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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김병욱
극본: 이영철
출연: 이순재.김자옥, 오현경, 정보석, 신세경, 황정음
신세경은 아주 특별한 변신을 감행했다. 그동안의 신세경은 항상 어딘가 얼굴에 힘을 주고 편안하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40화에서 보면 준혁의 친구들이 2층에서 놀다가, 세경을 보자 ‘미소천사 신세경. 청순미녀 신세경’이라 구호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한다. 그러자 세경은 ‘이제 그런 거 안했으면 좋겠는데’라고 작게 말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세경의 팬들이 외쳐대자 결국 화를 낸다. “하지 마시라니까요!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세요! 창피하잖아요.”라고 말이다.
세경이 청소하는 방으로 온 준혁은 “누나도 참. 애들 장난 친건데 좀 받아주지”라는 식으로 말한다. “별것도 아닌데 너무 정색하신다고요. 항상 너무 심각한 게 문제죠. 누난”라고 충고를 던진다.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 오라는 줄리엔의 전화를 받은 세경은 잠시 망설이지만, 순간 현경이 해리를 데리고 나가면서 갈 수 있게 된다. 근데 하필이면, 그 순간 중요한 서류를 잊고 나간 지훈이 전화를 해서 부탁하는 통에 할 수 없이 USB메모리를 들고 병원까지 뛰어나간다.
세경이 건넨 메모리를 받은 지훈은 ‘가지 말고 좀만 기다려’라고 말한 뒤, 옷을 갈아입고 와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한다. 세경은 줄리엔의 집에서 삼겹살 파티가 있다고 가겠다고 하지만, 지훈은 ‘가지마라’고 한다. 물론 핑계를 대긴 하지만, 어딘가 진심이 담긴 대사였다.
오갈 데 없게 된 구슬픈 사연의 주인공이 인력정보지를 뒤적이며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는 장면에서 동그라미 속 중요 빗금이 좍좍 그어져 있는 것은 ‘숙식 제공’이란 네 글자다. 빚쟁이에 쫓겨 아버지와 생이별하고 학력도 기술도 없이 서울을 떠돌게 된 세경이 일자리를 찾으며 강조한 것 역시 ‘먹여주고 재워만 주시면’이라는 조건이다. 게다가 세경에게는 ‘(동생과 함께) 먹여주고 재워만 주시면’이라는, 웬만한 업주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붙어 있다.
그런 세경이 가까스로 얻게 된 직장이 ‘해리네 집’이다. 해리네 집의 권력구조는 복잡하게 엉켜있다. 궁극적인 가장은 이순재 할아버지이지만, 발언권이 가장 센 사람은 그의 딸 이현경이며, 현경의 남편 보석은 ‘그 집 일 봐주는 아저씨’로 착각할 만큼 무시당하며, 집안 막둥이인 해리는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는 똥고집이라서 나름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 집에서 세경은 하루 종일 1~2층을 오가며 집 청소를 하고 여섯 식구의 방을 치우고 빨래를 돌리며, 세 끼 식사를 차린다. 이순재 F&B라는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집안답게 이 집은 동네 사람들도 ‘부자’라고 인정할 만큼 잘산다. 그런 집이 으리으리한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크고 화려한 집은 치우는 사람에게는 그저 손 댈 데 많아 귀찮은 일거리일 뿐이다. 오죽하면 일하던 아주머니가 로또에 당첨되자마자 쾌재를 부르며 일을 관뒀겠는가.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산속에 들어가 손빨래부터 나무지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세경의 극중 나이는 22살. 미성년자가 아닌 그녀는 당연히 입주도우미로 일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리다고 거절당하고 일하던 첫 주에는 가전제품을 쓸 줄 몰라 “세경씨, 이러면 곤란해”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들어야 했던 세경은 고시 공부라도 하듯 밤새 가전제품 설명서를 읽었으며, 현경이 재료만 사다 주면 거기에 맞춰 그날 저녁 식탁을 그럴싸하게 차려냈다. 산에서 일하며 손맛을 갈고 닦은 세경은 음식 솜씨도 있으며 힘까지 세다. 현대 외계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과 동생과 함께 쪽방에 얹혀 산다는 것 말고는 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무결점의 아가씨가 받는 월급은 50만원.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네 아주머니도 놀랐듯이 세경이가 받는 월급은 말도 못하게 짜다. 입주도우미 인력업체 ‘애경’에 의하면 보통 입주도우미의 월급은 100만원에서 150만원선이다(집의 평수와 아이 유무에 따라 가정마다 월급 책정이 다양하다). 