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랑 광주사랑
박성수 (전남대교수, 광주지역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위원장)
6일 오전 첨단의 광주 테크노파크에서 산학연관의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신년하례회를 가졌다. 광주경제의 견인차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주역들이 만나서 새해 경제도약을 다짐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야기들을 들어 보니,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올 해 우리 광주의 경제는 더 희망적이지 않겠느냐 ” 고 생각하는 모습들이었다. 그 이유인즉, 인천의 대우 일렉트로닉스 공장이 이전해 오고, 삼성전자의 금형센터가 하반기에 세워지게 되며, 기아자동차가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추는 등 광주경제의 탄탄한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올해의 테크노파크 신년하례회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21세기의 두 번 째 10년을 설렘을 안고 기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 산업계에서 최근 일고 있는 먹구름 때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워크 아웃 소식이 그렇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연산 50만대 구축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또한 그렇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회생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보여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한 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스포티지 후속에 이은 쏘울이 돌풍을 일으켜 특수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지 않던가. 멀리 남미 칠레에서 까지 우리 빛고을에서 만든 쏘울이 자랑스럽게도 베스트카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 들려 오는 소식들을 접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지역의 사정없는 정부예산삭감에다 금호타이어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기아자동차 마저 노사간의 갈등양상이 커져 가고 있으니 답답하고 암울한 심경이다. 같은 집안의 현대자동차는 실로 오랜 만에 노사무분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어 순항하고 있는데 말이다. 연산 60만대의 화성공장에 버금가는 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모처럼 호기를 맞이하였는데, 이렇게 표류만 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지난 8 월부터 기아차의 노사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하여 광주공장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형성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는 노사간의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무리한 실력행사를 하면서 점거 농성을 벌이는 노조의 모습은 이제 시민들에게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아직도 제조업을 하느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중소기업을 꾸려 가고 있는 성실한 협력업체들 또한 생산설비를 증설해 놓고 손 놓고 있지 않는가.
광주시내의 간선도로를 점하고 다니는 기아차의 수출용캐리어차량이 교통에 불편을 주어도 광주사람들은 참아 낸다. 바로 빛고을의 자랑이니깐. 지난 해 기아타이거즈에 보낸 시민들의 맹목적인(?) 성원을 기억하는가? 기아는 바로 광주의 희망이니깐. 누가 무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사가 성숙된 자세로 하루 속히 협상테이블에 앉아 임금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구 사람들을 만나 보면 그들은 광주를 부러워 한다. 대구는 변변한 기업체하나 없는데 광주는 기아자동차와 삼성광주전자와 같은 대기업을 갖고 있어서 그렇단다.
광주가 지난 해 100억불 수출을 달성해 대통령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두 기업의 덕분 아닌가. 그래서 기아는 광주시민의 자랑이며 희망이고 기아사랑은 곧 광주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