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NVH 제품으로 세계시장 제패
대한솔루션 : 권충호 대표이사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잡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은 자동차 사양이 고급화되고 소비자의 기대요구가 커지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시스템 기술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6,000억 원과 수출 2억 달러를 일궈냈다. 특히 올해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에 이어 멕시코 공장을 완공하면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인에게 자동차의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한 생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탈 때의 느낌이 하루를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소음이나 진동이 있는 경우에는 소비자의 불만을 불러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인천시 남동공단에 있는 대한솔루션은 자동차용 NVH 관련 부품 전문기업이다. NVH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Noise), 진동(Vibration), 잡음(harshness)을 일컫는 용어이다. 대한솔루션은 NVH와 관련해 자동차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진단, 처방, 설계,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토털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생산 품목으로는 NVH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엔진 커버, 후드 인슐레이션 등의 흡음용 제품, 헤드라이너 등 다양하다.
권충호 대표(41세)는 “모든 고객이 무조건 조용한 차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차종에 따라 소비자들이 조용한 것을 원하는지 혹은 좋은 소리가 나길 원하는지를 파악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차를 운행할 때 들리는 소음은 물론 들리지 않는 소음까지 줄이고 없애줌으로써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연구한다”고 말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 과정 분석
어찌 보면 소음이나 진동, 잡음은 모두 주관적인 개념이다. 권 대표는 단순히 무소음, 무진동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 만족이나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소음과 진동, 잡음을 줄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를 컨트롤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는 쪽으로 품질가치가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솔루션은 이를 ‘감성 품질경영’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자동차를 타는 소비자의 니즈가 해외시장은 다를까요? 물론 국가마다 기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편안함과 정숙한 품질을 원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저희 고유의 감성품질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대한솔루션은 감성품질 경영을 위해 2007년부터 주요 협력사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개최하며, 시장 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협력사 품질경영 평가를 위해 ‘블루 마크(Blue Mark)’ 제도도 운영 중이다.
품질경쟁력을 최우선 순위에 둔 덕분에 국가품질대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권 대표는 “고객을 최고의 품질로 만족시켜야만 한다는 게 평소의 경영철학”이라며 “현장의 사람과 작업환경, 품질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항상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노력은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2011년에 4,700억 원이던 매출은 매년 10% 이상 성장, 지난해에는 매출 6,000억 원을 기록했고 2억불 수출탑도 받았다. 현재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95% 정도가 현대·기아차에, 나머지는 GM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소음, 진동 저감제품 개발
대한솔루션의 시작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 대표의 부친인 권회현 회장은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자동차 시트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부품을 제조하다가 NVH 사업에 집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자동차 NVH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상태였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자동차의 정숙성과 NVH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NVH 기술력이 자동차의 품질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신소재 개발과 선진기술 확보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부친이 직접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신소재, 신공법의 국산화에 초석을 쌓았습니다.”
대한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폴리우레탄 인슐레이션 제품과 폴리우레탄 인테그랄 스킨폼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1989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동차 NVH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통해 토털 NVH 패키지를 개발, 생산을 시작했고 1999년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자동차 현가장치의 기능성 제품인 범퍼 스토퍼를 최초로 국산화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팽창하면서 대한솔루션도 급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IMF 외환위기 등으로 대우차와 기아차가 위기를 겪으면서 잠시 고비를 맞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순항해 나갔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기아차에 납품하던 대한솔루션은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맞이했다. 2005년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준공하면서 수출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에 1억불 수출탑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주 고객인 현대·기아차가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가면서 대한솔루션은 2009년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준공하는 등 어려움을 딛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앨라배마 공장 준공부터 참여
2012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권 대표는 인하대를 다니다가 2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관심이 많아 네브래스카 주립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도 했지만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관련돼 더욱 관심이 가는 분야였다.