때문에 ‘200만원’의 월급이 순식간에 ‘60만원’으로 둔갑하자 자매가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첫 달 50만원을 받아 들고는 떡볶이를 맘껏 먹을 수 있다며 마냥 즐거워했던 소녀들은 200만원이 60만원으로 급하락하자 현경 아줌마가 밤에 부르는 소리마저도 귀찮아진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는, 누구나 자주 느끼는 삶의 이치를 세경과 신애의 먹구름은 재미있지만 서글프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세경이 동생과 작은 방을 하나 빌려 쓰고 있으며, 동생은 한 식탁에서 같이 밥 먹는 것까지 허락된, 이 가족의 일원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동거인으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그 월급은 그렇게 작다 할 수만도 없다. 22살의 아가씨가 하루 종일 다른 곳에서 일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대신 세경은 사회 속의 다른 스트레스와 직면할 것이며 ‘집안일’ 외의 다른 기술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또한 원리 원칙 확실하고 속정은 있는 것 같은 현경이 이 두 자매에게 그다지도 무심한 것 역시, 이 시트콤이 자매에게 동정의 시선이 아닌 동질의 시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경은 남의 삶에 어설프게 발을 들여놓질 않으며 ‘차별’이나 ‘억압’을 하지 않는 것이 자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소녀들이 200만원에 그렇게나 좋아했던 것은 단지 고액권이 가지는 속물적 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녀들에게 돈은 떡볶이 ‘이따시만큼’ 혹은 아버지와 같이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대치되며 그것은 아이들에게 삶의 목표 그 자체다. 그러니 그 실망감이 먹구름을 몰고 와 일의 의욕을 앗아 간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긍정의 힘’ 하나로 서울에서 살아남은 세경은 분명 다시 힘을 낼 것이다. 이런 불경기에 한 달 만에 월급이 20%나 인상되었으며 월급액수 결정권을 갖고 있는 현경이 “앞으로 더 올려줄 계획”임을 넌지시 비쳤으니, 현명한 세경씨라면 분명 먹구름 따위 치워버리고 다시 씩씩하게 도우미 인생을 살아낼 것이다. 부모도 집도 없이 사회에 내쳐진 어여쁜 자매에게 ‘해리네 집’이 그다지 나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이 아가씨는 분명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신세경은 돈 때문에 웃고 울었다. 시작은 이랬다! 세경은 쓰레기를 버리려 나갔다가 우연히 옆집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세경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대뜸 얼마나 받고 일하는지 묻는다. 세경이 ‘50만원’을 받는다고 말하자, 너무 박하다면서 최소 150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경은 성심성의껏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받아들여준 현경을 변호하지만, 그때부터 슬며시 자신이 받는 돈이 적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한편 현경은 집안결혼행사로 200만원과 세경의 월급 60만원을 따로 봉투에 넣어놓는다. 남편 보석에게 축의금을 부탁했는데, 그만 보석이 봉투를 잘못가져가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200만원이 들은 봉투를 현경에게서 받은 세경과 신애자매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녀들이 돈에 대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다름아닌 아버지 때문이다. 빚쟁이에게 잡혀 어디선가 일하고 있을 아버지를 위해 돈을 많이 벌면 다시 다함께 모여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200만원이란 돈을 받고 행복해진 세경과 신애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평상시 조용하게 일하던 세경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부엌일을 하고, 신나는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애역시 해리가 괴롭히는 데도 오히려 웃으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나 고모네와 전화통화를 하던 현경이 돈봉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매의 행복은 끝이난다. 현경은 미안해하며 돈을 바꿔주지만, 두 자매는 비를 맞는 듯 맥이 풀려버린다. 세경은 무거운 꽃게 상자를 들고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더니, 작은 화분과 빨래감을 들고는 힘들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신애는 해리가 밀어버리자 바닥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밤에 자리에 누운 두 자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신애는 현경을 약간 비난하는 이야기를 하고, 세경은 변호하지만 말투엔 힘이 없다. ‘지금 받는 돈도 적지 않다’고 하지만, 실망스런 표정과 힘없는 말투는 그녀의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경이 늦은 시각 부르자 일어나려던 세경은 동생 신애의 거듭된 ‘자는 척’하라는 말에 결국 자는 척하고 만다. 