22.9%로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신부님의 권유로’라는 응답비율은 10.3%에 불과합니다.6)(표 1-47 참조) 설령 소공동체가 교구장주교 또는 본당 신부에 의해 제안되었다 하더라도 신자들의 자발적 수용의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공동체의 활성화여부에 있어 본당신부의 태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평신도의 자발성이 소공동체 안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과제입니다. 이는 평신도의 통합적 양성 및 본당운영 및 소공동체 운영의 구조적 차원, 즉 의사소통과정과 의사결정 구조의 쇄신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4) 지도력의 쇄신
소공동체가 지향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지도력의 쇄신입니다. 이 점은 특히 성직자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하느님 백성의 형제애와 인격성 그리고 서로 섬김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공동체와 세상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지도력입니다.(마태 20,28 참조) 군림하고 일방통행 하는 권위는 사람들을 흩어놓지만 사랑의 권위는 사람들의 깊은 마음을 얻고 서로를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소공동체가 추구하는 지도력의 쇄신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인격적으로 들어 높이게 될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도 소공동체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빛을 비추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5) 소공동체의 영성
소공동체의 영성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가 교회의 본질적인 바탕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의 영성은 그리스도인 존재와 활동의 통일성에 기초를 두고 있고 또 그 통일성을 지향합니다. 이 통일성은 -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성찬의 심층적인 수용과 세상 안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7) 현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영성적 대안마련은 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거니와 또 이 보다 더 원천적인 것은 없습니다.
2. 소공동체의 구조적 차원
소공동체의 구조적인 차원과 관련해서 저는 크게 두 가지의 실천적인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본당의 구체적인 여건과 상황이 다를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의 제안은 참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1) 본당공동체의 사목구조
본당공동체의 운영에서 공동체 구성원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요긴하고도 중요합니다. 또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신자들의 참여는 폭넓은 선택과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사실 본당공동체의 본당신부와 사목회가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결정구조에서는 신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사목회는 신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하기에는 그 구조상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목회 임원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신자들을 대표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보다는 분야에 따른 전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목회 중심으로 본당운영의 주요사안들이 주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사목회가 담당할 고유의 전문적인 직무를 뛰어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본당공동체 운영에 있어 신자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사목구조가 필요합니다. 필요에 따른 전문 영역은 분과에서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결정구조를 위해서는 소공동체 중심의 구조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는 또 주체적 참여의식이 비교적 높은 현대인들의 요청에 부응할 수 구조가 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2) 본당 내 ‘통합사목위원회’ 구성
본당의 전체적인 사목영역을 통합적인 안목에서 기획・조정하고 그 진행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지원팀이 구성되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사목분과 는 전문분야와 영역에서만 기능하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당 전체의 사목적인 상황과의 상관성을 대체로 놓치는 수가 많습니다. 또한 본당계획이 대체로 단기적으로 1년 단위로만 계획되고 실행되어 주로 행사중심적인 계획이 되는 경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분명 사목영역별로 넘어서야 할 과제가 있지만 해소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본당공동체의 많은 사목적 과제가 해소되기보다는 지속되는 경향도 어쩌면 본당사목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사목 접근의 부재는 본당사목의 안정성과 지속성(연속성)을 쉽게 흔들어 놓고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본당사목을 지나치게 상황에 의존시키게 됩니다. 본당신부의 이동에 따른 사목조건과 실행의 변화 내지는 사목적인 관심의 이동 역시 이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당사목이 지나치게 인적 요인의 변화에 따라 - 본당신부나 임원의 변화 등 -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본당사목을 통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통합사목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본당의 형편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가급적 본당차원에서 구성되어 운영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교구차원에서 통합사목지원팀의 운영은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본당 통합사목위원회가 담당하는 역할을 몇 가지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본당 통합사목위원회 구성은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본당 통합사목위원회는 본당공동체의 사목적인 현황을 전체적이고 유기적으로 꿰뚫어 보고 본당사목의 과제를 신자들과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현행 사목회 중심의 본당 조직구조는 분야별 기능에 있어서는 수월하나 본당사목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성을 파악하여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사목회는 현 구조상 단순히 본당신부의 사목활동에 대한 보조기능을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본당의 사목적인 과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 본당 통합사목위원회는 이를테면 소공동체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하여 현황과 과제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서귀포 성당의 경우처럼 신앙실태조사가 이루어졌으면 본당사목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하여 구체화할 것인지를 신앙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작업해야 합니다. 이 신앙실태조사 결과를 누가 어떻게 반영하여 실행할 것인가. 무엇을 실행할 것인가. 누가 실행결과를 확인할 것인가. 또 변화과정은 어떤 방법으로 검토할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해결하지 않으면 신앙실태조사는 무의미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본당 통합사목위원회는 본당사목 영역의 과제들을 단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방안을 찾습니다. 필요에 따라 단기계획 또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과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확인합니다.
• 본당 형편상 본격적인 본당 통합사목위원회 구성이 어렵다면 그 대안으로 ‘소공동체위원회’에서 본당사목을 유기적으로 분석, 성찰, 실행,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본당공동체 형태가 소공동체 중심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소공동체위원회에서 이를 수행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또한 소공동체위원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서게 될 때는 이를 보완하고 지원할 별도의 팀 구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IV. 나가는 말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는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의 사목적인 현실과 과제를 근원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또한 소공동체가 한국 교회의 역사적, 사목적인 요청을 읽고 그에 구체적으로 응답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도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소공동체가 - 사목적인 측면에서 - 교회의 사목적 현실과 사목영역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목적 관점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사목현실에 대한 구조적, 통합적 대안을 고민하는 것 역시 소공동체 사목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교회 소공동체의 미래전망이 과연 밝은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물음은 그리 중요한 물음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는 단순히 시대의 흐름 속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오늘의 시대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소공동체는 모든 시대 속에서 현존하시고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그 근간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 안에 뿌려진 말씀의 씨가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불씨로 타오르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