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 가는 길
소수서원에서 선비촌과 박물관을 관람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된 목조건물인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찾아서 떠납니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다 보는 석양이 넘 아름다워 그 환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부석사로 향하는 길 밖으로는 과수원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나무에 매달려 분홍빛으로 익어가는 검붉은 홍옥 사과들이 시선을 붙듭니다. 가을의 절정을 맞아 이제 곧 툭, 하고 떨어질듯 익은 사과들입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과는 사뭇 보석같이 느껴집니다. 살아있구나, 아직 살아있구나. 아직 나무의 정을 취하며 살아있구나. 이제 저 나무를 떠나면 저 생생한 분홍빛을 잃고, 과일가게 노점 좌판에 쌓인 그 사과빛이 되겠지. 이런 생각에 부석사 만큼이나 저 사과가 고맙습니다.
달리는 길가에 "사과따기 체험현장"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한 과수원을 들려 체험을 물어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무진장 비싸다 .... 그냥 포기하고 사진만 몇장찍고 나왔다.
검붉은 홍옥들이 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앗, 어딘가에서 과일 특유의 새콤한 향이 밀려옵니다. 사과가 익어가는 냄새인가 봅니다. 사과 익는 내음이 제풀에 겨워 몸서리 치다, 바람에 실려 내 코까지 밀려오나 싶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버스가 도착하는 곳은 부석사 주차장입니다. 입구 주위로 많은 식당들이 보입니다. 메뉴는 대동소이합니다. 산채 비빔밥, 산채 정식, 닭백숙 등등..... 영주 부석사가 아니라 지리산 쌍계사를 가든 북한산 도선사를 가든 다 있는 메뉴입니다. 이 앞에서 꼭 식사를 하실 분들게는 '묵밥'을 추천해 드립니다. 영주지역의 별미라더군요.
이런 연못도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안개가 피어 오르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여 맑은 날에는 무지개가 선다네요.
부석사 매표소 까지 가는 길은 잘 닦인 포장도로입니다. 길 한편으로는 사과를 파는 행상들이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방금 도로변에서 보았던 그 과수원의 사과들일까요. 가격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행상들과 여행객들 사이의 시비가 오가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왜 산지에서 파는게 이렇게 비싸요? 비싸긴요. 남는 거 하나도 업니더~~~. 등등.
조금전 들어올 때 주차비를 받드니만, 또 부석사 입장료를 내라고 합니다 같이 동행한 형님이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하길래 ... 부석사에 가서 부처님에게 낼 돈 여기서 냈다고 생각하세요 .. ㅎㅎㅎㅎ 이렇게 말하니 형님이 웃는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면 본격적인 부석사 행의 시작입니다. (1,200원) 시작에 앞서 잠깐 부석사의 이력서를 훑어보고 가겠습니다.
일주문을 향하여 가는데, 여기도 예외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네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부석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의 문화 유산 답사기 유홍준님(전,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제 2권에는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교과서 삼아 그 길을 밟아 갑니다.
부석사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빌자면 '조선 최고의 명상로'라고 합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자의 길' 또한 이러한 경사로입니다. 괴테, 헤겔 등의 독일 유수의 지성들이 명상을 위해 걸었다는 길이지요. 그러나 이런 비탈길에서의 명상은 유홍준 선생이나 괴테같은 지성들에게나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부석사 진입로의 언덕은 명상보다는 '제법 힘든데?' 따위의 지친 소리를 먼저 끌어냅니다. 그냥 보통 소시민네인 우리들에게는 그저 '운동부족 측정의 길'이라는 게 더 어울릴 듯 싶습니다.
筆者는 무량수전에서 석양을 바라다 보기 위해 오르막 길을 뛰어 올라가니 이 언덕길이 왜 이리도 높은지(?) 발목이 무척이나 아프네요 뛰 따라오는 옆지기와 동행을 뒤로 한 채 혼자서 열심히 뛰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학식이 높지 않아도, 배움이 많지 않아도, 이 길의 아름다움 정도는 확실히 알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지식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서 타고난 최초의 본능 중 하나인 듯, 가을의 부석사 진입로는 그 계절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모두 응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노란 은행잎과 군데 군데 보이는 사과나무의 붉은 열매, 흙길의 정다운 갈빛이 어우러져 가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빛깔의 조화를 내고 있습니다.
이 길은 눈과 코가 함께 느끼는 길입니다. 산하가 가을로 여물어가는 내음이 자욱합니다. 흙과 잎과 열매가 섞인 가을의 내음이 가득합니다. 몸의 코와 마음의 코가 함께 향기에 취하는 길입니다.
천왕문을 넘으면 부석사의 가람들이 손짓을 합니다만, 그 전에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당간지주입니다. 당간지주란 절의 깃발을 게양하던, 일종의 깃대라고 합니다. 부석사가 찾아오는 이를 맞이하기 위해 손을 흔들던 곳이죠.
천왕문을 넘으면 눈 앞에 부석사의 가람들이 펼쳐집니다. 푸르고 붉은 빛이 어우러진 가을산이 동그랗고 포근하게 절집을 감싸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못된 마음이 솟아납니다. 저 사람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다오. 천지간에 나와 저 절집들, 이렇게만 남기고 모두 보내다오. 이 아늑함을 온전히 나 혼자 갖게 해다오. 버리러 와야할 절에서 아(我)를 위한 이기심이 발합니다. 아서라. 누를 일입니다. 이 순간을 갖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일입니다.