이번 38화에서 세경은 돈에 대해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사실 그동안 신세경이 보여준 인간상은 너무 착하고 바른 인간상에 가까웠다. 그녀는 태백산맥에서 살다 올라온 탓인지, 때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줄리엔이 도와줄 때마다 최소한의 염치를 지키기 위해 애써왔다. 집안일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하든 꾀를 부리는 등의 나쁜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록 ‘돈’ 때문이긴 하지만, 다소 일탈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좀더 현실적인 인간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사실 어떤 면에서 현재 세경이 받는 월급은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경의 입장에선 오갈데 없는 두 자매를 받아주고 보살펴 주는 셈인데다, 애초에 세경이 들어올때 ‘돈 조금만 줘도 된다’해서 그 정도로 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경이 말했지만, 그녀는 세경의 월급을 계속 올려줄 심산으로 여겨진다. 아마 마지막 부분에서 세경을 부른 것은 200만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채워주려는 심산이 아니었을까 혼자 짐작해 본다.
세경은 그동안 시골 처녀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동생을 챙기고 생활하면서 ‘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빠와 헤어져 남의 집에 얹혀사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순전히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새 들어 보석이 자꾸만 이유없이(그녀의 입장에서는) 괴롭히고, 해리가 두 자매를 못살게 구는 점도 상당히 짜증났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경에게 받은 월급이 갑자기 네배 정도 뛴 것은 그녀의 입장에선 매우 행복한 일이었을 것이다. 저축을 통해 금방 목돈을 마련하고 다시 아빠와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꿈이 며칠 만에 깨져버렸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38화는 단순히 보면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고용주의 입장과 피고용인의 입장을 잘 그려낸 한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재 고등학교 외국어교사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줄리엔은 갈곳 없는 신세경-신신애 자매를 자신의 방에서 지내게 해줄 만큼 따뜻하고 속깊은 남성이다. 그러나 황정음이 줄리엔을 좋아하는 건 (그의 마음씨가 아닌) 다른 이유다. 바로 그의 조각같은 근육질 몸매 때문이다.
줄리엔이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유인나와 함께 입을 헤벌쭉 벌리고 구경하기 바쁘다. 만약 정말 예상밖의 인물과 맺어주고 싶다면, 줄리엔도 괜찮은 후보중에 하나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줄리엔은 신세경 자매를 도와주면서 깊은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신세경과 러브라인을 형성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어제 방송된 34화에서 황정음은 식신의 면모를 과시했다. 처음에 보면 인나와 광수는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때마침 황정음이 들어오자, 광수는 경계의 눈초리로, “먹고 싶으면 지금 이야기해라. 이따가 한입만 그러지 말고”라고 한다. 황정음은 “밥 배터지게 먹고 왔다”면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정작 라면을 다 끓이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황정음은 ‘한입만’거리더니 결국 냄비를 통째로 들고 국물까지 다 마셔버리는 위용(?)을 과시한다. 인나와 광수가 투덜거리자 “국물 끝내준다. 짱!”이라며 뻔뻔하게 웃어댄다.
광수는 인나와 오랜만에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마트에서 반값 세일하는 한우 등심을 사온다. 촛불과 예쁜 접시를 꺼내놓고 준비하던 두 사람은 황정음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부리나케 숨기고는 아무것도 아닌 척 한다.
인나와 광수는 몰래 자신들이 방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려 하지만, 마당을 가로질러 자신의 방에 누워있던 황정음은 개코로 냄새를 맡고, 자신도 ‘한입만’달라면서 광수의 방문을 두들긴다. 광수는 급히 옷장속에 숨겨놓고, 방향제를 뿌리더니 태연한 표정으로 ‘없다’고 한다.
