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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의 공무원연금 손보기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공무원연금 삭감을 밀어붙이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들을 보자면 (1)저부담 고급여에 따른 재정 적자 문제 (2)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리 (3)노령화 사회로의 진입 문제... 대략 이정도로 정리를 해볼수가 있겠군요.
최근 공무원 연금 삭감 문제는 이해당사자들과 정부만의 갈등이 아니라, 갈수록 국론 갈등으로 확장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여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공무원 사회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도 크게 한 몫을 하고있는 듯 보여집니다. 예컨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에서 부터, 철밥통이라느니 복지부동이라느니...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수입을 보장받으면서도 딱히 힘든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공무원 사회에 대한 세간의 삐딱한 시선들 말입니다.
'나도 공무원들처럼 안정적으로 살고싶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물론 이런 바램들 속에 어떤 사회적 모순이 투영되어 있는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부와 보수언론들 그리고 공무원연금 삭감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공무원 연금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일까요? 공무원들이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공무원연금이 정말 비정상적으로 많으며 특혜라고 할수있는 것인지 말해보고자 합니다.
저부담 - 고급여 1998년에 4조 8천억이 남아있던 공무원 연금은 이미 1999년에 3조의 적자 상태로 돌아섰었죠. 2000년 벌써 연금 지급액은 4천1백58억 원이 부족했고 계속되는 적자가 누적되다가 지금은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뭐 어쨌건 정부는 연금고갈에 대해 "저부담-고급여 때문" 즉 공무원 노동자 들이 적은 돈을 내고 많은 연금을 타가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이게 정말 사실일까요? 현재 한국 공무원들의 연금 자기부담율은 7.5%인데요, 미국 7%, 일본 9.2%, 프랑스 7.85% 정도 수준이군요. 또한 자기부담률이 비슷한 국가들과의 임금수준. 물가지수에 비춰봤을 때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있죠. 반면 정부의 연금 부담률은, 미국은 연금의 34.2%를, 일본은 25.6%를, 프랑스는 28.5%를, 심지어 독일은 연금의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는데 한국 정부는 고작 7.5퍼센트만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적게 내는 것은 한국 정부이지 공무원 노동자들이 많이 받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사실 국민 연금에 비해 공무원 연금이 높기는 합니다. 공무원 연금은 2백19만 원을 받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84만 원을 받으니까 약 2.5배 정도 차이가 나는거죠.
그러나 내는 돈에도 차이가 납니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경우 평균 9만 7천 원을 내는 데 반해 공무원은 26만 1천 원을 내죠. 가입 기간도 공무원 연금은 30년 정도인 데 반해 국민연금은 20년 정도로 공무원 연금이 10년이 길고요. 즉 공무원 연금은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내고, 더 많이 받는 방식인 것이죠. 민간 기업의 퇴직금까지 고려한 수익비를 계산하면 제도상으로는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있습니다.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문제 마지막으로, 노령화 논리인데요, 정부의 주장인즉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너무 오래 살아서 연금 받는 기간이 20년에서 25년 이상 늘어서 적자가 커졌으므로 공무원 연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하죠. 그러나 2013년도 공무원 연금 통계를 보면, 공무원 연금 평균 수급기간은 9.6년밖에 안 됩니다. 1970년 연금 수급 개시 평균 연령은 45세였습니다. 그때는 20년 가입하고 퇴직하면 바로 연금을 받았는데요. 그때의 기대 수명을 계산하면 수급 가능 기간이 26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계속 수급 개시 연령을 높여온 결과 2010년에 들면서 수급 개시 평균 연령이 58세가 됐죠. 그래서 수급 가능 기간이 남성은 24년, 여성은 29년, 40년이 지났지만 연금 받는 기간은 거의 늘지 않았음을 알수 있습니다. 즉 기대 수명이 늘긴 했지만 수급 개시 연령을 계속 높여온 결과 실제 수급 기간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공무원 연금 고갈의 진짜 원인 이나라는 지속적으로 하위 공무원들의 숫자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금을 낼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지급받아야 할 사람들이 급증하게 되었더군요. 즉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가 손쉽게 사용해온 대량 인원 감축이 거꾸로 연금 적자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것이죠. 또한 연금의 누적 적자를 가져온 중요한 원인들로서 그동안 연금관리공단이 퇴물 낙하산 정치인들의 '양로원' 역할을 해주면서 이들에게 많은 비용이 소모되었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을 '눈먼 돈'으로 취급하며 멋대로 퍼다가 공적자금 융자ㆍ주식ㆍ부동산 투자 등에 써대는 바람에 연금이 더 바닥났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죠.