2002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는 대한솔루션이 첫 미국 진출을 앞둔 시점이었다. ‘앨라배마 주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로써는 첫 번째 미국 공장이었던 만큼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어 모든 것을 부딪치면서 해결해야 했다.
“실무자 입장에서 3년간 앨라배마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해외 공장 건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것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지역 정부 관계자 협상부터 직원들을 채용하는 일까지 모두 배울 수 있었어요. 회사 차원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두 번째 공장부터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도 그때의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운영하면서 잘나가던 대한솔루션은 뜻밖의 위기를 맞이했다. 2012년 조지아 공장 화재로 공장의 3분의 2가 불탔고 전 설비가 완전히 망가졌다. 공장을 복구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기아차 공장에 납품하는 일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었다. 더구나 기아차 공장은 재고 없이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받는 직서열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됐다.
권 회장은 물론 권 대표도 현장으로 날아가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초기 한 달간 연인원 350명을 투입해 대체생산을 하는 한편 항공기를 이용해 인천공장으로부터 수송 작전을 펼쳤다. 화재 당시만 해도 6개월 공급 차질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위기론까지 대두됐지만 주위의 예상을 깨고 일주일 만에 납품을 재개했다. 불과 4개월 후에는 생산성과 품질 지수를 화재 이전의 수준으로 완벽하게 복구시켰다.
“위기 대응능력을 본 현지 정부나 다른 회사, 고객사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였습니다.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간 결과였지요.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조지아 주 최우수업체로 선정되는 데 한몫했다는 점에서 뿌듯했습니다.”
자동차 이외의 소재 개발에도 충실
대한솔루션의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멕시코 공장 준공이다. 이를 위해 11개 협력사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법인 설립과 공장 건설 등을 진행 중이다. 기아차에 납품하는 것 이외에도 직수출 등을 감안해 40만 대 이상의 NVH 관련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멕시코 공장이 완공돼 양산에 들어가면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 지역으로도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공장 진출은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권 대표는 “기존에 진출해 있던 미국과는 문화나 환경이 많이 다르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스페인어를 써야 해서 현지 업체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라고 하면 에피소드인데, 환경영향 평가를 위해 만났던 현지 업체 담당자가 닥터 루이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통 닥터라고 하면 박사 같은 전문가에게 붙이는 호칭이잖아요. 나중에 만나보니 기술직 프리랜서였습니다. 멕시코에서 닥터라는 호칭은 기술자에게도 붙인다고 하더라고요. 작지만 멕시코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공장 준공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핵심 R&D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천 본사에 연구소를 신·개축 중이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연구소에는 다양한 NVH 관련 시험장비 외에도 파일럿 생산이 가능한 최신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권 대표는 대표이사실을 연구소 3층 끝에 배치할 만큼 연구개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초소재를 가지고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NVH 기술은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신규 차종이 계속 개발되고 소비자들의 니즈도 변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에 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립 초기부터 ‘디테일이 노하우’ 강조
대한솔루션은 권회현 회장이 창업하던 때부터 ‘디테일이 노하우’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기본부터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자랐는데 어릴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회사에 들어와서 비로소 깨닫게 됐습니다. 조그만 조각들이 제대로 모여야만 큰 그림이 완성되고 그것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으로 요즘도 매일 출근하지만 전반적인 업무는 권 대표에게 일임하고 경영에 관한 큰 결정에만 관여하는 편이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특히 생산 현장의 필수 요건으로 ‘3정5S’를 강조하며 전 공장의 현황을 주간 단위로 보고받고 있다.
‘마이 머신 데이(My Machine Day)’라는 독특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목요일 아침 업무 전에 관리직들이 팀별로 지정된 기계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문적인 유지보수보다는 관리직도 기계와 주변 청소 등을 통해 생산직과 관리직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1년에 두 번, 2개월씩 순번을 정해서 정문에서 아침 인사를 하는 것도 기업문화가 됐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출근 시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전 직원들이 얼굴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