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진주텃밭’ 로컬푸드의 의미있는 실험무포장은 불가능한가?
‘문제가 있으면 우리가 직접 해결한다.’
사회혁신 실험(리빙랩)의 방식이다.
일상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개방형 혁신이다.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협력하여 창의적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상남도는 2019년 11건의 프로젝트에 이어 2020년에는 15건을 진행했다. 그 중 ‘진주텃밭’과 ‘진주여성농업인센터’의 ‘무포장 로컬푸드매장’ 실험을 소개한다.
왜? 로컬푸드의 친환경성을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처음 ‘무포장 실험’을 제안한 이는 로컬푸드협동조합 ‘진주텃밭’ 소희주(49) 대표다. 그는 ‘로컬푸드란 무엇인가?’에서 문제를 찾았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건강한 지역농산물을 해당 지역 내 소비를 권장함으로써, 물류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소비자는 물류비 절감에 따라 그만큼 싼 가격에 신선한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판매를 위해 운반, 진열과정에서 포장은 필수.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일회성 포장재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
“로컬푸드 매장은 생산자가 직접 포장·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일이 개별포장해 직접 진열대에 갖다 놓는다. 소포장으로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이 많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과다한 포장재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부담도 안게 된다.”
6개월간 좌충우돌 실험
그래서 로컬푸드매장의 무포장 전환 실험을 구상했다. 진주텃밭 조합원 2500명과 진주여성농업인센터 회원 270명이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매장을 운영하는 직원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진행됐다.
전국의 우수사례를 견학하고 사전 설문조사, 실험단 구성 등을 거쳐 진주텃밭 금산점(99m² 규모)과 초전점(148m² 규모)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실험은 시작과 함께 난감한 문제에 봉착했다. 생산자, 소비자, 직원 모두 불편함과 애로점을 토로하며 힘들어 했다.
무포장 진열된 농산물이 하루도 지나기 전에 시들어버려 상품성이 떨어졌다. 팔리지 않아 생산자가 회수해야 하는 물건이 늘어났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포장 안 된 상품을 장바구니에 그냥 담기가 어려워 갈팡질팡했다. 매장 직원들은 무포장 제품의 소분과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면 된다! 진열방법 다양화 모색
매장상품은 1000여 종. 그 중 50%가 신선식품. 무포장으로 인한 폐기율이 실험 전에 비해 83% 증가했다. 그 중 36%는 선도가 떨어지면서 생긴 야채류에서 나왔다. 야채류는 비닐포장 대비 3배 이상 선도 저하가 빨랐다. 무포장을 포기하는 생산자가 속출했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생산자를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왕 시작했으니 중도에 그만 둘 수도 없고, 생산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없지 않느냐? 직원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방법을 찾았다. 상품별 특성을 고려해 포장 허용 품목 리스트를 만들고, 벌크 진열이 가능한 진열용기를 구입해 선도 유지에 신경을 썼다.”
상추, 깻잎 등 연한 잎채소와 끈으로 묶이지 않는 농산물은 비닐포장을 허용했다. 뿌리부분만 종이 포장하거나 대형 밀폐용기에 담아 진열하는 등 품목별 다양한 진열방법을 개발했다.
곡류 무포장을 위해 포장용기도 수입했다. 식품용기로 분류되는 곡류 벌크 진열대는 수입과정이 복잡해 애를 먹었다. 플라스틱 용기를 쓸 수밖에 없는 액체 세제류의 무포장 진열에도 성공했다.
비닐사용량 30% 줄어…“확산되길”
실험대상 상품이 과일류, 야채류, 곡류, 세제류 등 4개 군으로 늘어나면서 무포장 매장의 외형이 제대로 갖춰졌다. 실험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3%가량 늘었다.
반대로 월평균 비닐포장재 사용은 30%가량 줄었다. 소비자의 인식변화도 눈에 띄었다. 장바구니는 기본이고 세제와 곡물 구입을 위해 용기를 지참하고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실험 참여 소비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실험의 유의미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97%가 ‘장보기 후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줄었다’고 답했고, 98%가 ‘지속적으로 무포장, 친환경 실천매장에서 장보기를 할 것이다’는 적극적인 답을 했다.
생산자 그룹으로 참여한 진주여성농업인센터 박미정(50) 대표는 “농사짓는 회원들의 포장비용과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가 시작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 대표는 “실험기간은 끝났지만, 우리 매장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며 “행정적인 지원과 제도를 마련해 더 많은 매장이 참여하는 사회운동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황숙경 사진 이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