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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정기
2015. 02.19일~22일
부산 산정 산악회 회원 14명
부산-연길-백두산-연길-부산
산을 돌다 우연히 멀리 비켜선 지리산 한자락 만나도 고향 친구를 만난듯 반가운 법인데 하물며 흰눈 깊숙히 눌러 쓴 백두산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어린 아이를 놀이 동산에 풀어놓았을 때의 기쁨만큼 컸다
누가 만들어 준것도 아닌 자발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의 폭발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하얀 포말을 입에 문 격정의 쓰나미가 가슴 높이로 밀려와 旅興을 고취시켰다.
몇해 전만해도 백두산에 가기 위해서는 장춘 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근 연길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되어 백두산에 접근하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시간의 단축이 주는 의미는 단지 거리 뿐만아니라 악명 높은 중국 화장실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었다는것도 의미한다 백두산 산문까지 단 한차례 휴게소(?)를 이용했을 뿐이다. 중국이 문명의 세계에 편입할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것 같았다.
저 거대한 백두산의 주능을 한 시야에 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능히 전율할 일이다.
화려한 모란꽃도 이른 봄에는 다만 一指의 봉우리에 불과 한것, 나는 처녀를 안듯 산을 보듬는다.
산이 어미의 가슴을 파고드는 어린 짐승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極大는 마침내 同小라! 太虛와 미진 홀연히 忘絶함을 알겠다.
十方은 먼곳이요 目前은 지척인데 시방도 목전도 마음에 들면 다 둘이 아닌 세상이다.
백두산 저 사무친 그리움의 印章을 가슴에 꾹 꾹 눌러 담는다 원융이 자애하다 산이 신앙처럼 너그럽다.
멀리 눈 덮힌 산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꿈처럼 가물거리던 먼 피안의 풍경들이 현세의 옷을 걸치고 다가온다.
그 고독 속에 얼어죽은 한마리 표범도 보인다. "누가예 누가이" 신들의 집이라는 킬리만자로.
조용필의 노래와 더불어 신령스런 킬리만자로의 설산이 백두산과 엇박자로 머리에 뜨오른다. 고독의 냉기가 묻어난다. 마음이 물매화처럼 뽀얗다.
북파산문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한겨울의 樹海를 지나온다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황철나무... 거대한 숲이다. 하얀 눈밭에 차갑게 빛나는 자작나무가 북구의 서정을 말갛게 일깨웠다 세상은 흑백으로 단정했다 明과 暗이 서로를 雙照하는 가운데 시간은 무거운 질량 속을 통과하듯 느리게 흐른다 시간과 더불어 마음마져 느려졌다 따뜻한 기운이 잠을 몰고왔는지 창문에 넘실거리는 부드러운 겨울 햇살의 네레이션을 들으며 잠시 졸고 싶었다.
백두산의 장쾌한 협곡이 펼쳐지고
장백폭포를 향해 길을 오른다 물가를 따라 자라난 사스레 나무가 하얀 눈속에 아스라히 감춰진 기억의 싹을 돋운다 풍경이 데자부처럼 익숙하다
예상외로 날씨가 따뜻했다 추위를 대비해 마련한 옷들은 다 짐이 되었다. 머리에는 송글 송글 땀이 맺혀 모처럼 준비한 여우털 모자가 부담스러웠다.
장백폭포로 가는 길에 나는 자꾸 내 내면의 의식을 더듬어 풍경과 의식을 저울질 하였지만 도무지 현상황을 표현할 적당한 비유 따위는 뜨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떼어내고 싶은 불가사리와 같은 잡념들이. 사유의 꼬리를 붙들었다. 하얗게 난반사되는 눈밭.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 지표에 떠도는 산만한 이국의 냄새들. 이런 혼돈이 내면을 인지하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기능들을 죄 쓸모없이 만들어 나는 그냥 있는것을 있는대로 거두어야하는 맹목의 산보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물가에 도열해 있는 사스레 나무
숲은 나무보다 더 단순하다. 그것은 어울림의 힘이다.
