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곡오도송]
****************************************
온 산을 삼킬 듯이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급류 속에 내 몸을 던져넣었더니,
나도 급류도 둘 다 사라지고, 무한대의 허공과 하나가 됐다.
그 허공 속엔 앞뒤, 좌우, 상하, 생사가 없는 것을 통찰하고는,
순간 지혜가 솟아나, 양변으로 나뉘는 세상은 가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소용돌이치는 물을 보는데,
목숨의 애착이 사라지니, 무서운 급류도 투명한 그림처럼 보이고,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
▶<오도송을 짓게 된 사연>
2년여 동안 밤마다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면서, 힘들어하고, 짜증 내고, 중단하고 싶은, 나의 감정을 매 순간 관찰하는 것이 나의 수행이었다.
어느 날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화엄사 연기암 계곡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서, 딛고 있는 다리를 무너뜨릴 듯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몰려오는 급류를 바라보는 순간, 죽음의 공포가 온몸을 엄습했다.
그때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느냐?
그동안 수만 번 죽음을 연습했는데 아직도 두려운가?
오온이 허상이고 내 몸이 가짜인데 무엇이 아까운가?
하고 물어봤다.
또 내 몸은 허상이고 가짜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다시 일어나는 두려움을 되돌아보고, 지금 여기에서 “시체관수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시체관수행이란 대념처경에 나오는 사념처수행 중 하나다.
그것을 약간 변형시켜서,
상상으로 내 몸을 급류 속에 넣어 죽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행을 시작하기 전,
먼저 죽음을 막아서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먼저 내 주위의 사람들과 작별을 고하고,
미운 사람들에겐 잘못했다고 사죄하고
그리운 사람들에겐 고맙다고 하여,
모든 세상 인연들을 정리하고 나서,
세상에 대한 미련도 놓아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죽은 자”의 마음이 되어,
물속에 내 몸을 던지는 수행이다.
준비가 끝나자마자 내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급류 속으로 곤두박이면서, 그 순간 내 몸이 텅 비어졌다.
다시 말해, 몸도 그리고 대상인 급류도, 모두 사라져, 무한대의 텅 빈 허공이 펼쳐졌다.
그 허공을 보자마자 즉시 지혜가 솟아,
텅 빈 이 속엔 앞뒤가 없고, 좌우가 없고, 위아래가 없으며,
생사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또,
그와 같은 특별난 현상을 보면서,
잠시 여유를 갖고, 갖가지 실험을 해 봤다.
첫번째로 내 몸을 큰 칼로 잘라봤다. 그러자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빈 칼만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고,
두 번째는, 앞을 보면 동시에 뒤가 함께 보였고,
세 번째는, 온 허공이 나와 하나가 되어있었다.
그와 같은 특이한 현상을 보면서, 내 생각으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될까?
그 순간 지혜가 불현듯 튀어나오면서, 현실이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이 텅 빔 속에선 중심인 내가 사라지니까 앞뒤가 하나가 됐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반대로 중심인 내가 있으니까, 당연히 앞뒤가 둘로 나누어진다, 그렇다면 둘로 나뉘어있는 현실이 가짜구나, 하고 통찰했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오랫동안 텅 빔 속을 관찰했던 것을 보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함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것을 모두 관찰하고 난 다음,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여전히 돌다리 위에 서서 몰아치는 급류를 보고 있지만, 이제는 급류가 무섭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 목숨에 대한 애착이 사라져서 그랬다.
목숨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니까.
내가 물속에 끌려가 죽는다 해도, 급류와 나는 둘이 아니기 때문에
급류의 움직임은 의미 없는 움직임과 같았고, 그냥 흘러갈 뿐이었다.
물이 급류든 시냇물이든 그냥 흘러가는 물일 뿐이었다.
그 순간만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이것이 그날 현장에서 일어난 모든 것들이었다.
**********************************
갑자기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갑자기 오도송을 짓게 된 이유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너는 무슨 힘을 가졌기에, 위대한 큰 스님들의 오도송을 자기 마음대로 깎아내리면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느냐는 질책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반들께서 종곡의 오도송도 한 번 훓어 보십시요.
첫댓글 스님, 감사합니다. 마음 속 의문 하나 있어 여쭙습니다. 무한대의 텅빈 허공 속에서 보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늘 궁금증이 떠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