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 뿡 뿡 삐땍이 꽃
오늘은 글자가 다 꽃처럼 벙글어 있네, 낱말 속에도 싸한 꿀이 있어
벌새와 사랑이 찾아오네, 점점이 냉이 꽃, 땡땡이 물방울 꽃, 삐죽삐죽 삐죽이 꽃
이런 꽃 피우느라 글자들이 밤새 부스럭거렸구나
더러 토라져 누웠구나
앙 다물었다 앙다문 꽃
수줍다 보조개 꽃, 놀다가라 화류 꽃
내가 또, 낱말이 장난치는 시를 쓰지만
또 내겐 이런 거밖에 쓸 게 없지만
솔직히 낱말들이 저 데리고 놀다 가세요 할 때
이 삐땍이들을 어떡하란 말인가
눈을 비비거나, 화장을 하거나, 저기요, 휴지 좀 빼 줘요
그래도 그게 다 시가 아니고 무어냐
내 것이란 늘 뿡 뿡 뿡 이런 삐땍이가 아니고 무어냐
<시작 노트>
결국 낱말들을 각자 분가시키기로 했다. 한 집에 살면서 부리려고 했으나 꺽지고 질기고 고집이 세어 독립시키기로 했다. 대신 평등하게 그들과 놀면 되지 않겠나. 도구로서 효용 가치를 떨치고 보면 낱말들은 여자처럼 다 예쁘고 ‘살강스럽고’ 특유의 매력이 있다. 이제 저들이 놀다 가라 신호를 보내니 ‘삐땍이’와 어울려 놀 수밖에. 괜히 오래 붙들고 있었다 싶다.
첫댓글 박재열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한난계
파밭에 뿌리는 가을비.
기운 마당귀가 젖고
雜草들이 푸들푸들
닭살을 세운다. 사기 그릇에
반 이상 오른 軟豆色 이끼.
성큼 靑山이 다가와 솔가지
담장을 넘는다. 水銀柱 속에서
빨간 실지렁이가
오그린다.
-네이버 블로그 <숲길>에서
박재열 교수님이 쓰시는 낱말들은
색동옷에 댕기를 땋은 탱탱 물오른 처녀 같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뿡 뿡 뿡 삐댁이 이 꽃을 읽다가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낱말이 벙글어 싸한 꿀이 있어 벌새와 사랑이 찾아오고
점점이 냉이 꽃, 땡땡이 물방울 꽃, 삐죽삐죽 삐죽이 꽃을
피우너라 글자들이 밤새 부서럭거리다니요?
몇 자는 토라져 누웠다니요?
상상력이 어쩜 그리 싱싱해서
막 좌판에 오른 제주 은갈치 같습니다.
앙 다물었다 앙다문 꽃
수줍다 보조개 꽃, 놀다가라 화류 꽃? ㅎㅎㅎ
너무 재미있어 잘 외워질 것 같기도하구요.
솔직히 낱말들이 저 데리고 놀다 가세요 할 때
이 삐땍이들을 어떡하란 말인가
그들이 원하시니 다 들어주신다는...... 잘 생각하셨습니다.
분가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독립시키고 평등하게 사시는 게 편안하시면 그렇게 하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ㅎㅎㅎ
얼마나 사랑했으면 낱말들은
여자처럼 다 예쁘고 ‘살강스럽고’ 특유의 매력까지 찾아내신
박재열 교수님은
낱말들의 머리 위에
검지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데리고 노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어울려 잘 놀고 갑니다
새해 소원하시는 일 다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