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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5
씬/1 D, 국과수 복도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수현. 저 앞쪽으로 특수부검실이 보인다.
씬/2 D, 국과수, 특수부검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며 들어서는 수현.
스테인레스 침대에 백골사체의 뼈들을 하나씩 맞춰놓고 있는 연구사.
그 옆에는 커피잔을 들고 연구사와 수다를 떨고 있던 듯한 윤서다.
윤서 : 차형사님. 또 (백골사체 눈짓으로 가리키며) 이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수현 : 남잔가요?
윤서 : 성별은 남자에요. 키는 000센티미터, 치아의 발달상태로 봤을 때 사망 당시 나이는 30대 초중반.
수현 : (약간 긴장하는) 발견장소는요?
윤서 : (차트 보며) 13번 국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대요.
수현 : (윤서의 손에서 차트 빼앗아 보며) 13번 국도 확실해요?
윤서 : 그런데.. 어깨가 매끈해요.
수현 : (보는)
윤서 : 오른쪽 어깨에 철심이 없다구요.
수현 : (실망하는 표정)
윤서 :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누굴 찾는 거예요? 형사님, 모쏠인 거야 유명하니, 애인은 아닐 거구..
수현 : (윤서 입 막으려는 듯, 챠트 윤서의 가슴에 확 안겨주며) (연구사에게) 수고하세요.
하고는 문 열고 나가는...
윤서와 함께 있던 연구사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연구사 : 왜 저러는 건데요?
윤서 : 백골사체만 들어오면 저래요. 30대에 어깨에 철심을 박은 시신을 찾나봐요.
연구사 : 그 사람이 누군데요?
윤서 : 글쎄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정말 죽었으면 싶은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씬/3 D, 국과수 로비
터벅터벅 정문을 향해 걸어나오는 수현.
그때, 저 앞쪽으로 보이는 숙직실 간판. 지나가려다가 잠시 멈춰서서 그 간판을 바라보는 수현의 시선에서.
씬/4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 자막 - 1995년, 9월 1일
형기대 사무실로 들어서는 정복차림의 여경의 뒷모습.
그런 여경을 이건 뭔가 싶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산짐승같은 강력계 형사들의 모습 사이사이
여경의 광난 구두, 가슴에 달린 ‘순경 차수현’이란 명찰 보여지다가 형기대 반장 앞에 각잡고 서서 경례 붙이는 여경.
그제서야 얼굴 보여지면 20대의 앳된 수현이다.
수현 : (새된 소리로 열심히) 순경 차수현은 1995년 9월 1일자로 서울청 형사기동대 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반장을 비롯한 형사들, 멍하니 보다가 반장, 정신 차리고 박수 짝짝짝 치자 다른 형사들도 정신차리고 박수친다.
반장 : (여자 다루기가 어색한) 뭐..그래.. 잘 왔어. 왜 여기로 자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은 아냐.
긴장 풀고 잘 지내 보자고..
수현 : 예!!!
반장 : 어.... 뭐... 질문있나?
수현 : ...어... 질문.. 해도 됩니까?
반장 : 그럼 그럼, 해. 해.
수현 : ...(순진한 얼굴) 야근이나 숙직할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여자 숙직실은 어딥니까?
반장을 비롯한 형사들, 끔뻑끔뻑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씬/5 D, 과거, 형기대 숙직실
불 꺼진 숙직실 안. 별안간 ‘팟’하고 불이 켜지며 마구 들어서는 형사들.
옷걸이에 걸린 남자 속옷, 재떨이, 벽에 붙은 야한 달력사진까지 부다다 챙기기 시작한다.
그 중 20대 후반의 김정제 형사, 두툼한 이불더미 확 잡아채는데, 안에서 꿈틀하는 누군가..
보면, 이불을 부여잡고 있는 잠이 덜 깬 1995년의 20대 후반의 재한이다.
재한 : (비몽사몽) 뭐야?
정제 : 빨리 일어나. 방 빼란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올려보는 재한의 얼굴 위로.
재한(소리) : 방, 못 빼!
씬/6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여전히 알몸에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재한, 반장앞에 서서 강력히 항의중이다. 그 옆엔 정제가 답답한 얼굴로 서 있고..
재한 : 여기가 무슨 목욕탕입니까? 남성용 여성용 따로있게? 그리고 저기 내주면 우린 어쩌라구? 나가서 노숙하라구요?
반장 : 3층 창고 숙직실로 개조해줄게. 그때까지 쫌 참아.
재한 : 창고라니! 창고라니! 우리가 쟤 때문에 왜 창고에서 자야되는 데요!
정제 : 우리 대 최초의 여순경이래. 형기대의 마스코트라잖아.
재한 : 마스코트 같은 소리하고 있네.
반장 : 암튼 입 닥치고 잘들 모셔. (하다가 재한 보며) 아이그..넌 여자두 있는데 꼬라지가 이게 뭐냐.
재한 : (더 열받는) 3일내내 잠복하다가 어제 겨우 옷 빨았습니다. 그리고 겨우 눈 좀 붙이다가 쫓겨났잖아요.
(흘러내리는 이불 끝을 토가처럼 어깨 너머로 연신 넘기며) 어쨌든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씬/7 D, 과거, 형기대 숙직실 입구/숙직실
조금 열린 문 너머로 숙직실 안을 보고 있는 이불 두른 재한과 정제.
숙직실 안에 핑크색 새이불 깔고, 세트인 분홍 베개 정리해 놓고 있는 수현을 어이없이 보고 있다.
정제 : 그래.. 이건 아닌 것 같다.
재한 : 그지?
말없이 가위바위보 하는 정제, 재한. 한판에 지는 재한을 숙직실 안으로 쾅 집어넣고 문 닫아버리는 정제.
문 닫히는 소리에 ‘엥?’ 보는 수현.
재한, 밀려버린 바람에 엉거주춤 수현을 보다가 그래도 선배의 체면을 살려보려는 듯 허리춤에 손 올리며.
재한 : 차수현 순경? 지금 입고 있는 그 옷이 무슨 뜻인지 압니까?
수현 : 예?
재한 : 그 옷을 입는 순간부터 여자고 남자고 없는 겁니다. 범인도 남자, 여자 따져가면서 잡을 겁니까?
수현 : 그게... 전..
재한 : 그리고.. (다가와 수현의 코앞에 주먹 갖다대며) 한번만 더 여자짓하면서 민폐끼치면 그땐 뒤진다.
그런 재한을 토끼눈이 돼서 바라보던 20대의 앳된 수현의 모습에서.
씬/8 D, 현재, 국과수 로비
여전히 멍하니 과거에 빠져있는 수현. 입가에 엷은 미소.. 그러나 이내 씁쓸한 눈빛이 된다.
씬/9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이른 아침, 모두 출근전인 듯, 홀로 책상에 앉아있는 해영. 재한의 이력서를 내려다보고 있다.
-인서트 4부, 83씬에 이어지는 이모 집에서 얘기를 나누던 해영과 이모.
해영 : 그 사건 이후에도 이재한 순경을 본 적 있습니까?
이모 : 그럼요.. 매년, 원경이 죽은 날, 원경이 묘지로 찾아오곤 했어요. 계속 경찰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걱정했는데.. 밝아 보였어요. 건강해 보이고..
해영 : 요즘도 연락하시나요? 만난 적이라도..
이모 : (엷은 미소) 아뇨. 언젠가부터 연락도 없고.. 원경이한테도 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났으니까.. 잊을 만도 했겠죠.
해영 : (그런 이모를 보다가) 혹시.. 그게 2000년부터 아니었나요?
이모 : ...글쎄요. 정확히 몇 년도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재한의 이력서 중 ‘2001년, 직권 면직’ 부분을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
씬/10 D, 광수대 건물 복도
출근하는 듯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는 치수. 그런 치수를 기다리고 있던 듯한 해영.
해영 : 여쭤볼 게 있습니다.
치수 : (보고는 그냥 스쳐 지나치는)
해영 : (그런 치수를 따라 걸으며) 2000년 김윤정 유괴사건 때, 진양서에 계셨었죠?
그때, 같은 서 강력계에 계셨던 형사님을 찾고 있습니다. 이재한이란 형사님이요.
순간, 치수, 멈춰선다. 눈빛 미미하게 떨린다.
해영, 그런 치수를 이상한 듯 보는.
해영 : 같은 강력계에 있던 분.. 맞죠?
치수 : (천천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영을 보는) 이재한 형사는 왜 찾는거지?
해영 : ...개인적인 이윱니다. 2000년까지 진양서에 있다가 2001년에 직권면직이 됐다고 나오던데, 왜 면직이 된거죠?
치수 : ... 경찰관이 면직되는 이유는 알고 있나?
해영 : ..지능저하, 판단력부족, 책임감 결여, 인격장애 등의 정신장애, 채무과다 등 도덕적 결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수 : 그 외에 또 한가지,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
해영 : (보면)
치수 : ...실종.
