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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스쿠프 - Scoop >
그 누가 말했던가요.
"인생은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다" 라고...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며 지루해 하는
사람조차,
인생이라는 긴 자를 대고 눈금을 치다 보면
특별한 계기와 순간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죠.
그 타이밍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역시
제 각각일 겁니다만...
당황하거나 맞서거나 또 은근슬쩍 눙치거나
아니면 좌절하거나,
혹은 그 순간의 중요함 조차 모르고 지나가거나
뒤늦게 알아버리기도 합니다.
비록 ‘내 인생의 특종’ 이라고 해도 그것은 잡기도
어렵고 놓치기도 쉽지요.
'런던 연쇄살인' 의 미스터리 물로 포장한 시네마
< 스쿠프 >(2007).
< 매치 포인트 >(2005)에 이어 우디 앨런 감독이
런던에서 연출한 두 번째 필름입니다.
이 두 작품은 동시 상영으로 관람하면 재미있을 법한
환상의 짝으로 아우러지죠.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두 영화에 모두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우디 앨런은 그녀의 매력을 두 영화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찬양합니다.
< 매치 포인트 > 와 < 스쿠프 > 의 모티브가
되는 범죄는 유사하지요.
말하자면 '출세에 거치적거리는 정부(情婦)
제거하기' 인데...
< 범죄와 비행 > 에서도 같은 악행이 등장한
바 있으니 우디 앨런은 가히 상습범(?)인 셈입니다.
그러나 두 영화의 모양새는 자못 대조적이죠.
살인한 자가 단죄받지 않고 풍족한 삶을 이어가는
< 매치 포인트 > 는 스산한 비극의 인상을
남깁니다만...
반면, 범인이 죗값을 치르는 < 스쿠프 > 는
사건의 전말이 중요하지 않은 희극으로 자리합니다.
영화 오프닝은 차이콥스키 발레 < 백조의 호수 >
2막 '아기백조의 춤(Dance des cygnes)' 의
앙증맞은 선율과 함께 출발하죠.
저널리즘 전공의 미국 대학생 산드라 프랜스키
(스칼렛 요한슨 분)는 방학을 맞아 런던 상류층
친구 집에 머물며 명사와의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우디 알렌의 2019년 연출작인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속 대학신문 신참 기자로,
뉴욕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 분)를
취재하는 내숭녀 애슐리 엔라이트(엘르 패닝 분)
를 절로 연상케합니다만...
무방비한 관능이 넘쳐 흐르는 산드라는 유명
영화감독을 취재하러 갔다가 수첩은 꺼내지도 못한 채
얼떨결에 섹스만 치르고 돌아오는 촌극을 벌이기도
하죠.
그러던 어느날, 마술사 시드니 워터맨(우디 앨런
분)의 쇼를 구경간 산드라는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차이니즈 박스’(사람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게 하는
속임수 상자)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데...
그곳에서 하차투리안의 발레곡 < 가야네 >의
제목도 의미심장한 '칼의 춤' 과 함께,
최근 사망한 특종 유명 기자 조 스트롬벨(이안 맥셰인
분)의 유령을 만나죠.
저승 행 배에 승선한 조는 검은 옷차림의 뱃사공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지만,
그는 그리스 신화 속 무뚜뚝한 저승선의 사공
카론(Charn) 처럼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그런데... 조는 뜻밖에도 배에 동승한 여자가
귀띔한 '특종(scoop)제보' 를 접하게 되죠.
대박 특종이 너무도 아까웠던 조는 배에서 탈출해
잠깐 이승으로 돌아와 '기자 주파수의 파장'(波長)을
공유하는 산드라를 만난 겁니다.
조는 런던을 뒤흔들고 있는 '타로 카드' 여성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이 라이먼 경의 아들 피터인 것 같다며
산드라에게 후속 취재를 부탁하죠.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이후 최고의
기사거리라는 일생일대 스쿠프의 기회(?)를 잡은
산드라...
그녀는 주저하는 마술사 시드니를 끌어들여 부녀로
가장한 다음 용의자 피터 라이먼(휴 잭맨 분)에게
접근합니다.
사건에 휘말리는 걸 저어하며 불평하는 시드니...
