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47 비행기가 고도 10000~1300m에서 마하 0.85~0.86(시속 900~1,000km/h)의 속도로 성층권을 찢으며 달린다.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ies)이라 불린다. 인간이 만든 가장 신기한 것 중 하나가 비행기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살수록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또 있다. 백만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섬에서 살아온 집박쥐처럼 나처럼 작은 사람들은 멸종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과 나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자 S가
"선생님, 밥을 사고 싶어요."
"갑자기 왜?"
" 삶이 힘들면 더 힘든 누군가를 위해 밥을 사라는 말이 생각나서 선생님께 밥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아버지께서 투석 중이십니다. 삶의 의지가 조금도 없으십니다. 의사의 지시를 다 무시하시고 밖에도 안 나가시고 운동도 안 하시고 암막 커튼치고 하루 종일 자연인만 보고 계십니다. "
"자연인을 보시는 이유는 나보다 더 힘든 이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위로와 용기를 얻으시려는 것이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아무튼 고맙다. 밥은 먹은 걸로 할게."
내가 뉴욕을 가는 이유는 놀러 가기 위해서 가 아니다. 죽음이 언제나 머무는 곳, 수시로 죽음과 조우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를 택한 것이다. 죽음의 눈동자를 노려보고 가까이서 맞짱들 수 있는 곳이라서 가려는 것이다.
뉴욕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면서 그 흔한 맛집 한번 안 갔다. 절망이 나를 절벽 아래로 끌고 내려갈 때는 역사책을 읽었다. 고조선의 비파형 청동검이 심장을 파내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검객인 척준경의 칼날이 갈비뼈 사이사이로 들어왔다. 시대의 절박함이 진하게 다가왔다. 죽음이 유비쿼터스로 존재하는 역사에서 난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다.
얇은 철판 사이로 천국과 지옥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은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60만 배 적다. 그럼에도 난 내가 공중분해되는 환영을 꿈꾼다. 영하 50도이지만 단열 압축에 의해 기체의 표면은 30도를 유지한다. 편안한 환경에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내가 파편이 되는 환상의 순간을 꿈꾼다.
지구는 오늘도 시속 1,670km으로 자전하고 시속 107,000km으로 공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다. 지구는 저토록 열심히 돌면서도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디즈니랜드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컵잔을 타다가 토한 남편조차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늘 난 누구에게 밥을 사줄까? 오랫동안 안부를 감히 묻지 못했던 지인의 전화번호를 찾는다.
나를 위한 치유의 글, 이 글을 읽는 내내, 당신도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