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기산행
언제 : 2009년 6월14일
누구와 : KT산악회 회원
어디로 : 치악산(1,288 m)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5월….
올해는 파란만장했던 달이었던 것 같다. 산악계에서는 박영석 산악인이 에베레스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정상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인의 위상을 높였지만 월초에는 환경부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법을 완화시켜 국립공원 내 15곳에 설치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와 환경단체 등 뜻이 있는 분들의 성명서 및 시위 등으로 맞서고 현재도 국립공원 내에서는 주말 등을 이용하여 서명 및 시위를 하고 있으며, 5월 말에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기기도 했었다. 나도 직장에서의 해결해야 될 일들이 계속 결말이 나질 안 했던 달이었고 5월 정기산행을 다녀오고도 한동안 산행기 쓸 여유조차 없었으며 내가 아니 회원들 모두가 아끼는 우리 산악회 홈페이지를 열어 본지도 무척 오래된 기분이었다. 6월이 되어 잘 마무리 되어 이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치악산~ 치(이빨)가 떨리고 악이 바친다는 뜻인가. 흔히들 악자 들은 산은 힘들다고 한다. ㅋㅋㅋ.
월악산과 더불어 1984년12월31일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은 원주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으며 횡성군과 영월군에 거처 있는 백두대간 오대산에서 서남향으로 분기되어 뻗어 나온 곳에 위치한 이산은 최고봉인 비로봉(1,288m)을 비롯하여 향로봉(1,042.9m), 남대봉(1,181.5m)등 천 미터가 넘는 준봉들이 연결되어 있어 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계절적으로도 사계절 내내 멋진 모습이지만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가을 단풍이 으뜸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치악산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적악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깊은 산이 계곡이 많다고 이곳 또한 구룡계곡, 금대계곡등이 유명하며 구룡소, 세렴폭포등 이름난 명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상원사에서 내려오는 꿩의 보은설화로 인하여 꿩 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토요일 저녁 한잔을 먹다 보니 시간이 일요일로 바뀌면서 집으로 귀가하니 와이프 내일(?) 산행 어떻게 갈려고 그렇게 마셨냐고 푸념하다 방으로 들어 간다. 거실에 있는 TV을 습관적으로 켜보니 EBS에서 『쾌이강의 다리』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그것도 컬러화면(영화관에서 흑백 상영)으로, 냉장고에는 산행에 가지고 갈 팩 소주 두 병이 있어 슬그머니 한 병을 따 입에 물고 영화를 보니 졸음을 못 참아 포기하고 잠 속으로 빠져들지만 잔 것 같지도 안게 일어날 시간이다. 부랴부랴 배낭 메고 전철에서 졸다 강변역에 도착하니 고영국자문위원님이 앞에 계셔 인사를 한다. 윽~ 알코올냄새.ㅋㅋㅋ.
오늘도 낮 한때 소나기가 내린다고 기상청에서 예보를 했듯이 하늘이 그렇게 청량하지는 안다. 버스 뒤에 낯익은 승용차가 있기에 웬일인가 보니 정종백 자문위원님이 편의점에서 큰 비닐봉지 2개를 들고 나오시며 오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산행에 참석을 못하니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라면서 우유 두 보따리를 차량 냉장고에 넣고 잘 다녀오란다. 출발시간이 되어가면서 약간 늦는다고 연락이 온 참석자가 있어 10여분 늦게 36명을 태운 버스가 출발을 한다. 1시간 좀 지나 문막휴게소에 잠시 정차 아까 나누어준 우유를 마시니 이제야 속이 괜찮아진다. 옆에서 순구친구왈 잠을 무척 달게 자더라고 한마디 한다. 9시 좀 지나 들머리인 관음사 입구에 도착하니 좁은 도로로 인하여 대형차량의 통행을 제한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부터 산행시작인가??? 도로를 따라 오르다 바닥에 염주가 있어 주어보니 쓸만하다 누가 분실했을까 싶어 오르면서 소문 내어 임자 찾아주기로 하고 왼손에 끼운다. 도로 옆으로 유월의 싱그럽고 눈부신 실록이 펼쳐진다. 왼쪽으로 관음사 방향이며 화장실이 청결하게 잘 지어져 있어 무심코 그 길로 잡았다 다시 후진한다. ㅋㅋㅋ, 곧은재 방향은 오른쪽으로 되어 있으며 선두는 계곡을 넘어 오르고 후미들은 다시 후퇴 천신굿당 왼쪽 숲길로 접어든다. 구름 많은 날이기에 울창한 숲의 조화로 어두운 너덜길을 조금씩 고도를 눞이면서 오르니 어제 잠을 설쳐 힘이 든다. 다행이 순구친구가 후미에서 동행을 해주고 있고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무전기도 고영국자문위원님에게 인계하니 좀 수월하지만 그래도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40여분 올라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계단이 나오며 햇살이 약간씩 보인다. 날이 개려나? 차량에서 하차 후 50여분 산행하여 곧은재와 관음사 중간지점 이정표를 지나며 또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다리를 지나 이곳 산세가 말해주듯이 험한 산행 길이 곳곳에 나타나며 어느덧 후미가 이산의 능선 종주길인 곧은치에 당도 한숨을 몰아 쉰다. 