공무원 진짜 신의직장과 철밥통인가? 청와대는 공공부문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꼭 쓰러뜨려야 할 킹 핀 '볼링에서 하나가 맞으면 전체를 쓰러뜨릴 수 있는 핀'이라고 얘기합니다. 공무원 연금을 대표적인 '방만 경영'으로 여기면서 공무원 연금 삭감을 관피아 척결과 공공부문 개혁과 연동시키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공무원 사회 전반을 철밥통이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대다수인 하위직 공무원들의 현실은 철밥통과는 전혀 거리가 먼것으로 보여집니다.
가령 소방공무원은 공무원 직종 가운데 가장 열악한 직종이죠. 물론 정부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주민자치센타 공무원들의 현실은 어떤가요? 비 오면 수방대기 하고 토요일마다 자치센터 프로 그램 하느라 출근하고, 매주 일요일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합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잇다라 과도한 노동강도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고 있지요. 심지어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국가직 중앙부처 공무원도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설문조사를 보면, 공무원노조의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 가입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는군요.
노조에 가입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어냐는 질문에 "더운데 에어컨도 못 트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합니다. 더운데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일하고 추운데 난방도 안 해 추위에 손 비벼가면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것, 이런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을 20% 현재 월 평균 수급액 2백19만 원을 1백75만 원으로 한 명당 평균 44만 원을 삭감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1세로 늦추며, 유족연금 삭감을 관철시키겠 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행정 수요는 늘어나는데 총액인건비제 때문에 공무원 신규 채용을 통제해야 해서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많은 행정 업무를 계약직이 하고 있고, 일부는 민간위탁으로 넘겨졌죠. 중앙 부처 공무원들 조차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그 이면에는 갈수록 많이 일하고 적게 받을 것을 강요당함으로서 누적된 불만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역시 "공공부문이 선도해 민간부문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내년부터 4년간 공무원 4천 명을 이렇게 열악한 시간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합니다. 시간제 공무원은 전일제 공무원보다 절반의 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죠. 임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외수당, 출장여비 등도 받지 못하고 승진에 필요한 경력도 절반만 인정됩니다. 전일제 공무원이 되려면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고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도 아닙니다. 자 이래도 공무원 사회 전반이 철밥통에 신의직장으로 여겨지십니까?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면 국민 복지가 확대될까?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삭감해서 이 돈을 국민 복지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쓰겠다고 말하는데요,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한번 살펴봅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법인세 감면 등으로 20대 대기업 자산은 5백26조 원이 늘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필요한 복지예산의 네 배에 가깝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공무원 사회는 정부의 손발이나 다름이 없을텐데 정부 스스로 수족을 잘라내는 자해를 벌이는 이유는 굉장히 심각해진 정부 부채 문제와 맥을 같이합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기업들을 살리려고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는데, 그러나 경제가 나아지기는 커녕, 기업들은 사내보유금으로 먹튀했고, 이제 그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죠.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쥐어짜서 더이상의 부채 증가와 세수 부족분을 메꿔야만 하는데 현재 정부의 성향상 가장 손쉬운 선택 방법은 바로 노동자 서민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공무원연금을 개악 한다고 국민 복지가 확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거면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에 대한 공격은 왜 하는겁니까?
결국 공무원에서 시작해 전체 노동자로 나아갈 임금 삭감, 연금 개악으로 득을 보는 것도 기업과 부자들이 될 것이 뻔합니다. 왜 같은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꼬시래기 지살 뜯어먹기' 이간질 정책에 놀아나야 하는겁니까? 국민연금이 문제면 국민연금을 개선하라고 주장해야지 공무원 연금을 깍아서 하향평준화 하라는 주장은 결국 사촌이 땅사면 배가 아프다는 천민적 마인드에 불과합니다. 정작 정상화 되어야 할 것은 터무니 없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입니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 특혜를 정상화 시켜서 정부 부채와 세수 부족을 해결하라고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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