수직의 생명력을 숲은 수평적 언어로 묘사한다.
그래서 나무는 시에 가깝고 숲은 철학에 더 가깝다.
대지가 뿜어내는 관악과 같은 스케일, 하얀 백설 위를 활강하는 찬란한 빛들의 향연, 싱싱한 선어와 같은 나무들, 내 가슴을 달구는 저 뜨겁고도 화려한 불꽃들, 산을 오르며 나는 아직 더 태워버릴 수 있는 원초적 생명력이 내 몸 어디인가 남아있음에 감사했다.
나의 유일한 의무는 살아서 이 희열의 순간을 증명해보이는것 같았다 세상에 의해 강제되는 삶에대한 사랑 혹은 행복에의 권유같았다.
나는 넘치는 빛을 죽여가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삶에대해 느꼈던 무한한 혼돈 위로 차분한 현실의 그늘이 자리잡았다.
삶은 꼭 행복이 아니어도 삶이다. 삶에대한 긴장을 나는 그렇게 이완시켜왔다. 내 삶에 드리운 부박하고 허접한 이면조차 알뜰히 끌어안았다.
색채가 없는 세상의 차분함
자연이 일군 모든 색채들은 윤회하는 법이지만 나는 색채의 자연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만을 추구한 삶을 살았더라면 구태여 색을 죽여가며 세상의 이면을 들추어 보지는 않았으리라.
내가 원하는 세상은 세상이 보여주기를 꺼려하는 세상. 그러기에 나는 색을 주저없이 죽인다.
세상을 단지 음영으로만 바라보느것도 세상의 속성을 제대로 살펴보는 한가지 방편이다. 흑백의 세상은 색채의 세상보다 훨씬 단순하고 확고하다. 나는 세상이 주는 이런 단순한 이미지에 더 마음이 끌린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다.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는 방황마저 금지된 곳에서의 고독"
중년의 고독은 이런것이 아닐까 나는 온전히 나이고 싶은데, 누구에게도 속해지지 않는 나이고 싶은데 세상은 그 자유마저 허락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고독한...
대조적인 색채와 색채 사이의 대화 밝고 어두움의 대화 생명과 죽음의 화법 잊혀진 시간과 되살아난 기억 산을 오를수록 나는 이분법적 사고에 점점더 경도되어갔다.
세상은 더 의미를 부추겼고 나는 의미를 유추할 힘을 잃었다.
산은 이미 야성의 싱싱함을 잃은 유원지와 같은 느낌이었다. 더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세상을 보러 이 먼 곳을 찾아 온 나는 사람을 비켜 한 귀퉁이에서 신음하는 풍경의 조각을 겨우 보았을 뿐이다.
기대가 체념으로 바뀌었고 묘하게도 체념은 설명할 수 없는 수용성을 주었다. 세상을 맹목으로 받아들이는 색채가 없는 종속. 그 종속의 끈을 따라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강 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인지 뽀얀 물안개가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이다 한겨울에 느낄수있는 독특한 따사로움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모처럼 쓰고간 여우모자가 더 덥게 느껴졌다.
환승지구로 내려와 suv차량을 타고 천문봉으로 오른다 천문봉 산장에서 일박할 예정이라 하루 묵을 장비만 들고 출발한다.
구절 양장 꼬불길이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시켰다. 터퍼한 기사의 운전 솜씨에 몸이 여지없이 흔들린다 특히 낭떠러지 부근을 지날 때는 롤러코스터를 탄듯 불안했다. 두번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았다. 막 멀미를 일으킬듯한 기분이 들쯤 주차장에 닿았다.
오직 한 남자를 위해 가슴을 세워 온 여자가 있다면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녀를 산 꼭대기에 세워야한다.
남자도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 흘려야할 눈물이 있음을 그녀는 알까?