선두들은 한참 전에 올랐다고 회장님이 기다리다 귀 띰을 해준다. 능선을 타고 간다지만 이곳은 서두에 기술했듯이 치가 떨리고 악이 바쳐야 산행마무리가 되다는 곳이다. 몇 년 전 본사에서 주관하는 치악산 산행에 우리 산악회에서 몇 분이 같이 행동하였는데 후미에서 무척 힘들어해 긴 하산을 하면서 몇 번씩 다짐을 하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아마 그분들 이제는 산행에 고수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방울토마토를 받아먹고 청초하게 피어있는 제비추리의 자태를 보며 헬기장을 하나 지나 주변에 야생화들이 한참 꽃 망우리를 퍼트리려고 준비 중에 있으며 다람쥐들이 산행하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오늘 같은 날씨는 산행하기에 으뜸이다 덥지도 않고 약간의 바람도 있고, 지난번 본사직원들과 동행했던 당시 B코스 방향인 향로봉 못 미처 극형사(연수원 쪽)이정표가 나오고 출발한지 두 시간이 되어가며 향로봉에 당도한다. 큼지막하게 원주시내의 안내판이 있지만 조망 권이 안 좋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두 번째의 헬기장을 지나면서 선두가 점심 먹을 자리를 잡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아마 남대봉 인근이 좋을 듯한데……
이제부터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몇 번 지나야 남대봉에 당도 한다. 전방에는 안전장치로 밧줄을 나무에 설치되어 있고 우측으로는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내려오는 산객들과 중복이 되어 지체가 된다 우린 우측으로 오르니 바로 전망을 할 수 있는 바위가 옆에 있다 모두들 그냥 지나간 것 같아 나라도 한번 보자 하고 다가가도 역시 조망은 좋지가 안다. 떡갈나무 우거진 곳을 지나며 치마바위 인근에 도착하니 바위 중간쯤에 먼저간 산악인의 추모동판이 눈에 보인다. 잠시 묵념 후 오르니 바로 바위 면에 쇠파이프 안전장치를 해놓은 곳이 나타난다. 그렇게 험한 길도 안인 것 같은데 쇠파이프로 바위에 못질을 한 것이 몹시 보기가 안 좋다. 전방에 보이는 봉우리가 남대봉인 것 같은데도 한 봉을 더 넘어야 될 것 같다.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서니 시원한 바람이 골짜기에서 불어와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다시 계단 오름이 시작되고 봉우리를 우회하니 부엉이 바위 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일행들이 자리 깔고 식사 중이다. 영준이와 동행한 친구의 무릎이 좀 안 좋아(허기?) 늦는 것 같고 여기저기에서 맛난 식사를 하고 있다. 오늘은 무지 편한 느낌이 들어 여기저기에서 권하는 술잔을 받아 마시니 과해진다. 더구나 나중에 도착한 영준이와 동행한 친구가 소주 한 병과 돼지고기 편육(비계살이 붙어있는, 산행기 쓰는 지금도 입에서 침이 꼴깍하고 넘어감^^)을 가지고 와 군침을 더 돌게 하여 몇 잔 더 마시고 출발하니 온 세상이 내 것인 냥 즐겁다. 출발하자 마자 바로 앞의 남대봉을 지나 산불감시초소를 내려서니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하며 점심시사 하는 모습을 보며 숲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몇 분 후 상원사 일주문에 당도하니 회장님은 벌써 내려온다. 옆에 약수가 있어 한 바가지 받아 마시고 우측아래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 내려보니 상원사의 명물로 가끔 다른 산객들의 산행기에 등장하는 송아지만한 흰색 개가 버티고 있다. 유명세와는 다르게 아담한 대웅전과 종루 옆에 보은의 종 전설이 적혀있는 비가 하나 서있다. 아직도 하산할 길이 멀기에 서둘러 상원사를 빠져 나와 산죽으로 둘러 싸인 길을 지나 계곡 속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와 동행하는 회원들과의 주고 받는 농담에 하산길은 웃음꽃으로 메아리 친다. 먼 산행 길 지친 발의 휴식을 위해 족 욕을 하는 모습들이 간간히 보이며 쭉쭉 뻣은 금강소나무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인다. 어느덧 넓은 임도가 나오며 잠시 휴식하는 틈을 타 등산화를 샌달로 갈아 신는다 이렇게 편할 줄이야. 큰 길가에는 산딸기 나무들이 있지만 열매들은 모두 없어진 지 오래인 듯 꼭지들만 덩그러니 달려있고 간혹 뻐꾸기 울음소리가 멀리에서 히미하게 들려온다. 선두의 무전연락이 오고 어느덧 성남리 입구에 당도한다. 관음사 입구에서 출발한지 6시간이 조금 못되게 도착했으니 오랜만에 긴 산행을 한듯하다 바로 앞 상원산장이라는 음식점 후정에서 막걸리를 상추로 안주 삼아 한잔 마시니 모든 시름이 한꺼번에 없어진다. 홀에 손님이 있어 후정 서비스를 제대로 못해줘 아쉬웠지만 텃밭에서 미영이가 직접 따온 상추는 향과 맛이 고향의 맛과 일맥상통하다 하겠다.
긴 시간을 후정에서 주인집 아주머니와 농담도 하고 남아 있는 막걸리를 마시고 귀가 길에 오르니 우리 산악회와 비와 인연이 또 발생한다. 하루 종일 내릴 듯 말 듯 하던 비가 출발과 동시에 버스 앞 유리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참으로 복 받은 산악회임이 이번에도 증명이 된다.
산행코스 : 강변역 앞(07:13분)-문막휴게소(08:20분)-곧은재 입구(09:08분)-곧은치(10:26분)-국향사 갈림길(행구동 입구:10:57분)-향로봉(11:02분)-치마바위(12:11분)-점심식사(12:29분)-남대봉(13:14분)-상원사(13:28분)-임도 시작점(14:24분)-성남리 입구(15:01분)-출발(16:00분)-서울 도착(18: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