해영 : (놀라서 보는) 실종이요? 이재한 형사가요? 도대체..왜.. 어떻게 실종이 된건데요?
그 사건은 강력계 누가 담당했죠? 수사기록은 남아있나요?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질문을 쏟아내는 해영을 가만히 보던 치수.
치수 : ... 그 수사는 강력계가 하지 않았어. 감사관실에서 담당했지.
해영 : ...(놀라서 굳는) 감사관실에서요?
씬/11 D, 청문 감사관실 감사관실
직원, 테이블에 앉아있는 해영에게 노란 서류파일을 건넨다.
직원 : 신청한 자룝니다.
직원 사라지고 해영, 서류파일을 열어보면, 가장 위 ‘진양서 강력계 이재한 경사 실종사건 수사보고’라는 제목.
다급히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해영의 시선을 따라 퀵줌 되는 수사자료의 글씨들.
‘2000년 8월 3일, 김윤정 유괴사건 수사도중, 상관의 출동지시 명령에 불복하고 잠적‘
‘2000년 8월 10일. 이재한 경사 실종사건, 감찰과로 인계’
‘서울 동부지역 불법장기밀매 조직원 김성범 검거 및 취조 도중,
진양서 강력계 이재한 경사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건넨 사실 진술‘
‘수사 도중 불법 장기밀매 사건 외 13건의 수사를 축소 은폐한 대가로 총 2억 천만원의 현금을 착복한 증거 발견‘
‘감찰과의 수사를 감지한 이재한 경사 도주 의혹’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13번 국도변에 버려진 채 발견’
8월 3일 이후 핸드폰, 신용카드 사용이 확인되지 않음’ ‘용의자 소재불명’ ‘시효만료로 수사종결’
수사자료를 읽어내려가는 해영의 눈빛, 의혹으로 가득하다 그러다가 마지막장을 넘기는데,
수사자료에 첨부된 2000년 당시의 재한의 사진. 그 하단에는 키, 체중, 특징 등이 적혀있다.
‘오른쪽 어깨에 철심을 박은 수술로 인한 흉터자국’
씬/12 D, 경찰청, 수사국장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는 범주와 치수.
범주 : ..(차가운 눈빛) 박해영? 걔가 이재한 뒤를 캐고 다녀? 어디까지 냄새를 맡은 거야?
치수 : 걱정마십시오. 이재한 형사에 대한 수사자료는 완벽합니다. 지금까지 15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런데.. 맘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박해영은 어떻게 이재한을 알고 있는 걸까요?
범주 : 뭐?
치수 : 이재한이 실종된건 2000년입니다. 그때 박해영은 열 몇 살 꼬마였죠. 서로 알고 지냈을 리가 없습니다.
박해영의 친인척, 친분관계를 샅샅이 조사해봐도 이재한과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었어요.
범주 : ..뭐가 어찌됐건, 옆에서 지켜봐. 이재한이 왜 실종됐는지.. 그것만은 그 누구도..절대 알아선 안 돼.
생각에 잠기는 치수의 표정.
씬/13 N, 진양서 건물 외경
씬/14 N, 현재, 진양서, 증거물 관리실
증거물 관리실 직원과 얘기중인 치수.
직원 : (컴퓨터로 증거물 목록들 확인하는데) 이재한 형사 내사사건 증거물들은 벌써 폐기됐는데요.
치수 : 폐기? 언제?
직원 :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7월 27일이요.
치수, 잠시 생각하다가 알겠다는 듯 뒤를 돌아 나가려다가.
치수 : 폐기업체가 그날 몇 시에 다녀갔는지 확인되나?
씬/15 N, 진양서, 씨씨티브이 관제실
한쪽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있는 치수.
씨씨티브이 관제실 직원, 그런 치수에게 USB를 하나 건넨다.
직원 : 말씀하신 날짜, 씨씨티브이자룝니다.
-시간경과되면 치수, 컴퓨터에 뜬 씨씨티브이 화면을 돌려보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멈춘다.
치수의 시선 쫓아가면, 증거물 폐기 탑차가 서 있는 후문쪽 씨씨티브이.
전화를 받다가 탑차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해영의 모습. 그리고 다시 나오는 해영의 손에 들린 무전기.
치수, 그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본다.
씬/16 N, 선일정신병원 건물 외곽 뒤편
건물 뒤편 맨홀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해영. 김윤정 유괴사건 수사의 여파인 듯, 현장용 테잎들이 나뒹굴고 있다.
해영의 시선, 맨홀쪽을 바라보면 환상처럼 과거로 변하는 현장.
서형준의 시신이 있던 맨홀 앞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과거의 재한.
재한 : 김윤정 유괴사건 용의자 서형준 시신입니다. 그런데 엄지손가락이 잘려있어요.
누군가 서형준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겁니다.
그런 과거의 재한을 바라보는 현재의 해영.
해영(소리) : 윤수아가 마지막 협박편지를 보낸 2000년 8월 3일. 그날, 이재한 형사는 도주를 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내게 무전을 보내고 있었어. 필사적으로 진범을 알리기 위해서...
-인서트
-2부, 39~40씬의 상황. 가슴과 배에 피를 흘리고 있던 2000년의 재한.
재한 : (무전기에 대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2부, 40씬. 의아한 얼굴로 무전을 하고 있던 해영.
해영 : 그게 무슨 얘기죠? 도대체 무슨 얘길 하시는지..
순간,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탕!!’ 귀청을 울리는 총소리.
해영, 놀라서 무전기를 바라본다.
-다시 현재, 선일정신병원 건물 뒤편에 서 있는 해영으로 돌아오면
해영(소리) : 비리도.. 실종도.. 모두.. 조작됐어.. 이재한 형사는.. 살해된거야.
굳은 얼굴의 해영의 모습위로.
씬/17 D, 경찰청 외경
씬/18 D, 경찰청 소회의실
간이의자에 앉아있는 해영, 계철, 헌기. 그 뒤쪽으로는 치수를 비롯한 광수대 간부들 앉아있고..
그 앞쪽 단상에 서 있는 수현. 그런 수현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는 범주.
한쪽옆에서 수여식을 진행중인 사회자.
사회자 :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위 차수현 외 3인으로 구성된 장기미제 전담팀은
경기남부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탁월한 업무수행으로 경찰의 위상을 크게 높인바, 이에 표창을 수여함.
치수를 비롯한 광수대 간부들. 박수를 치고는 있지만, 굳은 얼굴들. 형식적인 박수다.
계철 : (주변 눈치보며) 우리, 지금 상받는 자리 맞지?
헌기 : 맞긴 맞는데, 왠지 징계받는 자리같죠?
해영은 그저 무표정한 시선으로 앉아있는데.. 그런 해영의 얼굴위로.
성범(소리) : 이재한 형사요?
씬/19 과거, 몽타쥬
-밤, 시끄러운 음악이 들려오는 나이트 클럽 사무실 한눈에 봐도 조폭처럼 생긴 나이트클럽 사장 성범,
다리꼬고 앉아 테이블 건너편의 해영을 바라보고 있다.
성범 : 한 마디로 돈에 환장한 꼴통이였어요.
성범이 내민 작은 빛바랜 수첩을 확인하고 있는 해영. 은행 영수증들 옆에 날짜와 상납금액들이 빼곡이 적혀있다.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 당시 수사자료 복사본을 검토중인 해영의 시선 따라 빠르게 퀵줌되는 화면.
-‘서울 동부지역 불법장기밀매 조직원 김성범 검거 및 취조 도중,
진양서 강력계 이재한 경사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건넨 사실 진술‘ 이라는 부분 옆쪽으로 15년전 성범의 사진.
-진양서, 재한의 책상 서랍안에서 발견된 돈다발 사진들. 그런 모습 위로.
해영(소리) : 결정적인 증인, 사진, 현금다발들, 이재한 형사 뇌물 수수증거는 완벽하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씬/20 D, 현재, 경찰청 소회의실
수여식이 벌어지고 있는 소회의실.
상을 받고 있는 수현과 박수를 치고 있는 광수대 간부들을 하나씩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위로.
해영(소리) : 누가.. 왜.. 이재한 형사에게 누명을 씌우고 증거를 조작했는지 모르지만...
경찰 내부에 조력자가 없다면 이 정도 조작은 불가능하다.
주변을 둘러보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무표정한 해영의 시선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경찰들이다.
씬/21 D, 장기미제 전담팀 전담팀 사무실
한켠 책장에 곱게 놓여진 상패를 닦고 있는 헌기. 그런 상패를 뿌듯한 미소로 보고 있는 계철.
그때, 전담팀으로 들어오는 수현과 해영 자리에 앉는데..
계철 : 개점하자 마자 상패 딱 수사지원비 딱 포상휴가 딱 진짜 우리... 에이스였나봐.
15년이 지난 유괴사건도 풀었지, 26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경기남부 사건까지 해결했잖아.
수현 : 우리가 아니라, 박해영이 푼거지.
계철 : 이게 또 뭔 개소리야?
수현 : 쟤가 서형준 시신 발견해서 유괴사건 해결한거잖아.