오직 서로를 위해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산 우리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그물에 걸리는 해조처럼 우리는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서 우리만의 시간을 건지고 있다.
천지에 일몰의 붉은 햇살이 스며들고 한마리 표범의 네레이션이 시작된다
나는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느 어두운 모퉁이에서 쉬고있다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떻리....
백두산의 표범이 되어 나는 긴꼬리를 차가운 바위 위에 차분히 누인 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언어가 연을 매단 실처럼 멀어지다 마침내 끊어졌다. 언어가 끊어진 자리에 대륙은 슬픔을 머금은 채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끊어진것은 언어만이 아니었다. 시간의 삼세마저 오직 한봉오리의 꽃처럼 오무라 들어 흩어질 줄을 몰랐다.
시간이 멈추어섰고 시간이 멈추어 선 자리에 스칼렛빛의 엷은 변화만이 세상이 무상하지 않음을 표시했다.
그 무엇과도 빗댈 수 없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내가 그렇게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것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내 청춘...
어디 비어있는것이 청춘 뿐이랴 노래 가사처럼 텅빈 천지를 향해 고독과 쓸쓸함과 그리고 외로움과 같은 온갖 니힐리스틱한 언어들을 쏟아 부었다.
언어를 쏟아 붓는다고 하여 허무가 사라지는것은 아니다.
허무는 더 독해지고 진해져 마치 그것을 위해 이 높은 곳에 올랐다는 신념을 강하게했다.
천지 사방에 오직 나만이 이 험난한 산꼭대기에 서 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의 존재를 더 분명히 부각시켰다.
나의 그늘이 지워지고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나는 찬란히 저녁 햇살을 맞았다.
우리는 가장 고독한 곳에 가장 고독한 자세로 우뚝 섰어요. 세상엔 우리 밖에 아무도 없어요.
세상의 경계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였네요.
우리 이렇게 서서 더 깊숙하고 진지하게 세상을 맞읍시다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특별한 감동과 신선한 느낌으로 내일을 오늘처럼 보냅시다.
정말 표범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올랐을까 여담이지만 사실이란다
1926년 탄자니아 농업부의 관리가 정상부에서 얼어죽은 표범의 존재를 보고했고 두달 뒤 선교사 에바 스튜어트 와프에 의해 사진에 담겨졌으며 함께간 조수가 표범의 꼬리를 잘라갔고 이듬해 루터교 선교사는 귀를 잘라갔다 표범이 너무 얼어버려 목을 잘라 갈 수 없어서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기념품으로 조각 조각 잘려나간 표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표범이 누워있었던 자리는 레오파드 포인트로 불리운다
해가 저물고 주위가 어둑해질수록 고독은 더 익숙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산이 된 한마리의 레오파드처럼 나도 궁극적으로 산이 되기를 원한걸까?
빛과 함께 더 넓은 만주벌의 바람을 몰려왔다 나는 테두리만 남은 인형처럼 비어져 갔다. 섬처럼 견고한 윤곽이었다. 테두리의 바깥에는 삶의 바다가 넘실거렸고 그 빛 속에는 전혀 낯선 모습의 내가 서있었다.
그는 누구인가? 나일까? 표범일까? 나 이면서도 표범인 존재일까?
시간을 거슬러 영원히 이 순간을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이 있다는것은 고마운 일이다. 먼 훗날 사진 속에 남은 낡은 나 자신이 얼마나 죽음과 가까왔는지를 나는 보게 될것이다.
사진을 통해 저 자신의 영혼을 빗댄다는것은 썩 즐거운 상상이 아니라는것을 저 황홀한 대륙의 빛 속에서 실감했다
생존의 방법, 사랑의 방법
뼈다귀 국물로 끼니를 해장하며 한점의 살을 행운인듯 여기는 사람에게도 생존의 방법은 있다
백발의 노인에게 바카스를 건네며 매음을 강요하는 늙은 창부에게도 다 사랑하는 방법들이 있다
이 모든 버려진것조차 사랑해야하는 비현실적 인류애를 내가 외면한다 할지라도 멀리 보면 나 또한 막막한 孤島 삶을 발라먹는 위선과 거짓이다.
