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00만원만 있으면 사슴 100마리를 키워낼 수 있다는 말에 모두들 놀라더군요. 주변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생산원가를 크게 줄이면서도 건강하게 사슴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충남 서산에서 25년간 사슴을 키우며 ‘제일사슴농장’을 경영하는 이성원씨(57·운산면 팔죽리)는 사료값 인상이 두렵지 않다. 직접 제조한 완전배합사료(TMR)와 버려지는 농식품 부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1년에 1,200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사슴 100여마리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비결은 10년 전부터 자체생산한 TMR에 있다. 이 사료는 생산원가가 1㎏당 100원에 불과하지만, 비지·쌀겨(미강)·보릿겨·도토리박·깻묵·수수박·콩박·면실펠릿·옥수수 등 단백질이 풍부한 8가지 원료가 고루 함유돼 있다. 또한 TMR 배합에 쓰이는 수입 조사료를 대체하기 위해 최근에는 서산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통해 저렴한 곤포 사일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씨는 “대학교수 등에게 자문을 받고, 세미나와 학회를 뛰어다니며 배합비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며 “그 결과 TMR 사용 전에 비해 사료비용을 5분의 1로 줄였고, 연간소득 1억원 중 순수익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이를 증명하듯 사슴의 건강상태도 우수하다. 우선 발정기 사료섭취율이 눈에 띄게 증가해 암컷의 번식능력이 향상돼 자연교미시 분만·수태율 100%를 자랑한다. 또한 털갈이가 6월 초·중순으로 한달 정도 앞당겨지고, 면역력이 높아졌다. 녹용 생산량도 국내 평균치를 웃돈다.
지난해 이 농장의 사슴 한마리당 평균 녹용 수확량은 엘크 11㎏, 꽃사슴 2㎏, 레드디어 7㎏으로 국내 평균 생산량보다 각각 1㎏, 1.1㎏, 2.5㎏이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녹혈(사슴피)도 더욱 선명한 붉은색이 돌아 농장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듣고 있다.
그가 이렇게 원료값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발품’ 덕택이다. 두부공장·묵공장·맥주공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1㎏당 50~240원 정도로 저렴한 TMR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타사료도 원가절감을 위해 서산 일대 건강원·슈퍼마켓·빵집 등을 돌며 약재 찌꺼기와 안 팔린 과일·채소·빵·과자 등을 매일 수거하고 있다. 가을철에는 과수원에서 떨어진 포도·사과·배 등을 수집해 오기도 한다.
이씨는 “TMR과 기타사료를 50%씩 주고 있다”면서 “1년 정도 적응과정을 거친 결과 직접 채취해 오는 산야초와 오갈피 외에도 한약재·채소·과일 등을 매우 잘 먹고 있다”면서 배합사료와 갈잎 등에 너무 의존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성원씨는 자신의 노하우를 지역 사슴농가와 공유하는 한편 인공수정을 통한 사슴 품종개량을 통해 우수한 녹용을 생산하는 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그는 “칡·당귀 등 한약재 찌꺼기와 오갈피나무·산야초 등 기능성 원료를 먹고 자란 사슴에서 생산된 녹용의 효능 성분을 분석하고, 현재 3,000평 규모인 사슴농장을 확대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양록체험 농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041-664-2453.
서산=류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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