해영, 왜 이래? 하는 시선으로 수현을 보는.
헌기 : 하긴 그렇긴 해요.
계철 : 그거 다 운빨에 얻어걸린거 아냐.
수현 : 서형준 시신은 폐병원 맨홀안에 있었어. 운빨 할아버지가 와도 얻어걸리긴 쉽지 않았을텐데.. 안 그래? 박해영 경위?
계철 : 운빨이지?
해영, 예상치도 못한 시선들이 자기한테 쏠리자, 당황한다.
수현, 웃음기 없는 시선으로 해영을 보는데..
해영 : ..몰라서 물어요? 내가 뭐하는 사람입니까? 윤수아 성향, 직업 프로파일링해서 찾아낸 겁니다. 그런거야 기본이죠.
(대충 말 돌리려는 듯 짐 들고 일어서며) 휴가 끝나고 봅시다.
누가 잡을까 빠져나가버리는 해영의 뒷모습을 보는 계철.
계철 : 윤수아가 잡히기도 전에 그걸 프로파일링을 했다구?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한다구 형사 앞에서 구라를 치네?
그런 계철의 얘기 들리지 않는 듯, 수현, 해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빛에 의심이 가득하다.
씬/22 N, 광수대, 비상구
은밀한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는 치수의 눈빛, 서서히 굳으며.
치수 : 박해영?... 장기미제 전담팀 박해영 경위가 확실해?
씬/23 N, 성범의 사무실
해영의 명함을 보며 사무실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성범.
성범 : 이재한 형사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길래, 잘 둘러댔어요.
씬/24 N, 광수대, 비상구
치수 : 실수한 건 없겠지?
성범(소리) : 15년전하고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치수 : ...당분간 연락 끊고 평범하게 행동해. 어디로 여행도 가지 말고, 하던 대로..
천천히 전화를 끊는 치수. 생각에 잠긴다.
씬/25 N, 해영의 옥탑방
옥탑방. 화이트 보드에 적혀진 글씨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1) 언제 : 시간 밤 11시 23분. 지속시간 : 모름
첫 번째 무전 - 2000년 김윤정 유괴사건 당시, 이재한 형사.
두 번째 무전 - 1989년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당시, 이재한 순경.
2) 어디서 : 장소의 일관성 없다.
3) 누가 : 이재한형사(다른 사람과 무전 해 본적 없다) 대상이 재한 형사와 내가 아니어도 가능할까? (확인되지 않음)
4) 무엇을 : 김윤정 유괴사건, 경기남부.. 미제사건에 대한 정보.
5) 어떻게 : 특정한 무전기를 통해서
6) 왜 :
공란으로 남은 왜라는 부분을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에서...
씬/26 N, 과거, 소도시 인근 달동네 일각/해영의 회상
소도시에서도 외진 한적한 달동네 아래 위치한 버스정류장 간판아래
누군가를 기다리다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린해영.(11세, 남)
그때 버스 한 대 다가오고 누군가 내려서는 발. 해영이에게 다가와 졸고 있는 해영이의 머리를 받쳐준다.
해영, 졸린 눈으로 보면 교복을 입은 선우(17세, 남)다.
해영 : 형...
선우 : (미소) 많이 기다렸어?
-시간경과되면 선우, 가방은 앞에 메고 해영을 뒤에 업고서 달동네를 오르고 있다.
해영 : (졸린 와중에도) 형.. 사람은 왜 잠을 자야돼?
선우 : 하루종일 힘든 일을 많이 했으니까, 뇌에서 그만 쉬라고 얘기해 주는 거야.
해영 : 왜 사람은 힘든일을 해야 되는데?
선우 : 그래야 돈을 벌지. 엄마, 아빠처럼..
해영 : (졸려죽겠으면서도) 그럼, 다른 애들도 엄마, 아빠 잘 못 봐? 맨날 돈 번다구 안 들어오잖아.
선우 : ...(미소) 해영인 궁금한게 많으니까 좋은 사람이 되겠다.
해영 : 왜?
선우 : 그만큼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해영 : 왜?
휘영청 달 아래 해영을 업고 올라가는 선우의 든든한 뒷모습 위로
연신 깔리는 졸린 해영의 질문 ‘왜...?’ ‘형, 왜?’... 하는 모습에서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씬/27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회상에 잠겼다가 핸드폰 알람음에 번득 정신을 차리는 해영. 보면 11시 22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무전기를 바라본다. 시간, 11시 23분으로 넘어가는데 잠잠하기만 한 무전기.
그런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위로.
해영(소리) : 무전은 매일 걸려오는 건 아니지만, 시간은 일정하다. 밤 11시 23분.
지속시간은 약 1분 남짓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하진 않다.
화이트보드의 제일 마지막 부분을 바라보는 해영.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
해영(소리) : 무전으로 이미선은 살렸지만 죽지 말았어야 할 최영신과 정경순이 죽었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바뀐다....
화이트보드판의 글씨를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화이트 보드 판 옆쪽에 붙여져 있는 재한의 이력서 중
1995년~1999년, 서울청 형사기동대. 직급 경사. 부분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화면.
씬/28 N, 과거, 고급주택가 외경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인적이 드문 계수동 고급 주택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주택가와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차량들.
그런 주택가 후미진 골목 안, 쭈그리고 앉아 한쪽 손에 두루마리 휴지들고 신문을 보고 있는 누군가.
화면에 가득 잡히는 신문 날짜, 1995년 9월 10일,
* 자막 - 1995년, 9월 10일
‘회장님집 또 털렸다. 이번이 세번째’ 그 아래 작은 면 관련기사에는 ‘고위층만 노리는 대도의 탄생‘
씬/29 N, 과거, 세규의 집
화려하게 꾸며진 고급주택. 모두 잠이 든 듯 불이 꺼진 어두운 2층.
한 방문 열리면서 나오는 잠옷차림의 세규(20대 초반, 남). 화장실을 가는 듯 눈을 비비면서 걸어나오다가, 뭔가를 보고 멈칫.
열려있는 서재 문. 안쪽, 금고 앞에서 검은 수상한 그림자가 보인다.
헉, 놀라는 세규. 순간, 인기척을 눈치 챈 듯, 휙 돌아보는 검은 그림자.
씬/30 N, 과거, 고급주택가 일각
조용한 고급주택가위로 ‘쨍그랑’ 창문 깨지는 소리에 뒤이어 귀청을 찢을 듯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그 소리에 ‘쾅쾅’ 문 열리면서 각 허름한 차마다 쏟아져 나오는 형사들.
그 중엔 잠복중이었던 듯 입안 가득 빵 물고 있는 정제, 졸다 넘어지는 반장 등 보인다.
호루라기 소리에 ‘어디야?’ 어디야?‘ 우왕좌왕하는데 어디선가 ‘저기다!’라는 외침에 그쪽을 향해 무조건 뛰기 시작한다.
씬/31 N, 과거, 또 다른 고급주택가 일각
어두운 밤, 고급 주택가 일각.
뛰고 있는 검은 쟈켓을 입은 누군가의 발. 그 뒤를 무작정 쫓고 있는 형사 두 세명.
다른 골목에서 뛰어나오다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하는 다른 형사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우왕좌왕하는 발들. 교차로 보여지다가..
코너를 돈 형사들(형기대 말고, 다른 형사들로), 순간 저 앞쪽에 뛰어가는 검은 쟈켓입은 그림자를 덮친다.
‘이거 못 놔!’ 반항하는 검은 쟈켓.
그러나, 형사들 떼로 몰려, 검은 쟈켓을 제압하고.
형사1 : 잡았다!!
그 소리에 뒤늦게 뛰어오는 반장과 정제를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
반장 : (숨 헐떡거리며) 잡았어? 어디?
떼로 몰려온 형기대 형사들. 제압당해 ‘아, 진짜 이거 놓으라구!!’하는 검은 쟈켓 얼굴을 확인하는데.. 재한이다.
뭐야.. 낭패다 싶은 반장과 형기대 형사들.
재한 : 아, 진짜! 쪽팔리게, 왜 날 덮쳐?
반장 : (재한을 제압한 형사들에게) 놔줘.
형사1 : 예?
반장 : 우리쪽 애야.
형사들, 반신반의하며 여전히 제압한 채 반장과 재한을 번갈아 보는데..
재한 : (답답한 듯 손 뿌리치며 손에 들린 두루마리 휴지보여주며) 이거 안 보여? 잠복중에 똥싸다 뛰쳐나왔다구!
그런 현장으로 속속들이 모여드는 형사들.
반장 : 어떻게 됐어? 범인은?
형사들, 다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대답이 없다.
반장 : 야, 이 병신들아. 관할팀에 형기대 몇 십명이 그 놈 하나 못 잡아?!!
씬/32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관할팀 형사들 포함, 합동수사본부가 차려진 형기대 사무실.
재한, 정제를 포함한 형사들, 반장을 기다리는 듯 대기중이다.
재한, 정제 나란히 앉아서 서로 딴 쪽 바라보며.