외로워져야한다 더 고독해져야한다 타인의 체온이 마침내 그리워 질 때 까지.
내일이면 내 생존의 방법 또한 더러운 윤곽을 드러내며 피를 팔듯,몸을 팔듯 생존의 좌판을 들고 삶의 거리로 뛰쳐 나오게 될것임을 깨닫아야한다.
17:56
걸으면서 잠이든 달팽이처럼 나는 느린 몸으로 시간을 보낸다.
아 영산의 거친 봉우리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보라!
마침내 나는 가진것이 없고 그럼으로 행복하다
내가 없다면 윤회의 주체는 무었일까 인적없는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내가 없음을,나라고할만한 존재의 부재를 깨닫았다.
내가 죽고 시간이 죽고 그리하여 사방이 풀어놓은 계란처럼 허물거렸다.
내가 없고 시간이 없는 세상에서 윤회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어디에서 왔고 홀연히 어디로 사라지는가? 참 신기하고 신선한 의문이다.
나무를 만나면 나무에 갖혔던 영혼이 해방되고 돌을 만나면 감옥에 갖힌 돌의 영혼들이 살아나듯 나를 만난 누군가에 의해 내 영혼이 해방된 느낌이다.
이 해방된 영혼들의 시간이야 말로 윤회가 아닐까 나는 누구의 인식 속에 되살아 난걸까?
별이 쏟아지는 밤
별의 축제에 초대되어 S석에서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별의 마티엘이 느껴졌다.
눈에 익은 별자리가 보였다. 오리온의 삼태성이 먼저 들어왔고 그 좌측 아래로 시리우스가 시리도록 밝게 빛났다 오리온의 좌측 위로 내 별자리인 쌍둥이좌의 포룩스와 제미니도 보인다. 오리온 좌의 아래에 보이는 Y자 모양의 별자리가 토끼좌이다
따뜻한 산장
바닥에 열선이 깔려서인지 방안은 따뜻하다기보다는 더웠다 텐트 안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지만 더워서 다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소변을 보러갔고 새벽이 다가오자 바깥에서 뭔가 바람직하지 못한 상항이 다가 오고있음을 직감했다 시간이 지나도 눈바람은 쉽사리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는 화장실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새찼다 정신을 확 깨게하는 바람이었다 세찬 바람 때문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근심어린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일행들
누룽지로 아침을 떼웠다 산장이란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삶은 누룽지로 아침을 대신한다는것은 어지간히 편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기힘든 편의적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룽지를 고아만든 밥물은 지난밤의 불면과 숙취를 달래기에 그만이었다
무료한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시간을 통해 친해졌다. 제설차가 올라 온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곧 당국의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통보로 바뀌었다
산악회 대표가 길을 정찰하러 나갔고 곧 그의 얼굴에은 비장감에 휩싸였다. 우리의 의견 따위는 필요없어 보였다. 우리는 곧 저 험난한 공기층을 돌파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108배를 하며 백두산 산신의 심기를 잠재우고...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체념 뒤에 아직 기도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류의 희망이다.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아 본 남자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가스실에 들어가면 오로지 가스실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밖에없다. 인간의 생리현상이 때로는 얼마나 불편한것인지 백두산 꼭대기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절실히 느꼈다
바깥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것 같지 않고 어짜피 탈출을 결심했다면 한시라도 빨리 나아가는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얼굴에 바람이 닿지 않게 완전 무장을 했다 산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학습한 내용이다.
비행기 위에서 낙하산을 탄 군인이 하늘 위로 던져지듯 우리는 전대미문의 눈보라 속으로 던져졌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이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한발 한발 나아갔다.
