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그 열의 흐름, 즉 열의 이동은
열을 주고받는 물체간의 온도가 '평형'을 이룰 때까지 계속된다고 지난 번에 얘기하였습니다.
이 열의 흐름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것을 ' 단열'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단열을 위한 공사에
필요한 재료를 '단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대전에서 '건축물의 냉난방 에너지 부하'에 관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관련공무원들과 관계자들 모두 제가 제시한 '외단열방법에 의한 냉난방에너지 저감정책'에는
원론적으로는 수긍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간단하게 '외단열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말그대로 건물의 외벽체에 단열재를 시공하여 단열효과를 극대화 하는 단열시공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의 외벽체보다는 내벽에 엉성한 단열을 한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아파트가 그렇고 흙으로 지은 집이 그렇고 아직도 성업중인 노출콘크리트 주택이 또 그러하지요.
내부에 단열재를 취부하는 내단열 방식은 외부에 단열재를 취부하는 외단열에 비하여
적게는 1/2 많게는 1/3 정도의 단열효과 밖에 없다는 것이 실험에 의하여 확인된 정론입니다.
이미 유럽 선진국들 가운데, 저는 주로 독일에서 공부하였으니 독일을 예로 들겠습니다,
프라이부르그 같은 도시에서는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 개축할 때도 외부에 단열재를,
EPS(스트로폼 같은)의 경우 240 mm 이상을 시공하도록 법제화하였습니다.
외부단열시공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지정된 문화재일 경우에 한하고 그 법은 엄격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공무원들과 학계의 일부 건축가들은 외단열 공법을 탐탁치않게 여길까요 ?
공무원들의 경우는 이 보수적인 공법은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이유고
학계의 일부 건축가들은 외단열공법이 건축물의 외부 디자인에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의 건축가들은 단열재를 외부에 시공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큽니다.
또한 단열재를 시공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하여 숙고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학 건축학부 및 대학원에서 건축물리에 관한 강의를 듣지않습니다.
그러한 교과목이 아예 없는 대학도 많습니다.
민간회사로는 처음으로 고에너지 주택을 짓기로 결정하고 파주 교하에서 처음으로
주택공사를 벌여놓고는 그 때까지 독일에서 보고 듣고 공부하였던 모든 시공방법을
적용하던 중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공법적인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주택을 설계한 설계자는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여
결국 독일에서 건축물리를 업으로 하는 재독 건축가와 시공기술자를 불렀습니다.
그들은 하루만에 현장내의 모든 문제를 지적하고 일일이 도면을 수기로 그려주었으며
시공방법과 대체 가능한 자재의 종류까지 한 '큐'에 정리해 주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나 건축가들은 집이 갖는 의미를 집의 '외관'에 두는
'정성적'인 건축방법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집이 갖는 내부의 문제와 기능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정량적'인 건축에는 애써 외면합니다.
그것은 집을 짓는 건축주들의 마인드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건축가들은 건물의 '디자인'이나 '메스'에는 과민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만
막상 건축물, 특히 주택의 내부문제인 건축물리적인 부분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외부는 '삐까뻔쩍한' 데, 내부에는 물이 새거나 결로로 인한 곰팡이가 창궐해도
건축가들에게 책임을 묻지도않고, 물어도 해결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 단열재의 종류중 제가 늘 사용하던 친환경 자재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셀룰로즈(cellulose) 단열재 : 셀룰로즈와 리그닌이라는 화합물로 이루어진 목재에서
리그닌을 제거하면 셀룰로즈라는 섬유질만 남는데, 이것은 종이의 주 원료이고 역시
단열성능이 뛰어나서 단열재로 많이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신문지를 썰어서 재생한
셀룰로즈를 단열재로 사용하며 모세관현상이 강해서 수분에 특히 강한 단열재입니다.
2. EPS 단열재 : 우리가 흔히 '스티로폼'이라고 하는 단열재인데, 이것은 독일의 BASF 사에서 발명한
스티로폴리스티렌을 이름하는 것입니다. 그후 이 EPS에 탄소를 첨가하여 단열성능을 기존 단열재보다
1/3 향상시키고 수분과 특히 복사열에 강한 'NEOPOR' 라는 단열재를 개발하였는데, 저는 주로
이 제품으로 현장시공하였고 그 결과에 만족하였습니다. 성능비교 가격도 경제적입니다.
3. 목섬유단열재 : 우리나라의 목조주택에서는 대부분 '유리섬유'를 수입하여 단열재로 사용하지만
독일과 인근의 국가에서는 목섬유단열재를 사용하는데 셀룰로즈와 같이 목재가 주원료이지만
셀룰로즈 단열재보다 수분을 조절하는 '투습기능'이 좋고 경질의 목섬유일 경우
비중이 200 kg/m2 로 매우 높아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기후에는 매우 적당한 단열재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산을 하느 곳이 없어서 수입을 하여 사용하였습니다.
그외에도 압출법으로 만들어서 수분에 특히 강한 XPS, 암면, 그라스 울같은 단열재가 있지만
이정도로 단열재 얘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