정제 : 범인도 못 잡은게 똥이 나오냐?
재한 : 범인도 못 잡은게 (정제 입 손으로 찌르며) 빵이 입으로 쳐 들어가지?
정제 : 아씨.. 이거 무슨 냄새야.
재한 : 범인도 못 잡은 게 씻어서 뭐하겠냐. 그때부터 쭉 안 씻었다.
정제, 아.. 퉤퉤. 재한 근처에 있던 형사들은 조용히 다른쪽으로 이동하고..
정제 : 근데, 어디루 뛰다가 잡힌거야?
재한 : 어디루 뛰긴 어디루 뛰어. 저기다 그러니까 저기로 뛴거지. 너는?
정제 : 뭐 나두 저기루 뛰었다.
재한 : 근데 왜 저기에 범인이 없었을까. 형사만 몇십명이 깔려있었는데.. 도대체 얼루 튄거야?
정제 : 범인도 못 잡은 게 궁금한 건 많네.
재한 : 범인두 못 잡은 게 궁금한 것두 없어.
그때, 회의실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반장. 열받은 얼굴로 엄청난 양의 프린트물을 가지고 들어와서 쾅 놓으며.
반장 : 서울 시내에 사는 털이범들 중에 빠루질 잘하는 놈들 추린거다. 하나씩 가져가서 족치건 뒤지건 뭐든 수상한 놈 가져와.
앞에 있던 형사들 하나씩 프린트물을 뒤로 돌린다.
재한, 자기한테까지 온 프린트물 넘겨보는데, 털이범들의 사진, 전과내역, 주소 등등의 인적사항들이다.
재한 : 얘네들, 벌써 한번씩 다 뒤져봤잖아요.
반장 : 분명히 걔네들 중에 한 명이야. 은행금고보다 더 튼튼한 금고를 제집 금고처럼 딴 놈이 흔하겠어?
어제까지 네 집이 당했다. 의원님도 털리고, 회장님도 털리고 날고 기는 검사장님까지 털렸어.
이러다 청장님 모가지까지 털리기전에 가서 범인 잡아와! 어서!
재한, 프린트물을 한 장 두 장 넘기다가 멈칫. 금고털이 전과 3범. 오경태(사진 나이 20대 중반, 남)의 사진이다.
씬/33 N, 학교 앞 거리일각
중학교 정문 앞 거리 한켠에 세워진 작지만 깨끗해 보이는 탑차를 휘파람을 불면서 닦고 있는
전씬 사진의 주인공 경태(30대 중반, 남).
그런 경태 뒤쪽으로 슥 들어서는 재한.
재한 : 이거야?
경태 : 아, 깜짝이야.
재한 : 야, 차 좋네. 이번에 새로 뽑은 거야?.. 돈은 어디서 났대?
경태 : 아는 사람한테 꿨어.
재한 : ...(가만히 보는) 형.. 어젯밤에 뭐했어?
경태 : 난 아니다.
재한 : 누가 형이래?
경태 : 진짜 아냐!
재한 : 4년전에 나한테 잡힐때도 진짜 아니라며?
경태 : 너 그때 나 잡아넣어서 특진한 거잖아. 비리비리한 순경놈, 형사 만들어 준게 누군데, 고마워 할 줄 알아야지.
재한 : 그러니까 어젯밤에 뭐했냐구?
경태 : 하, 정말.. 너 진짜 이러는 거 아냐. 내가 큰집 갔다 와서 너한테 정보 갖다준 것만 해두 몇 개냐?
재한 : 어젯밤에 뭐했냐니까 왜 얘기를 빙빙 돌려?
경태 : (억울한) 뭘하긴 잤지. 하루종일 탑차 몰아봐. 그 시간엔 그냥 쓰러져.
재한 : (보는)
경태 : 진짜야. 나 진짜 손 씻었어.
하는데, 재한 갑자기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정문쪽을 보며 손 흔든다.
경태 역시 그런 재한보고는 미소지으면서 정문쪽 보며 손 흔드는..
보면 정문쪽에서 이쪽 보고 다가오는 교복차림의 중학생 은지(16세, 여)다.
경태 : (입가에 미소지으며 낮게) 너, 은지앞에서 대도 대짜도 꺼내지마.
재한 : 형이나 말조심해.
어색한 미소지으며 손 흔드는 두 사람 앞으로 타박타박 다가오는 은지.
경태, 옷 안에 식을세라 넣어놨던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 따르면서 ‘추웠지? 이거 마셔’ 다가가고, 재한도 인사하려는데
두 사람 앞에 멈춰선 은지.
은지 : 대도 땜에 왔어?
머쓱해지는 두 사람.
씬/34 N, 과거, 경태의 집
초라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경태의 집. 상 앞에 앉아있는 재한과 경태.
쟁반에 국 담은 그릇들 들고 다가오는 은지.
재한 : 공부해야지 뭘 이런걸.. 그냥 가도 된다니까..
은지 : 맨날 밖에 밥 먹을 거 아냐. 그러다 삼촌 속버려.
경태, 먹으라는 듯 손짓하면 재한 앉아 머쓱하니 국물 먹는데,
재한 : ..어떻게 된 게 공부면 공부, 요리면 요리 못 하는 게 없어.
은지 : (자기 국 상에 갖다놓고 먹기 시작하며) 대도 말야.
재한 : 진짜 나 그것땜에 온 거 아니라구...
은지 : (말 자르며) 아마츄어야.
재한, 경태 은지 보는.
은지 : 생각해봐. 프로가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겠어. 괜히 형사들 건드려서 밥줄만 끊어질 일 있어?
재한 : 야.. 니가 뭘 안다구.
은지 : 나 12년은 아빠랑 살았구 아빠 감방 간 4년동안 삼촌이 거둬줘서 같이 살았어. 인생이 강력곈데 그 정도도 모르겠어?
재한 : 진짜 쪼끄만게.
은지 : 장물도 안 나왔다며? 이건 조심하는게 아니라, 루트를 모르는 거야.
경태 : ..우리딸 똑똑하네.
재한 : (경태 한심한 듯 보는) 잘 한다. 중3짜리 애가 수학보다 절도를 더 잘 아는데 좋아?
경태 : (머쓱하지만) 수학두 잘해. (하다가) 근데.. 이상해.
재한 : 뭐가?
경태 : 일처리는 분명히 아마추언데... 너무 쉬워. 난다긴다하는 부잣집이면 경비도 장난 아닐텐데, 너무 쉽게 뚫렸다고.
면식범 아냐?
재한 : 아예 경찰로 나서시지?
경태 : 원래 경찰이랑 범인이 한끗 차이야.
재한 : 밥먹어. 밥.
씬/35 N, 과거, 경태의 집 밖
신발 신으면서 집을 나서는 재한.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은지.
재한 : 나오지 마.
은지 : 삼촌. 나 삼촌을 진짜 삼촌이라고 생각해.
재한 : (정색하는 은지를 의아한 듯 보는) 왜 이래, 임마.
은지 : 삼촌도 나 믿지?
재한 : (보는)
은지 : 아빠, 아냐.
재한 : ...
은지 : 진짜 아빠 아냐.
재한 : 알았으니까 들어가. 춥다.
하는데, 은지 재한의 손에 카세트 테잎 하나를 쥐어준다.
재한 : 뭐야?
은지 : 아빠 거 녹음하면서 하나 더 한거야, 운전할 때 들으라구. 그럼 가.
은지, 집으로 들어가고, 재한 테잎 보고 ‘짜식...’
씬/36 N, 과거, 재한의 방
씻고 들어온 듯, 얼굴 수건으로 닦으며 방으로 들어서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당시의 50대 초반의 재한부.
재한부 : 2주만에 들어와서 뭘 또 나가. 그 대돈가 하는 놈 때문이냐?
재한 : 옷만 갈아입고 나갈 거니까, 가서 주무세요.
하다가 보는데 방문위에 부적하나가 붙어있다.
재한 : 또 새로 썼어?
재한부 : 이거 때문에 니가 괜찮아진 거야. 이젠 그 뭐 이상한 무전같은 거 안 들리지?
재한 : 아, 참.. 그냥 내가 뭐 잘못 들은 거라니까..
재한부 : 떼지마. 큰 돈 들인 거다.
하고는 나간다.
재한, 부적보고 뗄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앉은뱅이 서랍을 열면 제일 안쪽에 들어가 있는 낡은 무전기.
재한, 가만히 무전기 보다가..
재한 : ..대답해. 범인이.. 누구냐.
그러나, 잠잠하기만 한 무전기.
재한 : (쿵 무전기 서랍안에 집어넣으며) 내가 이제 미쳐가는구나.
옷 갈아입으려는 듯 책상위에 하나둘씩,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 꺼내놓는데
그 중 ‘형기대 이재한’ 이름이 적힌 형사수첩 보여진다.
씬/37 N, 현재, 수현의 방
평범한 단독주택, 분홍색 이불과 커튼이 눈에 띄는 수현의 방.