더 이상 돌아갈 수도 없다는 위치에 이르렀을 때 축축히 젖은 초라한 조난자의 모습으로부터 살아야겠다는 필사의 오기가 솟아났다. 2시간만 버텨보자!
길은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난것처럼 눈의 무더기를 쏟아내었다 러셀도 되지 않은 길을 여성들이 건넌다는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람을 피하면 눈더미가 나타났고 구절양장 꼬부랑 길은 조난자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끝없이 이어졌다.
고난의 행군길은 해발 2000m의 표지판 근처에서 끝이 났다 언 손가락같은 사스레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며 길 양쪽에서 바람을 잠재웠다 벌거벗은 나목의 모습 속에 내가 보였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인류가 나아간 보편적 방향을 향해 내가 비로소 자리 잡은 기분이었다.
얼마후 우리를 실러온 차량이 한대가 올라왔다 뒤쳐진 사람들을 먼저 태워 보냈다. 얼마 안있어 다시 차가 올라왔다 차에 몸을 실으니 지금까지의 고통과 근심이 미친듯 불어오던 산꼭대기의 바람 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해발 2000m
해발 2000m 쯤 내려오자 비로소 사스레 나무 숲이 보였다 이 지역이 아마 수목이 자라는 한계선인 모양이다 나무가 바람을 가두어서인지 바람은 죽음에 대한 공포만큼 한층 부드러워졌다. 생존에대한 자심감이 팝콘처럼 터져나와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세상의 윗쪽은 여전히 white out! 우리는 죽음의 경계를 지나왔다. 서리에 가려진 안경을 닦아내고 옷을 다시 추스른다 바람 속에 비로소 봄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 덕에 우리는 살았을지 몰랐다.
- 후 기-
信心不二 不二信心
강하다는것은 넓게 퍼져있는 힘의 포커스가 한곳에 집중된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송곳이나 바늘의 끝은 뾰족하다.
바람이 강할수록 옷깃을 깊이 여미듯 눈보라를 헤쳐나온 우리는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에대한 믿음이 하나의 집점,꽉 마주잡은 두 손을 통해 오롯이 전달되었다. 믿음이 잘 조준된 목표물처럼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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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킬로만자로의 표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이 사진들을 감상하니
내가 거기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설 연휴 좋은데 갔다 오셨네요.
부럽~
나도 이번 연휴때 쫌 멀리 가볼 걸...
정맥길에 얽매여 땜방하는 것만 눈에 보이니 ㅉㅉ
여름에 한번 다녀오세요.
백두산은 여름이 좋습니다.
제가 이번에 다녀온 산악회는 백두산 트래킹 전문 산악회입니다.
이번 여름 산행 회원 모집 중이더군요.
백두산 다녀 오심을 축하 드립니다.
백두산 천지도 꽁꽁얼어 백두의 전경을 가슴에 안았으리라 믿습니다 ㅎㅎㅎㅎ
동심이도 2007년 8월에 서파~북파 종주를 하였구요!
부산 산정산악회 김홍수등반대장님도 잘 알지요ㅎㅎㅎㅎㅎ
늘 안산즐산 이어가시고 낙남정맥 졸업구간에서 만나 쐐주한잔 해야죠..
동심이 성님 여전하신갑다. 방가 방가^^*
우리나라 최고의 정기가 깃들어진 백두산을 보니
한 번도 가지못한
나로서는 신비의절정이고 뭐라 말하기가 힘드네요.
이렇게 멋진 절경이 남북 분단으로 인해 타국으로 했서
가 본다것이 오~호 통제고 가슴이 찧어진다.
하지만 형님의 등정기보고 수많은 인조물을 보니
백두산자연 훼손이 가슴이 아프네요.
너무 감동적입니다.
중국 쪽은 대규모 위락 시설이 되어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 완전 딴 세상이더군요 ㅠㅠ
폴행님
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올한해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여우털모자 어울리십니다~~~
고마와요
봉팔이 아우님도 올해는 무슨일이 있어도 건강 회복하세요^^*