돌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언덕에서 가빴던 숨을 잠시 고릅니다. 그리고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펼쳐들어 오래오래 읽습니다. 만물이 열매맺는 계절 가을, 부석사 옆 사과나무에 달린 분홍빛 사과에 단물이 오르듯 나의 기억과 이지에 살이 오르기를 바라면서요.
책을 접고 다시 한번 등산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돌계단입니다. 천왕문부터 무량수전까지 오르는 길은 첩첩 돌계단으로 되어있습니다. 학창시절 사회 시험에 그렇게도 많이 나오던 무량수전과, 이곳을 들른 수많은 지성들이 찬양해 마지 않은 무량수전 앞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원래 '전망이 좋다'거나 '내려보는 맛이 좋다' 이런 거는 전부 '높은데 있다'는 말이랑 같은 뜻 아니것습니까.
그렇게 돌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드디어 무량수전에 다다릅니다.
앞에보이는 것이 안양루, 뒤에 보이는 것이 무량수전입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현판
무량수전의 건물은 그 자체로는 소박하고 조용합니다. 그러나 그 멋스러움은 지식이 깊지 않은 막눈이 여행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전해져 옵니다. 남빛 지붕과 누른빛의 목재들, 그리고 선명한 노랑빛의 벽이 세련된 멋을 자아냅니다. 단청 없는 처마는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여 보여줍니다.
무량수전에 왔다면 꼭 확인해 봐야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배흘림 기둥입니다. 서양말로 '엔타시스 양식'이라고 하는, 통통한 배의 기둥입니다. 시험에 워낙 자주 나와 잊어 버리지도 않는 '배흘림'입니다. 최순우님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에 나오는 바로 그 배흘림입니다. 가운데가 살집이 통통하게 잡힌 배흘림 기둥은 그 토실토실함에도 제법 날렵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무량수전을 등지고 바라보는 풍경. 이것이 부석사의 절정이라고 합니다. 저 멀리 태백산맥의 산세부터 봉황산의 비탈, 그리고 부석사를 구성하는 절집들의 추녀가 낮게 서로 머리를 대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불행히 날씨가 좋지 않아 먼 곳의 산세까지는 뚜렷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보이는 가을빛이 서서히 익어가는 산비탈들과 절집들의 지붕이 이뤄내는 모양새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합니다.
석등 사이로 보이는 무량수전의 현판
저 멀리 아스하게 겹겹이 이어진 산들이 보입니다.
부석사에 들렀다면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이 두군데 있습니다. 바로 선묘각과 부석입니다. 부석사 창건 전설의 핵심이 있는 곳입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를 사모하던 중국여인 선묘가, 의상대사가 이곳에 절을 지으려 할 때 미리 진을 치고 있던 사이비 무리들을 ?아냈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선묘는 의상대사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바다에 던져 목숨을 끊었는데, 의상대사가 바닷길에 폭풍우를 만나면 용으로 화햐여, 사이비 무리들과 대치할 때는 거대한 돌이 되어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읽었던 의상대사의 전기에는 이 이야기가 상당히 로맨틱하고 애달프게 묘사되어 있었어요. 괜히 선묘에게 감정이입해서 의상 대사가 야속하고 밉고.... 허허허.
선묘각은 그 선묘아씨를 기리는 곳입니다. 무척 작고 후미진 곳에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아올라가면 보입니다. 부석은 무량수전의 왼편에 있는 거대한 돌로서, '택리지'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새끼줄 하나 사이 정도로 공중에 떠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스또리이긴 한데 별로 공중에 떠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엣돌이 부석입니다. 떠 있나요? 제 눈엔 아니네요.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오른편으로는 산 위로 올라가는 소롯길이 나 있습니다. 창건주 의상대사를 모시는 집인 '조사당'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사당이 공사에 들어가 2005년 12월 25일 까지는 그 길로 오르지 못합니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은 여행에서 오히려 좋은 약이 됩니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또 들를 핑계가 되잖아요.
안양루 / 석등
범종각을 지나 안양루 아래의 계단을 오를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기승전결의 마지막 단계인 결에 이르기 직전이다.
부석사 삼층석탑
보통 탑은 법당 앞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석탑은 법당의 오른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학자들은 이것이 무량수전 내 아미타여래좌상의 방향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미타여래좌상의 방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앞서 무량수전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바 있다. 그 의미를 되새기며
산길을 올라 조사당으로 가자.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 보는 석양. 언제부터인가 꼭 보고싶었던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 석양을 보기 위해서 부석사 입구에서 오르막 길을 얼마나 힘들게 뛰어 왔던지 ..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부석사를 떠나며 진입로부터 시작하여 부석사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느린 걸음으로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여행을 떠나온 이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인 듯 합니다. 아쉬움. 그러나 여행은 두고 온 일상이 있어 더 그 빛을 발합니다. 잠시 숨을 갈아 쉬었다면 그 숨으로 또 살아갈 나날이 있는 거지요. 또 다시 떠날 그 날을 기약하며, 부석사의 가을빛에 안녕을 고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연이 닿는다면 어느 가을, 또 한번 이 길을 밟겠습니다.
부석사 주차장에도 아름다운 석양이 안개피는 연못위로 낮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양촌재의 행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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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이 있는 원문보기 글쓴이: 촌장셈
첫댓글 가봤나?? 안가봤나..?? 이름을 많이 들어서 가본듯한 착각속에 있는건가...?*^^* 한바퀴 도는데..2~3시간 걸린다고 한걸 보면,,, 안가본게 분명한데.....(짧고 굵게!!!!) 입구에서 사진 찍고 바로 돌아 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