"뒤에서 더럽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산드라는 그런 시드니에게 잠짓 위로의 말을
건네죠.
"그냥 첫번째 낙이 생긴 거니 여기세요."
시드니는 속으로 푸념할 뿐입니다.
"내 첫번째 낙은 속쓰림없이 저녁 먹는 건데..."
그러면서도 그는 산드라에게 미인계를 써보라고
권합니다.
"내 생각엔 너라면 그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도
몰라. 특히 그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니까 말야."
결국 산드라는 몸에 착 달라붙는 뇌쇄적인 수영복을
차려 입고 실내 풀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체
한 끝에...
마침(?) 그곳에서 수영 중이던 피터의 도움으로
구조됩니다.
그렇게, 엉뚱한 매력으로 다가가 피터와의
로맨틱한 만남에 성공한 산드라는 그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서죠.
한데... 가히 사냥꾼인 피터는 이제껏 만난
여자들과는 다른, 순진무구한 백치미의 산드라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며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산드라 역시 그런 다정하고 젠틀한, 기사같은
피터에게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되죠.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산드라에
반(反)해 정형화된 격식에 얽매어 있던 피터...
그는 '제이드 스펜스'라 자신을 소개하는...
이 순수하고 깜찍한 소녀같은 산드라를 만났을 때
진정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된 겁니다.
피터는 고백하죠.
“당신은 내가 만났던 여자들과 많이 달라요.
보는 순간 심장에 종이 울리는 경험 없었어요?”
산드라, 아니 '제이드 스펜서' 는 작업 진도가
꽤 빠르다고 응수하면서도 너무도 멋진 피터에게
속절없이 빠져듭니다.
하지만 나무랄 데 없는 귀족 청년 피터의 구애는
그에게 산드라를 '취재냐 사랑이냐'의 대책없는
딜레마에 빠뜨리죠.
"일요일에 아버지의 소유지에서 파티가 있는데
당신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시드니는 "우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
조언하지만...
산드라는 "그래봤자 텅 빈 소리만 들린다" 며,
"난 이미 조사 대상 용의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
기자" 라고 자조(自嘲)합니다.
특종보다,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이 먼저
찾아 온 셈이죠.
산드라는 자신을 설득하듯 되뇝니다.
“피터는 너무 멋져서 나쁜 짓 할 사람 같지 않아요.
하지만 감정은 묻어두고 좀더 깊이 조사해야 될
것 같아요.”
또 그녀는 마술 상자가 아닌 산드라 방에까지
나타나 "날 실망시키지 말라" 는 유령 조에게 따지듯
쏘아 붙입니다.
"당신은 유죄를 바라겠죠. 마지막 특종이니까요!"
하지만 피터의 연쇄살인 결정적 증거인 타로 카드가
발견되고... 산드라의 취재성 애정 행각은 사뭇
심각한 위험에 빠집니다.
" 그는 거짓말쟁이에 살인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넌 지금 매우 위험천만한 남자와 단 둘이
있는 거라고!"
시드니는 목숨을 건 우측(영국식) 운전대를 잡고
고원무립의 지경에 빠진 산드라를 구하려
질주하지만 끝내 충돌 사고로 장렬히 사망하고
맙니다.
마치 < 애니씽 엘스 > 속 도벨(우디 앨런
분)이 그랬듯이,
젊은 여배우와의 로맨스를 다른 연기자에게
양보하고, 사건을 중계하며 토를 다는 역할을
수행하다가 피날레 막이 내려지기 전에 홀연
사라진 게죠.
결국 죽은 자들의 저승행 여정에 동참하게 된
시드니는,
사자(死者)들의 영혼을 인도했던 저승사자 '
타나토스' 라도 되는 양, 승객들을 환상적인
카드 점과 마법의 세계로 이끕니다.
하기야 그는 이승에서 영혼의 분열을 통해 새로운
탄생을 이끄는 어엿한 마술사였으니까요.
영화 피날레...
피터는 타로 카드의 비밀을 알아 챈 산드라를
호수로 유인해 없애려는 완전 범죄를 노립니다.
하지만 수영을 전혀 못해 익사한 줄 알았던 산드라는
실종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과, 또 이전의 연인,
지금은 살인용의자인 피터 앞에 유령처럼 깜짝
등장하지요...
