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마당솔에서 알려 드립니다.
음악이론가이자 전 대구가톨릭대 음대학장을 역임하신 박종문선생님의 음악강좌가 또다시 열립니다.
2007년 부터 매년 12강좌씩 3년간 음악아카데미를 개설하고는 2010년 한해를 쉬었습니다.
함께 한 회원분들의 요구와 박선생님의 치밀한 준비 속에 '세계민속음악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통한 각 나라의 문화와 풍속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국립대구박물관과 공동주최로 대구박물관 시청각실의 좋은 시스템을 활용한, 더욱 입체적인 강의가 될 것입니다.
아래를 참조하셔서 세계음악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빠른 신청을 바랍니다.
가락스튜디오 카페회원님은 12만원으로 전강좌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박종문과 함께 떠나는 세계민속음악여행
- ‘재즈의 역사’, ‘서양현대음악사’, ‘바흐음악론’에 이은 또하나의 음악탐사 !
- 2년여의 강의 준비를 통한 박종문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입담을 통해 비자없이 세계민속음악을 만난다.
-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북/남미, 이슬람국가, 태평양제도 등 세계 각국 민속음악을 통한이국적인 감동 및 각 문화권의 차이 비교.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사용한 강의식 설명과 워크샵 방식을 통한 실제 음악체험 등 입체적 수업 진행.


박종문과 함께 떠나는 민속음악 세계여행을 열며...
박 종 문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와 인종과 민족들이 살아 왔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인종의 차이만이 아니라 기후, 풍토, 언어, 종교, 의식주의 생활양식, 산업 형태 등에서 제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나라가 다른데 인종은 같은 경우(유럽과 미국의 앵글로 색슨이나 게르만, 라틴 계 백인종들)에는 서로 다른 나라가 비슷한 문화를 가질 수도 있고, 인종은 다른데 나라가 같은 경우에는(중국의 한족과 소수 민족들) 같은 나라 안에 이질적인 문화들이 공존하기도 한다. 그 각각의 문화권들은 다른 문화권과는 다른 매우 특색 있는 고유의 음악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번의 세계민속음악론 강좌를 통해 이들 음악들을 우선은 유럽, 아랍, 중앙 아시아, 남 아시아, 동남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태평양 제도 등의 지역별 분류의 틀 안에서 조감할 것이다.
근세를 지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대량생산과 인구의 증가, 교통과 통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서구 중심의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지역과 인종과 국가의 차이에 따른 문화의 다양성은 차츰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제트 여객기를 타면 하루 안에 지구 반대편에도 날아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현재에는 전 지구가 하나의 마을로 바뀌면서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문화에 대한 동경과 신비감은 차츰 차츰 퇴색되고 급기야는 사라져버리고 말 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KTX와 보잉 여객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테블릿 PC와 아이클라우드와 구글과 유투브가 과연 문명의 축복인지 돌이킬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인지의 문제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구인들이 전세계 민속음악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는 종족음악학(혹은 음악인류학,Ethnomusicology)의 개념과 전세계 민속음악을 상업적 대중음악의 자원으로 포착하는 월드 뮤직의 개념으로 그야말로 전세계를 난도질하고 도배질한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또 한번 민속음악의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것은 그것이 연구되고 저장되고 새로운 음악 생산의 자원으로 사용되도록 마냥 내버려둘 수 만은 없다는 절박한 심정과 언젠가 인류의 가슴에 깃들었으나 지금은 사라지려 하고 있는 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경과 신비감을 되살릴 길은 없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일 것이다. 돈 때문에 사람들의 고귀한 영혼이 차츰 타락해가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는 그런 마음과도 같이 · · · 물론 이런 생각은 종족음악학과 월드 뮤직의 나름의 공헌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민속음악 세계여행도 저들의 공헌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여행은 배낭에 녹음기와 수첩과 카메라를 잔뜩 무장해서 연구하고 정복하고 약초꾼처럼 민속음악을 채집하려는 목적으로가 아니라 덧없는 가운데 무심결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락 노래에 혼을 뺏기고 눈물 흘리게 되는 그런 순수하고 원초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발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런 순수한 체험을 해야겠다는 생각마저도 훌훌 벗어던지고 그냥 그냥 떠나야 할지 모른다.
우리의 주제가 음악이므로 음악의 중요성을 당연히 강조하겠지만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문화의 그 다름이 가장 여실하게 입체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되는 것은 음악의 영역에서가 아닐까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싶다. 갠지즈 강가에서 더러운 하천수를 성수로 여기고 목욕하는 사람들, 한 켠에는 사람의 시체를 불태우는 연기가 자욱하고 다른 한켠에는 그 잔해를 엿보는 짐승들이 옆을 어슬렁거리고 다니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한 곳에 버젓이 공존하고 있는 종교의 나라 인도의 한 장면이 영상으로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다고 할 때 이 장면의 인도다움을, 그 처연함과 허허로움을 가장 절실하게 그려내는 것은 카메라 렌즈의 적절한 각도가 아니라 음악이어야 하고 음악도 브라암스나 바그너나 말러의 심포니 사운드가 아니라 신비한 음색의 인도 관악기 샤나이가 울려내는 바이라비 라가의 선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프스 산록의 유럽인들의 삶을 가장 짧은 순간에 그 깊이까지 다 드러내 보여주는 것 역시 긴 장대 모양의 알펜 호른의 둔중한 저음이나 청정무구한 요들 송 소리라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보잉 여객기를 타지도 않고 오직 음악의 위대한 힘이 펼쳐주는 상상의 날개를 달고 전세계를 훨훨 날아다닐 것이다. 어떨 때는 초음속 여객기보다도 빠르게, 어떨 때는 사막의 낙타보다도 느리게 그 아무 것에도 구속 받거나 쫓기지 말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비자 없는 민속음악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