‘두두두’ ‘메이데이 메이데이’ 장난감에서 흘러나오는 총소리로 정신없는 가운데,
서로에게 장난감 총을 쏘며 온 방안을 누비는 조카들.
형은 어린이용 군용모자, 동생은 수현의 경찰모자를 쓰고 바닥에 깔린 베게와 쿠션을 허들처럼 넘어다니는데
그 사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수현의 등짝을 밟고 지나간다.
작게 ‘으윽’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드는 수현, 까만 글씨로 이마에 ‘죽었음’이라고 적혀있다.
조카1 : 이모! 시체가 말하는 게 어딨어?
수현 : 그래.. 알았다...
다시 고개 숙이는 수현.
활짝 열린 방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고운 얼굴에 여성스러워 보이는 수현모, 분홍색 망사 원피스를 다리고 있고,
그 옆에는 편한 차림에 과자먹고 있는 수현의 동생 수민.
수민 : 너네 그렇게 형사 밟다가 잡혀가~!
수현모 : 저게 놀아주는 거야, 자는 거야? 이마 글씨는 유성펜 아니지? 내일 쟤 선봐야 된다.
(원피스 들어보이며) 이쁘지? 백화점 세일에서 산건데.
수민 : 정여사님. 언니한테 그 분홍색 좀 그만 좀 입히지. 이불이며 커튼이며 뭐 점집이야? (하다) 내일은 누구라구?
수현모 : 변호산데, 머리숱 적은 거 하나 빼고는 다 좋대.
바닥에 드러누워있던 수현, 딸꾹질 하는.
수민 : 딱이네. 일감은 마누라가 따오고 남편은 변호하고..
하는데, 수현의 방에서 들려오는 와당탕 쿵탕 소리.
보면 수현의 방에 있던 작은 허리정도 오는 책장을 넘어뜨린 조카들이다.
‘이것들아! 조심조심 놀랬지!’ 놀라서 달려가보는 수민. 조카들 놀라서 도망가고..
수현, 역시 놀라서 보다가, 책장에 깔린 수첩 하나를 들어올린다.
수민 : 왜? 뭐 중요한 거야?
수현 : 아냐..
수민, 얘들 혼내러 나가고 수현, 손에 들린 수첩을 본다.
이제는 낡고 빛바랜 ‘진양서, 이재한’이란 글씨가 적혀진 전씬의 마지막에 나온 재한이 형사수첩이다.
그런 수첩을 가만히 보는 수현의 얼굴에서.
씬/38 N, 해영의 옥탑방
사발면이 담긴 비닐봉투 들고 들어서는 해영. 윗옷 벗는데 울리는 핸드폰 알람음 11시 22분이다.
해영, 며칠 간 무전이 울리지 않았는지, 그냥 사발면 뜯으려는데
가방안에서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는 ‘치치칙’하는 무전기의 잡음소리.
놀라서 가방안을 뒤지기 시작하는 해영.
씬/39 N, 과거, 재한의 집
새옷으로 갈아입고 나가려는 재한. 들려오는 무전기의 잡음소리. 잘못 들었나?
그러나 더욱 선명하게 들려오는 ‘치치칙’잡음소리 사이로 해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거기 있어요?
재한, 놀란 얼굴로 서랍안에 넣어놨던 무전기를 꺼내본다. 예전처럼 초록색 불빛이 들어오고 주파수가 흔들리고 있다.
재한 : 박해영 경위님?
씬/40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재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도하는 얼굴.
해영 : 계속 무전이 안돼서 걱정했어요. 별일 없었던 거죠?
씬/41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그쪽이야말로 진짜 박해영 경위 맞아요? 6년 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에요?
씬/42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놀라서 멈칫하는 해영.
해영 : (믿기지 않는) 6년이요? 그럼.. 거기가 1995년이란 얘깁니까?
씬/43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그쪽은요?
해영(소리) : 여긴, 아직 2015년입니다. 마지막 무전하고 1주밖에 안 지났어요.
재한, 해영의 얘기가 믿어지지 않고..
재한 : 진짜, 거기 정말루 2015년이에요? 지금 나랑 장난해요? 당신.. 진짜 박해영 맞아?
씬/44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역시 믿겨지지 않지만..
해영 : 당신하고 경기남부 연쇄살인범 잡은 박해영 맞습니다. 총 5번 무전 했고, 그쪽 기준 89년 11월 11일 이후 무전이 끊겼어요.
재한(소리) : ...하.. 미치겠네.
해영 : 나도 진짜 이해가 안가긴 하는데요. 2015년이 맞습니다.
씬/45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반신반의.. 뭐가뭔지 모르겠는 얼굴이다가.
재한 : 뭐 그렇다치고 부탁 하나 합시다. 1995년에 일어난 대도사건 범인, 어떤 새끼에요? 2015년이면 알 거 아니에요.
씬/46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멈칫하다가.. 시선 돌려 보면 책꽂이에 1980년부터 각 년도별로 정리해서 주르륵 꽂혀있는 파일들 중
1995년 파일을 바라본다.
해영 : 그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있어요.
씬/47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벙찌는) 미제요? ...이 개고생을 했는데, 못 잡는다구요? 확실해요?
씬/48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확실합니다. 오래된 사건이라 수사자료는 구할 수 없었지만
유명한 사건이라서 당시 신문기사로 프로파일링을 해본 적 있어요.
재한(소리) : 프..뭐요?
해영 : 프로파일링이요. 그때보다 훨씬 발전한 수사기법입니다. 그리고.. 안다고 해도 가르쳐 드릴 수 없어요.
함부로 과거를 바꾸면 위험합니다.
씬/49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오기가 생기는 혼잣말) 와.. 이 새끼.. 내가 진짜 잡고 만다.
(무전기 송신버튼 누르며) 알았어요. 그럼, 다음 범행시간이 언젭니까? 어제 네 번째 집이 털렸거든요. 다음 집이 어디에요?
씬/50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그 집이 마지막이에요. 범인은 네 번째 집을 털고 더 이상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씬/51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가만히 듣다가) 경위님. 우리요. 한달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갔습니다. 길위에 싼 똥만 한 트럭이에요.
뭐라도 하나만 던져줘요.
씬/52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어차피 지금도 그 사건에 대해서 밝혀진 건 거의 없습니다.
그 이후로 같은 수법의 범행도 없었고, 장물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어요.
재한(소리) : 그 프로파일링인지 프로레슬링인지라도 좀 해봐요. 훨씬 발전한 수사기법이라며?
해영 : ...(망설인다)
씬/53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답답한) 아니, 도둑놈 하나 잡는게 인류평화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위험합니까?
나쁜 놈은 잡아야 될 거 아니에요.
씬/54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망설이다가 대도사건 파일 첫장을 넘기는데, 파일 첫장에 붙어있는 1995년 사건사고 연표.
목록 중, ‘한영대교 붕괴사건’ 얼핏 보이는데.. 다시 그 다음장을 넘기면 본격적인 대도사건 프로파일링이 적혀 있다.
해영 : 용의자 중에 면식범이 있나요?
재한(소리) : 아뇨. 아직 용의자 특정은 못했지만, 일단 가족이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해영 : 그럼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간 걸로 가정해보죠. 털린 집들은 모두 침입, 도주로 파악이 힘든 부잣집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고가의 물품만 절취한 걸로 봤을 때 내부정보를 파악할 방법이 있었을 거에요.
씬/55 N, 과거, 재한의 방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해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재한.
해영(소리) : 보안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외부 물건들을 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보시스템이라든지, 대문 잠금장치,
침입을 위해 차고나 담, 뒷문을 체크했을 거고, 입주자들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 우편함, 쓰레기통,
신문 주머니 같은 것도 확인했을 거에요.
재한, 열심히 해영의 소리를 종이에 적고 있는데..
해영(소리) : 이건 정확한 수사자료가 아니라 기사를 토대로 한 겁니다. 참고만 하셔야 되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이 무전기로 죽지 말았어야 할 사람도 죽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꺼져버리는 무전기.
재한 : 여보세요! 경위님? 경위님?
씬/56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꺼진 무전기를 바라보는 해영. 왠지 표정이 찜찜하다.
고개를 돌려 불안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바라본다. ‘과거가 변하면 현재가 변한다’
씬/57 몽타쥬
-현재, 밤, 수현의 방. 침대에 누워 재한의 수첩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밤, 해영의 옥탑방. 스텐드를 켜고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해영.
순간, 어디선가 살랑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과거, 밤, 거리, 흔들리는 화면으로 보여지는 경태와 마주서 있는 재한.
경태의 앞을 가로막고 선 교복차림의 은지.
은지 : 아빤, 진짜 아냐.
재한 : (은지 건너 경태보며) 조용히 가자.
은지 : (눈가 붉어지며) 아빠, 진짜 아니라구!
-현재, 밤,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지는 서류들.
해영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미제로 남은 대도사건’ 이란 글씨가 흐릿해지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현재, 밤, 수현의 방. 어느 새 잠이 든 수현의 방에도 바람이 불어온다.