우디 앨런 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에
< 스쿠프 >는 전작들의 자투리 천으로 기운
조각보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디 앨런의 창의력이 고갈됐다는 단언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 스쿠프 >가
작정한 경쾌함에 있지요.
< 매치 포인트 > 가 풀 스윙이라면
< 스쿠프 > 는 번트라 할 수 있을 터...
앨런은 여기서 한손을 묶고도 할 수 있는 작업을
여흥 삼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몇개의 코드 진행을 서두에 선보인 다음, 코미디와
로맨스가 콜라쥬된 미스터리는 관객을 싣고
흥겹게 흘러가지요.
도니제티와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를 삽입해
개인의 성격과 감성에 동그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 매치 포인트 > 와 대조적으로...
< 스쿠프 > 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발레 음악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
그리고, 하차투리안의 '가야네' 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으로 흥을 돋우며 일사천리
리듬을 탑니다.
< 스쿠프 > 가 집중하는 듯하는 살인의 추리는
감독에게나 관객에게나 주요 관심사가 아니죠.
비스듬히 어긋나면서도 파트너 십을 유지하는
스칼렛 요한슨과 우디 앨런의 별난 스크루볼
코미디가 즐거움의 요체입니다.
< 매치 포인트 > 에서 노력도 헛되이 불운을
맞는 캐릭터였던 스칼렛 요한슨은...
< 스쿠프 > 에서는 전작에 '마치 앙갚음을
하듯' 그저 방심한 채 살다가 행운의 세례를 받지요.
한편... 안경 쓴 여성이 ‘미운 오리 백조 되기’ 식의
변신없이 영화 전편에 걸쳐 온전한 인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 스쿠프 > 가 주는 또 다른 보너스로
건네집니다.
영화평론가 박평식의 말처럼 우디 앨런에게
'수다는 경전, 나르시시즘은 종교' 일 것이죠.
우디가 분한 마술사 시드니는 “유대교였지만
나이 들면서 나르시시즘으로 개종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데 이어,
아울러 체중을 묻는 말엔 “고뇌가 에어로빅이라
1그램도 안 찐다”고 해명합니다.
우디 앨런은 시드니 워터맨을 우리가 아는
우디 앨런과 구별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별다른 수고를 기울이지 않죠.
관객들도 너그러이 용인해 주듯이 시드니라는
인물은 우디 앨런이 스크린 안에 들어서기 위한
점잖은 핑계에 불과한 것입니다.
< 스쿠프 > 는 그렇게, “웃음이 뭘 구원할 수
있다고는 추호도 믿지 않는다. 그저 주의를 잠깐
돌리게 유도할 뿐이다” 라는 우디 앨런의 지론을,
이토록 가벼운 터치로 실현한 인터메조로
울려오지요.
1. 영화 < 스쿠프 - Scoop > 트레일러
https://youtu.be/8afQYGZrXOs
< 스쿠프 - Scoop > 는 제목 뜻 그대로 ‘특종’ 을
쫓게 된 풋내기 기자 지망생 스칼렛 요한슨의 발칙한
추리극이죠.
산드라가 마술 공연을 보러 갔다 즉석에서 마술상자에
들어가는 관객으로 선정되는...
바로 이 우연한 기회가 산드라가 겪게 될 특별한
사건의 시작인 셈입니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 그녀는 거침없이 사건에
뛰어들지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힐 필생의 ‘특종’,
곧 '스쿠프' 를 잡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 스쿠프 > 가 스릴과
긴장감 보다 발랄한 기운을 유발하는 추리극으로
풀어지는 까닭은,
마술사 역으로 직접 출연한 우디 알렌 감독과
미워할 수 없는 앙큼녀 산드라 역의 스칼렛 요한슨
콤비 활약이 크지요.
이들은 '감독과 배우 사이' 를 초월해 '배우 대
배우' 로서 절묘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함께 사건을 추적해 나가게 된
이들 두 사람이,
용의자 피터 앞에서 4차원 대사를 주고 받으며
아버지와 딸로 황급히 위장하는 설정은 특히
압권이죠.
