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사시인회 사화집 10집,2022
김세영
기파氣波의 강
외 2 편
별들의 검은 무덤 너머
화이트홀*에서 발원한
영성靈性의 강이다
수면 위로 눈부시게 춤추는 기파들
수면 아래로 도도하게 흐르는 기파들
우주를 건너가는 혼의 은하이다
재탄생한 기파덩이들이
다도해의 섬처럼 떠다니는
빛의 강에는 나선의 파동들이
오로라로 피어오른다
해초처럼 일렁이는 기파의 무리들이
수십 억 년 시공 속에서 운집한
거대한 기류의 파고波高를 이룬다
주파수 공명에 따라 이합집산하듯
인연의 매듭이 다시 얽히고 풀리듯
혼령의 백학들이 군무를 춘다
새롭게 거듭난 혼별들이
율려의 음표를 되짚으며
우주의 영성 바다로 흘러간다
지난 생의 강들을 건너오며
부르던 상여의 가락을
환청으로 되새기며 유영한다
부드러운 물성物性과 아릿한 정감,
눈부신 색광色光의 신기루...
아득한 기억들을 잊지 못하여
끝없는 양자도약**의 환생을 꿈꾼다.
* white hole: 블랙홀과 대척관계에 있으며. 우주의 에너지 방출을
하는, 이론적 가상의 특이점.
**量子跳躍: 영성 파동의, 양자역학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비국소적 운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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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氣化가 되다
칠십 년 이상 공기를 마시고 살은 탓에
육신이 풍선처럼 부풀어
팔 할이, 공기로 되어 있다
마른 황태처럼
피부 껍질이 투명해지고
근육이 육포처럼 얇아진다
바람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피복이 벗겨진 노후 된 전선처럼
신경초가 벗겨진 감각신경이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다
가벼운 터치나 스킨십에도
찌릿찌릿하게 정전기 스파크가 생긴다
감성지수가 높아져서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때아닌 사춘기이다
세상 욕심을 내려놓으니 영육이 가벼워진다
만화방창 춘몽과 월하독작 몽상에 취해 산다
취중의 넋두리로 음유시인 행세를 한다
육신이, 믹서기로 갈은듯 미세입자가 되고 있다
정신이, 오르가슴의 신열에 기파로 증류되고 있다
살점이 드라이아이스처럼
기체로 서서히 승화되고 있다
틀에서 벗어난 기파의 양자도약*으로
어느 때 어디에나 직방 닿을 수 있다
영성 자유, 날마다
기화가 되어가고 있다.
* 양자역학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영성 파동의 비국소적 운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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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칸타빌레*
초승달로 돋아나서
잠자는 호수의 등을 밟고 가듯이
수초의 달그림자를 딛고 갈 거야
긴 여름 여문 해바라기 씨알
한 톨 한 톨, 들길에 뿌려놓고
깨금발로 되새기며 걸어갈 거야
동백이나 목련처럼
부푼 가슴살, 단칼에 도려내지 않고
달맞이꽃 봉오리, 차오르고 이울어지듯이
한 달에 한 잎, 백 년을 걸려서 떨어질 거야
달빛에 삭은 벼랑의 소나무,
천궁처럼 등뼈 휘어지게 하듯
밤마다 별리의 가슴앓이로
촛불처럼 조금씩, 사위어져 갈 거야
정선아리랑 실은 동강의 거룻배,
첼로 활의 안단테 보폭으로
달빛 잠방이며, 강을 건너갈 거야
그믐달 실눈, 한 올만 남을 때까지
한 겹 한 겹. 천천히 야위어 가듯이
극락강 건너가는 솜털 구름처럼
노을의 바람에 실려, 안단테 아니.
레퀴엠의 아다지오 보폭으로
되돌아보며, 뒷걸음으로 떠나갈 거야.
* “천천히 노래하듯이” 라는 음악용어이며,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곡 제1번 D 장조』 (작품번호 11)의 제2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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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
기철학에서의 기본적인 단위인 기氣는 현대 물리학에서의 쿼크(quark)에 해당한다. 이 기에 리理가 내재 되어 있듯이 물질의 우주 세계에는 영성 우주세계가 내재 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 힘 즉 이 마음(理)이, 우주의 섭리라고 흔히 표현하는 우주의 현상에 내재하는 창의적인 원리이며, 우주의 정신 즉 우주의 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리가 양자물리학적 개념인 영성 모나드이다. 이러한 우주의 리와 영혼을 인식하고, 우주의 내밀한 섭리의 이야기를 표현한 시가 바로 우주 영성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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