-과거, 거리일각 밤, 재한의 차, 운전석엔 재한, 뒷좌석엔 한 손이 수갑으로 문고리에 고정된 채, 앉아있는 경태.
옆 차선, 앞쪽으로 달리는 버스가 보인다.
버스 뒷좌석에 홀로 앉아있는 은지, 지금까지 어른스러운 모습이 아닌, 아이처럼 울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맘이 아픈 재한과 경태.
다리로 접어드는 버스, 그 뒤를 따르는 재한의 차. 차선을 바꾸며 버스와 조금 더 간격을 벌리며 뒤로 물러서는데,
순간, 굉음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시내버스.
놀라서 핸들을 꺾는 재한. 그런 재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흔들리는 화면.
뒤이어 달려오던 차량들의 흔들리는 눈부신 헤드라이트들. 끼이익 여기저기서 들리는 급브레이크소리. 클랙션소리.
사라진 상판쪽이 아니라 반대편을 보이면서 끼이익 멈춰서는 재한의 차.
'쾅’ ‘쾅’ 들려오는 차량들의 충돌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사이렌소리 엄청난 소음들로 가득해지고
‘안돼.. 안돼!!’하는 재한의 절박한 외침과 함께 서서히 암전되는 화면.
씬/58 D, 현재, 해영의 옥탑방
암전에서 화면 밝아지면 어느 새 창밖은 새벽, 파란 새벽빛이 들고 있다.
‘띠디디’ ‘띠디디’ 알람음에 책상위에 엎드려 자다가 눈을 뜨는 해영. 정신 차리고 일어서려다가 컴퓨터 화면을 보고 멈칫한다.
어제 검색했던 1995년 사건사고 목록에서
‘대도 검거’ ‘서민들의 의적 대도, 결국 철창행’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져 있는 대도사건이다.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대도사건 과거기사들을 클릭해보는 해영.
관련사진이 뜨는데 체포돼서 경찰서로 향하고 있는 범인, 붉게 충혈된 눈빛의 경태다.
씬/59 D, 현재, 교도소 외곽
푸르른 새벽. 끼이익 문 열리면서 걸어나오는 재소자들.
그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발에서부터 틸업하면 늙고 초라해진 50대 중후반의 경태다.
아무도 기다리는 이 없는 텅 빈 거리를 바라보는 경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천천히 정처없이 새벽안개 사이로 사라진다.
씬/60 D, 광수대 외경
씬/61 D, 장기미제 전담팀
테이블위에 빼곡하니 쌓여있는 수사자료들 옆에서 화이트보드에 사건목록들 적고 있는 계철, 헌기.
그때, 출근하는 듯 들어서는 수현.
수현 : 지금 뭐하는 거야?
계철 : 우리 전담팀의 미래를 설계한다고나 할까?
‘짠’ 화이트보드를 수현쪽으로 돌리면, ‘오대양 사건’ ‘와룡산 초등학생 실종사건’ 등등이 적혀있다.
계철 : 우리나라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래 유명한 미제사건은 다 모아놨어. 경기남부를 해결했는데, 이 정도쯤도 문제없잖아?
수현 : ..갑자기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집에서 뭐라고 안해?
계철 : 무슨 소리야. 가정보단 일이 먼저지.
의경(소리) : 잭 더 리퍼 사건은 어떠세요?
보면, 어느 새 청소하는 척 뒤에 다가와 있는 의경이다.
계철 : 재떨이파 사건? 그런 미제사건도 있어?
의경 : (어이없다. 혀 굴려가며) 잭 더 리퍼~ㄹ. 모르세요? 영국 최초의 연쇄살인사건.
그때, 들어서는 해영. 다가와서.
해영 : 1995년 대도사건 말입니다.
수현 : (대도사건이란 말에 해영을 멈칫해서 보는)
해영 : 그 사건 수사자료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던데요. 혹시 그 사건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 없습니까?
계철 : 진범 잡혀서 끝난 사건을 왜? 우린 미제전담팀이잖아.
헌기 : 그 사건이면 범인 벌써 출소 했을텐데..
해영 : 알고 있으세요? 기사보니까 특가법으로 형량을 세게 맞기도 했지만, 탈옥까지 시도해서 형기가 늘어났다고 하던데요.
의경 : 증거는 확실한데, 억울하다구 자기 범인아니라구 박박 우겨서 괘씸 죄가 더 추가됐 대요.
계철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새파랗게 젊은게.
의경 : 사뭉에서 봤습니다.
헌기 : 사뭉? 어느 나라 말이야?
의경 : (그것도 모르냐. 깔아보는) 사고뭉치의 준말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사건사고 동호회죠.
계철, 헌기, 기가막힌 듯, 의경 보는데.
수현 : (듣다가) 저 사고뭉치 말이 맞아, 목격자 증언도 확실했고, 현장에서 지문까지 검출됐어.
헌기 : 정확히 말하자면, 현장은 아니죠. 우편함에서 검출됐으니까..
해영 : (멈칫..) 우편함에서 발견됐다구요?
-인서트
-55씬, 재한에게 얘기하던 해영.
해영 : 입주자들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 우편함, 쓰레기통, 신문주머니같은 것도 확인 했을 거예요.
-다시 장기미제 전담팀 오면, 자꾸 마음에 걸리는 표정의 해영.
계철 : 자자, 우리 그러지 말고 오대양 얘기나 해봅시다.
해영 : 이거.. 조사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현, 계철, 헌기, 의경 그런 해영을 본다.
해영 : 당시 형사기동대에서 사건을 담당했다고 그러던데요. 그때 형사들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계철 : 왜? 왜? 그게 왜 알고 싶은건데?
수현 : 그러니까.
해영 : (수현 보는)
수현 : 왜 알고 싶은데?
해영 : ....(말문 막히는)
수현 : 대답해봐. 왜 알고 싶냐고?
해영 : ...20년이라잖아요.
수현 : (보는)
해영 : ...만약에.. 진범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경찰이 체포해서.. 20년을 살았다면.. 그건.. 안되는 거잖아요.
수현 : (가만히 해영을 본다)
계철 : 그러니까 오대양은 안 궁금하냐고?
계철 떠드는데, 해영 보던 수현, 주섬주섬 윗옷 챙겨 일어선다.
계철 : (불길하다) 아, 또 왜?
수현 : 오랜만에 비뚤어진 입으로 바른 말하잖아. (해영보고) 쟤가.
씬/62 N, 광수대 복도 일각
앞서 걷는 수현, 뒤를 따라가는 해영.
해영 : 그때 형기대에 계셨던 형사님 만나러 가는 건가요? 이름이 뭔데요?
수현 : 그 바닥일은 그 바닥사람한테 알아봐야지. 왜 딴 바닥에서 알아봐.
해영 : 예?
씬/63 N, 룸살롱 입구
야리꾸리한 조명이 깔려있는 룸살롱 입구.
문 열고 수현 들어서자, 나이어린 웨이터들 ‘어서오세요!’ 인사하려다가 멈칫, 뒤이어 해영도 들어서고..
수현 : (멈칫하는 웨이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내 안하니? 장사 안해?
웨이터들 뒤로 매니저로 보이는 양복남 나서며 정중하게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 시작하고..
수현,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가는데, 뒤따라가는 해영 어리둥절이다.
해영 : 여긴.. 진짜..왜...
씬/64 N, 룸 안
룸으로 들어서서 앉는 수현, 눈치보다가 그런 수현 옆에 앉다가 뭔가 이상한 듯, 살살 떨어져서 앉는 해영.
수현 : 여기서 제일 비싼 술하고 안주. 이쁜 언니들도 있으면 좋고.
해영 : (자기도 모르게) 언니들.. (낮은) 미쳤어요?
매니저 : 더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수현, 매니저 본다. 매니저, 그런 수현보다가 낮은 한숨, 룸문을 열고 주변 한번 두리번 거린 뒤 문 잠그고, 돌아서더니.
수현 보다가 맞은편 자리에 쿵 앉는.
매니저 : 진짜 아니야 이번엔.
해영 :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둘 번갈아 보는)
수현 : (보는)
매니저 : ...(아닌척 하다가 수현의 시선에 억울한 얼굴로) 걔 진짜 미성년자인지 몰랐어.
알자마자 바로 집에 갈 차비까지 챙겨서 보냈다구. 진짜야! 누님 내 말 못 믿어?
수현 : 내가 왜 누님이야. 나이도 니가 한 살 더 많잖아.
매니저 : 알면 말 좀 까지 말던가.
수현 : 죽고싶지?
매니저 : 거봐..이럴 거면서..
수현 : (말 끊으며) 오늘은 내가 볼일 있어서 온 건 아니고 (해영보고)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 얘 절도 전과 큰것만 다섯 개야.
해영 : (수현의 진의 파악하고) 1995년 대도사건 좀 알아보러 왔습니다.
매니저 : (해영 뭐야? 보는) 누군데요?
해영 : 서울청 장기미제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입니다.