소심 캐릭터의 전형인 배우 우디 앨런이 우물쭈물하는
연기로 위험하고 긴급한 상황에도 풍자와 해학을
집요하게 좇는 활약과,
섹스어필한 이미지를 방치해가며 엉뚱한 연기를
펼치는 스칼렛 요한슨을 한번에 본다는 것으로도
< 스쿠프 > 는 충분히 즐겁고 유쾌합니다.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범을 쫓고 있는 주인공들은
진지하지만,
고군분투한다기 보다 좌충우돌에 가까운 이들의
활약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가뿐하게 만들죠.
삶을 관통하는 대사와 유머로 채워진 우디 알렌
의 영화이면서 관객이 감당하는 무게는 한층
가벼워집니다.
여기에 휴 잭맨의 출연도 한몫 단단히 거들죠.
< 액스맨 > , < 반 헬싱 > 등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어두운 영웅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그가,
런던 배경의 < 스쿠프 > 에서는 완벽한
신사이자 미스터리한 구석을 지닌 영국 상류층
귀족 역으로 등장합니다.
피터 역의, 카리스마 보다 강한 휴 잭맨의
부드러움은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산드라를
흠씬 사로잡지요.
- https://tv.kakao.com/v/vdecfnbnu1Be8xNyBNyAFMu@my
< 스쿠프 - Scoop >(2007) 는 피터 라이먼 역
배우 휴 잭맨의 평처럼 어두운 느낌의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굉장히 밝은 톤의 유쾌한 영화죠.
< 스쿠프 > 에서처럼 범죄를 코미디의 동력으로
끌어들이는 특정한 구도는 <맨하탄 살인사건>
이나 < 스몰 타임 크룩스 >와 비슷하고,
마술쇼에서 벌어진 초자연 현상이 내러티브의
논리를 지탱하는 설정은 < 뉴욕 스토리 > 나
< 옥전갈의 저주 > 에서 이미 사용된
아이디어입니다.
게다가 < 스쿠프 > 의 플롯은 언급된 전작들에
비교해 관절이 허약하죠.
산드라는 왜 삼류 마술사 시드니에게 ‘와트슨’ 역할을
구태여 부탁하는지,
절대 손해보지 않는 인생관을 가진 귀족 가문 피터가
어째서 산드라와 시드니의 접근을 관대하게
허락하는지...
그 설득력이 사뭇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서부극이라도 억지로 시켜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게 닦달해야 한다” 는 극언으로 우디 앨런의
노쇠와 매너리즘을 비판했던 평론가들이라면,
호평받은 전작 < 매치 포인트 > 가 우연에
불과했다고 의기양양할 만하죠.
한데... 영화 < 스쿠프 > 의 처음과 끝에는
죽음의 뱃사공이 이끄는 '저승 행 배' 가
등장합니다.
배에 올라 탄 사람들 속에서 망설이던 기자는
최후의 특종을 위해 물 속으로 뛰어 들고...
막판에 동승한 마술사 시드니는 자신의 주특기로
동행들을 유혹하느라 여념이 없지요.
이 생이 다한 뒤 죽음의 강을 건너는 모습이
다를지언정 저마다의 사연은 그렇게 특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삶에 미련이
남은 듯 보여지죠.
하지만 죽음의 배를 올라탄 후의 후회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조 스트롬벨의 경우처럼, 특종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생기죠.
'살아있는 동안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
이 점이 < 스쿠프 > 를 통해 우디 앨런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위트어린 성찰의
메시지가 아닐런지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치열하게 사는 것도, 여유롭게
사는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일 터...
그 어떤 것도 강요하거나 설파하지 않는
< 스쿠프 > 는 거장 우디 알렌이 선사하는
인생의 단맛을 녹여낸 산뜻한 희극으로 울려오지요.
그렇게... 위장 취재를 하는 풋내기 여기자와 용의자로
지목된 매력적인 영국 귀족남의 수상한 로맨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나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장르의 혼재 속에서도 기지 넘치는 희극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미운 오리새끼들의 어수룩하지만 사랑스러운
'탐정놀이' 속 알콩달콩 연애담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죠.
극의 긴장을 안겨주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또한
상큼 발랄하기 그지 없습니다.
영화 속 스칼렛 요한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스키하고 섹시한 목소리는,
우디 앨런의 ‘음악' 에 가까운 요란한 대화법에서
보여지는 특색있는 억양을 더욱 빛나게 해주죠.