황정음이 왜 그토록 그녀의 애완견 히릿을 애지중지하는지, ‘삼겹살’ 같은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맹장수술 자리를 소독하러 온 황정음은 히릿을 데리고 왔으나, 병원애 출입금지라 난감해하고 있을때,
이지훈이 온다. 정음은 지훈을 보자마자 막무가내로 히릿을 맡기고, 소독을 받으러 간다. 엉겁결에 맡긴 했지만,
개털 알러지가 있는 지훈은 근처 공원에서 앉아서 책을 보다가 한 아이가 개와 놀고 싶다고 하자 허락한다.
조금 지난후 정음이 나오지만 히릿은 사라진 후였다. 지훈은 정음과 함께 히릿을 찾으러 다니면서 계속해서 울면서 ‘히릿’만 외쳐대는 그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걸린 전화로 부암동까지 히릿이 간 사실이 밝혀진다. 지훈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정음은 옛 추억에 빠진다.
애견 히릿은 원래 히릿 고의 준말로, 시나게 즐겁게 살라고 정일우가 지은 이름이다.
사실 히릿은 그녀의 애완견이 아니었다. 원래는 정일우의 애완견이었다. 길가를 가던 정음은 어느날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히릿을 잡게 되고, 정일우와 가까워지게 된다. 정일우는 “나이가 몇 살이세요?” “난 삼겹살”등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썰렁한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나 정일우가 누구인가? 그와 같은 꽃미남과 함께라면 대다수의 여성은 그냥 함께 있어도 행복해할 것이다. 정음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지만, 훈남인 정일우와 그녀는 예쁜 사랑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정일우는 ‘세계여행’을 떠날 거라고 정음에게 운이 뗀다. 한번 떠나면 10-20년 정도 여행을 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곳에 정착하겠노라고. 정음은 그런 말을 들으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다. 그러나 시체놀이를 하자면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움직이면 안돼요’라고 웃는 남자를 그녀는 그저 웃으면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정일우는 떠난다. 정음이 옷이 몇 번이나 변하고 그녀가 집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면서 우린 정음이 며칠 째 그의 집앞에서 배회했음을 알게 된다. 쓸쓸하게 집에 돌아온 그녀에게 정일우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20년 후에 보자. 히릿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엽서를 보게 된다. 다시 정일우의 집을 찾은 정음은 어린 히릿을 발견하고 자신이 데려와 키우게 된다.
그런데 카메라의 앵글이 히릿의 관점으로 바뀌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다소 무심해보이던 정일우는 사실 정음에게 관심이 있었고, 히릿을 이용해 그녀와 인연을 만든 것이다. 또한 그녀에게 ‘세계여행’을 운운한 것은 평소 앓던 심장관련 질환 때문이었다. 곧 죽을 운명이었던 정일우는 황정음에게 사실을 알리는 대신 언젠가 떠날 거란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정음은 까맣게 몰랐다.
가을인 탓일까? 히릿과 얽힌 황정음의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는 매우 슬펐다. 물론 시한부 인생이 소재로 쓰인 사랑이야기는 어찌보면 매우 진부하다. 또한 통속적이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요, 소설과 서사시를 보아도 사랑이야기는 결국 통속적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곤경에 처하고, 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거나 결국 비극적으로 자살하는 등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원형은 어디나 똑같다.
그러나 시대상황과 각 개인들의 세부묘사가 더해진 사랑이야기는 매번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에게 절실하며 강력한 감정중에 하나다. 황정음의 가슴 아픈 첫사랑의 이야기는 스산한 가을을 맞이한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특히 꽃처럼 아름다운 정일우의 황정음의 이야기는 통속적이지만, 익숙한 이야기라 짧은 시간안에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하이킥>에서 술취해 망가지는 모습과 식신적인 면모만 보이며 웃기는 연기만 보여준 황정음이 간만에 나름 비극적인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에피소드였다. 앞으로 그녀의 연기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황정음의 아픈 내면을 살짝 엿본 이지훈이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대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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