매니저 : 프로파일러? (피식 웃으며) 아 언제나 사건 해결한 뒤에 나타난다는?..
수현 : (웃는)
해영 : (기분 나쁜) 누가 그럽니까?
매니저 : 아는 형사님들이 다 그러던데, 뭘..
수현 : (역시 웃으며) 이 사람 형사야. 말 높여.
매니저 : 아, 누님 가오빠지게. 머리에 피도 안 말랐구만 뭘..
수현 : (서서히 미소 가시면서) 그니까 머리 피도 안마른 이 분이, 형사라구.
매니저 : 왜..이래요.
수현 : 경찰이 우스워? 경찰 우습게 여기려면, 법 지키면서 살던가.
해영, 뭐지? 수현 보는데, 매니저, 공손하니 해영에게.
매니저 : 뭐든 물어보시죠.
해영 : ..대도로 체포된 오경태씨 알아요?
매니저 : 뭐 전설같은 분이신데요. 수법이 깔끔한 걸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일단 타겟 정해지면, 며칠 동안 타겟주변 맴돌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갈 방법을 알아냈대요.
씬/65 N, 동훈의 집 외곽
현재의 어두운 고급주택가 입구. 주변에 설치된 씨씨티브이들.
정문 앞 대기중인 동훈의 차와 기사.
50대 후반, 잘 빼입은 동훈과 동훈의 부인, 외출하는 듯 문 열리면서 걸어나온다.
그런 두 사람을 배웅하러 나온 듯한 파리한 안색의 여진(30대 후반, 여).
동훈 내외, 차에 타고 출발하고, 여진,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을 닫고 들어간다.
그런 여진의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누군가의 시선.
씬/66 N, 동훈의 집 안
여진,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자 방범 시스템이 스위치온 된다.
스텐드 불빛이 켜진 어두운 거실을 지나 자기 방으로 향하는 여진의 모습 뒤로 슥 지나가는 그림자.
여진은 전혀 눈치 차리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거실에서 한발 두발 앞으로 방쪽으로 다가가는 그림자의 손. 장갑을 꼈다.
매니저(소리) : 꼼꼼하고 치밀해서 지문 하나 남긴 적이 없답니다.
씬/67 N, 동훈의 집/ 거실/ 화장실
화장실안, 세면대 위에 설치된 거울로 된 욕실수납장 문을 열고 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꺼내는 여진.
순간, 여진의 시선으로 환상처럼 빠르게 교차되서 들어가는 인서트.
-인서트
-타오르는 불, 흘러내리는 피, 사람들의 고함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벌벌 떨리고 있는 여진의 손. 다급히 약병을 열다가 떨어뜨린다.
바닥에 있는 약병을 들고 일어서는데, 욕실 수납장에 비치는 등 뒤에 서 있는 낯선 그림자.
‘헉!’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여진.
-쿵, 바닥으로 떨어지는 여진의 손. 그리고 약병.
장갑을 낀 손이 떨어진 약병을 들어 수납장 안에 넣고 문을 닫는다.
그런 수납장 거울에 비춰지는 얼굴. 굳은 얼굴의 늙은 경태다.
경태, 천천히 손을 뻗어 마치 낙인을 찍듯이 자신의 지문을 거울에 찍는다.
씬/68 N, 룸살롱 건물 앞
룸살롱을 나서서 차를 향해 걷고 있는 수현과 해영.
해영 :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도 사람의 핵심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아요.
저 사람 말이 맞다면, 오경태는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입니다. 그런 사람이 우편함에 지문을 남겨놨을 리가 없어요.
수현 : 더 알아보고 싶은 거야?
해영 : (보다가) 소개만 시켜주면 나 혼자 가볼께요.
수현 : (보면)
해영 : 나 경찰대 졸업한 경찰 맞아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옆에서 일일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요.
수현 :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 멀었네.
해영 : (보면)
수현 : 내가 너 도와준거 같아? 나 너한테 알아볼 게 있어서 같이 온 거야.
해영 : 무슨 소리에요?
수현 : 난, 비밀이 있는 사람하곤 같이 일 못해.
해영 : (보면)
수현 : 대도사건 진짜 궁금해 하는 이유가 뭐야?
해영 : (순간 말문 막히는) 그...그게 무슨..
수현 : 잘 알지도 못하는 사건을 왜 궁금해 하냐구?
해영, 말문이 막혀서 수현 보는데.. 그때 울리는 전화벨. 계철이다.
수현 : 왜?
계철(소리) : 여기 난리 났어.
놀라는 수현의 눈빛. 해영, 뭐지? 보는데..
씬/69 N, 광수대 사무실
다급히 들어서는 수현과 해영. 사무실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 형사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 연락해 봤어? 피해자 현금카드 이용내역 있는지 확인해봐!’ ‘핸드폰은 전원이 꺼져 있어서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수현과 해영, 바쁘게 오가는 형사들을 긴장한 시선으로 보는데,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계철.
수현 : 어떻게 된 거야?
계철 : 납치야.
납치란 소리에 낯빛이 삽시간에 굳는 해영과 수현.
계철 : 어떤 놈인지 정신이 나간 거지. 요즘이 어떤 시댄데.
납치범은 잡기만 하면 한 계급 특진이라 형사들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드는 데 말야.
수현 : 피해자는?
계철 : 지방대 교수래. 그런데 아버지가 양운건설 CEO야. 내년에 여당 비례대표로 출마할 소문까지 도는 거물이라구.
그런데, 용의자가 누군지 알아?
그때, 문 열리며 빠르게 들어서는 범주와 치수. 그런 두 사람을 따라 회의실로 향하는 형사들.
씬/70 N, 광수대, 회의실
수십명의 형사들이 참석한 회의실. 가장 뒤쪽에서 회의에 참석한 수현, 해영, 계철, 헌기.
자리의 가장 앞에는 범주가 앉아있고, 브리핑을 하는 사람은 치수다.
치수 : 피해자 이름 신여진, 37세. 직업 문광대학 미대 교수. 납치 추정시간은 11월 1일 21시.
외출에서 돌아온 피해자의 부모가 지구대로 신고를 했고, 곧바로 지방청 광수대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회의실 화면에 떠오르는 화면. 씨씨티브이에 찍힌 화면.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이민자 가방을 끌고 사라지고 있다.
치수 : 사건 발생 직후, 주변 씨씨티브이상에 수상한 가방을 끌고 가는 인물이 확인됐고,
납치된 신여진의 집 거울에서 발견된 지문을 통해 이 인물의 인적사항이 확인됐습니다.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범주. 해영도 수현도 화면을 주시한다.
치수 : 피해자의 집 거울에서 발견된 지문, 씨씨티브이에 찍힌 얼굴로 밝혀진 용의자의 이름은 오경태. 나이 58세.
1995년 고위층 연쇄 절도사건, 일명 대도사건으로 구속됐고, 3일전 형기만료로 석방된 상탭니다.
치수의 얘기가 끝나자 술렁이는 사람들.
해영, 믿기지 않는 듯 멈칫해서 그런 경태의 얼굴을 보는.
-인서트
-동훈의 집 인근 도로의 씨씨티브이에 찍힌 화면. 이민가방을 봉고차량에 태우는 경태의 모습. 그 위로.
치수(소리) : 피해자를 납치한 오경태는 미리 준비했던 도난차량을 이용
-씨씨티브이 관제센터 형사들, 경태가 타고 간 9434차량을 확인. 국도위를 달리는 장면 포착.
-경진국도변에 버려진 9434차량으로 접근하는 형사들. 그러나 차량안은 텅 비어 있다.
치수(소리) : 경진국도를 타고 경기도 의천면으로 이동한 것까지 확인됐지만, 이후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회의실로 오면 여전히 브리핑 중인 치수다.
치수 : 현재, 피해자의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는 사용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핸드폰 역시 전원이 꺼져 있어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범주 : 오경태쪽은?
치수 : 출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도 신용카드도 주소지도 없습니다. 용의자의 소재파악이 가장 시급합니다.
범주, 보고를 듣다가 혀를 차며.
범주 :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구만. 도둑질로 감방 갔다 오자 마자 또 도둑질이야?
돈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돈이 없으니까 몸값을 노리고 사람을 납치한 거야.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해영(소리) : 이건 좀 이상합니다.
범주, 치수를 비롯한 형사들의 시선. 뒤쪽의 해영에게 쏠린다.
계철, 또 시작이다.. 슬금슬금 옆으로 자리 옮기는.
해영 : 오경태는 사람을 건드린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전형적인 대물범죄만을 저질렀어요. 범죄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지문을 남기고, 씨씨티브이에 걸리고.. 오경태답지 않습니다. 오경태가 이런 범죄를 저지른 다른 목적이 있는 거에요.
범주, 해영을 확인하자, 전혀 아무 얘기 못 들었다는 듯 고개돌리고 다른 강력계 형사들의 반응도 차갑기만 하다.
범주 : 피해자 집에 분명히 협박전화가 올 거야. 대비하고 먼저 출소한 감방동기, 친척, 지인들 샅샅이 수색해.