이처럼 < 스쿠프 > 는 마치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로 이어서 만들어낸 속편으로
다가옵니다.
< 매치 포인트 > 의 완전 범죄는 < 스쿠프 > 에
오고서야 통쾌하게 폭로되지요.
부정행위나 허위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감독의 의도는 여전히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디 앨런과 다이안 키튼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휴 잭맨으로 로맨틱하게 업그레이드된
< 맨하탄 살인사건 > 의 21세기 버전이
바로 < 스쿠프 > 인 셈이죠.
하여... 우디 앨런 감독의 말처럼 < 스쿠프 > 는
무거움보다는 가볍고도 유쾌한 해학이 남는
필름으로 품어져 옵니다.
그렇게, 평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강약, 중강약을
반복하며 세금 내듯 영화를 만들고 있는 노장
우디 앨런의 일보 일보...
그의 행보는 실망에 앞서 안도감을
자아냈습니다만,
2018년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개봉을
앞두고 터진 입양딸(딜런 패로우)의 추악한 아동
성폭력 스캔들은,
그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또 다시 우디 앨런을
날개없이 추락케 했지요.
2. 차이콥스키 < 백조의 호수 - Swan Lake >
2막 '아기백조의 춤'(Dance of the little swans)
- 벨로 팽 지휘 파리오페라발레(2006)
: 루돌프 누리에프 안무
https://youtu.be/Xd2nTXsivHs
< 백조의 호수 > 속 4인무(파드 콰트르 :
Pas de quatre) '아기 백조의 춤' 은,
영화 오프닝 크레딧, 라이먼의 저택 첫번째 파티와
두번째 파티, 그리고 피날레 연못 사건의 직전
장면에서,
총 4차례 풀어지며 영화 < 스쿠프 > 의 은유적인
주제 음악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지요.
3. 아람 하차투리안 < 가야네 모음곡 3번 > 중
제1곡 '칼의 춤'(Sabre Dance)
하차투리안이 전쟁 중인 아르메니아 국경 근처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4막 5장의
발레음악 < 가야네 - Gayane > 에서 쿠르트족
테마로 사용된 곡입니다.
화려하고 정열적인 프레스토로 진행되는 도입부부터
리드미컬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게 특징이죠.
마림바 뒤에 트럼본의 포르타멘토로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또한 인상적인 이 곡은,
시드니의 차이니즈 박스 마술에서 산드라가
유령 기자 조를 처음 만나는 신을 감싸안으며
짜릿한 긴장의 쾌감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2013)
https://youtu.be/mUQHGpxrz-8
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안넨 폴카'
(Annen Polka), Op.117
- 소프라노 조수미 로마 신년 콘서트(2014)
https://youtu.be/qLxD1ApLUo4
- 빈 소년 합창단
: 주빈 메타 지휘 빈 필하모니커
https://youtu.be/LhytZ0DejMc
조금 느린 속도의 세도막 형식으로 구성된 우아하고
서정적인 프랑스 풍의 이 안넨 폴카는,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江) 위의 배에 탄 '스쿠프
승객(사망자)' 들과 두차례 함께 운명을 같이 하지요.
그런데... 각자의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죽은 자들이
건너는 강이라는 게,
화면의 분위기론 비통의 강 '아케론(Acheron)' 도,
증오의 강 '스틱스(Styx)' 도 아닌...
과거의 기억을 모조리 잊고 새로운 존재(영혼)로
거듭나는 망각의 강, 곧 '레테(Lethe)의 강' 으로
여겨집니다.
마치 속세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매듭을 푸는
'장'(場) 으로 말이죠.
5.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트리치 트라치 폴카'
(Tritsch-Tratsch-Polka)
- EBS × 서울시향 VR오케스트라 (360° VR)
: 윌슨 웅 지휘 / 롯데콘서트 홀, 2020.1
https://youtu.be/Pr180w4Yss0
- 치프라 편곡 / 유자 왕 피아노
https://youtu.be/xLkyummJxw8
독일어로 '여자(우물가의 아낙네들)의 수다' 로
해석할 수 있는... 4분의 2박자의 쾌활하고 빠른
'트리치 트라치' 폴카.
피터 라이먼의 저택에서 두번째 열린 야외 파티
장면에서 잠짓 살짝 삽입됩니다.
소소한 잡담이나 소문에 열광했던 19세기 비엔나
사람들의 기질을 활기차게 표현한 곡으로,
우디 알렌의 수다스럽고 해학적인 스타일의 정수
(精髓)를 절묘하게 반영하는 듯 느껴지죠.
6. 그리그 페르귄트 제1 모음곡 Op.46 중
제4곡'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https://youtu.be/9ah5F2PsM7g
페르귄트가 산의 마왕 부하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입니다.
그리그는 파곳과 저음 현을 효과적으로 써서
이 장면의 그로테스크한 기분을 훌륭하게 살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멜로디가 처음에는 매우 여리게 시작하다가
악기들이 추가되면서 점점 강해지고 빨라지죠.
마지막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익살스럽고도
환상적인 선율의 이 곡은,
마술사 시드니가 '비물질화' 및 '세포의 분열'이요,
또 '영혼의 분열', 그 사라짐이라 거창하게
주장하는 두번째 마술 시퀀스에 흐르며,
자못 우스꽝스러운 서스펜스를 조성합니다.
갑작스레 등장한 조는 시드니에게 피터 저택의
지하 음악실 도어 비밀번호 '16 21 12' 를 알려주는
친절함을 선사하죠.
- Mon film de fin d'etude a la Haute Ecole Albert Jacquard
https://youtu.be/LGkSaIzZtsk
'산 속 마왕 궁전' 의 다이내믹한 오싹함과 충일한
괴기함을 이 애니메이션 영상은 절묘히 그려내고
있지요.
- 1~4번 전곡(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오토 타우스크 지휘 림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 암스테르담 콘체르토헤보우, 2012
https://youtu.be /mv4cx3C3SZ4
- 李 忠 植 -
첫댓글 < 매치 포인트 > 이후 한 인터뷰를 통해
우디 앨런이 스칼렛 요한슨에 대해 말하길,
"스칼렛은 하나님이 이룬 업적에 대한 답" 이라
했다고 합니다.
우디 앨런이 "신은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세상을
만들었을지언정 스칼렛 요한슨을 창조했으니
더이상 불평을 할 수가 없다" 고 찬사를 헌정한...
< 매치 포인트 >의 헤로인 스칼렛 요한슨.
< 스쿠프 > 에서 그녀가 분한 산드라는
내로라하는 현실의 여성 언론인보다 여기자의
스크린 이미지인 캐서린 헵번과 로잘린드 러셀을
동경하고 있지요.
상대 역 휴 잭맨 또한 스칼렛을 높게 평가합니다.
"스칼렛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능이 번뜩여요.
매우 안정적이죠.
그녀의 나이에 이 정도의 성숙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본 적이 없어요.
영화 속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빛이 납니다."
영화 < 스쿠프 - Scoop > 트레일러
https://youtu.be/8afQYGZrX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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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발레곡 < 백조의 호수 -
Swan Lake > 2막 '아기백조의 춤'
(Dance of the Little Swans)
- 파리국립오페라 발레
: 루돌프 누리에프 안무
https://youtu.be/Xd2nTXsiv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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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투리안 < 가야네 모음곡 > 중
'칼의 춤'(Sabre Dance)
-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mUQHGpxr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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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안넨 폴카'(Annen Polka)
- 소프라노 조수미
: 2014 New Year Concert in Rome
https://youtu.be/qLxD1ApLU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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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안넨 폴카'
- 빈 소년합창단(Vienna Boys Choir)
https://youtu.be/LhytZ0Dej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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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트리치 트라치 폴카'
- EBS×서울시향 VR오케스트라(360° VR)
https://youtu.be/Pr180w4Ys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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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 페르귄트 모음곡 > 1번 중
4곡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https://youtu.be/9ah5F2PsM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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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 애니메이션
: Mon film de fin d'etude a la
Haute Ecole Albert Jacquard
https://youtu.be/LGkSaIzZt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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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 페르귄트 모음곡 1번
- Peer Gynt Suite no.1 > 전곡
: Limburgs Symfonie
Orkest olv. Otto Tausk
https://youtu.be/mv4cx3C3S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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