해영, 범주에게 묵살당하자, 뭐라고 더 얘기하려고 하는데,
순간, 해영의 발을 밟아버리는 수현. 해영, 몰아치는 아픔에 순간 헉...
범주 : 납치사건 골든타임 24시간이야. 서울 바닥 죄다 엎어서라도 오경태, 찾아내!
그 말을 끝으로 나가버리는 범주.
치수, 남은 형사들에게.
치수 : 도난차량 버려진 데부터 CCTV는 사설이고 뭐고 깔 수 있는 덴 전부다 까. 차량 블랙박스도 마찬가지고.
광수대 광역1계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전부 붙는다.
해영 : 잠시만요!
하지만, 해영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수대 형사들, 차가운 얼굴로 해영을 툭툭 치고는 나가버린다.
그리고 해영에게 다가오는 치수, 해영의 얼굴에 한방을 먹여버리는.. 충격에 바닥으로 나뒹구는 해영.
치수 : 경기남부 하나 해결했다고 눈앞에 보이는 게 없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나서!
아픔을 꾹 참으며 일어서는 해영, 치수에게.
해영 : (천천히 일어서며) 그러게요. 경찰 조직이 이렇게 말 안 통하는 덴지 까먹고 나섰네요.
치수, 더 열받아서 나서려는데, 그 앞을 가로막고 해영의 쪼인트를 까버리는 수현.
해영, 아... 엎친데 덮친격이다. 아픔에 잠시 조용해지는데(?).
수현 :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서 타이르겠습니다.
치수 : (그런 수현보다가) 차수현은 가족보호팀에 합류하고, 정헌기는 현장감식, 김계철은 사무실에서 현장 지원해주고..
(해영 보는) 넌, 꺼져.
계철 : 네! (뭔가 불똥이 튈까 싶어 재빨리 대답하고는 헌기 끌고 빠져나가는)
치수도 방을 빠져나가고 단 둘이 남는 수현과 해영.
수현 : 속이 아주 시원하지?
해영 : ...
수현 : 경찰하고 싸우려고 경찰됐어?
해영 : 가르칠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더러워서 같이 안합니다. 능력은 없으면서 체면만 앞세우니까 맨날 범인 놓치는 겁니다.
이 사건은 그냥 금전이 목적인 납치가 아니에요. 오경태는 수법이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거울에 지문을 남기고 씨씨티브이에도 일부러 얼굴을 찍혔어요. 이건 다른 감정적인 동기에서 유발된
표출적 납치일 가능성이 커요. 그럼, 피해자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수현 : 그래 니 말이 맞아서, 그 피해자가 죽는다면, 그 피해자는 니가 죽인거야.
해영 : (멈칫해서 보는)
수현 : 니가 옳고 저 사람들이 틀렸다면 설득시켰어야지.
해영 : (보는)
수현 : 앞으로도 이런식이면 아무도 니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 그때마다 한 명씩, 죽어나가겠지.
해영 : ...
수현 : 맘대로 해봐.
수현, 돌아서서 걸어가려다.
수현 : 경찰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는데.. 범인을 찾지 못한 고통도 모르면서 경찰을 욕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멀어지는 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영.
씬/71 몽타쥬
-다음날 낮, 국도 주변에서 씨씨티브이를 확인중인 형사들 중 강형사의 모습 보이고
-동훈의 집에 도착한 수현, 초조한 듯 쇼파에 주저앉아 있는 동훈.
옆에서 혹시라도 있을 협박전화에 대기중인 문형사를 포함한 형사들을 지나,
혹시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진이 납치된 여진의 방 안을 둘러보는 수현.
여진이 사라진 화장실 내부에서 지문 감식중인 헌기.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서는 해영. 위를 올려다본다. 해영의 시선, 쫓아가보면 교도소 건물이다.
씬/72 D, 교도소
교도소 휴게실에서 늙은 교도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해영.
교도관 : 오경태요?.. 수감 초기에 몇 번 탈옥하려다가 실패한 뒤에는 잠잠했습니다. 착실하게 전기기술도 배우고 말썽도 없었어요.
해영 : 출소하자마자 사람을 납치했어요. 오경태씨가 왜 그런일을 벌였는지, 알아야 해요.
교도관 : 글쎄요. 말수도 없고 계속 혼자 지냈어요. 게다가 자주 발작을 일으켜서 같은 수감자들끼리도 멀리 했었죠.
해영 : ..발작이요?
-인서트
-교도소 식당.
배식을 받던 경태, 무심코 주방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요리중이던 가스레인지 불꽃이 화르륵 커지는 것을 보고 발작을 일으킨다.
경태의 눈에 환상처럼 보이는 새빨간 화면. 그리고 비명소리.
어찌할바를 모르며 주변 식기들을 내동댕이치는데, 교도관들이 와서 간신히 제지한다.
씬/73 D, 냉동탑차 안
환한 불빛에 천천히 눈을 뜨는 여진.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
냉동탑차 안, 결박당한 상태다. 추위와 공포에 부들부들 떨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문으로 기어가 볼려고 하지만, 기둥에 묶인 상태. ‘아무도 없어요?’ 불러보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여진,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눈이 커진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자신의 가방 안, 자신의 핸드폰이다.
어떻게든 가방을 끌어올려는 몸부림. 겨우 닿는가 싶다가 다시 떨어뜨리는데
순간, 갑자기 여진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환상처럼 보이는 화염.
발작이 시작됐다. 괴로워하는..
씬/74 D, 동훈의 집, 욕실
여전히 여진의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수현. 헌기는 화장실 감식이 끝난 듯, 침실쪽을 살펴보고 있고..
헌기가 나온 화장실안을 둘러보던 수현, 수납장 문을 열어보는데, 안에서 툭 떨어지는 약병. 들어올려서 약병을 확인해 본다.
씬/75 D, 교도소
교도관과 여전히 대화중인 해영.
해영 : 교도소 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대도사건으로 체포됐을 때, 불하고 관련된 일은 없었잖아요.
교도관 : 딸이 죽었답니다. 불에 타서..
해영, 놀라서 멈칫하는.
씬/76 D, 동훈의 집, 여진의 방
단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훈과 수현.
동훈 : (초조한 모습) 무슨 일이죠?
수현 : (약병을 보여주는) 항우울제죠?
동훈 : (멈칫하는)
수현 : 따님에게 지병이 있었나요?
동훈 :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큰 사고를 당했거든요.
수현 : 사고요?
동훈 : ...한영대교 사건 기억하십니까? 그 다리 위에 우리 딸애가 있었습니다.
씬/77 N, 교도소 밖, 차 안
태블릿 피씨로 1995년 한영대교 사건을 검색하는 해영.
‘오후 9시 30분, 한영대교 붕괴사고’ ‘사망 11명, 부상 15명’ ‘부실공사로 인한 예고된 참극’
기사들을 확인하는 해영의 시선에서.
-인서트
-57씬, 다리로 접어드는 버스, 그 뒤를 따르는 재한의 차. 차선을 바꾸며 버스와 조금 더 간격을 벌리며 뒤로 물러서는데,
순간, 굉음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시내버스.
놀라서 핸들을 꺾는 재한. 그런 재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흔들리는 화면.
뒤이어 달려오던 차량들의 흔들리는 눈부신 헤드라이트들. 끼이익 여기저기서 들리는 급브레이크소리. 클랙션소리.
사라진 상판쪽이 아니라 반대편을 보이면서 끼이익 멈춰서는 재한의 차.
'쾅’ ‘쾅’ 들려오는 차량들의 충돌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사이렌소리 엄청난 소음들
-다시 차 안으로 돌아오면, 의아한 얼굴의 해영.
해영 : 도대체..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알람음. 퍼뜩 고개들어 시계 확인하면, 11시22분이다.
가방 안을 뒤져서 무전기를 꺼내는 해영.
씬/78 D, 과거, 차 안
테잎 플레이어에 은지가 녹음한 테잎을 넣는 재한의 손.
멍한.. 붉게 충혈된 눈빛. 천천히 흘러나오는 오래된 노래.
씬/79 N, 현재, 차 안
11시 23분으로 넘어가는데, ‘치치칙’ 울리기 시작하는 무전기.
해영 : 형사님! 저 박해영입니다.
대답이 없는 무전기.
해영 : 형사님! 듣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씬/80 D, 과거, 차 안
해영의 목소리에 재한, 천천히 조수석에 놓여진 무전기를 본다.
해영(소리) : 과거가 변했어요. 대도사건이요. 오경태가 진범이 맞나요?
재한 : ...(무전기를 보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경위님.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오경태가 사람을 납치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재한 : ...(보다가 멍한 목소리) 우리가 틀렸어요 아니.. 내가.. 내가..다 잘못했어요... 모든게.. 나 때문에 엉망이 돼버렸습니다.
이...무전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어요.
슬픔에 찬 과거의 재한, 그리고 혼란스러운 현재의 해영 교차되면서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